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AM설봄:머리털...? (필규의 이야기에 급하게 머리를 정리한다. 부스스해보이기 싫은 것일까...)
그러니까...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에서 이겼다구. 얼른 축하해줘!!
종이 날리기 대회라, 아까 기사에서 본 내용을 더듬어 봅니다.
아마 그 기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봄이였던 것 같군요.
공부에만 빠져 살지 않으면서도 제 뒤를 바짝 쫓아오는 봄이가 대견스럽…
잠시만. 이럴때가 아닙니다.
당신은 봄이와 데이트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니까요.
명심하세요. 당신의 목적은 봄이에게 고백하기! 니까요.
물론 그 충격으로 시험을 망치게 하려는 것이 더 주된 목적이지만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봄이가 환한 얼굴로 조잘거립니다.
3:06AM곽필규:아, 귀여웠는데. (아쉬움에 무심코 내뱉은 말. 저도 놀라 뒤늦게 입을 다물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부끄러운지 크흠, 괜히 목을 가다듬고 애써 태연한 척 이야기한다.)
오냐오냐, 축하해. 우리 언제 종이비행기 대회같은걸 했었냐??
3:10AM설봄:(귀엽다는 말을 듣자 어색한지 약간 어쩔 줄 몰라하며 눈을 굴린다.) 그... 그래?
(그가 축하해주자 신이난 듯) 헷... 다 이유가 있지!
우리 운동장으로 가자,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
당신은 햇살처럼 웃는 봄이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운동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그보다 당신, 할 말이 있지 않은가요?
지금이 기회입니다!
3:17AM곽필규:(우리는 옆으로 나란히 걸었다.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한여름은 해가 한없이 길어 낮이라는 것이 도통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툭, 괜히 굴러다니던 돌멩이를 차며 나는 네게 말을 걸었다. 불과 몇 분도 되지 않는 침묵이었지만, 꼭 한참만에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는 착각이 일었다.)
있잖냐, 설봄.
(괜히 아무런 무게감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 너 좋아해.
좋아해, 하고 목소리가 울림과 함께 머리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옵니다.
"셋! 둘! 하나!"
카운트 다운?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 할 겨를도 없이… 하늘로 형형색색의 종이비행기가 날아오릅니다.
푸른 하늘을 덮을 만치 몰려드는 종이 비행기는 무엇을 싣고 있는 것일까요.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들은 뒤뚱뒤뚱 중심을 잃으며 아래로 추락합니다.
잘 나르는가 싶던 비행기들조차 얼마 가지 않아 바닥으로 꽂힙니다.
후두둑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알록달록한 것들은 가히 아름답다 칭할 수 있었죠.
떨어지는 소리는 거세져 마치 비가 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고 봄이의 눈동자에서 떨어지는 것은…
어라?
봄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3:21AM설봄:미안해...
그리 말하는 목소리가 떨려옵니다.
듣는 제가 다 가여울 만큼 파들거리는, 나약한 목소리는 비행기의 소리에 묻히고 맙니다.
필규는 [듣기] 판정을 해주세요.
3:21AM곽필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3:22AM설봄:내가... 내가 잘못한거야?
이게 무슨 소리 일까요.
잘못이라뇨, 봄이에게 잘못은 없습니다.
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습니다.
마치 괴물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힘겹게 뒷걸음질 치는 봄이를 붙잡을 만큼 당신은 매몰차게 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머뭇 거리자 봄이는 수많은 눈물을 쏟아내며 달려갑니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비행기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쨌든, 성공인 것일까요.
하지만 울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자신이 고백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싫은 것인지, 당신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시선을 떨굽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샛노란색의 종이비행기 뿐입니다.
이 비행기들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당신은 목표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필규는 [관찰력] 판정을 해주세요.
3:25AM곽필규: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종이 비행기를 집어 듭니다.
그리고 펼쳐봅니다.
예쁜 노란색의 종이에는 '시험 화이팅! 너는 할 수 있을거야!' 라는 응원의 메세지가 적혀 있네요.
다른 종이비행기를 펼쳐 보아도, 끝없는 것들을 모두 펼쳐 보려 애써도, 그곳에는 사랑 가득한 응원으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 바보같기는.
봄이는 이렇게나 당신을 위하고 있었는데 당신은….
역시, 사과하러 가는 편이 좋겠죠.
이 바보같은 계획을 너에게 모두 털어놓고 용서를 구해야겠죠.
당신은 종이비행기 하나를 집어 들고는 봄이를 찾으러 걸음을 옮깁니다.
어디로 가는 편이 좋을까요.
갈 수 있는 곳은 [교실], [급식실] , [체육관], [학교 뒷편] 이 있습니다.
3:27AM곽필규:그래... 내가 쓰레기였네. (학교 뒷편으로 가본다.)
뒷편으로 걸어가는 길은 꽤나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학교 뒷편에는 [기숙사] 와 [분리수거장] 이 있네요.
3:28AM곽필규:(기숙사를 먼저 들여다본다.)
기숙사로 들어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건장한 사감 선생님이 기숙사를 지키고 있습니다.
봄이 또한 기숙사에 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을 살펴보는 게 좋겠어요.
3:30AM곽필규:(...없는 것 같은데, 일단 혹시 모르니까 온 김에 분리수거장도 보고갈까.)
분리수거장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정리정돈 되지 않은 캔들이 굴러다닙니다.
종이류에는 종이 비행기들이 잔뜩 쌓여있네요.
필규는 [관찰력] 판정을 해주세요.
3:30AM곽필규: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ㅆㅂ!!!!!!! 눈 마구 부빈다.)
필규는 눈을 마구 부빕니다.
다시 한 번 눈을 부릅 뜨고 쳐다봐봅시다.
3:31AM곽필규: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씨발,,떠먹여줘도,,쳐먹지를못해요,,,)
눈 앞이 흐릿한 필규...
종이 비행기들을 바라보니 모든 글씨체가 한 사람의 것으로 보입니다.
설마 저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쓴 것은 아니겠죠.
한눈에 보기에도 수십, 아니 수백개는 되어 보이는데… 아니, 이런걸 생각 할 때가 아닙니다.
이곳은 더이상 볼 것이 없어보입니다.
이제 남은 곳은 [교실], [급식실] , [체육관] 이 있습니다.
3:34AM곽필규:(아까 준비하다 남은 것인가보지. 교실로 걸음을 옮긴다.)
당신은 서둘러 교실로 걸음을 옮깁니다.
교실로 들어서면 당신과 봄이를 향해 비행기를 날려주었던 아이들이 영문을 모른체 서로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자하니 이 이벤트는 역시나 봄이가 준비한 것이었나 보네요.
그러나 주변을 살펴 보아도 이 이벤트를 준비해 준 봄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른 곳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3:36AM곽필규:(급식실로 가보자. 그 녀석은 외로워도 슬퍼도 밥먹을 녀석이니까.)
급식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난지 오래니까요.
아마 이곳을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유리창 너머로 급식실 안을 살펴 보아도 봄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또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3:39AM곽필규:(하아...작게 한숨을 쉬고 체육관으로 가본다. ...거기도 없으면 집이라도 간건가?)
체육관 안은 열기로 가득합니다. 삑삑거리는 바닥의 소리마저 뜨겁습니다.
오늘은 농구 시합을 했는지 바닥에 농구공이 놓여 있네요. 그 외에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당신은 힘없이 교실로 돌아옵니다.
봄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응원의 메세지가 담겨있는 이 종이비행기는 언제쯤 돌려줄 수 있을까요.
눈에 띄지 않으며… 가보지 않은곳… 어디가 있을까요?
필규는 [아이디어] 판정을 해주세요.
3:42AM곽필규:(화장실...은 너무 궁상맞고... 뭐, 옥상...에 있나?)
그러고 보니… 옥상이 남아있었네요!
당신은 서둘러 옥상으로 향합니다.
발걸음은 무겁고 숨은 차오릅니다.
이곳에도 없으면 어떡하죠.
그런 걱정도 잠시,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타고 흐른 땀줄기를 식혀 줍니다.
아주 미약하지만… 확실합니다.
빛이 느릿하게 들어오고 그곳에는 옥상문이 살짝 열려있네요.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날씨는 흐림
옥상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곳에는 봄이가 서 있습니다.
어쩐지 익숙한 장면이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봄이의 발 밑에는 예쁜 꽃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생생한, 방금 따온 것처럼 푸르른 꽃입니다.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향긋한 꽃향기가 풍겨 옵니다.
종이비행기와 흰 꽃, 그리고 여러 장의 편지들.
옥상에 저런 것이 놓여져 있을 이유는 없는데,
필규는 [아이디어] 판정을 해주세요.
3:48AM곽필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 꽃, 익숙합니다.
그럼요. 자주 보았던 꽃이니까요.
티비에서도, 그리고 꽃집에서도, 그리고 가장 많이 보이는 곳은 장례식장이죠.
바로 흰 국화입니다.
3:48AM곽필규:(국화...?)
3:50AM설봄:
필규야, 이 꽃. 기억나?
봄이가 국화 한 송이를 들어 올립니다.
그 꽃은 금방이라도 피어날듯 생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봄이의 손에서 시들어, 하늘로 흩어져 버립니다.
설봄은 전교 1등. 당신은 전교 2등입니다. 네? 무언가 이상한것 같다고요. 아니요. 이상한 것은 없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말이죠.
설봄은 곽필규의 동경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이었습니다. 물론 그를 티낼 수는 없었죠. 봄이와 필규는 연인 관계였으니까요. 하지만 주위의 압박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2등이라는 꼬리표, 낮아지는 자신감, 침체되는 성적과 끝없는 우울감… 어느 순간 그러한 것들이 필규를 잡아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은 늘 이야기 했습니다. 연애 때문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이죠. (혹은 친구들과 너무 어울려다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몰라요. 연애를 하게되면 소홀해 지는 부분이 분명 존재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라고는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규는 봄이를 증오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을 봄이에게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네가 1등이 아니었더라면, 너만 아니었더라면, 네가 없었더라면… 당신은 어쩌면 미쳐버렸을지도 몰라요.
당신은 옥상으로 그를 불렀습니다. 이벤트라는 명목하에 옥상에 올라온 그의 눈을 손으로 가리고,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며 난간 끝에 있는 그를 툭, 하고 밀어 버렸습니다. 그의 몸은 힘없이 낙하하고 낙하해… 펑! 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전교 1등은 바뀔 것입니다. 전교 1등인 봄이는 이제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습니다. 필규가 광기에 걸리게 한 장본인이자 봄이를 되살린 그분 말이죠. 그분의 힘으로 봄이는 되살아 났습니다. 봄이는 되살아 나고 세계관은 뒤틀려 버렸습니다. 그 여파로 필규는 모든 기억을 잃고, 봄이는 모든 기억을 가진채 전교 2등으로, 필규는 전교 1등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걸로… 괜찮은걸까요?
하지만 불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끔찍한 일을 저질렀음에도 필규의 광기는 끊기지 않았으니까요. 아주 미약한 광기가 어른어른 남았죠. 필규는 전교 2등이 된 봄이에게도 질투심을 느껴 봄이의 멘탈을 부수고자 합니다. 이 작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3:58AM설봄:네가... 이곳에서 날 밀었잖아, 그치?
전교 1등이었던 설봄과 그 뒤를 쫒던 곽필규.
4:00AM곽필규:...아, 씨발, 이게 무슨... 뭐? (떠올리고도 믿기지 않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오직 너를 눈에 담아 쳐다본다.)
당신을 나락으로 이끌어 내린 것은 다름 아닌 집착이었습니다.
끝없는 질투였습니다.
당신은 1등을 질투한 2등이었습니다.
자괴감에 빠져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바보였습니다.
당신이 그를 죽인겁니다.
이 옥상에서, 당신이 그를 밀었습니다.
종이비행기를 좋아하던 그는,
종이비행기처럼 하늘을 누비고 싶었던 그는,
못 다 피기도 전에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4:02AM설봄:너는 그리고… 다시 나를 망가트리려 하고 있어.
기억이 전부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무언가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그 모든 증오는 봄이에게 옮겨 갔고…
당신은 결국 봄이를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밀어버렸습니다.
그 추락 사고의 주인공은 봄이였어요.
그 범인은 당신이었어요.
당신은 그것도 모자라 다시 한번 봄이를 망가뜨리려 했던겁니다..
4:04AM설봄:...나는 이미 무너져 버렸어. 너의 두번째 배신으로 마음은 이미 엉망으로 변해버린거야.
이것은 모두 당신의 잘못입니다.
4:05AM설봄:...이제 끝이야. 목숨도 마음도 전부 버려졌으니...
그리고 봄이는 걸음을 옮깁니다.
한 발자국,
꽃이 바스라지고
한 발자국,
난간이 휘청입니다.
한 발자국,
그 끝에서 간신히 서있는 봄이는 웃으며 이야기 합니다.
위태로운 발걸음이 무너질듯, 아슬아슬하게 걸쳐있습니다.
4:06AM설봄:나를 위해 종이 비행기를 날려줄래?
남은 선택은 이것 뿐입니다. 당신은 봄이를 구할 수 없어요.
4:43AM곽필규:(애써 다시금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그의 꼴은 날개가 꺾여 추락하다 나뭇가지에 걸려 파드득 떠는 새와 닮았다. 어리석게도 재앙 속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가서 후회와 참회로 눈물을 떨구며 지나가버린 시간을 쥐려고 애써 손을 뻗는 무능력한 사람. 그것이 곽필규이고 절망한 미래이다. 더운 숨을 내뱉는 입은 말라있었다. 필규는 지나치도록 투명해 기분이 나쁠 정도인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다와 닮아있었다. 꺼져가는 생명을 겨우겨우 유지해가는 사람의 삶이란 결코 밝을 수 없다. 그것도 타인에 의해 연장되는 삶은 더더욱이다. 필규는 문득 물고기의 사인이 익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다른 물고기들이 들었다면 그의 부고를 비웃을까, 동정할까. 그녀는 삶에서 질식을 하고 있었다. 넘치도록 공중을 부유하는 맑은 산소를 마시면서 설봄은 질식을 했다. 내 탓이었다.
왜 그 때는 그토록 네가 밉고, 밉고,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을까? 그렇게 그는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칭송하는 악마와 닮아 있었다. 너는 사라졌지만, 사라졌고, 사라졌었지만, 종국엔 돌아왔다. 도망간 것이 무색하게 나의 시야 안에 도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나는 너를 증오하면서도, 너의 실종을 끔찍하게 바라면서도... 너와 나의 관계를 완벽히 끝내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지 못한들, 너도 똑같이 그러리라는 법이 있을까. 어디서 들었던가. 관계는 가장 화가 나고 고통스러울 때 혹은 가장 실망했을 때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고.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을 때 끝이 나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상대방으로부터 그 어떤 말도 더는 듣고 싶지 않을 때 말이다. 분명 내가 어찌할 여유도 없이 떠나버리겠지. 작별 인사를 하자. 마지막 사랑을 전하자. 그리하여 이번에는 네가 숨 쉴 수 있도록. 숨 쉬라고. 하늘에서 유영하는 종이비행기처럼.
마지막으로 손에 든 종이비행기를 네게 날렸다. 한 마디를 덧붙이며.)
미안했어, 역시 나 너를 사랑해.
(그리고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듯, 네 곁으로 날아갔다. 마침내 네 팔을 붙잡은 손이 볼품없이 떨려왔다. 그런데 말이야, 나는 더럽게 이기적이어서, 네 마지막 바람조차 들어주지 못해. 설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해.)
5:04AM곽필규:가지마... 내게 사라지라고 해도 좋으니까. 가지마.
당신은 봄이를 향해 달려갑니다.
봄이의 표정은 꽤나 당혹스러워 보이네요.
봄이는 기울어지고, 당신도 기울어집니다.
5:11AM설봄:필규... 필규야, 날 사랑해? 진짜로?
5:14AM곽필규:...사랑해. 감히 어딜 가려고? 사랑하니까, 가지마. 같이 있어.
5:29AM설봄:(온 힘을 다해 그를 끌어안는다. 봄이의 눈에선 눈물이 방울방울 하늘로 흩어지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행복해서 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이가 눈물을 흘려서 일까... 아니면 둘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돼서야 진정으로 사랑을 확인 받아서 일까.) 응, 나도. 나도 진짜 사랑해... 같이 멀리멀리 날아가자. (그의 볼에 입을 맞춘다.) 이제 더 이상 날 버리지 말아줘...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정의를 추구합니다.
아니,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모르죠.
―현재 시각 오전 11시 30분, 설봄, AOC 본부로 이동.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안전지대의 치안은 AOC가 담당합니다.
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날립니다.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예전 직장입니다.
몇 번의 추적자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9:38PM곽필규:...파트라슈, 나 춥다.
9:39PM설봄:(필규를 잠시 쳐다보더니) 끼잉... (따뜻해지라는 듯이 그를 안아준다. 별 효과는 없지만...)
9:40PM곽필규:호오호오... (손을 부는 듯한 제스쳐를 하더니 그녀가 안아주자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리 파트라슈 따뜻하네. (풉,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웃는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필규는 재차 묻는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각오는 됐냐?
9:46PM설봄:(필규가 쓰다듬어주자 같이 웃더니 그의 물음에 표정이 조금 굳는다.) 같이 돌아오겠다고 약속해요... 살겠다는 각오로 가야죠.
9:49PM곽필규:...(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거라 하였나.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필규는 결연한 표정으로 끝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같이, 라는 건 너도 반드시 돌아오겠다는거지? 약속 안지키면 새끼손가락 자를거야.
(그리 말하며 봄이의 손을 꼬옥 잡는다. 퍽 살벌한 말이었지만,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는 어조는 아니었다.) 자, 그럼 어디로 진입하는게 좋겠냐.
9:55PM설봄:당연하죠. 혼자서 남겨두는 일은 없을 거에요... (그가 잡은 손을 내려다보며 새끼손가락을 꼬물거린다.) 필규씨는 어디가 좋아요?
9:59PM곽필규:...오냐, (새끼손가락이 꼬물거리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지자 작게 큭큭 웃는다. 쫄기는.)
...AOC 본부 정문으로 들이닥치면 경비원은 피하더라도 곳곳에 숨은 CCTV까지 전부 피하긴 어렵겠지.
그게 싫으면 다른 루트로 잠입하는 것도 괜찮다. 내가 알아둔 길이 있으니까.
10:25PM설봄:정말요?! (갑자기 필규를 믿음직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반짝반짝!) 그럼 잠입할까요!!
길 안내는 필규가 앞장섭니다.
알려지지 않은 루트를 예전에 파악해뒀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었으니까요.
10:26PM곽필규:특별히 대단한 길은 아니지만, 허를 찌를 수는 있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우리한테는 그거면 충분해.
(그리곤 봄이를 돌아보더니 묻는다.)
기는 쪽이 좋냐, 나는 쪽이 좋냐?
10:28PM설봄:멋있당...
저요...? 전... 나는 거...?
10:29PM곽필규:(수상하게 씨익 웃는다.) 오냐, 나는 게 좋다고 했지?
AOC 본부 근처, 옆 건물로 올라선 뒤에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길이야말로 무식하고 저돌적인 침입의 극치라는 사실을요.
아무도 필규에게 인간은 날 수 없다고 가르쳐주지 않았던가요?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의심스러운 장치를 봄이의 조끼에 묶으며 필규는 당신을 안심시킵니다.
10:29PM곽필규:괜찮아, 아직은 1명밖에 안 떨어졌댄다.
그리곤 조용히 중얼거립니다.
10:30PM곽필규:...뭐, 실사용자는 3명이라고 들은 것 같긴 하지만.
태클을 걸 틈도 없이 필규는 봄이를 껴안고 뛰어내립니다.
어느새 반대편 건물에 고정해두었던 건지, 두 사람을 지탱한 와이어에 의지한 채 호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10:30PM설봄:(으아아아)
10:30PM곽필규:(ㅋㅋㅋㅋ)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에 걸쳐 건물 외벽을 밟고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아까보다 한층 더 날 선 겨울바람이 매몰차게 얼굴을 때립니다.
휘날리는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필규의 두 눈은 근래의 1년 중 제일 반짝이고 있습니다.
10:31PM곽필규:어쩌면 줄곧 이런 날이 다시 오길 기다렸는지도 모르지.
당신을 안은 채 옥상으로 일절 충격 없이 가볍게 착지한 그는 가볍게 덧붙입니다.
10:31PM곽필규:나쁜 사건이 아니라, 너랑 같이 싸우는 거. 싫진 않거든.
찡그리듯 웃으면서요.
허공으로 떠올랐다 가라앉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흐트러지며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필규는 봄이의 조끼에 걸린 와이어 고리를 풀어주곤 그대로 등을 돌립니다.
이곳은 AOC 건물의 옥상입니다.
10:32PM곽필규:자, 도착했다. 괜찮았지?
10:36PM설봄:(비틀거리며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신호정도는 주고 뛰어 내리라구요... (이런 것도 1년만이라 그런지 어쩐지 익숙한 듯 낯선 감각이다.)
10:40PM곽필규:참내... 고작 1년 지났다고 그딴 나약한 소리 뱉을래? 여태까지도 험한 일은 많았잖냐. 정신차려. (설봄의 등을 팡 친다.)
이제 최상층으로 가야해. 인질부터 구해봤자 그 망할 윗대가리 새끼들이 살아있는 한 이런 일은 반복해서 일어날테니까.
그 자식들부터 손봐주러 가야겠어.
10:43PM설봄:(필규가 등을 팡 치자, 눈을 크게 뜨고는 그를 바라본다. 봄이도 자신이 이런 나약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느낀걸까 제 볼을 양 볼을 짝짝 때린다.) 아주 끝장을 내주러 가요!!
10:45PM곽필규:...오냐. (양 볼을 때리는 모습이 조금 아파보였는지 뺨을 좀 쓰다듬어주고 길을 나선다.)
봄이와 필규가 최상층에 도달하면, 필규는 봄이를 뒤로 한 채 앞장섭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그저 돌입할 생각뿐이었는데, 소강당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그 안을 본다면….
...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분명 설봄과 곽필규가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은 전부 당신과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누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행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설봄, 관찰 판정.
10:47PM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바쁘게 눈을 움직이던 당신은 군인 중 한명이 딴짓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한 손을 뒤로 한 채 휴대폰으로 스도쿠를 하고 있네요.
과연 딴짓의 솜씨마저 최강입니다.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소장입니다.
10:48PM설봄: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10:49PM마이크로 웨이브: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소장은 연설하는 내내 어쩐지 자꾸만 땀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냅니다.
10:49PM마이크로 웨이브: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10:50PMAOC 대원: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일반 부대에게 맡기고 중심부로 전원 집합할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대규모 폭동이라도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마이크로는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또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10:50PM마이크로 웨이브: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AOC야말로 정의입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할 것을 명한 뒤 자리를 뜹니다.
소강당의 문이 열리기 전, 필규는 봄이를 잡아당겨 잠시 몸을 숨겼다 빠져나오는 군복 무리들 틈에 섞입니다.
낯선 얼굴도, 낯익은 얼굴도 보입니다.
필규는 봄이에게 낮게 속삭입니다.
10:52PM곽필규:작전을 변경한다. 역시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10:52PM설봄:(필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10:53PM곽필규:...이 기관의 윗대가리라는 새끼들은 어딘가 미쳐있어. 죽여버린다고 해도 분명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 그런 예감이 들어.
설봄 역시 이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야, 당신의 날카로운 감 역시 필규의 말에 동의하고 있으니까요.
10:53PM곽필규:인질을 찾자.
(명료한 목소리가 설봄을 이끈다.)
군복을 입고 온 게 답이었군. 이 건물 CCTV의 화질로는 우리의 얼굴을 구별할 수 없을테지.
10:54PM설봄:네...
봄이가 응한다면, 두 사람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입까지 올린 AOC 마스크 덕분에 설봄과 곽필규의 얼굴을 알아보는 대원들은 없습니다.
닮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금방 털어버리겠죠, 당신들은 대외적으로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현재 시각 오후 2시 45분, 설봄, AOC 최상층에 도달, 소강당의 집합을 목격.
10:56PMGM: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공되는 조사 시트는 4층 분량이므로, D36을 굴려 나오는 층수를 조사했을 때의 결과로 이동하거나, 혹은 순서대로 이동하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사 전, 설봄은 소장의 연설을 들은 대원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11:03PM설봄:(지나가는 대원을 붙잡고 말을 건다.) 저기... 오늘 소장님 상태가 좀 이상하시지 않았습니까?
설봄의 물음에, 각각의 대원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한 바에 따른 대답을 합니다.
어떤 대원은 AOC라는 단체에 관해 굉장히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상관의 명령이니 따르는 수밖에 없지만, 이런 정의를 따르기 위해서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요. 제가 지켜야 하는 건 무엇이죠? 저는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요?"
어떤 대원은 넉넉한 봉급을 받으니 괜찮지 않냐고 말합니다.
"그리고, 과시하는 쪽은 나쁘지 않거든.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왔는데 겸손하게만 사는 게 옳다곤 생각 안 해."
어떤 대원은 정보에 무척 밝은 듯합니다.
"그거 아세요? 근래 들어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망하는 대원들이 늘었거든요. 전부 탈영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윗물이 고여 썩어가니 흘러내리는 걸 참을 수 없었던 걸까요."
.
.
11:07PM설봄:(그렇군...)
(대원들의 이야기를 적당히 듣고 난 후 이동한다.)
▶ D36-A층
11:11PM상관:뭐 하는 거야? 여태 무기도 안 챙기고 있다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에게 탄환이 가득한 총을 넘겨줍니다.
당신과 필규에게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의 연설에 따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대 크리쳐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11:13PM곽필규:... 네, 알겠습니다. (봄이를 끌고 상관에게서 멀어진다. 무언가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AOC의 낌새가 이상하다, 말로 내뱉지 않아도 필규 역시 위화감을 눈치챈 듯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11:13PM곽필규:...뭔가 이상한데? 감이 안좋아. 조심해라.
11:14PM설봄:(끄덕...)
봄이와 필규가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크리쳐와 마주칩니다. 전투가 발생합니다!
예? 여기서요? 갑자기요?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가 벌어집니다.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의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봄이는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상급인가?
핸드아웃 확인.
11:17PMGM:약식 대항 전투
조우하는 적의 수는 8D10으로 정합니다. 순서는 설봄-곽필규-크리쳐로 진행합니다. 약식 룰이므로 반격 및 회피는 없습니다.
설봄과 곽필규는 '사격(라이플)'을 판정하며, 성공시 4D6을 굴려 '한 번에 몇 마리를 처리했는지'를 결정합니다. 판정 실패는 공격 실패로 취급되며, 재판정 없이 다음 순서로 넘어갑니다.
전투 턴에서 순서가 올 때까지 절반 이상 남아있을 경우 필규에게 피해보너스 만큼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특수한 스킬을 확률적으로 발동합니다. 에너미가 전멸할 때까지 전투는 계속됩니다.
+ CREA-GRRR!!! -2- 전투 특수 룰
봄이를 향해 들어오는 모든 공격은 필규가 대신 맞습니다. 필규에게 들어오는 공격은 봄이에게 넘기지 않습니다. 필규는 hp가 0이 되면 사망하지만, 1ROUND 후 부활합니다.
11:20PMGM:
rolling 8d10
(
2
+
6
+
2
+
6
+
2
+
7
+
7
+
3
)
=
35
크리쳐의 개체 수는 총 35마리입니다.
설봄, 곽필규. 익숙한 당신들의 무기를 고쳐잡으세요.
전투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11:22PM곽필규:뭐야, 이것들은...?!
11:22PM설봄:왜... 본부 안에 이런 게 들어온 걸까요?
11:23PM곽필규:젠장, 나도 몰라!! 본부 안에 이딴 게 있다고? 바깥은 어떻게 되어먹은거야 그럼?!
조심해라, 처음보는 녀석이야!
11:24PM설봄:이것도 함정일까요...? (총을 고쳐잡고 크리쳐를 향해 저격한다.)
필규씨도 조심하세요!
사격(라/산)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단 1년만입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대 크리쳐 살상탄의 반동은 당신의 팔에 아프도록 스며듭니다.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요, 설봄.
11:27PM곽필규:젠장... 괜찮냐?! (정신없는 와중, 설봄을 흘겨본다.)
똑바로 고쳐잡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오랜만에 잡아보는 라이플이지만, (구)사격부의 솜씨는 어디로 가지 않은 것 같군요.
정확한 솜씨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크리쳐가 순식간에 쓰러져 나갑니다.
11:29PM무지성의 별의 흡혈귀: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47
판정결과:
실패
피해:
12
흡혈 Roll
기준치:
30/15/6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이 놈들은, 확실히 멍청합니다.
이 정도라면 상대해볼만 하겠습니다.
11:45PM설봄:(필규의 외침에 총을 똑바로 잡은 뒤 다시 크리쳐를 향해 저격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20
설봄의 일격에 남은 크리쳐마저 나가 떨어집니다.
완벽한 승리네요.
전투를 종료합니다.
11:47PM곽필규:끝이군... 다른 층은 괜찮은건가?
11:48PM설봄:지금 상황이라면... 다른 층도 안전하다고는 장담 못 하겠네요.
11:49PM곽필규:씨발, AOC가 벌써 망했나?
야 어쩔거냐? 여긴 이 더러운 액체괴물자식들 말고는 더 없는 것 같다.
11:50PM설봄:다른 곳으로 가봐요!
11:50PM곽필규:...알았다.
▶ D36-B층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내려온다면 총을 든 세 명의 대원과 마주합니다.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 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구해줘, 입이 벙긋거립니다.
에너미와 마주칩니다. 전투가 발생합니다!
앞서 A층에서 별의 흡혈귀와 전투한 두 사람이라면 알아차릴 수밖에 없겠네요.
곳곳에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대원들 역시 전투 중이라는 것을요.
11:52PM곽필규:윽, 씨발...!! 이런 데까지...
핸드아웃 확인.
11:55PM설봄:(끔찍한 광경을 보자 흠칫하고 놀란다.) 어떡하죠?! 아예 크리쳐들로 점령 당한 거 같은데요? (구해달라는 대원의 모습에 손이 덜덜 떨려온다.) 대체 왜 이런...
11:57PM곽필규:분명 아까까지 멀쩡했는데, 이렇게 많은 녀석들이 어디서 솟아났다는거야? (날카롭게 적들을 째려보던 눈으로 설봄을 홱, 돌아보고 소리친다.) 정신차려!! 여기서 정신 안차리면 너도 뒤져!
일단은 저 녀석들부터 구하자!
11:58PM설봄:알겠어요!!
(대원들의 상태를 다시 살피고는 크리쳐를 향해 공격한다.)
12:00AMGM:
rolling 8d10
(
7
+
9
+
8
+
3
+
5
+
5
+
9
+
1
)
=
47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까보다 훨씬 많은 수의 크리쳐가 있다는 것쯤은 당신도 알 수 있었습니다.
12:01AM설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피해:
15
동료의 시체를 본 충격이 가시지 않은걸까, 설봄의 총알은 크리쳐 사이를 빗겨나갑니다.
12:02AM곽필규:아, 젠장..!!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4
필규의 총알이 허공을 가르고, 일부 크리쳐들을 명중시킵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수의 크리쳐가 남아있어요.
12:04AM무지성의 심해인: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연속 공격 Roll
기준치:
30/15/6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동료 크리쳐들이 죽자, 본능적으로 남은 크리쳐가 필규를 향해 달려옵니다.
이리저리 피해보았으나 그 많은 수를 감당하기란 무리가 있습니다.
곽필규 HP-5
12:06AM설봄:헉....
괜찮아요?!
12:06AM곽필규:커흑, 쿨럭...!! (바닥을 구르고 다시 일어나며 기침을 한다. 입술 새로 피가 스며나온다.)
(급하게 숨을 몰아쉬고 소리친다.) 괜찮으니까 저 새끼들부터 어떻게 좀 해봐!!
12:08AM설봄:(고통스러워 보이는 필규의 모습을 보자 안색이 안 좋아지고 동공이 크게 흔들린다. 급한 마음으로 다시 총을 쥐고는 크리쳐를 향해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3
아까와 비슷한 수의 크리쳐가 쓰러져나갑니다.
그래도 거진 절반은 남은 것 같아요.
12:10AM곽필규:쿨럭, ...후우 (고통스러운 신음을 뒤로 하고, 다시 총을 잡아 겨냥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2
이제 몇 마리 남지 않았어요.
12:11AM무지성의 심해인: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
연속 공격 Roll
기준치:
30/15/6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3
(
2
)
=
2
분노한 무지성의 심해인이 다시금 필규에게 달려듭니다.
아까의 충격 탓에 제대로 피하지 못한 필규는 그대로 벽에 부딪히고, 튕겨나가 구릅니다.
곽필규 HP-6
12:13AM곽필규:아오 씨발, 진짜 질기네...!! (피로 얼룩진 제 얼굴을 스윽 닦고 고개를 들어 적을 바라본다.)
12:16AM설봄:(피흘리는 필규를 보고는 깜짝 놀라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멈칫한다... 그리고는 다시 크리쳐를 보더니 그들을 공격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남은 크리쳐가 설봄의 사격솜씨 앞에 힘없이 쓰러져 나갑니다.
전투를 종료합니다.
12:17AM설봄:(크리쳐가 다 죽어나가자 곧바로 필규를 향해 달려간다.) 필규씨!!
괜찮아요...? (그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생각보다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자 눈이 커진다. 허겁지겁 옷으로 대충 피를 닦아준다.)
12:21AM곽필규:(그녀가 제 얼굴에 손을 대자 멍하니 설봄을 바라본다. 쿨럭, 아까 채 토해내지 못한 피를 제 손바닥에 흘린 필규는 또 입가를 대충 슥슥 닦고 아랑곳않고 일어선다.) 나야 뭐 이런것쯤은 늘 괜찮잖냐. 어째 나보다 너가 더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다, 야?
대원들의 시체를 살펴본다면 처참한 상태임을, 홀로 살아남은 대원 역시 그 사이에 숨이 끊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두 사람과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방금의 전투로 두사람은 막 깨달았습니다.
저것들은 크리쳐가 아닙니다.
인간은 아니지만 크리쳐 역시 아닌 것,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크리쳐처럼 지성이 없지만, 크리쳐보다 강한 괴물들의 난데없는 습격에 AOC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12:28AM설봄:걱정된단 말이에요... (그 뒤로 불안과 걱정이 가득한 마음을 뒤로 한 채로 그를 꼭 안아준다.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다는 듯이... 그러다 그의 말에 주변을 돌아본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 모습을 보자 충격에 빠진 듯 조금 넋나간 표정이다.) 어째서...
(그리고는 필규를 보더니) 몸... 움직일 수 있겠어요? 지금 aoc 어딜가든 이런 상태일 거 같은데 다른 대원들도 죽어가고 있으면 어떡해요...??
12:33AM곽필규:(물론, 한가롭게 서로 껴안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지만 설봄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는지, 제 품에 다시금 와락 안아주었다. 곧 떨어져서 흔들림 없는 눈으로 마주보고 말을 이어갔다.) 설봄. 괜찮으니까. 약속했잖냐.
몸은 움직일 수 있어. 멀쩡하다. 어떡하긴, ...다른 층도 가볼래?
12:35AM설봄:(그의 대답에 약속 절대로 어기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층으로 얼른 가봐요.
▶ D36-C층
이 곳까지 올라오는 데에도, 수많은 에너미와의 전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층에서는 이상하게도 에너미의 모습이라곤 코빼기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대신, 복도에 그려진 해괴한 문양과 그림을 발견합니다.
12:37AM곽필규:...여긴 뭐지?
12:38AM설봄:그러게요... 게다가 여긴 이상할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요.
12:38AM곽필규:...조금 더 둘러볼까.
12:38AM설봄:(끄덕끄덕)
봄이와 필규가 문양을 따라 주변을 순찰하다 중심부의 호실에 들어가자,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을 발견합니다.
이성 판정 (0/1)
12:39AM설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12:39AM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 설봄, 이성-1
정신력 판정.
12:39AM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12:39AM곽필규: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이 곳이 다른 공간보다 기이하게 온도가 낮을 뿐 아니라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감지되는 것을 알아챕니다.
원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12:41AM설봄:(상자를 살펴본다.)
상자를 열어보거나 건드리면 주문이 흐트러지는 낌새가 보이며 바닥이나 천장에서 촉수, 혹은 정체 모를 관절이 튀어나옵니다.
12:41AM곽필규:...?
어...어... 씨발!
야! 그거 돌려놔!!
12:42AM설봄:네?? (필규의 말에 상자를 급하게 원래대로 돌려 놓는다.)
상자를 제자리에 놓는다면 그들은 도로 사라집니다.
12:43AM곽필규:아오 ㅅㅂ 십년감수했네. (촉수가 사라지는 걸 본 필규는 한숨을 쉰다.)
12:44AM설봄:이 방도... 상자도... 대체 뭘까요...?
12:45AM곽필규:...나한테 묻지마, 그런거 모르니까. 어쨌든 이것때문에 이 층만 놈들이 못들어온 건 방금걸로 알 것 같다.
12:46AM설봄:...(주문진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이 진에서는 위화감이 가득합니다.
설봄이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진의 글씨는 전부 거꾸로 적혀있습니다.
설봄, 오컬트 OR 교육 판정.
12:46AM설봄: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문득 어느 지식을 떠올립니다.
거꾸로 쓴 글씨로 만든 부적이나 마법진은 '역주문'으로, 불러들이는 쪽이 아닌 쫓아내는 쪽에 가깝다는 정보를요.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개인이 준비하기엔 사전 준비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면 AOC 측에서?
…소환은 AOC가 저지른 짓이 아닌가요?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12:48AM설봄:(이상하다...)
여기 더 이상 볼 게 없는 거 같은데 다른 곳으로 갈까요?
12:49AM곽필규:...그럴까.
나가기 전 설봄, 정신력 판정.
12:49AM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다시 한 번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해당 층에 무언가 숨겨진 게 있다는 직감을 받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지금 당장 알 수는 없지만요.
12:51AM설봄:(불길...)
▶ D36-D층
12:52AM상관:이 층은 순찰할 필요 없다.
봄이와 필규가 진입하자, 낯선 상관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12:53AM설봄:(..!!)
왜 순찰할 필요가 없는 거죠?
12:53AM상관:여긴 내가 지키고 있다. 쓸데없는 사람은 들이지 말라는 상부의 명령이야.
돌아가도록 해.
12:54AM설봄:그렇습니까... (필규를 흘끔 쳐다보며 어떻게 할 거냐는 듯 눈치를 준다.)
12:56AM곽필규:...알겠습니다. (따끔한 시선에 상관을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온 필규는 작게 속삭이며 묻는다.) 야, 어쩔까? 귀찮은데 저 자식 확 때려눕힐까? 아니면 다른 쪽으로 진입할까.
12:57AM설봄:때려눕혔다간 잡혀갈 것 같기도 하고... 음, 다른 쪽으로 진입할 곳이 있을까요?
12:59AM곽필규:(그 말에 잠깐 건물의 구조를 떠올리는 듯 골몰히 생각에 잠긴다.) 글쎄, ...위층에서 벽을 타고 내려와서 창문으로 들어가는 수가 있긴 하다.
12:59AM설봄:...그럼 그렇게 가볼까요?
1:00AM곽필규:오냐. 가보자. (앞장서 걸음을 옮긴다.)
봄이와 필규는 한 층 위로 올라가 창문을 통해 벽과 배관을 타고 내려갑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거미 인간처럼 날아다니며 잠입하는 것보단 훨씬 쉽지 않을까요?
설봄, 행운 판정.
1:00AM설봄: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래층으로 내려와, 조심히 창문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잠겨있지는 않습니다.
무사히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01AM곽필규:오, 멍청한 자식들. 창문도 안잠궈놓냐?
(냉큼 들어간다.)
1:02AM설봄:(쇽)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지금은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부 잠겨 있고요.
봄이는 이곳 역시 C층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구석구석에 주문의 흔적 역시 보입니다.
설봄, 지능 판정.
1:03AM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C층의 중심부에 진이 있었던 것처럼, D층의 중심부에도 진이 있겠죠.
그 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1:04AM설봄:(내부를 돌아다녀본다.)
1:04AM곽필규:(쫄쫄 따라다닌다.)
D층의 대략적인 구조도는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D04호 사무실입니다.
굳게 닫힌 문은, 상관의 ID카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1:05AM설봄:(카드... 없는데...)
1:06AM곽필규:...그냥 부술까. (멍청크리쳐...)
1:06AM설봄:부술까요? (멍청!)
설봄을 뒤로 무른 필규는 라이플로 문을 깨부숩니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있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쓰러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힌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1:07AM설봄:헉!
필규씨 저기... 사람들이 묶여있어요...!
1:08AM곽필규:저 녀석들 인질 아니냐??
안색이 안좋아보이는데, (다가가서 상태를 본다.)
쓰러진 사람들을 살펴본다면, 정신을 잃은 대원들입니다.
오늘 자정 처형이 예고된 당신과 필규의 동료들로, 무고한 최강의 인질이네요.
목숨은 붙어있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C층 주문진의 중심에 있던 것은 마력이 가득한 아이템이었으나, D층의 중심에는 최강의 인류들이 그것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중심에서 끌어내지 않으면 계속해서 마력을 빼앗겨 사망할지도 몰라요!
1:09AM곽필규:야, 이 녀석들 상태가 안좋은데... (설봄을 돌아본다.)
1:11AM설봄:아무래도 이 주문진들이 문제인 것 같아요...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던데... 일단 이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빼내봐요! (그러고는 쓰러져있는 대원들을 끌어당긴다.)
1:12AM곽필규:그러냐? 왠지 으스스하긴 하더라. (멍청!) 여기서 빼내면 괜찮아진다는거지? (설봄과 함께 대원들을 끌어낸다.)
봄이가 대원들을 중앙에서 끌어낸다면 또다시 해당 호실에 에너미들이 소환됩니다.
마력 공급을 끊으면 대원 중 하나는 정신을 차리지만,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소리칩니다.
"어째서 여기까지 온거야, 이건 함정이라고!"
잠깐, 에너미들이 소환되지만 전투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투 태세를 위해 필규가 문을 등지고 라이플을 고쳐쥐는 순간, 그리고 대원 한 명이 외치는 순간, 여러분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여러분들의 맞은편, 사무실의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여기서 설봄은 지원이 왔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아닙니다.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도감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설봄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곽필규에게요.
1:14AM곽필규:―――!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가슴을 꿰뚫린 필규가 주저앉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지만, 치미는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D0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설봄은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팔려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갇혀버립니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1:16AM마이크로 웨이브:(라이플을 들어 필규의 머리를 향해 겨냥한다. 곧 단발의 총성이 들리고, 그를 확인사살한다.)
1:16AM설봄:안돼!!!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혐오입니다.
도로 필규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을 내린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1:17AM마이크로 웨이브: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1:19AM설봄: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
(철책을 부수려한다.)
분노에 찬 당신은 철책을 라이플로 부수려 하였으나, 대 크리쳐 살상탄 방호용으로 제작된 철책인지 부서지지 않습니다.
당장 죽어버렸기 때문에 필규의 힘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꼼짝 없이 갇히고 말았습니다.
1:21AM마이크로 웨이브:(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한 모습이다. 그러나 설봄이 힐난하는 말에도 그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대응한다.)
어차피 크리쳐잖습니까? AOC의 소장이 크리쳐를 죽인 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1:22AM설봄:필규씨를 이렇게 만든 것도 당신들이면서 대체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1:24AM마이크로 웨이브:(설봄이 크게 소리치자 겁먹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저희가 이렇게 만들었다고요? 그게 무슨소리인지 모르겠군요. 직접적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이리도 절 몰아붙이는건 최강의 인류답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당신들은 이미 범죄자입니다.
1:28AM설봄:(철책을 강하게 치며) 다 당신들이 실험에 참여하고 우리를 크리쳐로 만들어서 이용해먹은 거면서 모르는 척 하시는 건가요? 증거? 그런 건 애초에 다 없애버린 주제에...
1:30AM마이크로 웨이브:...에잇, 더 이상 헛소리따위는 듣고싶지 않군요! 전 그런 문제로 걱정할 시간따위 없습니다.
전 이 자리에서 떠나겠습니다. 당신의 말을 듣고 있자니 골이 아프네요.
(그리곤 뒤돌아서 그 자리에서 떠나버린다.)
1:32AM설봄:(철책을 계속 부수려한다.) 필규씨... 필규씨 괜찮아요?
눈을 반 정도 내리 깐 채 그대로 사망했습니다.
아니, 내리깔았다고 해야하나요? 한쪽 눈은 날아가버려서 보이지도 않는걸요.
뚫려버린 가슴께에선 여전히 분수처럼 피가 샘솟고 있습니다.
근래 이렇게 끔찍하게 죽어버린 적이 있던가요,
소중한 필규의 시체를 본 설봄, 이성 판정(1/1d3)
1:33AM설봄: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이성-1
1:33AM설봄:(눈물 뚝뚝...)
...
―현재 시각 오후 7시 15분, 설봄, 인질 확인. D36층 격리된 방에 갇힘.
소장이 떠난 뒤 봄이가 눈물 젖은 얼굴로 필규의 시체를 지키고 있으면, 의식을 되찾은 대원 중 하나가 당신의 안색을 살핍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다른 최강자, 에보니 그린입니다.
1:35AM에보니:...저기, 괜찮아요?
그 사람. 당신의 파트너죠?
1:36AM설봄:(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에게 시선 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곤 계속 필규만 바라본다.)
1:38AM에보니:(...봄이의 태도에 이해한다는 듯 그녀의 등을 조심스레 토닥인다.) 이해해요, 나의 파트너도 또한 크리쳐거든요.
그치만 일단은 마음을 추스려야해요.
계속 여기 있다가는 당신의 파트너도, 당신도, 여기 있는 모두가 정말로 전부 죽을테니까요.
1:43AM설봄:당신의 파트너도... 크리쳐였다구요...? (그를 쳐다본다.) 당신의 파트너는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전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리 없이 흘리던 눈물만 슥 닦아낸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죠...?
1:46AM에보니:네, AOC의 첫 번째 실험체는 당신들이죠? 저의 파트너 또한 실험체였어요. 그녀랑은 떨어져있기에 지금 어디있는지,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제 파트너, 나타샤에게 있었던 일을 알고는 동료들과 함께 소장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했어요. 설마 이런식으로 모든 걸 덮으려 할 줄은 몰랐지만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한순간이었어요, 순식간에 습격당해서 눈을 떠보니 이런 꼴이 되어버렸더라고요.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방금 일어난데다가, 주변은 저 철책이 막고 있으니... 지금부터 찾아내는 수밖에요. (그리 말하며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1:52AM설봄:그렇군요... 역시 모든 걸 덮으려고...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많이 힘드셨겠네요...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지금부터 찾아내야 한다는 말에 주변을 둘러보더니) 혹시 이곳에 있는 주문진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은 없습니까? 이상한 기운 같은 게 자꾸 느껴지는데...
1:54AM에보니:네, 괜찮아요. 전 이렇지만... 그래도 나타샤는 괜찮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요.
당신이야말로 얼른... (필규를 흘끗, 잠깐 바라본다.) 얼른... 나아지셨으면 좋겠네요.
(주문진의 얘기에 아, 하는 소리를 낸다.) 그건... 소장이 만든 주문진이에요.
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해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해버렸어요. 어쩌면 신을 부르기 위한 소환 의식과 연구는 크게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그건 우리에게 신앙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을 느꼈기에 찾아올 뿐이죠. 존재만으로 안전지대의 모든 인간들이 멸절하겠지만요.
정부 측에서는 이것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사흘 전에 알게 됐어요. 저지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란 것도 알았죠. 그러니 AOC 대원들이 필요했던 거예요. 듣기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더라고요. 아마도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해 우릴 방패로 쓰려는 게 아닐까요?
일단, 역주문을 발동하는 아티팩트가 부족해 함정을 설치한 건 확실해요. 진상을 알아버린 저희를 포함해서, 탈주한 대원들을 이곳으로 소환해 마력을 바치도록 한 거죠. 이대로 여기 갇혀 있으면 마력을 전부 빼앗겨서 죽어버릴 거예요. 이런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도, 신을 쫓을 방법은 없으니까요.
1:56AM설봄:(충격...)
(필규의 상태를 다시 살펴보고는) ...그럼 얼른 이곳에서 빠져 나갑시다.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어서요.
2:04AM에보니:물론, 당연히 그래야죠.
대화를 나눈 뒤에도 필규는 깨어나지 못합니다.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필규가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설봄은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곽필규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할 무렵, 철책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설봄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2:05AM미고: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이 대꾸하지 않아도 꿋꿋하게 말합니다.
2:06AM미고: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2:07AM미고: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음에도.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2:08AM미고: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설봄은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2:09AM미고: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2:14AM설봄:(넋나간 듯 그의 말을 듣더니) 미고씨의 말은 전부 사실인가요?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바라본다.) ...이게 뭔가요? 어디에 쓰는 거죠? 그럼... 당신의 말대로라면 인류는 이대로 멸망해버리고 마는 건가요...? 그 무엇도 신을 막을 순 없는 겁니까?
2:17AM미고:네, 믿기지 않는다면 유감이겠지만요. 제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
그 열쇠로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또한 한낱 우주의 생명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 그런 것까지 장담드릴 수는 없겠군요. 다만, 거기서 빠져나와 다시 한 번, 제게 그 날의 감동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이.
행운을 빌지요. (그러고는 천천히 일어나 자리에서 떠난다.)
미고가 떠난 뒤 차가운 물체를 손바닥에 쥐면, 수정은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 용도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열쇠를 사용하면 철책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필규는 그제야 회복하고 정신을 차립니다.
2:19AM설봄:필규씨!!
2:20AM곽필규:...으, (축 늘어져 누워있는 자세 그대로, 고개를 천천히 돌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본다.)
2:20AM설봄:(철책을 쾅 치고는 그를 쳐다본다.)
괜찮아요?
2:25AM곽필규:(상체를 조심스레 일으키더니 머리가 어지러운지 좌우로 흔들고, 다시 봄이를 바라본다.) 어... 뭐, 나름 괜찮아진 것 같네. 넌 괜찮았냐? 무슨 일 없었어? 그 새끼들이 해코지하진 않았고?
2:48AM설봄:(그가 상체를 일으키자 그를 꽉 안아주고는 고개를 어깨에 파묻는다. 아무런 소리 없이 또 눈물만 뚝뚝 흘린다. 그리고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꺼내며) 아까 미고라는 분이 왔었어요... 뭐하는 분인지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저한테 열쇠랑 목걸이를 줬어요... 아마 여기선 나갈 수는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오늘 자정에 인류가 멸망해버린대요... 무지성의 신 때문에... 어떡해요? 어떻게 해야할 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게다가 필규씨도 점점... 인간으로 돌아오고 있나봐요.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요... 그니까 더 이상 다치면 안 돼요...
3:12AM곽필규:(허억, 필규는 악몽의 끝자락에서 온전할 수 없었다. 목구멍을 할퀴고 튀어나오는 모든 호흡이 불안정했다. 제가 부숴지도록 껴안는 손길에 세상이 한 바퀴 빙그르르 돌고, 그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았다. 제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눈물의 무게를 알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 이번이 크리쳐의 생으로서 맞는 11번째의 죽음이다. 그리고 11번째로 맞이하는 네 우는 얼굴이다. 11번째로 맞이하는 고통, 절망감, 미안함, 씁쓸함, 그 모든 것들. 이제는 그리 새롭지도 않았다. 거대한 돌덩이가 복부를 짓누르고 있는 듯한 중압감 속에서 육신과 정신을 갉아먹는 노력 끝에 필규는 겨우 상체를 일으키고, 손을 뻗어 그녀를 마주안을 수 있었다.)
울지마 바보야... 목걸이? 인류멸망? 참나, 이게 다 뭔 소리냐?
...내가 한 100년은 자고 있었나? 일단 진정해, 내가 함께 있잖냐.
(문득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나도 무뎌진건가? 네 죽음을 그토록 많이 보았어도, 이제는 단 한 번의 죽음마저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인류 멸망이라니? 입 안에 쓴 맛이 감돌았다. 뺨을 스치는 손길에 어딘가 체념한 듯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냐. 어딘가 내 감각이 희미해지는 것 같다고는 느꼈는데, 그럴줄은 몰랐네. (내 카운트다운이 이제 막 시작됐어, 설봄. 아직 널 지켜야 할 일이 이토록 많은데도.)
그렇게 마음이 여려서 어떡하냐? 그래봤자 난 아직도 너보다 튼튼하거든. (설봄의 머리를 팍팍 쓰다듬은 그는 일부러 과시하는 듯, 벌떡 일어났다.)
...이딴 세상이야. 넌 뭐가 하고 싶냐?
3:26AM설봄:저도 뭔 소린지 모르겠어요... 혼란스러워요.
...아까는 같이 있어주지도 않았으면서.(칭얼거린다. 그가 제 머리를 팍팍 쓰다듬자 그가 살아있다는 게 실감이라도 난 듯 눈물을 슥슥 닦아낸다. 벌떡 일어난 필규를 올려다보며) 당신이니까... 필규씨니까 그러는 거에요. 당신의 죽음이 다른 사람과 같을 수가 있을까요... (그를 따라서 일어난다.)
이제 뭘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저도. 남은 건 일단 저한테 주어진 이 목걸이의 쓰임이라도 알고 싶은데... (목걸이를 한 번 쳐다보더니) 저희 다시 c층으로 가봐요. 왠지... 그곳에 가면 뭔가 있을 거 같은 느낌이에요. (철책 앞으로 가서 문을 열고는 다시 필규에게 가까이 간다. 그리곤 손을 꼼지락 거리더니 그의 손을 꼭 잡는다.) 갈까요...?
3:29AM곽필규:...난 살아남을거야, 설봄. 몇 번을 죽더라도. (맞잡은 손에 꼬옥 힘을 주었다. 이번에는 결코 이 손을 놓지 않으리라.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 안에 온전히 그녀의 모습을 담고 그리 맹세하였다.)
가자, 넌 감이 좋으니까.
역주문이 발동된 층수는 두 층뿐, 한 층이 함정이었다면 나머지 한 층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두 사람은 C층으로 되돌아갑니다.
구출된 대원들은 다른 대원들에게 위기를 알리기 위해 흩어집니다.
―현재 시각 오후 10시 55분, 설봄, 탈출. 진상에 근접.
C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까 본 괴물들의 소환 빈도는 확고하게 늘었습니다.
설봄과 곽필규는 C층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에너미와의 전투를 치러야 했습니다.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마침내 C층에 도달하면, 설봄, 관찰 판정입니다.
3:33AM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의 감이 그 어느때보다 예리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복잡한 진의 문양, 약간의 주문, 그리고 착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린, 숨겨진 이 공간을 찾아냈습니다.
당신은 심지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까지 깨닫습니다.
3:34AM곽필규:뭔가 찾았냐?
3:35AM설봄:자세히 보면 저기에 숨겨진 공간이 있어요.
3:36AM곽필규:...소장은 이걸 숨기려 했던건가?
3:36AM설봄:아무래도 그런 가봐요. 심지어 규모가 엄청 큰 것 같아요...
3:37AM곽필규:이 작은 공간 안에 그렇게나? ...살다살다 이런걸 다보네, 들어갈거냐? (설봄을 힐끔 쳐다본다.)
3:37AM설봄:도라에몽 주머니...
3:38AM곽필규:...그렇게 말하니까 비슷해보이네.
3:38AM설봄:가요! 일단 뭐라도 해봐야죠.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선 마력 1D3을 지불해야 합니다.
3:39AM설봄:
rolling 1d3
(
2
)
=
2
당신은 마력을 2 지불하고, 공간을 강제로 열어냅니다.
마력 사용에 반응한 듯 수정 목걸이가 푸르게 빛납니다.
이 아티팩트 덕분에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군요.
다만, 평범한 입장은 아닙니다.
설봄과 곽필규는 불청객이며, 마력을 사용해 공간을 찢고 침입하는 것뿐이니까요.
.
.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광경에 이성 판정 (0/1)
3:41AM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3:42AM설봄: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1
이곳은 하나의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설봄은 꽂힌 자료를 무작위로 하나 뽑을 수 있습니다.
3:43AM설봄:(자료를 뽑는다.)
핸드아웃 확인.
3:44AM설봄:(헉...)
3:44AM곽필규:와, 씨발... 이게 다 뭐냐?
3:44AM설봄:그러게요... 이게 대체...
3:45AM곽필규:...(설봄의 볼을 꼬집어본다.) 꿈은 아닌 것 같네.
3:45AM설봄:(아야!) 왜 제 볼을 꼬집어요?!
3:45AM곽필규:ㅋㅋㅋㅋ 뭐 어때서? 아프잖냐, 꿈 아닌 거 알았으면 됐네.
저기가 중심부인가? 가볼까. (손가락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며 그리 얘기한다.)
3:47AM설봄:(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필규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더니 가보자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도서관의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습니다.
3:48AM방주의 관리자: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와 데이터만으로도 방주는 이미 만원이니까요.
3:49AM설봄:여긴... 뭐하는 곳이죠?
왜 여기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3:50AM방주의 관리자:여길 알아차리고 들어올 정도라면 이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인류 멸망을 예감한 정부와 AOC의 긴급 프로젝트로, 통칭 《인류 생존 작전》의 중심인 방주입니다. 이 세계의 중요 정보, 지식과 문화를 전부 문서화 해서 저장해두었습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켜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이 아이들은 각 분야 권위자들의 아이들입니다. 학문, 예술, 정치 등, 분야별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를 선별해서 실어두었습니다. 그들은 최후의 인류이자 최초의 인류가 되겠죠. 이 방주에 누구를 실을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했지만, 썩어버린 정치인들조차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제 목숨을 포기했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3:53AM설봄:이 공간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대체 이렇게 할 거면 애초에 왜 그런 짓을 벌이기 시작한 거죠?
3:54AM방주의 관리자:저는 마력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일뿐, 인간들이 그런 짓을 벌인 저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이 방주는 인간을 사랑하는 그가 만든 곳입니다.
말을 마친 방주의 관리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어나갑니다.
3:55AM방주의 관리자: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흘이라니,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여태 이야기를 귀로 듣긴 들은 겁니까? 방법이 없다니까요."
"적어도 이 사실을 아는 자들과 그 가족만큼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조치를,"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조용히!"
가장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우리는 어찌나 무지한 인간들이었습니까, 후회가 막심합니다. 명예도, 부도, 권력도 재해 앞에서는 다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사흘, 저는 책임지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에게 저지른 대죄는 속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 동안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 인류와 함께 죽어주십시오. 적어도 수 천 년의 지식과 가능성의 씨앗을 품은 우리의 아이들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에서 발생하는 괴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어째서 자신이 방주에 탑승할 수 없냐고 항의하는 고위층 인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방주에 딸을 태우고 흐느껴 우는 과학자 부부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상층 구석에 처박혀 머리를 감싸 쥐고 벌벌 떨고 있는 소장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 대원들에게 "우리를 지켜라!" 라고 연신 연호하는 정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망치는 AOC 대원들이, 어떤 영상에는 패배하고 죽어버린 AOC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심에서까지 소환된 괴물들이 주위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상황이 보입니다.
3:59AM설봄:......
어떤 영상에는 최전방에서 생체형 크리쳐와 싸우는 일반 대원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를 누리는 안전지대 외곽지역의 주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당신의 가족이, 지인이, 친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수백, 수천 마리의 괴물에게 맞서 싸우는 영상이 보입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AOC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야. 나는…"
그다음은 잡음이 섞여 들리지 않습니다.
4:00AM곽필규:......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를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인간의 멸망을 예감한 설봄은 이성 판정 1D3/1D5
4:01AM설봄: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설봄, 이성-1
4:01AM방주의 관리자:설정값 변경.
푸른 수정의 주인인 여러분을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 허가합니다.
승인 및 입력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메시지의 앞에 팝업 메시지가 발생합니다.
―현재 시각 오후 11시 40분, 설봄, 최후의 지령 획득.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4:05AM곽필규:...설봄, 내가 할 말은 1년 전과 같다.
비록 그 끝에 있는 게 좋은 결말이 아니더라고 해도, 난 그저 맡은 바를 다할 뿐이야.
너는 어떠냐?
이번에도 함께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4:12AM설봄:(그를 쳐다보며) 저도 언제나 맡은 바를 수행하는 수밖에 없죠. 그리고 당신의 뜻을 함께 따르는 것 또한 제 운명이구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던 그게 필규씨의 뜻이라면 전 언제든지 함께 뛰어내릴 수 있어요.
4:17AM곽필규:...우리가 살아남아 아침 해를 볼 수 있을까? (호흡을 하는 매 순간 공포가 찾아오고, 피와 땀이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는데. 우리는 왜 스스로 전장에 찾아가기로 하였나이까?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망설일 시간이 없어, 일어서. 우린 여기서 죽지 않아. 그 약속이 또한 내가 싸우는 이유니까.)
하하, ...너도 참 바보같다. 나같은 걸 따라오겠다고 하고. (세상이 멸망해가는 와중에 어울리지 않는 맑은 웃음을 지었다.)
사랑해, 설봄. 그렇다면 나와 함께 한 번 더 뛰어내려줘.
4:29AM설봄:그럴 수 있으리라 믿어야죠. 아뇨, 꼭 살아남아요. 제 앞에 이렇게 눈부신 해가 있잖아요. (태양과도 같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굳은 다짐을 한다. 그의 눈동자와 자신의 눈동자에 담긴 세계가 평화로워질 때까지... 아름다운 세계에는 태양과 달이 늘 존재하 듯, 이들의 존재가 바로 태양과 달처럼 아름다운 세계와 인류를 위해 싸워나가는 것이겠지.)
필규씨도 만만치 않은 바보거든요? 하하. (그의 맑은 웃음을 바라보며 저도 따라 웃는다.)
물론이죠, 함께 가요. 세상 어디든... 사랑해요.
두 사람은 한 번 더 그 날의 맹세를 되새깁니다.
시간이 지나도, 해와 달이 변함이 없는 것처럼, 두 사람 또한 변함이 없음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별의 수명만큼이나 기나긴 맹세를 가슴에 새기고, 그들은 방주를 떠나고자 합니다.
방주를 떠나려는 둘에게 관리자는 무표정하게 말합니다.
4:33AM방주의 관리자:설봄, 곽필규 님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적의 능력을 대조했을 때, 승률은 0.000194%입니다.
생명 부지를 위해 가지 않는 쪽을 권장합니다.
4:37AM설봄:(관리자를 쳐다보더니)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할 것이 있어요, 그게 저희의 임무입니다. 비록 이젠 그 어디의 소속도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지키고 싶어하는 세상이라면... 전 따라갈 거니까요. 꼭 살아서 돌아올 거예요.
4:38AM방주의 관리자:.......
어떻게 대답해도 관리자는 '수치'에 기대 판단을 내리는 기계일 뿐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굳센 의지에,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만들어줍니다.
"행운을 빕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뒤에서 희미하게 들려온 것 같습니다.
방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했다면, 당신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창밖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 중인 에보니와 그 파트너, 나타샤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4:41AM에보니:저쪽으로 가려는 거죠? 근처까지 데려다줄게요.
4:41AM나타샤: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예요. 끝나는 대로 도우러 오겠습니다.
4:41AM에보니:그때까지 이곳을 부탁해도 될까요?
4:42AM곽필규:제 때 잘 맞춰왔네, 좋습니다.
(설봄을 돌아본다.) 가자!
4:42AM설봄:네, 가요!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진짜니까요.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행동은 전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봄이와 필규가 사다리를 붙잡으면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입니다.
이성 판정 (1/1D3)
4:43AM설봄: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2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필규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가자." 라는 말이 떨어지면,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두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설봄과 곽필규는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
.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봄이와 필규는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최강의 적이었던 서로가 등을 지켜준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세요.
4:47AMGM:전투룰
일반적인 COC 전투룰을 사용합니다.
대신 곽필규는 모든 공격을 대신 맞으며, 이번만큼은 죽어도 즉시 부활합니다. 필규의 크리쳐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안전지대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완전히 각성했습니다.
필규는 오로지 의지만으로 소생 주기를 컨트롤하며 최대한 봄이의 앞을 막아섭니다.
순서는 설봄-곽필규-아자토스의 찌꺼기 순입니다.
4:50AM설봄:(두려움을 뒤로하고 총을 쥔다. 그리고 아자토스의 찌꺼기를 향해 총을 겨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9
다가갈수록 더욱 더 크게 보이는 재앙의 크기에 당신은 압도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그 손에서 총을 결코 놓는 법이 없습니다.
저 거대한 몸뚱아리에 상처 하나 나기는 하는건가요? 그럴 수 있기를 빌어야죠.
4:53AM곽필규:(설봄이 총을 겨누자 자신도 이어서 총을 겨눈다. 떨리는 호흡을 후우, 내쉬며 연신 진정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0
4:53AM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2
)
=
2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1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봄이를 밀쳐 첫 타격을 대신 맞은 필규가 일어나기 무섭게 이어서 그에게 또 한 번의 일격이 가해집니다.
과연, 무시무시한 힘입니다.
곽필규는 1회차 사망을 맞이합니다.
4:58AM설봄:(필규가 죽은 모습을 보자 크게 동요한다. 불안감이 엄습한 것일까... 그는 얼굴을 찌푸린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시 상대를 향해 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필규의 죽음에 크게 동요한 탓인지, 당신의 탄환은 저 거대한 적도 맞추지 못합니다.
필규는 폭발적인 회복력으로 그새 회복하여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5:00AM곽필규:...씨발, 더럽게 아프네. (설봄이 괜찮은지, 떨어진 곳에서도 슬쩍 시선으로 그녀를 쫓아보고, 괜찮은 걸 확인한 뒤 총을 고쳐쥔다.)
필규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봄이를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필규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곽필규: 설봄? 벌써 회복했냐?
시민들이 웅성거립니다.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그때, 봄이가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필규는 설봄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봄이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필규는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봄이는 필규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필규에 의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그 모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성 판정 1/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 -2감소.
영상은 필규에 의해 중간에 종료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설봄:언...언제 오셨어요?
곽필규:...지금.
일단 임무가 끝나고 말하자. 거짓말한 건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임무를 끝내러 왔잖냐. 시간이 얼마 없어.
설봄:......네.
곽필규:...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을 뿐이야.
필규가 봄이를 달래며, 어느덧 찾아낸 개폐 버튼을 누릅니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있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엎어진 남자/테이블/벽면의 서랍]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설봄:(엎어진 남자를 확인한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설봄:(남자의 몸을 샅샅이 뒤져본다.)
남자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발견합니다.
벽면의 서랍에 사용되는 열쇠입니다.
설봄:(남자의 핸드폰을 확인해본다.)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필규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핸드폰을 뒤진다면 메모장에 있던 주문,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를 입수합니다.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
마력 1D6을 소모해 폭주한 알파형 크리쳐를 진정시킨다.
주문을 시전하기 전, 시전자가 차례대로 지능, 정신력 판정에 성공해야 한다.
시전자는 한 라운드에 하나의 특성치 판정만 가능하므로 총 두 번의 턴이 요구된다.
설봄:(테이블을 살펴본다.)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설봄:(종이를 집어 들어 확인한다.)
핸드아웃 확인.
연구 일지를 다 읽는다면, 봄이는 생각해냅니다.
설봄은 자신이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날이나, 지하철에서 창밖을 바라본 일, 바다를 보며 해안선을 따라 걷던 일,
봄이는 전부 기억해냅니다.
봄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닙니다.
당신은, 사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성 판정 (1/1D5)
설봄: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이성 -1 감소.
설봄:(충격...)
(벽면의 서랍을 살핀다.)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중 한 칸만 잠겨있군요.
설봄:(아까 빼온 열쇠로 잠긴 서랍을 연다.)
봄이가 열쇠를 사용한다면 서랍 안에서 편지 꾸러미를 발견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장의 편지입니다.
핸드아웃 확인.
설봄:(충격!)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작성자가 보내지 못하고 보관한 것 같네요.
날짜는 1년 반 전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시 전체를 폭파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
여태껏 안전지대는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 없었습니다.
시내에 지나치게 많은 크리쳐들.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말하던 상급 크리쳐.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습니다.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아니, 몇 명인가요?
이성 판정 1/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이성 -1 감소.
C.V에 노출된 사람은 크리쳐가 됩니다.
그 기간은 당신으로서는 짐작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3일 이상 노출되었던 필규는?
필규의 뺨은 상기되어 있습니다.
이마에 감겨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아니, 오히려 필규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곽필규:설봄, 나…….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그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필규일 게 뻔합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필규는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 뿐이고요.
곽필규는 크리쳐가 되었으며,
설봄은 인간으로 되돌아갑니다.
이성 판정 1/1D5
설봄: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 -4감소.
곽필규:설봄, 설봄. 나는.......
...
어느 순간, 필규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봄이가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필규가 당신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봄이는 대응할 틈도 없이 필규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당신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봄이를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필규의 얼굴이 비칩니다.
설봄 HP -1.
설봄:(기침을 하며 필규를 쳐다본다.) 필, 필규씨... 정신... 차려요.
곽필규:...... (필규는 그녀를 분명 마주보고 있으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공허한 눈동자는 분명 이미 어딘가 정신이 나가있는 것 같았다.)
이내, 필규는 당신을 내동댕이칩니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봄이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필규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봄이를 공격한 필규는 폭주 상태로 건물의 가장 높은 곳까지 향하고 있습니다.
설봄:안돼...
(필규에게 내동댕이 쳐져서 아픈지,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그의 뒤를 따라간다.) 필규씨, 안돼요...
후들거리는 다리는 봄이가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필규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봄이는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필규가 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필규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크리쳐라도 괜찮다고 했던가요?
그저 어쩔 수 없는 실수였을 뿐이라고, 괜찮다고 했던가요?
전부 위선입니다.
필규는 봄이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설봄:(그에게 다가간다.) 필규씨... 필규씨, 괜찮아요?
곽필규:(설봄이 다가오려 하자 사납게 소리친다. 낮게 그르릉대는 소리가, 마치 경계를 하는 동물 같았다.) 오지마!!!!!
...(설봄을 다시 보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필규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뒤에 나온 목소리에는 조금의 물기가 묻어나왔다.) ...싫어. 저리 꺼져.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설봄:(필규가 소리를 쳐도 무시하고 힘겨운 듯 느리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안아준다.) 괜찮아요... 실수였잖아요... (숙인 고개를 들게 하여 시선을 맞춘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네?
곽필규:아냐, 아니야... 안괜찮아, 안괜찮다고! (기껏 저를 안아준 그녀의 품을 세차게 밀어냈다. 그러고는 벽을 쾅쾅 친다. 저도 저를 제어하기가 퍽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저히 진정이 되질 않자, 벽에 제 머리를 세게 쿵 하고 부딪혔다. 그 모습이 퍽 애처롭게 느껴졌다. 이제는 거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를 하고는,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제발 좀, 말 좀 들으라고, 바보새끼야...
실수라고 지워질 리가 없잖아...
더 다가오면 너 나랑 싸우자는 걸로 알거야... (마지막엔 힘없는 모습으로, 머리를 벽에 기대고 그리 중얼거렸다.)
설봄:(제어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필규씨...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거에요? 이대로 도망칠 거예요? 절 버리고서? 전 혼자 있는 게 더 불안하다고 했잖아요...
곽필규:(설봄이 말을 하면 할수록 필규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넌 어쩜 이리도 내 속을 헤집어놓는 말만 꺼내놓는지.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개싸움의 결과. 다 으스러진 손톱, 네 피로 얼룩진 손바닥, 핏발이 선 눈에서 흐른 짠맛의 액체가 얼룩을 남긴 볼, 수만 갈래로 찢긴 심장.)
...미안하다는 말은 안할게. 그 말이 면죄부가 아니라는 걸 네가 제일 잘 알잖냐.
너 혼자 가. 나중에 내 장례식이라도 해주든가... 같잖은 눈물 같은 거 흘리면서 청승 떨지 말고 따뜻하게 국에 밥 한 그릇 말아먹고 네 갈 길 가. 너는 내 이름 마음에서 지운 채 죽지 말고 꾸역꾸역 살아.
(구태여 더 모진 소리만 골라서 했다. 너를 떠나보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 그렇지 않으면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너는 정말 손 쓸 수 없는 바보고, 바보인 주제에 더럽게 정이 많았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나는 네 이름을 죽어서야 잊겠지.)
설봄:저희 약속했잖아요. 크리스마스에 함께 보내자고... 함께 열차도 타고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자고. (천천히 그에게 다시 다가가며) 저 선물 정말 기대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도 돼요. 필규씨도 계속 제 곁에 계셨잖아요. 제가 무슨 짓을 하든... 근데 저는 그러면 안돼요? (그의 앞에 우뚝 멈춰서며) 왜 그런 말을 해요? 필규씨는 자기 목숨이 가벼워요?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제 손에 죽어요. (총을 쥔다.)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을 데려갈 거에요. 절 혼자 두지 말라구요...
곽필규:하하... (허탈하게 웃어보인다. 당신, 왜 나를 마주 안아 주나요? 그렇게나 무거운 고통이 어린 말을 하면서, 당신은 왜 나를 보며 함께 미래를 그리고 싶어 하나요?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합니까? 어떤 말을 해야 당신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습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 곁에 있을 수 있겠냐는 말입니다. 이 가혹한 세상에, 제발 내 곁에 남아주세요. 하지만 이런 말을 어떻게 입 밖으로 내겠습니까?)
(그는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씨발...) 진짜 사람 말은 더럽게 안쳐들어요...
...너야말로 네 목숨이 가볍냐? 난 너랑 있으면 네 목숨이 한 줌 모래처럼 손가락 새로 빠져나갈 것 같은데.
너 정말... 이기적이야. 망할새끼...
(설봄이 총을 쥐자 필규도 자세를 고쳐잡고는 천천히 바르게 섰다. 싸울 생각인 것 같았다.)
(폭주한 탓일까, 그의 총은 이미 어딘가로 날아가버리고 없어져있었다.)
곽필규와 설봄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설봄:이기적인 건 필규씨도 똑같아요.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2
필규는 당신의 공격을 피하지 않습니다.
곽필규:...닥쳐! (설봄이 무슨 말을 하든 달려들어 주먹을 날린다.)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필규의 주먹이 봄이에게 정통으로 내리꽂힙니다.
설봄:(악)
(비싱식량을 사용한다.)
설봄 HP +3
설봄:(필규를 때려눕히기 위해 총을 잠시 바닥에 두고 주먹을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가뿐하게 피한 필규 탓에, 설봄의 주먹이 허공을 가릅니다.
곽필규: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곧바로 이어서 네게 주먹을 날린다.)
총이 맞은 부위가 가져다 준 충격때문일까 필규는 순간 비틀거리며 주먹을 엉뚱한 곳으로 휘두릅니다.
설봄:(필규가 비틀거리는 틈을 타서 공격한다.)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곽필규:윽..., (머리에 느껴지는 충격에 비틀거리다가, 이미 너덜거리는 장갑을 낀 손을 꽈악 쥐고 달려든다.)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설봄:(필규의 공격을 피한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필규의 주먹을 맞으니 입에서 피맛이 맴돕니다.
설봄:...(필규가 쓰러지지 않자 다시 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총으로 그를 향해 조준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6
역시 근접전으로는 그를 이기기 힘듭니다.
그는 최강의 크리쳐이니까요.
다시 총을 손에 쥔 봄이는 정확하게 그의 배에 총알을 명중시킵니다.
곽필규:아윽...!! 헉... 윽..., (꽤나 아팠는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무릎부터 무너져내렸다.)
설봄:(그가 쓰러지자 움찔하더니 인상을 쓰곤 그에게 달려가 안아준다.) 미안해요... (그리고는 핸드폰에서 봤었던 주문을 쓴다.)
rolling 1d6
(
4
)
=
4
설봄 마력 -4.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으윽...하아... 저리, 꺼져... (상당히 피를 흘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저를 안아준 그녀의 등을 팍팍 친다. 힘이 빠지고 있어 그런지, 별로 아프지 않다.)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조금만 참아요... (맞는 와중에도 그를 계속 껴안고 있다.)
곽필규:윽, 흐윽... 개새끼... (그마저도 힘이 빠졌는지 손이 그녀의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흐느끼는 소리가 설봄의 귓가에 들려온다.)
설봄, 정신력 판정.
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설봄, 다시 정신력 판정.
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설봄, 당신이 외운 주문은 성공적이었습니다.
A시가 폭파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다소 진정된 필규는 당신의 품속에 힘없이 안겨옵니다.
전투가 종료됩니다.
곽필규:...아파. (힘없이 중얼거리다가, 감은 눈을 떠 제 앞에 있을 설봄을 바라본다.)
설봄:(필규의 눈가를 쓰다듬는다.) 아프죠, 그러게 왜 말을 안 들었어요... (그를 꽉 끌어안는다.) 죽지 말라 그랬잖아요. 바보는 필규씨예요...
곽필규:(설봄이 꽉 끌어안자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는다. 그럼에도 더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이 아픔의 크기는 내가 너를 그만큼 아낀다는 사실의 증명이다.) 참나... 내가 왜 바보냐... 난 너한테 바보가 되기 싫어서 그랬는데.
...사람의 몸은 한 번 뿐인 인생을 살기엔 너무나도 유약하잖냐. 그러니까, 살으라고. (살아줘. 지금 네 뺨을 쓸어내릴 때마다 나의 손 끝이 불타는 듯이 달아오르는데. 네 창백한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심장이 저려올 만큼 짙은 감정을 느끼거늘. 나의 이 마음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살아줘. 지금 네 귀에 속삭일 때마다 나는 세상의 소리가 내 문장을 삼켜버릴까 두려워. 네 그 바다빛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내가 그 색을 볼 때마다 너를 떠올릴 수 있도록 살아줘.)
하, 미련한 녀석이... 사람은 이렇게 패놓고 곁에 있겠다는 말을 할 수가 있냐. 미친새끼아냐 완전... (제 팔을 올려 눈가를 가렸다. 그럼에도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그럼 말 했으면 지켜. 내 곁에 있어. 무슨 일이 생긴다해도 곁에 있어줘. 모두가 사라지고 바라볼 수 없는 마음만이 남는다고 해도 내 곁에 남아줘... 그러니까... (꾸욱, 말을 잇지 못한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설봄:바보... 바보예요. 미련하고 이기적이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필규씨는 제가 무슨 짓을 하든 이해해 줬으면서... 계속 함께해 주셨으면서... 저한테도 그럴 기회를 주세요.
(필규의 붉은 눈동자를 하염 없이 바라본다. 조금이라도 눈에서 벗어나면 그가 바스라져 사라질까봐... 소중하다는 듯 어루만진다.) 미친새끼라서 싫어요? (그가 계속 울자 눈물을 살살 닦아준다.)
당연하죠, 전 계속 곁에 있을 거예요. 그 어떤 것이 닥쳐온다해도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예요.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걸로 충분해요, 이 약속. 제 선물은 필규씨니까요... (그의 손등에 살포시 입을 맞춘다.)
우리 앞으로 어떡할까요? 둘이서 멀리 도망이라도 가버릴까요? (농담을 하고는 작게 웃는다.)
곽필규:...(남이 웃는 모습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말에 이리도 공감하게 될 줄 알았나. 이 사람은 언제나 나를 미치게 했다. 그녀는 과거를 잊은 괴물이 되어서도 결코 마음을 잃지 않았다. 사랑받는 법을, 사랑하는 법을, 그것만큼은 결코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겼다.
그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내가 받은 상처의 곱절을 돌려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껄이는 것. 네 속을 조금이라도 더 헤집어 놓는 것. 미친새끼는 바로 나였다.)
넌... 내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옆에 있고 싶어하냐. 후회하지나 마.
(한평생 들어왔던 설교와 명령보다 어찌 너의 짧은 메세지가 이토록 나의 안으로 파고든단 말인가? 더 이상 또 보자는 바보같은 인사말은 필요 없었다. 이 은밀한 밀회는 아마 오늘이 끝이 아니리라.)
욕심이 그렇게 없어서 어떡하냐, 나같은 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니... 착한 아이도 울고 가겠네.
(작게 웃던 설봄을 바라보던 필규는 그녀의 뺨을 감싸고...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별로 달콤한 맛은 아니었다. 쇠맛이 나는 비릿한 혈향이 입 안을 맴돌았다.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 내가 네 생각보다 너를 사랑함을 알고나 있냐. 내가 네 생각보다 영악하고 능숙함을 아냐. 하지만 결국 나의 가장 좋은 부분들만 네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알아? 그래서 내 입술에 독을 묻히고 네게 입을 맞췄어. 그런데 그건 아무래도 자살 행위였던 게 분명해. 입술에 묻힌 독은 네게 입을 맞추기 전의 내가 다 먹은 거야. 나는 너를 죽이기 싫었던 거야.)
곽필규:그럴까... 우리, 떠날까. 이 좆같은 곳에 널 더 이상 놔두고 싶지 않아. 멀리, 평범한 사람처럼, 이 세상이 망하기 전처럼, 살자.
설봄: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을까요... 그러는 필규씨는요? 제가 좋아요? (헤헤 하고 웃는다.)
후회 안 해요, 절대로. (그의 손을 어루만진다.) 이미 충분히 욕심 부렸어요. 필규씨가 제 옆에 있잖아요.
(필규가 입을 맞춰주자 눈을 감고 그를 받아들인다. 그의 어떤 감정이든...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한 맹세를 걸고 입을 맞춘다. 그 입맞춤이 기쁜 마냥 조금 더 그를 세게 끌어안으며, 미소가 번지고 들뜬 숨을 내뱉는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다.)
좋아요...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러 떠나요. 단 둘이...
곽필규:좋아하지...당연한 걸 묻지 마. 바보야. (솔직하게 좋다, 라고 말하는 것이 못내 부끄러웠는지 그의 뺨이 붉은색으로 수놓였다. 설봄의 대답을 들은 필규는 편안한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하고... 이내 일어났다. 그새 상처가 아물어 조금은 참을만해진 것 같았다.)
.
.
두 사람, 어떠한 약속을 하였나요?
그 약속은 곧, 두 사람의 사랑을 붙드는 지대한 맹세일 것입니다.
필규는 봄이를 안아 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립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야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푸른 빛이 일직선을 그립니다.
내리던 눈이 멎으면, 도시를 잠식한 어둠이 걷혀갑니다.
밝아오는 새벽하늘 너머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필규와 봄이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감겼다 내려앉습니다.
곽필규:달릴 수 있냐?
평온한 어조로 필규가 물어오면,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설봄, 당신은 최강의 인류잖아요?
달칵, 봄이의 목줄이 풀린 뒤 처음으로 깊게 삼킨 겨울 도시의 공기가 폐를 콕콕 찌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