수상한 전학생 로그 백업

TRPG

2020. 2. 9.

사춘기 - 수상한 전학생 플레이 로그 백업


KPC : 공 이 (달새)


PC : 이연우 (양자택일)


*
수상한 전학생
[ 도입, 마지막 수업시간]
이연우가 이 낯선 1학년 1반 교실로 전학을 온 지 오늘로 딱 2주일 정도가 흘렀습니다.
반의 분위기, 새 친구, 전에 살던 곳보다 유독 더운 여름 날씨, 필연적으로 수업에 집중이 안 되는 창가 끝자리 등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건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괜찮아요.
진짜 문제는 그쪽이 아니라,
"야, 야. 너 나 보이지. 보이는 거 맞지?"
이쪽입니다.
분명 지금은 수업 시간인데, 누군가가 연우의 옆자리에 앉아 계속 말을 걸고 있습니다.
딱히 조용한 소리로 말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도 그를 쳐다본다거나 신경 쓰는 기색이 없습니다.
수업 중인 선생님은 물론 연우의 주변 자리에 앉은 친구들도요.
왜냐고요?
얘는 유령이니까요.
아무래도 이 학교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건 연우뿐인 것 같습니다.
전학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귀찮은 일에 말려들고 싶지는 않아 며칠 전부터 꾸준히 무시하고는 있지만…유령의 질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교복을 입고 자연스레 연우의 옆에 앉아 있기에 당연히 같은 학교, 같은 반의, 첫 친구이자 짝꿍일 거라 생각하고 인사를 건넨 것뿐이었는데. 유령이었다니.
유령은 아주 반갑게, 시도 때도 없이, 수업 시간이고 쉬는 시간이고 나발이고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오는데…
역시 전학을 잘못 온 것 같습니다. 다시 전학 가야겠어요.
공이:괴롭힐 생각 없다니까? 나 보이는지만 말해 봐!!
유령은 계속해서 연우에게 '내가 보이는지',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지'에 관해 묻습니다.
공이:나 보이지? (눈 앞에 손을 휘젓는다)
이연우:;;;;;;(애써 무시하려고 정면만 보는 중)
공이:(연우 눈 앞에 가운데 손가락을 보여준다)
이연우:(이새끼가?)
미쳣나...
공이:헐, 말했다! 역시 보이는 건가
이연우:(아닌 척) 내가 미쳤나보다 ㅎㅎ
공이:(뭐지 이새끼)
연우는 유령을 무시하거나 대답하지 않으려 할 경우 <정신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68
판정결과:보통 성공
공이:(이연우 책상 위에 앉으며) 대답 좀 해봐!!
이연우:어이쿠~ 지우개를 실수로 떨어뜨렷네 ㅎㅎ(책상 바닥쪽을 향해 손 휘적거리며)
연우는 <정신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60
판정결과:보통 성공
공이:이 새끼가 말로 해선 안되겠네
이연우:흐흠...ㅎ(어쩌려는거지;;;;)
공이:죽고 싶지 않으면 대답해라... (거꾸로 매달려서 쳐다봄)
이연우:악 시발!!!!!!!!!!!!(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유령의 질문에 답하게 됩니다.
그리곤…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연우의 큰 목소리에 반응한 모든 친구들의 이목이 연우 쪽으로 집중되고, 칠판 앞 선생님의 표정이 싸하게 굳더니, 연우는 곧 '수업 시간에 소란스럽다'는 이유로 복도로 쫓겨나게 됩니다.
복도
연우가 복도 벽에 기대서서 얌전히 벌을 받고 있으면, 유령은 복도로 쫓겨난 연우의 뒤를 유유히 따라옵니다.
공이:쯧.. 그니까 처음부터 대답 좀 하지...
공이는 신기한 것을 구경하듯 아주 대놓고 연우를 쳐다봅니다.
가까운 거리에 연우 역시 ▶ <관찰> 판정을 합니다.
이연우: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53
판정결과:보통 성공
연우는 유령이 입은 교복이 어딘가 새것 같다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명찰에 새겨진 유령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우는 이어서 <지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29
판정결과:보통 성공
연우는 이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들어봤는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공이:너 확실히 나 보이는 거 맞지?
안 그럼 그렇게 소리를 지를리가 없겠지...
이연우:...시발 내가 더위먹어서 미친건가? 왜 이딴 헛것이 보이지...(얼굴 존나 찡그리며)
공이:이제야 인정을 하네
이연우:유령이 존재할리가 없는데 ㅋ. 하... 꿈이라도 꾸는건가....
(지 볼 꼬집다가 아파서 소리지르며) 꿈이 아니잫ㄴ아;
공이:시발
뭐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
이연우:뭘 쳐웃어 시발....ㅠ(벌벌 떨며) 이게 다 너 땜이잖아...
이름도 이상한... 흠.
아무것도 아니야.
공이:(연우를 노려본다)
이연우:(시선회피) 유령이면... 곱게 가던가...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중얼중얼)
관종이야? 심심해서 성불못했어?
아님 누가 내 저주라도 했어?
공이:뭐? 아니야
난 그냥 이 학교 지박령이야
이연우:뭐?
공이: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학교 교문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이연우:헐ㅋㅋㅋ
학교에서 뭔 짓햇냐?
공이:아니?
너 이 학교에 오컬트부 있는 거 알아?
거기서 나갈 방법 찾으려고 부실에 들렀다가.. .오히려 오컬트부 부장한테 형체 없는 악령 취급 받고 제령 당하기 일보 직전이야...
존나 어이없어.
이연우:그런 음침한 동아리도 학교에서 허락해준 거야?
그러게 왜 깝쳤냐 ㅋ...
공이:깝친적 없거든!
이연우:애초에... 난 전학생이여서 잘 모르는데.
안 그래도... 하... 적응중인데
너때문에 이상한 애 취급받게 생겼어.
아님 내가 진짜 더위먹어서 미쳐버린 게 아닐까?
시발...
공이:내가 보기엔 넌 그냥 미친놈 같아
어쨋든 전교에서 날 볼 수 있는 사람이 너가 유일한 거 같은데...
이연우:(무서워선 쳐다보지는 못하고 허공에 주먹질하기)
(어쩌라고!!!!!!!!!)
공이:(피함)
내가 제령 당하기 전에 이 학교에서 나갈 수 있게 도와줄래?
이연우:너 진짜 뻔뻔하다
내가 왜?
공이:어차피 이상한 애 된 거
도와줘서 나쁠 것도 없잖아
이연우:애초에 난... 유령이라면 질색이라고...
싫어....이제 나한테 귀찮게 굴지마
얘기라도 들어줬으니까 만족해.
그냥 제령당하는 게 나한테도 이득이다.
(전학가고 싶다....)
공이:나 같이 잘생긴 유령 봤어?!
이연우:무슨 자신감이야?
이런 미친새끼가 다잇나..
얼굴 잘생기면 도와줘야하냐고????
공이:당연하지
이연우:됐어... 걍 너 무시하고 다니다가 전학가는 게 내 인생에 도움되겠다.
제발 귀찮게 굴지마...
마늘들고 다녀야되나?
공이:미친
뱀파이어도 아니고
도와달라고!!
부탁이야
인간의 정을 좀 보여줘봐
이연우:너 지금 내가 당장 오컬트부에 찾아가서 얘 좀 쫓아달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정말 뻔뻔하게 굴래?
난...인간을 포기하겠다 ㅋ
세상에 유령도 있는데 뭐...ㅋ 인간안하면 되지
공이:(이연우에게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위협을 한다)
위협
기준치:90/45/18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연우:(시발)
공이:도와달라고.
이연우:(존나 드릴마냥 벌벌 떨며) 시발...싫다고
안 도와주면 생사람 죽이겠네...
공이:(노려봄)
위협
기준치:90/45/18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연우:시발...
알겠어
도와줄게..(이거 그냥 반강제 아니야?)
공이:(급 화색)
고마워
역시 도와줄 줄 알았어
부탁을 수락한 연우는 <정신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3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마지못해 부탁은 들어주겠지만, 어딘가 약간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근데 이거 도와준다고 유령에 씐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공이:아 맞다
학교 곳곳에 나를 잡으려고 이상한 트릭이 설치되어있는 거 같아...
이연우:뭐?
(트릭찾아서 쟤 잡아버릴까...)
공이:허튼 생각같은 건 하지마라
머릿속이 훤히 보인다 ㅡㅡ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교내에 울려 퍼집니다.
복도는 들뜬 학생들의 목소리와 책상을 정리하는 소리로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집니다.
학교는 이제 끝났고, r공이는 연우의 등을 교실 안으로 떠밀며 '가방을 챙겨서 따라오라' 고 이야기합니다.
이연우:(가방....힘없이 주섬주섬 챙기며...)
차라리 죽여줘...
[ 방과 후 ]
도서실
공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벽을 통과해가며 어디론가 이동합니다.
유령인 건 알겠는데, 눈에 적응되지 않는 생소한 풍경이긴 합니다.
본인이 도와달라느니 따라오라느니 먼저 부탁한 주제에 연우와 동선을 맞춰 줄 생각도 없어 보이고요.
어쨌든 공이를 따라가면 도착한 곳은 1층의 도서실입니다.
금요일의 방과 후라 다들 놀러 가기 바빠서일까요, 책을 빌리러 온 학생들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안에 있는 건 사서 선생님 한 분과 이연우, 그리고 공이뿐입니다.
학교 도서실치고는 꽤 큰 편이라 내부는 가운데를 기준으로 크게 왼쪽 구역의 책장들과 오른쪽 구역의 책장들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공이:제목이 뭐더라? 오컬트 주문…어쩌고였는데...
공이는 왼쪽으로 향하며 '난 여기부터 찾아볼 테니까 넌 오른쪽에서 찾아봐.'라고 이야기합니다.
책 이름도 제대로 말 안 해주고 뭘 뻔뻔하게 찾으라는 건지.
연우는 오른쪽으로 가볼까요?
이연우:유령말따위듣지 않겟다..
반대쪽으로 갑니다
공이:아, 뭐야!
오른쪽으로 가라니까...
알겠어 같이 찾으면 될 거 아니야...
(연우 데리고 오른쪽으로 감)
이후 연우가 오컬트 분야의 책장에서 공이가 말한 '어떤 책'을 찾기 시작하면, 시야에 닿는 곳에서 기묘한 느낌이 드는 책 하나가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등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저 책이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연우가 책장에서 그 기묘한 느낌의 책을 빼낸다면 빼낸 틈 사이로 보이는 누군가의 눈과 마주칩니다.
흰자 위로 군데군데 선홍색 핏줄이 돋아난 누군가의 한쪽 눈과 말이에요.
악의가 가득한 눈은 주변을 탐색하듯 눈동자를 좌우로 한번 굴립니다.
그러나 연우가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보면, 반대편은 책으로 막혀있습니다.
연우는 <이성> 롤을 굴려주세요
이연우: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분명 사람의 눈을 봤는데, 잘못 본 걸까요? 막무가내인 유령에게 시달려 오늘따라 더 피곤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연우가 꺼낸 책의 표지는 빨간 바탕에, 제목 하나만 쓰여있는 전체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입니다.
그런데도 쳐다보고 있으면 어딘가 불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책의 이름은 <오컬트 주문의 시전법 - 1>입니다.
연우는 <자료조사>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자료조사
기준치:70/35/14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몇 장 펼쳐보니, 운 좋게도 공이에게 쓸만한 주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됩니다. 오컬트 기능치가 1 상승합니다.
해당하는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시전 장소는 무관합니다.
이연우:오...
연우는 주문을 시전할 건가요?
이연우:괘씸해서 바로 해주기 싫은데..
공이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이래도 안 해줄 건가요, 연우?
이연우:
내가 주문찾았잖아.
근데 지박령을 바로 풀어주긴 좀 그렇고
너는 왜 여기에 갇혀있는지 모른다고 했지
공이:어...
이연우:그럼 왜 죽었는지는 알아?
공이:아니? 그것도... 기억이 없어
이연우:그럼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공이:내 이름도 이름표 보고 알았어
이연우:...
거짓말하는 건 아니지?
공이:거짓말 같은 걸 왜 해!
이연우:멍청한 얼굴을 보면 그렇긴 하네...
공이:시발
이연우:내가 너 풀어주면 그 다음엔 뭘 할거야?
애초에 난... 유령같은 거 살면서 처음 본다고... 왜 너만 보이는건지..
공이:글쎼... 풀어주면 밖으로 나가야겠지?
내가 잘생겨서 그런가
흠...
원래 잘생길 수록 눈에 띄는 법
이연우:헛소리하네
하...
근데 나는 영적 능력같은 게 있을리가 없는데 주문이 잘 될까? 너만 갑자기 보이는 게 아닐까?
공이:일단 해보기나 해봐, 혹시 몰라... 운 좋아서 될 지도?
이연우:ㅋㅋ하..
그래
해줄게.
대신
약속해..
나 따라다니지말고 바로 꺼져
공이:그래, 알겠어
이연우:(공이의 등을 손등을 내리친다)
연우는 <듣기>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듣기
기준치:75/37/15
굴림:54
판정결과:보통 성공
연우는 책에 적힌 주문을 공이에게 시전하자, 어디선가 미약하게 쇠사슬이 끌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일단…어쨌든.
눈으로 확인 가능한 변화가 전혀 없네요, 주문의 성공 여부는 직접 교문 밖을 나가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공이는 교문을 통과할 수 없다고 했으니 공이와 함께 교문으로 나가 확인해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빨리 풀어주고 이 유령한테서 해방되는 게 이로울 것 같으니까요.
이연우:야...
가자.
교문으로
교문 앞
두 사람이 교문 앞에 도착하면 공이는 멈춰 서서 미간을 한껏 찌푸립니다.
약간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더는 걸음을 떼지 않고 망설이고 있네요.
이연우:?
왜 안 가.
(존나 짜증내며)
공이:전에도 교문 밖으로 나가려 한 적 있었는데... 진짜 전신이 불타는 기분이 들었어...
무리하게 나가면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되기도 했고...
이연우:오~,,.
두렵긴 하겠네.
근데 내가 어? 시간내서 도와줬잖아?
날 못믿겠다는거야?(;
너............ 아까는 해보라고 난리쳤으면서...
공이:아, 알겠어!
못 믿는 게 아니라... 좀 무서워서 그래
이연우:난 너 때문에 무서워 죽을 뻔했다고!!!!!!
공이:너가 안 겪어봐서 그래
시발
이연우:화나게 하지마라
공이:내가 왜!
이연우:빨리 꺼져
나 집간다?
공이:알겠다고... 갈게, 갈게...
공이와 연우는 같이 교문 밖으로 무사히 통과합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공이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연우:(뭐냐...)
롱준:공이야!
연우가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면, 조금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같은 교복을 입은 누군가가 반가운 표정으로 공이에게 달려옵니다.
…공이요? 방금 유령의 이름을 불렀나요?
아니, 그가 달려온 곳은 연우의 앞입니다.
그리곤 굉장히 친한 척, 연우의 어깨를 툭 치며 이야기합니다.
이연우:(???)
롱준:공이야, 뭐 하다 지금 집 가냐?
똥이라도 푸짐하게 쌌어?
이연우:씨발
너 누군데?????????????
싸우자는건가?
내가 아직 미쳐있는 건가?
연우가 롱준에게 무어라 반응하자, 롱준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하며 '잘못 봤다, 미안'이라는 한마디만을 남기고 급히 어딘가로 뛰어갑니다.
뛰어가면서도 의아한 듯 잠깐 뒤를 돌아보는데, 역시 착각한 게 민망했던 건지 금세 시야에서 사라져버립니다.
이연우:뭔데...
공이:그러게... 뭐지?
이연우:너는 쟤 몰라?
너 이름 부르던데..
왜 나를 너로 착각한 거야...씨발 기분 더럽네.
공이:응, 누군지 모르겠어... 처음 보는 사람인데?
진짜 이상하다.
쟤 눈이 삐었나봐
이연우:그건 ㅇㅈ
그건 그렇고... 뭐 아까 기린마냥 목 긴 애가 말건 거는 빼고 이상없네.
나 이제 집간다. 너도 이제 꺼져...
공이:(못 들은 척)
…이상한 눈을 보질 않나, 유령의 이름을 듣질 않나.
오늘따라 정말 기분 나쁜 일들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공이의 부탁도 들어줬으니, 더 이상한 일에 엮이기 전에 얌전히 집에 돌아가 쉬는 편이 날 것 같은데.
이연우:(똥씹은 기분이다...)
공이를 한 번 쳐다보면 뭐라 형언하기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학교를 빠져나와 얼떨떨하기라도 한 걸까요?
이연우:야..
나 진짜 간다?
얼빠진 표정하지말고
학교에서 좀 떠나
공이:어... 어 그래...
버스 정류장
연우가 타야 할 버스는 168번으로, 교문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정류장이 보입니다.
조금 전 버스가 떠난 탓에 정류장은 텅 빈 상태로, 전광판은 5분 후 버스 도착을 안내하며 빨간 불빛을 깜빡입니다.
연우가 정류장으로 향한다면 공이가 은근슬쩍 연우를 따라오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조금 더 간다면 그냥 기분 탓만은 아니었는지 공이는 진짜 연우를 따라오며 어딘가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이연우:?
(뭔데??)
왜 따라와?
공이: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잠깐 동네 구경이나 해보려고...
신경 쓰지마
뭐라 대꾸하기도 귀찮은 더운 여름입니다.
유령과 단둘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니, 만화인지 영화인지도 모를 기이한 풍경입니다.
유령도 더위를 타는 걸까요, 문득 그런 실없는 생각이 듭니다.
공이를 한 번 쳐다보면 딱히 더위를 타는 것 같진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요.
그런데, 전에도 이런 풍경을 눈에 담았던 적이 있던가요?
기이한 데자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꺼져버립니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버스 두 대 정도를 떠나보내고 나면 연우가 기다리고 있던 168번 버스가 정류장 근처로 느릿하게 다가옵니다.
낡은 버스라 그런지 차체가 멈추는 모습조차 요란하게도 보입니다.
연우가 버스에 올라탄다면 공이 역시 징글징글하게도, 버스에 따라서 올라탑니다.
연우는 <행운>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행운
기준치:85/42/17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앉을만한 딱 한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보통은 만석인데, 오늘은 운이 좋네요.
어디든 연우가 자리를 잡는다면 버스는 덜컹거리며 출발합니다.
공이는 어색하게 연우의 주변에 서서 창밖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피곤한 일도 많았고, 해가 큰 건물들을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에 연우는 조금 나른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
...
서서히 졸음이 쏟아져 눈이 감깁니다.
좁아진 시야 틈 사이로 보이는 공이의 얼굴이 노을 진 햇빛을 투과해 투명하게 일렁입니다.
연우는 <정신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56
판정결과:보통 성공
연우는 정신력이 2 감소합니다.
익숙해지지 않는 메스꺼운 감각이 목을 타고 올라옵니다.
연우는 눈앞에 일렁이는 이 기묘한 감각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아, 그래요. 나는 어디선가 당신의 얼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왜 이런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우리가 아는 사이였던가요?
그때, 연우의 몸이 급격한 반동에 의해 앞으로 쏠립니다.
몸에 가해지는 큰 충격으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조금 늦게 인식하게 됩니다.
연우는 <민첩>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민첩
기준치:70/35/14
굴림:88
판정결과:실패
버스의 급정거입니다.
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질 뻔했지만,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연우의 팔을 세게 붙든 덕분에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공이일까요?
잡힌 팔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옆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사라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버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공이조차 말이에요.
주변이 온통 새까맣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버스의 창밖이 온통 새까맣습니다.
이것은 평소에 볼 수 있던 밤의 어둠과는 조금 다릅니다.
'무언가'가 버스의 외벽을 덮고 있습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공이는? 그리고 …저건 대체 뭐죠?
연우는 <듣기>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듣기
기준치:75/37/15
굴림:85
판정결과:실패
어딘가에서 무너져가는 노이즈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버스 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에요.
아마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문틈, 창문의 틈, 바닥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검은 무언가가 연우의 발목을 세게 붙듭니다.
그것들은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불경한 소리를 내며 분열의 분열을 거듭하고, 증식하며, 연우를 빠르게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연우는 <이성>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SAN Roll
기준치:68/34/13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시발..
1d3을 굴려주세요
이연우:
rolling 1d3
(
2
)
=
2
연우는 이성 2 감소합니다.
[ 복도 ]
연우가 눈을 뜨면 가까운 거리에서 공이의 얼굴이 보입니다.
연우는 <관찰력> 판정을 합니다!
이연우: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79
판정결과:보통 성공
(뭔데?)
공이가 입은 교복이 어딘가 새것 같다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명찰에 새겨진 공이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우는 이어서 <지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98
판정결과:실패
연우는 ……. 왜 여기 있는 걸까요.
우리는 복도에 서 있습니다.
교실 안에서는 선생님의 목소리와 학생들이 의미없이 의자를 끄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옵니다.
지금은 여전히 수업 시간입니다.
여전히라는 표현이 어울릴까요? 정정하자면, 지금은 다시 수업 시간입니다.
공이:난 그냥 이 학교 지박령이야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학교 교문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너 이 학교에 오컬트부 있는 거 알아?
눈 앞의 공이는 고작 몇 시간 전에 연우에게 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읊어냅니다.
이연우:??????
그런데, 마냥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만 같았던 공이의 표정이 천천히 어두워집니다.
곧 낙심한 기색까지 보이더니,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깊은 한숨을 푹 내쉽니다.
잘만 말하고 있다가 뜬금없이 말이에요.
공이는 전에 하지 않았던 혼잣말을 합니다.
공이:아니, 왜 또 여기야...
결국엔 어딘가 체념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연우:아니, 야.
진짜 뭐지...
너 나랑 버스타고 있었잖아?
근데 왜 여기있어 우리.
공이는 정말 귀찮은 얼굴로 대답합니다.
공이:무리하게 나가면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고 말했잖아...
아.
안 했었나?
이연우:죽을래?
아니..
이미죽었지.
공이:어이없어...
...적어도 이번엔 성공한 줄 알았는데.
이연우:너...그럼 아까... 주문으로 해방된 게 아니였어?
임의로 끊어낸다고는 했지만..
개짜증나네.
공이:흐음...
이연우:솔직히 난 해줄 거 다 해줬다.
이번엔 이라고 한 거면
이런 상황이 예전에도 있었나 본데..
난..
빠진다.
난 이미 도와줬다고?
공이:(연우를 빤히 쳐다본다)
나가는 건 포기하고 학교에서 안전하게 지낼 방법이나 찾아야겠다..
이연우:그래, 그게 제일 현명하지.
알아서 조심해~ 난 모른다.
아는 척하지말고?
귀찮게도 굴지말고..
알아서 있어.
공이:잠깐, 나 도와줄 순 없어?
이연우:내가 왜?
이미 도와줬잖아.
솔직히 지금 좀 미치겠거든?
기껏... 모르는 유령도와줬더니. 알 수 없는 상황이벌어졌잖아.
우리 시간을 되돌아 온 거야? 뭐야?
난 지금도 혼란스러운데... 그만 귀찮게 굴어
공이는 다시 한번 연우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번엔 왜, 고작 몇 시간 전에 스치듯 이야기했던 그거 있잖아요.
오컬트 부의 부장이 공이를 제령 하기 위해 학교 곳곳에 트랩처럼 제령술을 걸어두었다는 이야기.
그걸 함께 제거해달라는 부탁입니다.
혼자서는 힘들다나 뭐라나, 아무튼 여러 가지를 덧붙이면서요.
공이:제발~ 나 혼자하다간 죽을지도 몰라
이연우:하아...........................................(죽일까?아니 이미 죽은 애잖아... 이건 저주다.)
아니, 나는 아는 게 없는데 뭘 어떻게 도우라고?
공이:내가 부탁하는 것만 도와주면 돼
이연우:내가 널 도와야하는 이유가 없잖아.
그치만 내가 또 안 도와주면 귀찮게 굴겠지?
차라리 날 죽여라.
공이:죽는 것보다 날 도와주는 게 편하지 않냐?
이연우:둘 다 싫거든...
시발...
짜증나네..
그래. 학교에 위험한 게 몇 개나 설치되어 있는데?
공이:와 (급화색)
도와주겠다는 거지?
음... 아마 두 개정도?
이연우:두 개?
두 개면 금방이겠네.
그래..
공이:하하!
그래!
연우가 부탁을 수락하면 공이가 처음으로 연우를 데려가는 곳은 음악실입니다.
여기에 대체 뭐가 있다는 걸까요? 별다른 기척이나 기운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연우가 음악실 내부를 제대로 둘러보기도 전, 공이는 뜬금없이 피아노 앞으로 걸어가 건반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딱히 연주하는 건 아니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긴 한데…빤히 쳐다보고 있어도 피아노 자체에서는 별 느낌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거에요, 연우처럼 공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어딘가에서 느껴진다는 겁니다.
심지어 하나가 아닙니다. 대여섯 개는 되는 시선이 공이에게로 꽂히는 게 느껴집니다.
공이:저거 봐
공이는 칠판의 위를 가리킵니다.
연우가 그곳을 쳐다보면, 칠판의 위에 고전 음악가의 초상화가 두 점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연우는 <교육>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교육
기준치:50/25/10
굴림:51
판정결과:실패
연우는 칠판 위의 바흐(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초상화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의 초상화는 누군지 못 알아보겠네요.
이연우:초상화가 어때서?
공이:눈을 잘 봐봐.
그런데, 프린팅된 초상화니까 원래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들의 시선은 정확히 왼쪽 아래에 위치한 공이에게 꽂혀있습니다.
칠판 위의 초상화뿐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면 벽면에 걸린 네 점의 초상화 역시 전부 공이를 향해있습니다.
이연우:...
뭐냐?
연우는 <이성>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SAN Roll
기준치:66/33/13
굴림:3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공이:저거 밤마다 밖으로 나와서 나 쫓아다니더라
밖으로 나온다니…그림이 액자 밖으로요?
제령'술'치고 꽤 물리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같은 유령끼리면 좀 친하게 지낼 것이지, 공이는 연신 투덜거리며 연우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전달합니다.
공이:음악실 안에 분명 쟤네 형체가 밤마다 액자 밖으로 튀어나오게 하는 주문이 있을 거야
그걸 무작정 찾으려고 하면 액자 안에서 그 형체가 튀어나와서 저지하려고 하더라
근데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피아노 쪽으로 쟤네 시선을 끌 수 있으니까 그동안 주문 좀 나 대신 찾아줘
이연우:어..
그래.
여기 다 뒤져보면 되나?
공이:무작정 뒤지진 말고
뭔가 단서 같은 게 있을지도 몰라
잘 찾아봐
이연우:그래그래
(그냥 오컬트부에 찾아가는 게 낫지 않나...)
공이:일단 난 쟤네 좀 어떻게 하고 있을게
이연우:그래라.,,
책상부터 볼까...
공이는 주의를 끌기 위해 피아노를 치기 시작합니다.
피아노를 쳐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꽤나 능숙하게 연주합니다.
연우는 [피아노/칠판/벽면의 초상화/책상] 을 조사해 볼 수 있습니다.
연우가 책상으로 가면 가로로 긴 목재책상으로, 한 책상당 의자가 5개 정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연우:오...
책상 이거 다 보면 되나.
(칠판에 뭐가 적혀져있나 함 보자...)
역시 교실이면. 칠판이지...
수업 이후 칠판을 제대로 지우지 않았는지, 필기체로 쓰여있는 글은 대부분 흐릿하게 남아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이연우:하...나 음악싫읃네
이걸로 초상화 구분하면 되나.
연우는 [피아노/벽면의 초상화/책상] 을 조사해 볼 수 있습니다.
이연우:(피아노를 조사합니다...)
연우는 피아노 근처로 다가갑니다.
<관찰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42
판정결과:보통 성공
공이가 치고 있는 피아노 근처에서 피아노 아래에 떨어져 있는 포스트잇 메모를 발견합니다.
메모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악보가 있는 위치에'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이연우:(쟤는 이런 포스트잇발견도 못햇나?)
악보가 있는 위치?
(초상화 함 살펴봅니다)
연우는 벽면의 초상화 쪽으로 갑니다.
<교육>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교육
기준치:50/25/10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앞문-뒷문 순으로 쇼팽, 브람스, ???, 베토벤의 초상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연우:이제 초상화 2명남았다...
세 번째 초상화는 교육판정의 여부와는 관련 없이 누구를 그린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런 게, 그림자처럼 검은 형체에 눈만 백색으로 칠해진 이상한 초상화니까요.
음악실에 원래부터 저런 괴기한 초상화가 붙어있었나요?
이연우:...? 저 초상화 왜저래...
연우는 이제 [책상]을 조사해 볼 수 있습니다.
이연우:책상... 보러가자
가로로 긴 목재책상으로, 한 책상당 의자가 5개 정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연우:음,,,
연우가 창가 쪽 첫 번째 책상을 조사하자 세 번째 초상화에서 끼긱, 하고 뭔가가 긁히는 소리가 납니다.
이연우:?
아무래도 틀린 듯 합니다.
다른 초상화는 전부 공이를 쳐다보고 있지만 검은 초상화만은 명백히 연우에게로 고개를 돌리며…형체가 점점 액자 밖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남은 횟수는 2번입니다.
이연우:마지막 책상 볼까~^^...;;;
연우는 창가 쪽 네 번째 책상을 조사합니다.
책상 밑을 만져본다거나 고개를 숙여서 본다면, 책상 밑에 직사각형의 종이가 지저분하게 붙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면밀하게 쳐다본다면 종이 안에는 빨간 글씨로 한자가 기묘하게 쓰여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연우:미친..
뭐야
연우는 <오컬트>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저주종이인가?
오컬트
기준치:6/3/1
굴림:53
판정결과:실패
연우는 부적을 닮은 거 같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주문이기에 부적을 찢기만 하면 초상화에 걸려있던 주문들은 전부 풀립니다.
연우는 부적을 찢어버릴까요?
이연우:(김치찢듯이 쫙쫙 갈겨찢으며)
연우는 <정신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정신
기준치:68/34/13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감소 없습니다.
연우가 부적을 찢자 초상화들의 시선도 정면으로 돌아가고, 액자 밖으로 스멀스멀 기어 나오던 검은 형체 역시 사라집니다.
공이:와!
성공했네
(연주를 멈추고 일어난다)
고생했어
이제 나가자
이렇게 음악실에서 한바탕 소란을 떨고 나오면 공이는 굉장히 만족한 얼굴로, 두 사람이 다음으로 가야 할 행선지를 말합니다.
공이:다음은 컴퓨터실…아.
아니, 말을 하려고는 했는데 끝까지 잇지 못하고 표정이 굳습니다.
시선이 앞에 고정된 걸 보면 무언가를 보고 저러는 것 같은데, 연우가 주변을 돌아보면 이번에도 딱히 특별한 무언가는 없습니다.
그냥 여러 특별실과 동아리 부실들이 있는 빈 복도인데 뭘 보고 저러는 건지….
공이는 갑자기 '잠깐 다른 데에 볼 일이 있어서, 컴퓨터실은 부탁할게' 라는 말만 남기고 벽을 통과해서 어디론가 빠르게 사라져 버립니다.
이연우:?
야!!!!!!!!!!!!
이번엔 또 무슨 일일까요.
이연우:미친..
지가 해달라했으면서
날 버리고 가??????
연우는 결국 혼자서 화가 잔뜩난 채로 컴퓨터실로 이동합니다...
이연우:(공이가 돌아오면.... 김치마냥 찢어버릴 것이다...)
[ 컴퓨터실 ]
공이가 말한 의문의 컴퓨터실입니다.
앞문은 교사용 전자록으로 잠겨있고, 연우는 열려있는 뒷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밖에서 컴퓨터실 내부를 살펴본다면 전등은 꺼져있지만, 창문의 블라인드가 전부 걷혀있어 밝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도 뭔가 찾으려면 아무래도 전등을 켜는 게 낫겠죠. 전등 스위치는 앞쪽 벽에 있습니다.
그러나 연우가 컴퓨터실 안으로 완전히 몸을 옮기면, 뒷문은 쾅!!! 하고 세게 닫힌 채 열리지 않습니다.
문고리를 잡고 돌려도 역시 돌아가지 않네요.
이 문…안에서 잠그는 구조인데 말이에요.
환하게 걷혀있던 창문의 블라인드 역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부 쳐져, 컴퓨터실 내부는 삽시간에 어두워집니다.
블라인드 역시 다시 걷어보려고 해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연우는 이 어두운 컴퓨터실 안에 홀로 갇히게 됩니다.
…정말 홀로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연우는 <이성>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SAN Roll
기준치:66/33/13
굴림:60
판정결과:보통 성공
시ㅏㅂㄹ
시발롬들아
나한테 왜이래
유령새끼들은 다 지긋지긋해........아아아아아악 ㅠ ..
이성 감소 없습니다.
연우가 컴퓨터실에 갇히기 무섭게, 꺼진 모니터들이 갑자기 불규칙적으로 켜지기 시작합니다.
연속적으로 울려 퍼지는 기계음이 어딘가 괴랄하게도 들립니다.
앞면의 커다란 스크린 역시 갑자기 밝은 빛을 내며, 화면 위로 어떠한 문자가 떠오릅니다.
이연우:(개시끄러워;;)
시발... 개무섭게 ..존나짱나...
핸드아웃 확인.
q l 3 H
ql3H ? 저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기도 전, 스크린 위의 커다란 스피커에서는 맑은 소녀의 음성이 출력됩니다.
" 이 거울 속에 방이 보이지? 물건들이 거꾸로 놓여 있을 뿐, 여기랑 똑같은 방이야.
……하지만 그것도 흉내만 낸 것일 수도 있어. 왜, 내가 왼손을 들면 거울 속 나는 오른손을 들잖아. "
이연우:H가써져잇는 컴퓨터에 갑니다
모니터에는 A부터 X까지 라벨링 되어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H번의 컴퓨터만 비밀번호가 걸려있지 않고, 바탕화면에 눈에 띄는 메모장 폴더가 있습니다.
H를 제외한 A~X의 컴퓨터를 만져볼 경우 전부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조작할 수 없습니다.
H 컴퓨터의 메모장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이제 이 컴퓨터에서 더 조사할 건 없을 거 같습니다. 다른 컴퓨터를 조사해봅시다.
이연우:E가써져있는컴퓨터로 갑니다
E번 컴퓨터로 가면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조작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비밀번호를 입력해야할 듯 합니다.
이연우:CB를... 적어봅니다...
' CB '를 E번 컴퓨터의 비밀번호 입력창에 입력할 경우 E번 컴퓨터의 잠금이 풀립니다.
마찬가지로 E번 컴퓨터의 바탕화면에도 역시 메모장이 있고, 메모장 안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이연우:L 컴퓨터로 이동합니다
아니지..
자만용
I컴퓨터로 갑니다
L컴퓨터로 갑니다..
왔다리 갔다리 왔다리 갔다리
이연우:그치만? 소문자를 섞어둔 네 컴퓨터 잘못이다 아앙???????
연우는 갑자기 미친놈마냥 혼잣말을 합니다.
이연우:똥도 미친놈마냥 푸짐하게 쌉니다
어디선가 연우의 똥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속이 매스껍네요.
이연우:소문자랑 대문자 섞어쓰는 게 아주 그냥 츠츠같네요:)
fUCk yOu
연우는 L번 컴퓨터로 이동합니다.
이연우:헉헉..
OA를 칩니다
이 OM을 L번 컴퓨터에 입력하면 L번 컴퓨터 역시 잠금이 해제됩니다.
이연우:p컴퓨터로가빈다
연우는 P번 컴퓨터로 이동합니다.
이연우:om을 적습니다
L번의 컴퓨터를 잠금 해제 시 메모장을 다시 확인 해봅시다.
이연우:MC...?
방금 연우가 넣은 P번 컴퓨터에 입력한 OM은 틀린 비밀번호 입니다.
이연우:뭐야!!!!!!!!!!!!!
MC로
고쳐씁니다
' MC '를 P번 컴퓨터에 입력하면 P번 컴퓨터 역시 잠금이 해제됩니다.
H부터 P컴퓨터까지, 이어지는 비밀번호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P컴퓨터까지 해제할 경우 P컴퓨터의 바탕화면에도 메모장이 있지만, 내용은 보지 않아도 무관합니다.
왜냐면 비밀번호를 입력한 순간 앞문의 도어락이 자동으로 열리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연우가 열린 앞문으로 나려고 한다면, 나가기 직전 <듣기> 판정을 합니다.
이연우:
듣기
기준치:75/37/15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컴퓨터실의 안, 어떠한 모니터에서 노이즈 낀 무너져가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 …돌아가자.
그러나 어딜 살펴보아도, 어디에 귀를 기울여도 이 이상은 들리지 않습니다.
컴퓨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전부 꺼져버렸는데, 대체 어디에서 소리가 들려온 걸까요.
이연우:...
곱씹어보면 비밀번호만 해제했을 뿐 딱히 주문에 관련한 특징적인 것을 찾지 못하긴 했습니다.
이연우:뭐야
결국...갇히기만 하고 얻은 게 없잖아.
아직 컴퓨터실에 유령이라도 남아있는 걸까요.
근데, 아니, 애초에 컴퓨터실에서 뭘 해야 하는지 공이에게서 들은 것이 없는 연우입니다.
컴퓨터실은 내버려두고 우선 공이를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연우:하아... 이 새끼는 어디로 간 거지...
말을 좀 하고 가던가,,,
연우는 다시 앞문으로 나갑니다.
연우가 다시 복도로 나오면…이제 공이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음악실, 방금의 컴퓨터실, 여러 동아리 부실, 등등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공이가 오컬트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보는 게 좋을 수도 있겠네요.
오컬트부의 부실은 그것의 아이덴티티를 증명이라도 하듯 밖에서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귀신이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연우가 부실 가까이 가면, 열린 문틈 사이로 뼈마디가 돋보이는 가는 팔이 튀어나와 연우의 팔목을 세게 붙잡습니다.
이연우:시발!!!!!!!!!!
??? : 너, 악귀, 악귀에 씌였어. 악귀라구. 그건 악귀야!!
이연우:뭐야????????????????
뭐라는 거야!(미쳣나봐;)
팔의 주인은 문의 안쪽으로 연우를 끌어당기며, 음침하고도 불길한 이야기를 반복해 중얼거립니다.
연우는 <이성>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SAN Roll
기준치:66/33/13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연우 이성 감소 없습니다.
연우는 이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선 <근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근력
기준치:50/25/10
굴림:76
판정결과:실패
(미친;;;)
나현아:
근력
기준치:30/15/6
굴림:71
판정결과:실패
<근력> 대항판정을 다시 해주세요!
이연우:
근력
기준치:50/25/10
굴림:60
판정결과:실패
나현아:
근력
기준치:30/15/6
굴림: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연우:아니.. 시발 팔 아프게 뭐하는...
연우는 힘 없이 부실의 안쪽으로 질질 끌려갑니다.
이연우:(시발....)
정리되지 않은 검은색 지저분한 곱슬머리. 다크서클, 음산한 분위기. 연우는 이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분명 같은 반인데, 명찰을 살펴보면 이름은 '나현아'라고 적혀있습니다.
설마 공이가 말했던 그 오컬트 부의 부장일까요?
나현아는 시종일관 호들갑을 떨며, 연우에게 '네가 반드시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살고 싶으면 당장 악귀를 제령해라.' 라고 말합니다.
이연우:무슨 미친 소리야...!
악귀들린 건 너 같은데... (하아...)
[ 오컬트부 부실 ]
부실 안은 암막 커튼이 쳐져 있어 아까의 컴퓨터실만큼 어둡지만, 해골모양의 빛나는 장식품들과 작은 스탠드등을 곳곳에 배치해두어 전체적으로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대비가 크다는 인상입니다.
부실의 중간에는 검은 천으로 덮인 책상과, 그 위에 놓인 보라색 투명구슬이 두 사람을 비추며 빛나고 있습니다.
연우는 오컬트 부실에 들어오자마자 나현아에게 이상한 소릴 잔뜩 듣게 되어 조금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나현아:너!!!! 곧 먹힐 거야. 악귀한테! 살고 싶으면 당장 제령해!!
나현아는 연우를 투명구슬 앞에 앉혀두며 꽤나 흉흉한 표정으로 이야기합니다.
악귀가 누구냐 묻는다면 당연히, '연우 옆에 따라다니는 그것'이라 얘기합니다.
나현아는 가방에서 두툼한 책을 한 권 꺼내 탐사자 앞에 펼쳐놓습니다.
근데 이 책 표지가 어딘가 익숙한 것 같은데…
핸드아웃 확인.
나현아는 연우가 읽어내려가는 페이지를 한 줄 한 줄 짚어가며 '악귀에게 제령을 하라'고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나현아:교실로 가. 교실에 있어, 내 주술책이랑 거울.
그걸로 악귀를 제령해! 제령하지 않으면 너는 곧 먹혀!
같은 반이니 교실이라고 하면 1학년 1반이겠지요.
이연우:아니...
갑자기 이렇게 말해도... 난 모르겠다고.
나현아:네 옆에 따라다니는 그거!!! 악귀라고!
내가 그 악귀를 제령하려고 학교에 트릭을 설치 해놓은 거야!
이연우:그 새끼 말하는 건가?..
아니, 그것보다 너가 설치해둔 트릭 때문에 나도 위험했던 거 같은데.
그 말도 안 듣는 지박령이 악령이라고?
나현아:그래, 당장 제령해버리지 않으면 너가 큰일나.
어서 교실로 가!
이연우:하,,,,,,,,
왜 전부 나를 가만히 못 두는 거야?
좀 이해가 되게 설명할 수 없는 거야? 나도 궁금한 게 많다고...
나현아:그 악귀가 내 부실에 와서 난리를 쳤어!
당장 제령해버려야 해!!
이연우:아니, 난리쳤다고?
나현아:그 놈은 형체가 없어서 더 무섭다고!!!
이연우:그 새끼,,, 뭐냐.
.... 일단 교실 다녀올테니까 좀 진정해봐. 나도 혼란스러우니까.
나현아:그래, 그래. 빨리 가. 교실에 가서 당장 그 악귀를 제령해. (연우의 등을 밀어 부실 밖으로 내보낸다)
그 놈 반드시 네가 있는 곳에 다시 나타날 테니, 미리 준비해둬.
연우는 나현아에게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교실로 향하게 됩니다.
[ 교실, 1-1 ]
매미 우는 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창 너머의 운동장에는 뒤늦게 하교하는 몇몇 학생들과 운동장을 뛰는 야구부 부원들이 보입니다.
연우는 다시 1학년 1반 교실에 돌아왔습니다.
나현아가 말한 제령에 사용되는 물건들은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교실에 무언가 찾아볼 만한 곳이라고 해도…
[교탁/사물함/책상] 뿐인 것 같습니다.
이연우:...걔 사물함에 있으려나.
(사물함을 조사합니다)
연우는 사물함으로 향합니다.
연우는 분명 자신의 이름이 붙어있었던 사물함의 이름표가 공이의 이름으로 변해버린 것을 눈치챕니다.
나현아의 사물함은 상당히 알아보기 쉬운 편입니다.
딱 봐도 오컬트 느낌이 나는 여러 스티커가 한 사물함에 붙여져 있습니다.
나현아의 사물함을 열어본다면, 한 손에 들어올 것 같은 작은 손거울을 발견합니다.
이걸 사용하라고 했었죠?
이연우:(사물함이름이... 그 새끼 이름으로 바뀌어있네.)
어떻게 쓰는건데 이건..
이제 연우는 [교탁/책상]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이연우:교탁으로 갑니다
연우는 교탁으로 향합니다.
위에는 출석부가 놓여 있습니다.
그밖에는 특별한 건 보이지 않습니다.
연우가 출석부를 열어보자,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있어야 할 출석부에서 공이의 사진과 이름을 발견하게 됩니다.
존재가 먹힌다는 게 역시 이런 의미일까요.
이연우:와...진짜냐...ㅋ
연우는마지막으로 [책상]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이연우:책상으로 갑니다..
처음보는 새끼한테... 먹히고 있었다니...ㅋ
내 인생도 참 지랄맞네..
연우는 책상 근처로 향합니다.
나현아의 책상 역시…상당히 알아보기 쉽습니다.
이것저것 이상한 주문들을 다채로운 색깔로 책상 위에 낙서해뒀거든요.
아래의 책상서랍을 살펴본다면, 연우는 또 어딘가 익숙한 표지의 책을 한 권 찾습니다.
제목은 <오컬트 주문의 시전법 -2> 입니다.
연우는 <자료조사>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자료조사
기준치:70/35/14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연우는 1d15를 굴려주세요.
이연우:
rolling 1d15
(
14
)
=
14
연우는 리얼타임 14분의 시간을 소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컬트 책을 읽게 됩니다.
연우는 1d3을 굴려주세요.
이연우:
rolling 1d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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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책을 다 읽게 된 후엔 오컬트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연우는 멍청하게 책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나현아가 알려준 두 가지의 주문을 찾고 있습니다.
이연우:아,,,,,,
언제 찾아 이렇게..
왤케 나 멍청하냐...
종달새 (GM):멍-청- 멍-청-
어디선가 종달새가 울부짖습니다.
연우는 힘들게 책을 하나하나 넘기다가 드디어 나현아가 설명했던 두 가지의 주문을 찾아냅니다.
연우가 해냈네요
핸드아웃 확인.
이연우:....
드디어 찾았다.
"그거 나한테 쓰려고?"
연우가 책을 펴 주문에 관해 읽고 있으면 누군가가 연우의 옆에 끼어듭니다.
볼 것도 없이 공이입니다.
공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연우를 흘깃 쳐다봅니다.
공이:지금껏 같이 다닌 정이 있지.
이연우:(시발..깜짝이야)
공이:(연우가 들고 있는 책을 덮어버린다)
이연우:야.
왜 덮어?
너를 안 쫓아내면 내가 죽을텐데.
시발... 호구같이 나 끌고 개고생시키니까 꼴 보기 좋았냐?
몇 시간도 안 지난 초면인 새끼한테 호구처럼 질질 끌려다니다가 지금 몸까지 빼앗기게 생겼는데 너같으면 안 죽이겠냐고
아 짜증나...
이연우:시발... 멍청하게 속아서 편했겠네.
공이:무슨 소리야?
일단 진정 좀 해봐.
이연우:뭘 진정해봐야. 다 알게 됐는데 끝까지 속이려고?
내가 그 정도로 멍청한 새끼인 거 같아?
끝까지 개호구취급받네 ㅋㅋ 아...
난 씨발... 여태까지 ... 뭐한 거냐고.
공이:너가 무슨 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어
왜 그래?
나 되게 뜬금없는데 기억났어... 내가 여기서 나가려고 했던 이유.
공이는 주문이 적힌 책을 경계하는 듯 몸을 뒤로 뺐다가, 무언가 고민하는 얼굴로 연우와 시선을 맞춥니다.
고작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을 뿐인데 왜 이토록 불안한 기시감이 드는 것일까요.
공이의 옆얼굴로 쏟아지는 노을 진 햇빛이 그것을 투과해 투명하게 일렁입니다.
자꾸만 밀려오는 이 기묘한 감각에 호흡이 멎을 것만 같습니다.
연우는 <정신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정신
기준치:68/34/13
굴림: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연우는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언젠가의 기억입니다.
흰 천장과 낡은 벽, 침대 하나 놓여있는 것 외에는 텅 빈 넓은 방.
연우는 침대 위에 앉아있고, 공이는 그런 연우를 옆에서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불편한 공기와 긴 적막이 감돕니다.
먼저 운을 뗀 건 누구였을까요, 두 사람 사이에 몇 번의 대화가 오갑니다.
너무도 정적이고, 우울하고,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는 공이의 시선을 당신은 끝끝내 피합니다.
"……그럼 내가 데리러 갈게."
공이의 마지막 말로 대화는 끝이 납니다.
이 기억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몽롱하고 불확실한 기억의 퍼즐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느낌입니다.
그런데도 확실한 것 하나는, 언젠가의 네가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한 것.
그리고…
"집에 돌아가자. 데리러 왔어."
네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것.
온종일 보고 들었던 '돌아가자'는 메세지입니다.
어디로? 왜?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뇌리에 감돕니다.
알고는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텅 빈 정보입니다.
누군가 억지로 삭제한 것만 같은 공간에서 연우자는 스스로 방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치익-
그런 빈 공간을 메꾸기라도 하듯, 노이즈 섞인 불쾌한 기계음이 직접적으로 연우의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뇌에 전극을 심어둔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토기를 간신히 눌러 담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노이즈가 멎습니다. 울렁거림과 메스꺼운 감각의 끝에, 탐사자는 몇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여기는 가상현실이고, 공이는 연우를 꺼내기 위해 이 가상현실에 함께 발을 들였다는 사실이요.
프로그램의 오류로 기억을 잃게 된 공이는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라는 사념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애초에 우리가 나가야 할 곳은 교문이 아닌 이 가상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앞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 세계에서 살아가거나, 아예 나가거나… 둘 중 하나인 거네요.
아마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버그라는 건,
연우는 <지능> 판정을 해주세요!
이연우: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31
판정결과:보통 성공
아마 이걸 의미하는 거겠죠, '돌아가야 할 곳' 말이에요.
차원을 넘어온 괴물은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갈 곳이 없는 악령이라면 누군가의 육신으로.
…우리는 우리가 원래 있던 곳으로.
이것은 우리가 현실로 송환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겐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돌아가야 할 온전한 장소인지는 불확실합니다.
그것은 연우 스스로 피하고자 했던 현실이고, 외면하고자 했던 장소니까요.
만약 돌아가 또다시 후회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 모든 것은 광기에서 비롯된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누군가의 장난일지도 모르죠.
연우는 이미 악귀에 씐 상태고, 정말 공이를 제령해야 모든 것이 끝나는 일이라면?
당신은 어쩌고 싶나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이는 연우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합니다.
이연우:......야
공이:왜?
이연우:지금 되게 혼란스러운데.
아니...
...
넌 나한테 제령당하기 싫지?
공이:당연한 거 아니야?!
이연우:하...
야, 돌아가자.
뭐... 후회는 할 거 같은데...
후회해도 나만 후회하겠지.
공이:제령 안 하는 거냐?
이연우:널 왜 제령해.
당하고 싶냐?
공이:의리는 있는 놈이네...
아니요...
이연우:깝치지말고 가만히 있어
(둘에게 송환 주문을 쓴다)
END 1.
▶두 사람 다 송환주문을 쓴다
- 접속이 해제되었습니다.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를 이명이 메웁니다.
연우가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물때가 낀 천장과 페인트칠이 대부분 벗겨진 벽, 그리고 주위를 가득 채운 기계장치입니다.
꿈꾸는 내내 지겹게도 들었던 매미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세상의 밖은 어떤 풍경일까요.
창문 밖을 쳐다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연우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것.
잊고 싶었던 현실.
가상으로 도망치고자 했었던 이유가 보입니다.
멸망이에요.
무너진 건물, 폐허, 그것들의 잔재.
그 위로 부유하는 먼지, 쏟아지는 빛의 조각.
아름다울 정도로 덧없는 세계의 멸망이 보입니다.
수십, 수백, 수천 년간 인류가 쌓아온 문명은 이렇게 단 한 줄로 정리되었습니다.
인류는 멸망했고,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인간이라곤 연우 당신과 공이, 단 두 사람뿐입니다.
홀린 듯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당신의 시야에 익숙한 인영이 들어옵니다.
이곳이 현실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듯, 창밖으로 내리쬐는 빛을 온몸으로 받고있어도 그의 몸은 투명하게 일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후회하게 될지라도 말이에요.
[ 공이 생환, 이연우 생환 ]


Happy

행복한 하루 되세요~ o((>ω<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