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규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봄이를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필규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곽필규: 설봄? 벌써 회복했냐?
시민들이 웅성거립니다.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그때, 봄이가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필규는 설봄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봄이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필규는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봄이는 필규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필규에 의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그 모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성 판정 1/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 -2감소.
영상은 필규에 의해 중간에 종료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설봄:언...언제 오셨어요?
곽필규:...지금.
일단 임무가 끝나고 말하자. 거짓말한 건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임무를 끝내러 왔잖냐. 시간이 얼마 없어.
설봄:......네.
곽필규:...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을 뿐이야.
필규가 봄이를 달래며, 어느덧 찾아낸 개폐 버튼을 누릅니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있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엎어진 남자/테이블/벽면의 서랍]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설봄:(엎어진 남자를 확인한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설봄:(남자의 몸을 샅샅이 뒤져본다.)
남자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발견합니다.
벽면의 서랍에 사용되는 열쇠입니다.
설봄:(남자의 핸드폰을 확인해본다.)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필규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핸드폰을 뒤진다면 메모장에 있던 주문,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를 입수합니다.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
마력 1D6을 소모해 폭주한 알파형 크리쳐를 진정시킨다.
주문을 시전하기 전, 시전자가 차례대로 지능, 정신력 판정에 성공해야 한다.
시전자는 한 라운드에 하나의 특성치 판정만 가능하므로 총 두 번의 턴이 요구된다.
설봄:(테이블을 살펴본다.)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설봄:(종이를 집어 들어 확인한다.)
핸드아웃 확인.
연구 일지를 다 읽는다면, 봄이는 생각해냅니다.
설봄은 자신이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날이나, 지하철에서 창밖을 바라본 일, 바다를 보며 해안선을 따라 걷던 일,
봄이는 전부 기억해냅니다.
봄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닙니다.
당신은, 사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성 판정 (1/1D5)
설봄: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이성 -1 감소.
설봄:(충격...)
(벽면의 서랍을 살핀다.)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중 한 칸만 잠겨있군요.
설봄:(아까 빼온 열쇠로 잠긴 서랍을 연다.)
봄이가 열쇠를 사용한다면 서랍 안에서 편지 꾸러미를 발견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장의 편지입니다.
핸드아웃 확인.
설봄:(충격!)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작성자가 보내지 못하고 보관한 것 같네요.
날짜는 1년 반 전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시 전체를 폭파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
여태껏 안전지대는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 없었습니다.
시내에 지나치게 많은 크리쳐들.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말하던 상급 크리쳐.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습니다.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아니, 몇 명인가요?
이성 판정 1/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이성 -1 감소.
C.V에 노출된 사람은 크리쳐가 됩니다.
그 기간은 당신으로서는 짐작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3일 이상 노출되었던 필규는?
필규의 뺨은 상기되어 있습니다.
이마에 감겨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아니, 오히려 필규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곽필규:설봄, 나…….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그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필규일 게 뻔합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필규는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 뿐이고요.
곽필규는 크리쳐가 되었으며,
설봄은 인간으로 되돌아갑니다.
이성 판정 1/1D5
설봄: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 -4감소.
곽필규:설봄, 설봄. 나는.......
...
어느 순간, 필규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봄이가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필규가 당신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봄이는 대응할 틈도 없이 필규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당신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봄이를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필규의 얼굴이 비칩니다.
설봄 HP -1.
설봄:(기침을 하며 필규를 쳐다본다.) 필, 필규씨... 정신... 차려요.
곽필규:...... (필규는 그녀를 분명 마주보고 있으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공허한 눈동자는 분명 이미 어딘가 정신이 나가있는 것 같았다.)
이내, 필규는 당신을 내동댕이칩니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봄이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필규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봄이를 공격한 필규는 폭주 상태로 건물의 가장 높은 곳까지 향하고 있습니다.
설봄:안돼...
(필규에게 내동댕이 쳐져서 아픈지,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그의 뒤를 따라간다.) 필규씨, 안돼요...
후들거리는 다리는 봄이가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필규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봄이는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필규가 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필규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크리쳐라도 괜찮다고 했던가요?
그저 어쩔 수 없는 실수였을 뿐이라고, 괜찮다고 했던가요?
전부 위선입니다.
필규는 봄이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설봄:(그에게 다가간다.) 필규씨... 필규씨, 괜찮아요?
곽필규:(설봄이 다가오려 하자 사납게 소리친다. 낮게 그르릉대는 소리가, 마치 경계를 하는 동물 같았다.) 오지마!!!!!
...(설봄을 다시 보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필규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뒤에 나온 목소리에는 조금의 물기가 묻어나왔다.) ...싫어. 저리 꺼져.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설봄:(필규가 소리를 쳐도 무시하고 힘겨운 듯 느리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안아준다.) 괜찮아요... 실수였잖아요... (숙인 고개를 들게 하여 시선을 맞춘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네?
곽필규:아냐, 아니야... 안괜찮아, 안괜찮다고! (기껏 저를 안아준 그녀의 품을 세차게 밀어냈다. 그러고는 벽을 쾅쾅 친다. 저도 저를 제어하기가 퍽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저히 진정이 되질 않자, 벽에 제 머리를 세게 쿵 하고 부딪혔다. 그 모습이 퍽 애처롭게 느껴졌다. 이제는 거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를 하고는,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제발 좀, 말 좀 들으라고, 바보새끼야...
실수라고 지워질 리가 없잖아...
더 다가오면 너 나랑 싸우자는 걸로 알거야... (마지막엔 힘없는 모습으로, 머리를 벽에 기대고 그리 중얼거렸다.)
설봄:(제어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필규씨...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거에요? 이대로 도망칠 거예요? 절 버리고서? 전 혼자 있는 게 더 불안하다고 했잖아요...
곽필규:(설봄이 말을 하면 할수록 필규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넌 어쩜 이리도 내 속을 헤집어놓는 말만 꺼내놓는지.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개싸움의 결과. 다 으스러진 손톱, 네 피로 얼룩진 손바닥, 핏발이 선 눈에서 흐른 짠맛의 액체가 얼룩을 남긴 볼, 수만 갈래로 찢긴 심장.)
...미안하다는 말은 안할게. 그 말이 면죄부가 아니라는 걸 네가 제일 잘 알잖냐.
너 혼자 가. 나중에 내 장례식이라도 해주든가... 같잖은 눈물 같은 거 흘리면서 청승 떨지 말고 따뜻하게 국에 밥 한 그릇 말아먹고 네 갈 길 가. 너는 내 이름 마음에서 지운 채 죽지 말고 꾸역꾸역 살아.
(구태여 더 모진 소리만 골라서 했다. 너를 떠나보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 그렇지 않으면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너는 정말 손 쓸 수 없는 바보고, 바보인 주제에 더럽게 정이 많았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나는 네 이름을 죽어서야 잊겠지.)
설봄:저희 약속했잖아요. 크리스마스에 함께 보내자고... 함께 열차도 타고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자고. (천천히 그에게 다시 다가가며) 저 선물 정말 기대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도 돼요. 필규씨도 계속 제 곁에 계셨잖아요. 제가 무슨 짓을 하든... 근데 저는 그러면 안돼요? (그의 앞에 우뚝 멈춰서며) 왜 그런 말을 해요? 필규씨는 자기 목숨이 가벼워요?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제 손에 죽어요. (총을 쥔다.)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을 데려갈 거에요. 절 혼자 두지 말라구요...
곽필규:하하... (허탈하게 웃어보인다. 당신, 왜 나를 마주 안아 주나요? 그렇게나 무거운 고통이 어린 말을 하면서, 당신은 왜 나를 보며 함께 미래를 그리고 싶어 하나요?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합니까? 어떤 말을 해야 당신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습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 곁에 있을 수 있겠냐는 말입니다. 이 가혹한 세상에, 제발 내 곁에 남아주세요. 하지만 이런 말을 어떻게 입 밖으로 내겠습니까?)
(그는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씨발...) 진짜 사람 말은 더럽게 안쳐들어요...
...너야말로 네 목숨이 가볍냐? 난 너랑 있으면 네 목숨이 한 줌 모래처럼 손가락 새로 빠져나갈 것 같은데.
너 정말... 이기적이야. 망할새끼...
(설봄이 총을 쥐자 필규도 자세를 고쳐잡고는 천천히 바르게 섰다. 싸울 생각인 것 같았다.)
(폭주한 탓일까, 그의 총은 이미 어딘가로 날아가버리고 없어져있었다.)
곽필규와 설봄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설봄:이기적인 건 필규씨도 똑같아요.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2
필규는 당신의 공격을 피하지 않습니다.
곽필규:...닥쳐! (설봄이 무슨 말을 하든 달려들어 주먹을 날린다.)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필규의 주먹이 봄이에게 정통으로 내리꽂힙니다.
설봄:(악)
(비싱식량을 사용한다.)
설봄 HP +3
설봄:(필규를 때려눕히기 위해 총을 잠시 바닥에 두고 주먹을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가뿐하게 피한 필규 탓에, 설봄의 주먹이 허공을 가릅니다.
곽필규: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곧바로 이어서 네게 주먹을 날린다.)
총이 맞은 부위가 가져다 준 충격때문일까 필규는 순간 비틀거리며 주먹을 엉뚱한 곳으로 휘두릅니다.
설봄:(필규가 비틀거리는 틈을 타서 공격한다.)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곽필규:윽..., (머리에 느껴지는 충격에 비틀거리다가, 이미 너덜거리는 장갑을 낀 손을 꽈악 쥐고 달려든다.)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설봄:(필규의 공격을 피한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필규의 주먹을 맞으니 입에서 피맛이 맴돕니다.
설봄:...(필규가 쓰러지지 않자 다시 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총으로 그를 향해 조준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6
역시 근접전으로는 그를 이기기 힘듭니다.
그는 최강의 크리쳐이니까요.
다시 총을 손에 쥔 봄이는 정확하게 그의 배에 총알을 명중시킵니다.
곽필규:아윽...!! 헉... 윽..., (꽤나 아팠는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무릎부터 무너져내렸다.)
설봄:(그가 쓰러지자 움찔하더니 인상을 쓰곤 그에게 달려가 안아준다.) 미안해요... (그리고는 핸드폰에서 봤었던 주문을 쓴다.)
rolling 1d6
(
4
)
=
4
설봄 마력 -4.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으윽...하아... 저리, 꺼져... (상당히 피를 흘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저를 안아준 그녀의 등을 팍팍 친다. 힘이 빠지고 있어 그런지, 별로 아프지 않다.)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조금만 참아요... (맞는 와중에도 그를 계속 껴안고 있다.)
곽필규:윽, 흐윽... 개새끼... (그마저도 힘이 빠졌는지 손이 그녀의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흐느끼는 소리가 설봄의 귓가에 들려온다.)
설봄, 정신력 판정.
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설봄, 다시 정신력 판정.
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설봄, 당신이 외운 주문은 성공적이었습니다.
A시가 폭파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다소 진정된 필규는 당신의 품속에 힘없이 안겨옵니다.
전투가 종료됩니다.
곽필규:...아파. (힘없이 중얼거리다가, 감은 눈을 떠 제 앞에 있을 설봄을 바라본다.)
설봄:(필규의 눈가를 쓰다듬는다.) 아프죠, 그러게 왜 말을 안 들었어요... (그를 꽉 끌어안는다.) 죽지 말라 그랬잖아요. 바보는 필규씨예요...
곽필규:(설봄이 꽉 끌어안자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는다. 그럼에도 더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이 아픔의 크기는 내가 너를 그만큼 아낀다는 사실의 증명이다.) 참나... 내가 왜 바보냐... 난 너한테 바보가 되기 싫어서 그랬는데.
...사람의 몸은 한 번 뿐인 인생을 살기엔 너무나도 유약하잖냐. 그러니까, 살으라고. (살아줘. 지금 네 뺨을 쓸어내릴 때마다 나의 손 끝이 불타는 듯이 달아오르는데. 네 창백한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심장이 저려올 만큼 짙은 감정을 느끼거늘. 나의 이 마음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살아줘. 지금 네 귀에 속삭일 때마다 나는 세상의 소리가 내 문장을 삼켜버릴까 두려워. 네 그 바다빛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내가 그 색을 볼 때마다 너를 떠올릴 수 있도록 살아줘.)
하, 미련한 녀석이... 사람은 이렇게 패놓고 곁에 있겠다는 말을 할 수가 있냐. 미친새끼아냐 완전... (제 팔을 올려 눈가를 가렸다. 그럼에도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그럼 말 했으면 지켜. 내 곁에 있어. 무슨 일이 생긴다해도 곁에 있어줘. 모두가 사라지고 바라볼 수 없는 마음만이 남는다고 해도 내 곁에 남아줘... 그러니까... (꾸욱, 말을 잇지 못한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설봄:바보... 바보예요. 미련하고 이기적이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필규씨는 제가 무슨 짓을 하든 이해해 줬으면서... 계속 함께해 주셨으면서... 저한테도 그럴 기회를 주세요.
(필규의 붉은 눈동자를 하염 없이 바라본다. 조금이라도 눈에서 벗어나면 그가 바스라져 사라질까봐... 소중하다는 듯 어루만진다.) 미친새끼라서 싫어요? (그가 계속 울자 눈물을 살살 닦아준다.)
당연하죠, 전 계속 곁에 있을 거예요. 그 어떤 것이 닥쳐온다해도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예요.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걸로 충분해요, 이 약속. 제 선물은 필규씨니까요... (그의 손등에 살포시 입을 맞춘다.)
우리 앞으로 어떡할까요? 둘이서 멀리 도망이라도 가버릴까요? (농담을 하고는 작게 웃는다.)
곽필규:...(남이 웃는 모습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말에 이리도 공감하게 될 줄 알았나. 이 사람은 언제나 나를 미치게 했다. 그녀는 과거를 잊은 괴물이 되어서도 결코 마음을 잃지 않았다. 사랑받는 법을, 사랑하는 법을, 그것만큼은 결코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겼다.
그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내가 받은 상처의 곱절을 돌려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껄이는 것. 네 속을 조금이라도 더 헤집어 놓는 것. 미친새끼는 바로 나였다.)
넌... 내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옆에 있고 싶어하냐. 후회하지나 마.
(한평생 들어왔던 설교와 명령보다 어찌 너의 짧은 메세지가 이토록 나의 안으로 파고든단 말인가? 더 이상 또 보자는 바보같은 인사말은 필요 없었다. 이 은밀한 밀회는 아마 오늘이 끝이 아니리라.)
욕심이 그렇게 없어서 어떡하냐, 나같은 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니... 착한 아이도 울고 가겠네.
(작게 웃던 설봄을 바라보던 필규는 그녀의 뺨을 감싸고...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별로 달콤한 맛은 아니었다. 쇠맛이 나는 비릿한 혈향이 입 안을 맴돌았다.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 내가 네 생각보다 너를 사랑함을 알고나 있냐. 내가 네 생각보다 영악하고 능숙함을 아냐. 하지만 결국 나의 가장 좋은 부분들만 네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알아? 그래서 내 입술에 독을 묻히고 네게 입을 맞췄어. 그런데 그건 아무래도 자살 행위였던 게 분명해. 입술에 묻힌 독은 네게 입을 맞추기 전의 내가 다 먹은 거야. 나는 너를 죽이기 싫었던 거야.)
곽필규:그럴까... 우리, 떠날까. 이 좆같은 곳에 널 더 이상 놔두고 싶지 않아. 멀리, 평범한 사람처럼, 이 세상이 망하기 전처럼, 살자.
설봄: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을까요... 그러는 필규씨는요? 제가 좋아요? (헤헤 하고 웃는다.)
후회 안 해요, 절대로. (그의 손을 어루만진다.) 이미 충분히 욕심 부렸어요. 필규씨가 제 옆에 있잖아요.
(필규가 입을 맞춰주자 눈을 감고 그를 받아들인다. 그의 어떤 감정이든...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한 맹세를 걸고 입을 맞춘다. 그 입맞춤이 기쁜 마냥 조금 더 그를 세게 끌어안으며, 미소가 번지고 들뜬 숨을 내뱉는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다.)
좋아요...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러 떠나요. 단 둘이...
곽필규:좋아하지...당연한 걸 묻지 마. 바보야. (솔직하게 좋다, 라고 말하는 것이 못내 부끄러웠는지 그의 뺨이 붉은색으로 수놓였다. 설봄의 대답을 들은 필규는 편안한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하고... 이내 일어났다. 그새 상처가 아물어 조금은 참을만해진 것 같았다.)
.
.
두 사람, 어떠한 약속을 하였나요?
그 약속은 곧, 두 사람의 사랑을 붙드는 지대한 맹세일 것입니다.
필규는 봄이를 안아 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립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야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푸른 빛이 일직선을 그립니다.
내리던 눈이 멎으면, 도시를 잠식한 어둠이 걷혀갑니다.
밝아오는 새벽하늘 너머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필규와 봄이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감겼다 내려앉습니다.
곽필규:달릴 수 있냐?
평온한 어조로 필규가 물어오면,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설봄, 당신은 최강의 인류잖아요?
달칵, 봄이의 목줄이 풀린 뒤 처음으로 깊게 삼킨 겨울 도시의 공기가 폐를 콕콕 찌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