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08〔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로그 백업

TRPG/봄이♥필규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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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

w. 청서

KPC. 곽필규 (리체)

PC. 설봄 (종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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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들으면 좋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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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
 
w. 청서
 
KPC. 곽필규 (리체) ❦ PC. 설봄 (종달새)
 
*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잿빛 세계를 밝히는 휘황찬란한 청색 네온사인.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최강의 인류들로 구성된 특수 전투 부대, AOC는……."
 
"오늘 자정, 본부에서 A급 범죄자들의 공개 처형식을 거행합니다."
 
죄목은 본부의 주요 기밀 및 전력 강제 탈취, 안전지대 곳곳에 파견된 대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는 바이며…….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과 함께 처형이 예정된 'A급 범죄자'들을 촬영한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목된 범죄자들은 또 다른 AOC 대원들이며, 그 죄목은 필규와 봄이가 저지른 것입니다.
 
당신은 이것이 경고임을 깨닫습니다.
 
본부의 주요 기밀을 알아차리고 무단으로 이탈한 설봄과 곽필규, 두 사람이 조속히 복귀하지 않으면 동료들을 한 사람씩 제거하겠다는 경고 말이에요.
 
익숙한 비일상 감에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흐릅니다.
 
설봄, 이성 판정 (0/1)
 
설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 모브들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더라도 옛 동료는 동료이며, 당신이 원인이니까요.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하게 점심을 조달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있던 빵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를 얻은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당신은 크리쳐를 죽이고 터뜨리는 대신 페인트칠이나 주차 대행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습니다.
 
이놈의 월세는 어찌나 비싸던지요!
 
그리고,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제야 평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당신의 괴로울 정도로 날카로운 감은 뾰족하게 경보를 울립니다.
 
어떻게 엮이든 위험한 일이 생길 거라고!
 
핸드아웃 확인.
 
그때, 설봄은 '어떤 위협'을 느끼고 다섯 걸음 물러섭니다.
 
민첩한 반사 신경은 어떤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더라도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 직후, 철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붉은 액체가 튀어 오릅니다.
 
봄이의 옷에도 몇 방울이 묻어버렸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평범하게…
 
파스타 소스를 끼얹은 사람(기절 상태)입니다.
 
곽필규:야 설봄!
 
그리고 필규가 다가옵니다.
 
필규는 근처 빵집에서 레토르트 파스타를 먹으며 속보를 보다 추격자에게 습격당했습니다.
 
포크와 먹던 파스타만을 사용해서 제압했으나, 상당히 배가 고팠기 때문에 지금은 엎어진 파스타에 신경이 쏠려있을지도.
 
곽필규:(파스타에 시선을 물끄럼 얹는다...)
너 뉴스 봤냐? (다시 시선을 봄이에게로 옮기며 말한다.)
 
설봄:네... (봤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곽필규:그럼 AOC로 돌아가야한다는 것도 알겠네.
카트린, 에보니, 앨릭… 전부 우리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어.
알잖냐, 그 녀석들은 죄가 없으니까.
……사실 별로 안면은 없지만. 식사는 커녕 인사도 해본 적 없지만….
한 명은 이름을 틀린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아무튼.
 
진심으로 구할 생각이 있긴 한 걸까요?
 
설봄:...맞아요. 근데 돌아가면 저희가 과연 무사할 수 있을 까요...?
죽는거 아니에요?!
 
곽필규:...알아. 우리를 겨냥한 함정일 확률이 높겠지.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최소한 내가 믿는 정의는 사람을 위한 정의니까, 잘못된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아.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는 없어.
그건 너도 그렇지 않냐?
 
설봄:(필규의 말이 맞다는 듯 수긍하며) 네... 저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순 없죠.
 
곽필규:...너랑은 몇 년간 함께해서 그런가. 생각은 잘 맞네.
걱정마라. 특수부대 출신인데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죽겠냐.
그럼 가기 전에 짐이라도 챙기게 숙소로 돌아가자. (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리 말하곤 앞장 서서 걸어간다.)
 
설봄:(필규가 '죽음'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자 불안한 듯한 기색을 내비춘다.) 그렇...겠죠... (그가 머릴 쓰다듬어 주자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그의 뒤를 쫓아간다.)
 
두 사람은 AOC 본부로 돌아가기 전,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옵니다.
 
좁은 탁자 위에는 갖가지 음식과 음료수가 놓여 있습니다.
 
침대를 힘껏 들추니 그동안 숨겨왔던 여러 총기와 날붙이 등이 줄지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설봄:(몇 가지 음식들을 챙기고 총기와 날붙이도 챙긴다.)
 
당신은 총기와 날붙이들을 챙깁니다.
 
물론, 총알은 들어있지 않지만요. 혹시 모르잖아요?
 
그리고 여분의 식량을 챙깁니다.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필규는 옷장 한구석에서 방치된 AOC의 군복을 꺼냅니다.
 
AOC에 잠입할 예정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업복도 없겠죠.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정의를 추구합니다.
 
아니,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모르죠.
 
―현재 시각 오전 11시 30분, 설봄, AOC 본부로 이동.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안전지대의 치안은 AOC가 담당합니다.
 
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날립니다.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예전 직장입니다.
 
몇 번의 추적자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곽필규:...파트라슈, 나 춥다.
 
설봄:(필규를 잠시 쳐다보더니) 끼잉... (따뜻해지라는 듯이 그를 안아준다. 별 효과는 없지만...)
 
곽필규:호오호오... (손을 부는 듯한 제스쳐를 하더니 그녀가 안아주자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리 파트라슈 따뜻하네. (풉,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웃는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필규는 재차 묻는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각오는 됐냐?
 
설봄:(필규가 쓰다듬어주자 같이 웃더니 그의 물음에 표정이 조금 굳는다.) 같이 돌아오겠다고 약속해요... 살겠다는 각오로 가야죠.
 
곽필규:...(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거라 하였나.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필규는 결연한 표정으로 끝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같이, 라는 건 너도 반드시 돌아오겠다는거지? 약속 안지키면 새끼손가락 자를거야.
(그리 말하며 봄이의 손을 꼬옥 잡는다. 퍽 살벌한 말이었지만,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는 어조는 아니었다.) 자, 그럼 어디로 진입하는게 좋겠냐.
 
설봄:당연하죠. 혼자서 남겨두는 일은 없을 거에요... (그가 잡은 손을 내려다보며 새끼손가락을 꼬물거린다.) 필규씨는 어디가 좋아요?
 
곽필규:...오냐, (새끼손가락이 꼬물거리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지자 작게 큭큭 웃는다. 쫄기는.)
...AOC 본부 정문으로 들이닥치면 경비원은 피하더라도 곳곳에 숨은 CCTV까지 전부 피하긴 어렵겠지.
그게 싫으면 다른 루트로 잠입하는 것도 괜찮다. 내가 알아둔 길이 있으니까.
 
설봄:정말요?! (갑자기 필규를 믿음직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반짝반짝!) 그럼 잠입할까요!!
 
길 안내는 필규가 앞장섭니다.
 
알려지지 않은 루트를 예전에 파악해뒀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었으니까요.
 
곽필규:특별히 대단한 길은 아니지만, 허를 찌를 수는 있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우리한테는 그거면 충분해.
(그리곤 봄이를 돌아보더니 묻는다.)
기는 쪽이 좋냐, 나는 쪽이 좋냐?
 
설봄:멋있당...
저요...? 전... 나는 거...?
 
곽필규:(수상하게 씨익 웃는다.) 오냐, 나는 게 좋다고 했지?
 
AOC 본부 근처, 옆 건물로 올라선 뒤에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길이야말로 무식하고 저돌적인 침입의 극치라는 사실을요.
 
아무도 필규에게 인간은 날 수 없다고 가르쳐주지 않았던가요?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의심스러운 장치를 봄이의 조끼에 묶으며 필규는 당신을 안심시킵니다.
 
곽필규:괜찮아, 아직은 1명밖에 안 떨어졌댄다.
 
그리곤 조용히 중얼거립니다.
 
곽필규:...뭐, 실사용자는 3명이라고 들은 것 같긴 하지만.
 
태클을 걸 틈도 없이 필규는 봄이를 껴안고 뛰어내립니다.
 
어느새 반대편 건물에 고정해두었던 건지, 두 사람을 지탱한 와이어에 의지한 채 호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설봄:(으아아아)
 
곽필규:(ㅋㅋㅋㅋ)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에 걸쳐 건물 외벽을 밟고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아까보다 한층 더 날 선 겨울바람이 매몰차게 얼굴을 때립니다.
 
휘날리는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필규의 두 눈은 근래의 1년 중 제일 반짝이고 있습니다.
 
곽필규:어쩌면 줄곧 이런 날이 다시 오길 기다렸는지도 모르지.
 
당신을 안은 채 옥상으로 일절 충격 없이 가볍게 착지한 그는 가볍게 덧붙입니다.
 
곽필규:나쁜 사건이 아니라, 너랑 같이 싸우는 거. 싫진 않거든.
 
찡그리듯 웃으면서요.
 
허공으로 떠올랐다 가라앉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흐트러지며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필규는 봄이의 조끼에 걸린 와이어 고리를 풀어주곤 그대로 등을 돌립니다.
 
이곳은 AOC 건물의 옥상입니다.
 
곽필규:자, 도착했다. 괜찮았지?
 
설봄:(비틀거리며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신호정도는 주고 뛰어 내리라구요... (이런 것도 1년만이라 그런지 어쩐지 익숙한 듯 낯선 감각이다.)
 
곽필규:참내... 고작 1년 지났다고 그딴 나약한 소리 뱉을래? 여태까지도 험한 일은 많았잖냐. 정신차려. (설봄의 등을 팡 친다.)
이제 최상층으로 가야해. 인질부터 구해봤자 그 망할 윗대가리 새끼들이 살아있는 한 이런 일은 반복해서 일어날테니까.
그 자식들부터 손봐주러 가야겠어.
 
설봄:(필규가 등을 팡 치자, 눈을 크게 뜨고는 그를 바라본다. 봄이도 자신이 이런 나약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느낀걸까 제 볼을 양 볼을 짝짝 때린다.) 아주 끝장을 내주러 가요!!
 
곽필규:...오냐. (양 볼을 때리는 모습이 조금 아파보였는지 뺨을 좀 쓰다듬어주고 길을 나선다.)
 
봄이와 필규가 최상층에 도달하면, 필규는 봄이를 뒤로 한 채 앞장섭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그저 돌입할 생각뿐이었는데, 소강당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그 안을 본다면….
 
...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분명 설봄과 곽필규가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은 전부 당신과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누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행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설봄, 관찰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바쁘게 눈을 움직이던 당신은 군인 중 한명이 딴짓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한 손을 뒤로 한 채 휴대폰으로 스도쿠를 하고 있네요.
 
과연 딴짓의 솜씨마저 최강입니다.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소장입니다.
 
설봄: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마이크로 웨이브: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소장은 연설하는 내내 어쩐지 자꾸만 땀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AOC 대원: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일반 부대에게 맡기고 중심부로 전원 집합할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대규모 폭동이라도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마이크로는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또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AOC야말로 정의입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할 것을 명한 뒤 자리를 뜹니다.
 
소강당의 문이 열리기 전, 필규는 봄이를 잡아당겨 잠시 몸을 숨겼다 빠져나오는 군복 무리들 틈에 섞입니다.
 
낯선 얼굴도, 낯익은 얼굴도 보입니다.
 
필규는 봄이에게 낮게 속삭입니다.
 
곽필규:작전을 변경한다. 역시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설봄:(필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곽필규:...이 기관의 윗대가리라는 새끼들은 어딘가 미쳐있어. 죽여버린다고 해도 분명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 그런 예감이 들어.
 
설봄 역시 이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야, 당신의 날카로운 감 역시 필규의 말에 동의하고 있으니까요.
 
곽필규:인질을 찾자.
(명료한 목소리가 설봄을 이끈다.)
군복을 입고 온 게 답이었군. 이 건물 CCTV의 화질로는 우리의 얼굴을 구별할 수 없을테지.
 
설봄:네...
 
봄이가 응한다면, 두 사람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입까지 올린 AOC 마스크 덕분에 설봄과 곽필규의 얼굴을 알아보는 대원들은 없습니다.
 
닮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금방 털어버리겠죠, 당신들은 대외적으로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현재 시각 오후 2시 45분, 설봄, AOC 최상층에 도달, 소강당의 집합을 목격.
 
GM: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공되는 조사 시트는 4층 분량이므로, D36을 굴려 나오는 층수를 조사했을 때의 결과로 이동하거나, 혹은 순서대로 이동하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사 전, 설봄은 소장의 연설을 들은 대원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설봄:(지나가는 대원을 붙잡고 말을 건다.) 저기... 오늘 소장님 상태가 좀 이상하시지 않았습니까?
 
설봄의 물음에, 각각의 대원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한 바에 따른 대답을 합니다.
 
어떤 대원은 AOC라는 단체에 관해 굉장히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상관의 명령이니 따르는 수밖에 없지만, 이런 정의를 따르기 위해서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요. 제가 지켜야 하는 건 무엇이죠? 저는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요?"
 
어떤 대원은 넉넉한 봉급을 받으니 괜찮지 않냐고 말합니다.
 
"그리고, 과시하는 쪽은 나쁘지 않거든.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왔는데 겸손하게만 사는 게 옳다곤 생각 안 해."
 
어떤 대원은 정보에 무척 밝은 듯합니다.
 
"그거 아세요? 근래 들어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망하는 대원들이 늘었거든요. 전부 탈영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윗물이 고여 썩어가니 흘러내리는 걸 참을 수 없었던 걸까요."
 
.
 
.
 
설봄:(그렇군...)
(대원들의 이야기를 적당히 듣고 난 후 이동한다.)
 
▶ D36-A층
 
상관:뭐 하는 거야? 여태 무기도 안 챙기고 있다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에게 탄환이 가득한 총을 넘겨줍니다.
 
당신과 필규에게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의 연설에 따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대 크리쳐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곽필규:... 네, 알겠습니다. (봄이를 끌고 상관에게서 멀어진다. 무언가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AOC의 낌새가 이상하다, 말로 내뱉지 않아도 필규 역시 위화감을 눈치챈 듯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곽필규:...뭔가 이상한데? 감이 안좋아. 조심해라.
 
설봄:(끄덕...)
 
봄이와 필규가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크리쳐와 마주칩니다. 전투가 발생합니다!
 
예? 여기서요? 갑자기요?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가 벌어집니다.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의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봄이는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상급인가?
 
핸드아웃 확인.
 
GM:약식 대항 전투
조우하는 적의 수는 8D10으로 정합니다. 순서는 설봄-곽필규-크리쳐로 진행합니다. 약식 룰이므로 반격 및 회피는 없습니다.
설봄과 곽필규는 '사격(라이플)'을 판정하며, 성공시 4D6을 굴려 '한 번에 몇 마리를 처리했는지'를 결정합니다. 판정 실패는 공격 실패로 취급되며, 재판정 없이 다음 순서로 넘어갑니다.
전투 턴에서 순서가 올 때까지 절반 이상 남아있을 경우 필규에게 피해보너스 만큼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특수한 스킬을 확률적으로 발동합니다. 에너미가 전멸할 때까지 전투는 계속됩니다.
+ CREA-GRRR!!! -2- 전투 특수 룰
봄이를 향해 들어오는 모든 공격은 필규가 대신 맞습니다. 필규에게 들어오는 공격은 봄이에게 넘기지 않습니다. 필규는 hp가 0이 되면 사망하지만, 1ROUND 후 부활합니다.
 
GM:
rolling 8d10
 
(
2
 
+
6
 
+
2
 
+
6
 
+
2
 
+
7
 
+
7
 
+
3
 
)
 
 
=
35
 
크리쳐의 개체 수는 총 35마리입니다.
 
설봄, 곽필규. 익숙한 당신들의 무기를 고쳐잡으세요.
 
전투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곽필규:뭐야, 이것들은...?!
 
설봄:왜... 본부 안에 이런 게 들어온 걸까요?
 
곽필규:젠장, 나도 몰라!! 본부 안에 이딴 게 있다고? 바깥은 어떻게 되어먹은거야 그럼?!
조심해라, 처음보는 녀석이야!
 
설봄:이것도 함정일까요...? (총을 고쳐잡고 크리쳐를 향해 저격한다.)
필규씨도 조심하세요!
사격(라/산)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단 1년만입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대 크리쳐 살상탄의 반동은 당신의 팔에 아프도록 스며듭니다.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요, 설봄.
 
곽필규:젠장... 괜찮냐?! (정신없는 와중, 설봄을 흘겨본다.)
똑바로 고쳐잡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오랜만에 잡아보는 라이플이지만, (구)사격부의 솜씨는 어디로 가지 않은 것 같군요.
 
정확한 솜씨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크리쳐가 순식간에 쓰러져 나갑니다.
 
무지성의 별의 흡혈귀: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47
판정결과: 실패
피해: 12
흡혈 Roll
기준치: 30/15/6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이 놈들은, 확실히 멍청합니다.
 
이 정도라면 상대해볼만 하겠습니다.
 
설봄:(필규의 외침에 총을 똑바로 잡은 뒤 다시 크리쳐를 향해 저격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20
 
설봄의 일격에 남은 크리쳐마저 나가 떨어집니다.
 
완벽한 승리네요.
 
전투를 종료합니다.
 
곽필규:끝이군... 다른 층은 괜찮은건가?
 
설봄:지금 상황이라면... 다른 층도 안전하다고는 장담 못 하겠네요.
 
곽필규:씨발, AOC가 벌써 망했나?
야 어쩔거냐? 여긴 이 더러운 액체괴물자식들 말고는 더 없는 것 같다.
 
설봄:다른 곳으로 가봐요!
 
곽필규:...알았다.
 
▶ D36-B층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내려온다면 총을 든 세 명의 대원과 마주합니다.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 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구해줘, 입이 벙긋거립니다.
 
에너미와 마주칩니다. 전투가 발생합니다!
 
앞서 A층에서 별의 흡혈귀와 전투한 두 사람이라면 알아차릴 수밖에 없겠네요.
 
곳곳에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대원들 역시 전투 중이라는 것을요.
 
곽필규:윽, 씨발...!! 이런 데까지...
 
핸드아웃 확인.
 
설봄:(끔찍한 광경을 보자 흠칫하고 놀란다.) 어떡하죠?! 아예 크리쳐들로 점령 당한 거 같은데요? (구해달라는 대원의 모습에 손이 덜덜 떨려온다.) 대체 왜 이런...
 
곽필규:분명 아까까지 멀쩡했는데, 이렇게 많은 녀석들이 어디서 솟아났다는거야? (날카롭게 적들을 째려보던 눈으로 설봄을 홱, 돌아보고 소리친다.) 정신차려!! 여기서 정신 안차리면 너도 뒤져!
일단은 저 녀석들부터 구하자!
 
설봄:알겠어요!!
(대원들의 상태를 다시 살피고는 크리쳐를 향해 공격한다.)
 
GM:
rolling 8d10
 
(
7
 
+
9
 
+
8
 
+
3
 
+
5
 
+
5
 
+
9
 
+
1
 
)
 
 
=
47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까보다 훨씬 많은 수의 크리쳐가 있다는 것쯤은 당신도 알 수 있었습니다.
 
설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피해: 15
 
동료의 시체를 본 충격이 가시지 않은걸까, 설봄의 총알은 크리쳐 사이를 빗겨나갑니다.
 
곽필규:아, 젠장..!!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4
 
필규의 총알이 허공을 가르고, 일부 크리쳐들을 명중시킵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수의 크리쳐가 남아있어요.
 
무지성의 심해인: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연속 공격 Roll
기준치: 30/15/6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동료 크리쳐들이 죽자, 본능적으로 남은 크리쳐가 필규를 향해 달려옵니다.
 
이리저리 피해보았으나 그 많은 수를 감당하기란 무리가 있습니다.
 
곽필규 HP-5
 
설봄:헉....
괜찮아요?!
 
곽필규:커흑, 쿨럭...!! (바닥을 구르고 다시 일어나며 기침을 한다. 입술 새로 피가 스며나온다.)
(급하게 숨을 몰아쉬고 소리친다.) 괜찮으니까 저 새끼들부터 어떻게 좀 해봐!!
 
설봄:(고통스러워 보이는 필규의 모습을 보자 안색이 안 좋아지고 동공이 크게 흔들린다. 급한 마음으로 다시 총을 쥐고는 크리쳐를 향해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3
 
아까와 비슷한 수의 크리쳐가 쓰러져나갑니다.
 
그래도 거진 절반은 남은 것 같아요.
 
곽필규:쿨럭, ...후우 (고통스러운 신음을 뒤로 하고, 다시 총을 잡아 겨냥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2
 
이제 몇 마리 남지 않았어요.
 
무지성의 심해인: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
연속 공격 Roll
기준치: 30/15/6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3
 
(
2
 
)
 
 
=
2
 
분노한 무지성의 심해인이 다시금 필규에게 달려듭니다.
 
아까의 충격 탓에 제대로 피하지 못한 필규는 그대로 벽에 부딪히고, 튕겨나가 구릅니다.
 
곽필규 HP-6
 
곽필규:아오 씨발, 진짜 질기네...!! (피로 얼룩진 제 얼굴을 스윽 닦고 고개를 들어 적을 바라본다.)
 
설봄:(피흘리는 필규를 보고는 깜짝 놀라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멈칫한다... 그리고는 다시 크리쳐를 보더니 그들을 공격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남은 크리쳐가 설봄의 사격솜씨 앞에 힘없이 쓰러져 나갑니다.
 
전투를 종료합니다.
 
설봄:(크리쳐가 다 죽어나가자 곧바로 필규를 향해 달려간다.) 필규씨!!
괜찮아요...? (그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생각보다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자 눈이 커진다. 허겁지겁 옷으로 대충 피를 닦아준다.)
 
곽필규:(그녀가 제 얼굴에 손을 대자 멍하니 설봄을 바라본다. 쿨럭, 아까 채 토해내지 못한 피를 제 손바닥에 흘린 필규는 또 입가를 대충 슥슥 닦고 아랑곳않고 일어선다.) 나야 뭐 이런것쯤은 늘 괜찮잖냐. 어째 나보다 너가 더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다, 야?
어차피 죽어도 살아나니까 쓸데없이 걱정하지 마. 그보다... (쓰러져있던 대원 쪽을 쳐다본다.)
 
대원들의 시체를 살펴본다면 처참한 상태임을, 홀로 살아남은 대원 역시 그 사이에 숨이 끊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두 사람과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방금의 전투로 두사람은 막 깨달았습니다.
 
저것들은 크리쳐가 아닙니다.
 
인간은 아니지만 크리쳐 역시 아닌 것,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크리쳐처럼 지성이 없지만, 크리쳐보다 강한 괴물들의 난데없는 습격에 AOC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설봄:걱정된단 말이에요... (그 뒤로 불안과 걱정이 가득한 마음을 뒤로 한 채로 그를 꼭 안아준다.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다는 듯이... 그러다 그의 말에 주변을 돌아본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 모습을 보자 충격에 빠진 듯 조금 넋나간 표정이다.) 어째서...
(그리고는 필규를 보더니) 몸... 움직일 수 있겠어요? 지금 aoc 어딜가든 이런 상태일 거 같은데 다른 대원들도 죽어가고 있으면 어떡해요...??
 
곽필규:(물론, 한가롭게 서로 껴안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지만 설봄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는지, 제 품에 다시금 와락 안아주었다. 곧 떨어져서 흔들림 없는 눈으로 마주보고 말을 이어갔다.) 설봄. 괜찮으니까. 약속했잖냐.
몸은 움직일 수 있어. 멀쩡하다. 어떡하긴, ...다른 층도 가볼래?
 
설봄:(그의 대답에 약속 절대로 어기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층으로 얼른 가봐요.
 
▶ D36-C층
 
이 곳까지 올라오는 데에도, 수많은 에너미와의 전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층에서는 이상하게도 에너미의 모습이라곤 코빼기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대신, 복도에 그려진 해괴한 문양과 그림을 발견합니다.
 
곽필규:...여긴 뭐지?
 
설봄:그러게요... 게다가 여긴 이상할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요.
 
곽필규:...조금 더 둘러볼까.
 
설봄:(끄덕끄덕)
 
봄이와 필규가 문양을 따라 주변을 순찰하다 중심부의 호실에 들어가자,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을 발견합니다.
 
이성 판정 (0/1)
 
설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 설봄, 이성-1
 
정신력 판정.
 
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곽필규: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이 곳이 다른 공간보다 기이하게 온도가 낮을 뿐 아니라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감지되는 것을 알아챕니다.
 
원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설봄:(상자를 살펴본다.)
 
상자를 열어보거나 건드리면 주문이 흐트러지는 낌새가 보이며 바닥이나 천장에서 촉수, 혹은 정체 모를 관절이 튀어나옵니다.
 
곽필규:...?
어...어... 씨발!
야! 그거 돌려놔!!
 
설봄:네?? (필규의 말에 상자를 급하게 원래대로 돌려 놓는다.)
 
상자를 제자리에 놓는다면 그들은 도로 사라집니다.
 
곽필규:아오 ㅅㅂ 십년감수했네. (촉수가 사라지는 걸 본 필규는 한숨을 쉰다.)
 
설봄:이 방도... 상자도... 대체 뭘까요...?
 
곽필규:...나한테 묻지마, 그런거 모르니까. 어쨌든 이것때문에 이 층만 놈들이 못들어온 건 방금걸로 알 것 같다.
 
설봄:...(주문진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이 진에서는 위화감이 가득합니다.
 
설봄이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진의 글씨는 전부 거꾸로 적혀있습니다.
 
설봄, 오컬트 OR 교육 판정.
 
설봄: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문득 어느 지식을 떠올립니다.
 
거꾸로 쓴 글씨로 만든 부적이나 마법진은 '역주문'으로, 불러들이는 쪽이 아닌 쫓아내는 쪽에 가깝다는 정보를요.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개인이 준비하기엔 사전 준비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면 AOC 측에서?
 
…소환은 AOC가 저지른 짓이 아닌가요?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설봄:(이상하다...)
여기 더 이상 볼 게 없는 거 같은데 다른 곳으로 갈까요?
 
곽필규:...그럴까.
 
나가기 전 설봄, 정신력 판정.
 
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다시 한 번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해당 층에 무언가 숨겨진 게 있다는 직감을 받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지금 당장 알 수는 없지만요.
 
설봄:(불길...)
 
▶ D36-D층
 
상관:이 층은 순찰할 필요 없다.
 
봄이와 필규가 진입하자, 낯선 상관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설봄:(..!!)
왜 순찰할 필요가 없는 거죠?
 
상관:여긴 내가 지키고 있다. 쓸데없는 사람은 들이지 말라는 상부의 명령이야.
돌아가도록 해.
 
설봄:그렇습니까... (필규를 흘끔 쳐다보며 어떻게 할 거냐는 듯 눈치를 준다.)
 
곽필규:...알겠습니다. (따끔한 시선에 상관을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온 필규는 작게 속삭이며 묻는다.) 야, 어쩔까? 귀찮은데 저 자식 확 때려눕힐까? 아니면 다른 쪽으로 진입할까.
 
설봄:때려눕혔다간 잡혀갈 것 같기도 하고... 음, 다른 쪽으로 진입할 곳이 있을까요?
 
곽필규:(그 말에 잠깐 건물의 구조를 떠올리는 듯 골몰히 생각에 잠긴다.) 글쎄, ...위층에서 벽을 타고 내려와서 창문으로 들어가는 수가 있긴 하다.
 
설봄:...그럼 그렇게 가볼까요?
 
곽필규:오냐. 가보자. (앞장서 걸음을 옮긴다.)
 
봄이와 필규는 한 층 위로 올라가 창문을 통해 벽과 배관을 타고 내려갑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거미 인간처럼 날아다니며 잠입하는 것보단 훨씬 쉽지 않을까요?
 
설봄, 행운 판정.
 
설봄: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래층으로 내려와, 조심히 창문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잠겨있지는 않습니다.
 
무사히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곽필규:오, 멍청한 자식들. 창문도 안잠궈놓냐?
(냉큼 들어간다.)
 
설봄:(쇽)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지금은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부 잠겨 있고요.
 
봄이는 이곳 역시 C층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구석구석에 주문의 흔적 역시 보입니다.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C층의 중심부에 진이 있었던 것처럼, D층의 중심부에도 진이 있겠죠.
 
그 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설봄:(내부를 돌아다녀본다.)
 
곽필규:(쫄쫄 따라다닌다.)
 
D층의 대략적인 구조도는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D04호 사무실입니다.
 
굳게 닫힌 문은, 상관의 ID카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설봄:(카드... 없는데...)
 
곽필규:...그냥 부술까. (멍청크리쳐...)
 
설봄:부술까요? (멍청!)
 
설봄을 뒤로 무른 필규는 라이플로 문을 깨부숩니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있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쓰러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힌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설봄:헉!
필규씨 저기... 사람들이 묶여있어요...!
 
곽필규:저 녀석들 인질 아니냐??
안색이 안좋아보이는데, (다가가서 상태를 본다.)
 
쓰러진 사람들을 살펴본다면, 정신을 잃은 대원들입니다.
 
오늘 자정 처형이 예고된 당신과 필규의 동료들로, 무고한 최강의 인질이네요.
 
목숨은 붙어있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C층 주문진의 중심에 있던 것은 마력이 가득한 아이템이었으나, D층의 중심에는 최강의 인류들이 그것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중심에서 끌어내지 않으면 계속해서 마력을 빼앗겨 사망할지도 몰라요!
 
곽필규:야, 이 녀석들 상태가 안좋은데... (설봄을 돌아본다.)
 
설봄:아무래도 이 주문진들이 문제인 것 같아요...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던데... 일단 이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빼내봐요! (그러고는 쓰러져있는 대원들을 끌어당긴다.)
 
곽필규:그러냐? 왠지 으스스하긴 하더라. (멍청!) 여기서 빼내면 괜찮아진다는거지? (설봄과 함께 대원들을 끌어낸다.)
 
봄이가 대원들을 중앙에서 끌어낸다면 또다시 해당 호실에 에너미들이 소환됩니다.
 
마력 공급을 끊으면 대원 중 하나는 정신을 차리지만,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소리칩니다.
 
"어째서 여기까지 온거야, 이건 함정이라고!"
 
잠깐, 에너미들이 소환되지만 전투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투 태세를 위해 필규가 문을 등지고 라이플을 고쳐쥐는 순간, 그리고 대원 한 명이 외치는 순간, 여러분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여러분들의 맞은편, 사무실의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여기서 설봄은 지원이 왔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아닙니다.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도감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설봄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곽필규에게요.
 
곽필규:―――!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가슴을 꿰뚫린 필규가 주저앉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지만, 치미는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D0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설봄은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팔려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갇혀버립니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웨이브:(라이플을 들어 필규의 머리를 향해 겨냥한다. 곧 단발의 총성이 들리고, 그를 확인사살한다.)
 
설봄:안돼!!!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혐오입니다.
 
도로 필규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을 내린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설봄: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
(철책을 부수려한다.)
 
분노에 찬 당신은 철책을 라이플로 부수려 하였으나, 대 크리쳐 살상탄 방호용으로 제작된 철책인지 부서지지 않습니다.
 
당장 죽어버렸기 때문에 필규의 힘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꼼짝 없이 갇히고 말았습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한 모습이다. 그러나 설봄이 힐난하는 말에도 그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대응한다.)
어차피 크리쳐잖습니까? AOC의 소장이 크리쳐를 죽인 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설봄:필규씨를 이렇게 만든 것도 당신들이면서 대체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마이크로 웨이브:(설봄이 크게 소리치자 겁먹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저희가 이렇게 만들었다고요? 그게 무슨소리인지 모르겠군요. 직접적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이리도 절 몰아붙이는건 최강의 인류답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당신들은 이미 범죄자입니다.
 
설봄:(철책을 강하게 치며) 다 당신들이 실험에 참여하고 우리를 크리쳐로 만들어서 이용해먹은 거면서 모르는 척 하시는 건가요? 증거? 그런 건 애초에 다 없애버린 주제에...
 
마이크로 웨이브:...에잇, 더 이상 헛소리따위는 듣고싶지 않군요! 전 그런 문제로 걱정할 시간따위 없습니다.
전 이 자리에서 떠나겠습니다. 당신의 말을 듣고 있자니 골이 아프네요.
(그리곤 뒤돌아서 그 자리에서 떠나버린다.)
 
설봄:(철책을 계속 부수려한다.) 필규씨... 필규씨 괜찮아요?
 
눈을 반 정도 내리 깐 채 그대로 사망했습니다.
 
아니, 내리깔았다고 해야하나요? 한쪽 눈은 날아가버려서 보이지도 않는걸요.
 
뚫려버린 가슴께에선 여전히 분수처럼 피가 샘솟고 있습니다.
 
근래 이렇게 끔찍하게 죽어버린 적이 있던가요,
 
소중한 필규의 시체를 본 설봄, 이성 판정(1/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이성-1
 
설봄:(눈물 뚝뚝...)
 
...
 
―현재 시각 오후 7시 15분, 설봄, 인질 확인. D36층 격리된 방에 갇힘.
 
소장이 떠난 뒤 봄이가 눈물 젖은 얼굴로 필규의 시체를 지키고 있으면, 의식을 되찾은 대원 중 하나가 당신의 안색을 살핍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다른 최강자, 에보니 그린입니다.
 
에보니:...저기, 괜찮아요?
그 사람. 당신의 파트너죠?
 
설봄:(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에게 시선 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곤 계속 필규만 바라본다.)
 
에보니:(...봄이의 태도에 이해한다는 듯 그녀의 등을 조심스레 토닥인다.) 이해해요, 나의 파트너도 또한 크리쳐거든요.
그치만 일단은 마음을 추스려야해요.
계속 여기 있다가는 당신의 파트너도, 당신도, 여기 있는 모두가 정말로 전부 죽을테니까요.
 
설봄:당신의 파트너도... 크리쳐였다구요...? (그를 쳐다본다.) 당신의 파트너는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전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리 없이 흘리던 눈물만 슥 닦아낸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죠...?
 
에보니:네, AOC의 첫 번째 실험체는 당신들이죠? 저의 파트너 또한 실험체였어요. 그녀랑은 떨어져있기에 지금 어디있는지,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제 파트너, 나타샤에게 있었던 일을 알고는 동료들과 함께 소장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했어요. 설마 이런식으로 모든 걸 덮으려 할 줄은 몰랐지만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한순간이었어요, 순식간에 습격당해서 눈을 떠보니 이런 꼴이 되어버렸더라고요.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방금 일어난데다가, 주변은 저 철책이 막고 있으니... 지금부터 찾아내는 수밖에요. (그리 말하며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설봄:그렇군요... 역시 모든 걸 덮으려고...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많이 힘드셨겠네요...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지금부터 찾아내야 한다는 말에 주변을 둘러보더니) 혹시 이곳에 있는 주문진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은 없습니까? 이상한 기운 같은 게 자꾸 느껴지는데...
 
에보니:네, 괜찮아요. 전 이렇지만... 그래도 나타샤는 괜찮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요.
당신이야말로 얼른... (필규를 흘끗, 잠깐 바라본다.) 얼른... 나아지셨으면 좋겠네요.
(주문진의 얘기에 아, 하는 소리를 낸다.) 그건... 소장이 만든 주문진이에요.
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해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해버렸어요. 어쩌면 신을 부르기 위한 소환 의식과 연구는 크게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그건 우리에게 신앙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을 느꼈기에 찾아올 뿐이죠. 존재만으로 안전지대의 모든 인간들이 멸절하겠지만요.
정부 측에서는 이것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사흘 전에 알게 됐어요. 저지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란 것도 알았죠. 그러니 AOC 대원들이 필요했던 거예요. 듣기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더라고요. 아마도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해 우릴 방패로 쓰려는 게 아닐까요?
일단, 역주문을 발동하는 아티팩트가 부족해 함정을 설치한 건 확실해요. 진상을 알아버린 저희를 포함해서, 탈주한 대원들을 이곳으로 소환해 마력을 바치도록 한 거죠. 이대로 여기 갇혀 있으면 마력을 전부 빼앗겨서 죽어버릴 거예요. 이런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도, 신을 쫓을 방법은 없으니까요.
 
설봄:(충격...)
(필규의 상태를 다시 살펴보고는) ...그럼 얼른 이곳에서 빠져 나갑시다.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어서요.
 
에보니:물론, 당연히 그래야죠.
 
대화를 나눈 뒤에도 필규는 깨어나지 못합니다.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필규가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설봄은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곽필규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할 무렵, 철책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설봄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미고: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이 대꾸하지 않아도 꿋꿋하게 말합니다.
 
미고: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미고: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음에도.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미고: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설봄은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미고: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설봄:(넋나간 듯 그의 말을 듣더니) 미고씨의 말은 전부 사실인가요?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바라본다.) ...이게 뭔가요? 어디에 쓰는 거죠? 그럼... 당신의 말대로라면 인류는 이대로 멸망해버리고 마는 건가요...? 그 무엇도 신을 막을 순 없는 겁니까?
 
미고:네, 믿기지 않는다면 유감이겠지만요. 제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
그 열쇠로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또한 한낱 우주의 생명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 그런 것까지 장담드릴 수는 없겠군요. 다만, 거기서 빠져나와 다시 한 번, 제게 그 날의 감동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이.
행운을 빌지요. (그러고는 천천히 일어나 자리에서 떠난다.)
 
미고가 떠난 뒤 차가운 물체를 손바닥에 쥐면, 수정은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 용도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열쇠를 사용하면 철책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필규는 그제야 회복하고 정신을 차립니다.
 
설봄:필규씨!!
 
곽필규:...으, (축 늘어져 누워있는 자세 그대로, 고개를 천천히 돌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본다.)
 
설봄:(철책을 쾅 치고는 그를 쳐다본다.)
괜찮아요?
 
곽필규:(상체를 조심스레 일으키더니 머리가 어지러운지 좌우로 흔들고, 다시 봄이를 바라본다.) 어... 뭐, 나름 괜찮아진 것 같네. 넌 괜찮았냐? 무슨 일 없었어? 그 새끼들이 해코지하진 않았고?
 
설봄:(그가 상체를 일으키자 그를 꽉 안아주고는 고개를 어깨에 파묻는다. 아무런 소리 없이 또 눈물만 뚝뚝 흘린다. 그리고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꺼내며) 아까 미고라는 분이 왔었어요... 뭐하는 분인지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저한테 열쇠랑 목걸이를 줬어요... 아마 여기선 나갈 수는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오늘 자정에 인류가 멸망해버린대요... 무지성의 신 때문에... 어떡해요? 어떻게 해야할 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게다가 필규씨도 점점... 인간으로 돌아오고 있나봐요.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요... 그니까 더 이상 다치면 안 돼요...
 
곽필규:(허억, 필규는 악몽의 끝자락에서 온전할 수 없었다. 목구멍을 할퀴고 튀어나오는 모든 호흡이 불안정했다. 제가 부숴지도록 껴안는 손길에 세상이 한 바퀴 빙그르르 돌고, 그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았다. 제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눈물의 무게를 알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 이번이 크리쳐의 생으로서 맞는 11번째의 죽음이다. 그리고 11번째로 맞이하는 네 우는 얼굴이다. 11번째로 맞이하는 고통, 절망감, 미안함, 씁쓸함, 그 모든 것들. 이제는 그리 새롭지도 않았다. 거대한 돌덩이가 복부를 짓누르고 있는 듯한 중압감 속에서 육신과 정신을 갉아먹는 노력 끝에 필규는 겨우 상체를 일으키고, 손을 뻗어 그녀를 마주안을 수 있었다.)
울지마 바보야... 목걸이? 인류멸망? 참나, 이게 다 뭔 소리냐?
...내가 한 100년은 자고 있었나? 일단 진정해, 내가 함께 있잖냐.
(문득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나도 무뎌진건가? 네 죽음을 그토록 많이 보았어도, 이제는 단 한 번의 죽음마저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인류 멸망이라니? 입 안에 쓴 맛이 감돌았다. 뺨을 스치는 손길에 어딘가 체념한 듯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냐. 어딘가 내 감각이 희미해지는 것 같다고는 느꼈는데, 그럴줄은 몰랐네. (내 카운트다운이 이제 막 시작됐어, 설봄. 아직 널 지켜야 할 일이 이토록 많은데도.)
그렇게 마음이 여려서 어떡하냐? 그래봤자 난 아직도 너보다 튼튼하거든. (설봄의 머리를 팍팍 쓰다듬은 그는 일부러 과시하는 듯, 벌떡 일어났다.)
...이딴 세상이야. 넌 뭐가 하고 싶냐?
 
설봄:저도 뭔 소린지 모르겠어요... 혼란스러워요.
...아까는 같이 있어주지도 않았으면서.(칭얼거린다. 그가 제 머리를 팍팍 쓰다듬자 그가 살아있다는 게 실감이라도 난 듯 눈물을 슥슥 닦아낸다. 벌떡 일어난 필규를 올려다보며) 당신이니까... 필규씨니까 그러는 거에요. 당신의 죽음이 다른 사람과 같을 수가 있을까요... (그를 따라서 일어난다.)
이제 뭘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저도. 남은 건 일단 저한테 주어진 이 목걸이의 쓰임이라도 알고 싶은데... (목걸이를 한 번 쳐다보더니) 저희 다시 c층으로 가봐요. 왠지... 그곳에 가면 뭔가 있을 거 같은 느낌이에요. (철책 앞으로 가서 문을 열고는 다시 필규에게 가까이 간다. 그리곤 손을 꼼지락 거리더니 그의 손을 꼭 잡는다.) 갈까요...?
 
곽필규:...난 살아남을거야, 설봄. 몇 번을 죽더라도. (맞잡은 손에 꼬옥 힘을 주었다. 이번에는 결코 이 손을 놓지 않으리라.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 안에 온전히 그녀의 모습을 담고 그리 맹세하였다.)
가자, 넌 감이 좋으니까.
 
역주문이 발동된 층수는 두 층뿐, 한 층이 함정이었다면 나머지 한 층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두 사람은 C층으로 되돌아갑니다.
 
구출된 대원들은 다른 대원들에게 위기를 알리기 위해 흩어집니다.
 
―현재 시각 오후 10시 55분, 설봄, 탈출. 진상에 근접.
 
C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까 본 괴물들의 소환 빈도는 확고하게 늘었습니다.
 
설봄과 곽필규는 C층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에너미와의 전투를 치러야 했습니다.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마침내 C층에 도달하면, 설봄, 관찰 판정입니다.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의 감이 그 어느때보다 예리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복잡한 진의 문양, 약간의 주문, 그리고 착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린, 숨겨진 이 공간을 찾아냈습니다.
 
당신은 심지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까지 깨닫습니다.
 
곽필규:뭔가 찾았냐?
 
설봄:자세히 보면 저기에 숨겨진 공간이 있어요.
 
곽필규:...소장은 이걸 숨기려 했던건가?
 
설봄:아무래도 그런 가봐요. 심지어 규모가 엄청 큰 것 같아요...
 
곽필규:이 작은 공간 안에 그렇게나? ...살다살다 이런걸 다보네, 들어갈거냐? (설봄을 힐끔 쳐다본다.)
 
설봄:도라에몽 주머니...
 
곽필규:...그렇게 말하니까 비슷해보이네.
 
설봄:가요! 일단 뭐라도 해봐야죠.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선 마력 1D3을 지불해야 합니다.
 
설봄:
rolling 1d3
 
(
2
 
)
 
 
=
2
 
당신은 마력을 2 지불하고, 공간을 강제로 열어냅니다.
 
마력 사용에 반응한 듯 수정 목걸이가 푸르게 빛납니다.
 
이 아티팩트 덕분에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군요.
 
다만, 평범한 입장은 아닙니다.
 
설봄과 곽필규는 불청객이며, 마력을 사용해 공간을 찢고 침입하는 것뿐이니까요.
 
.
 
.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광경에 이성 판정 (0/1)
 
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1
 
이곳은 하나의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설봄은 꽂힌 자료를 무작위로 하나 뽑을 수 있습니다.
 
설봄:(자료를 뽑는다.)
 
핸드아웃 확인.
 
설봄:(헉...)
 
곽필규:와, 씨발... 이게 다 뭐냐?
 
설봄:그러게요... 이게 대체...
 
곽필규:...(설봄의 볼을 꼬집어본다.) 꿈은 아닌 것 같네.
 
설봄:(아야!) 왜 제 볼을 꼬집어요?!
 
곽필규:ㅋㅋㅋㅋ 뭐 어때서? 아프잖냐, 꿈 아닌 거 알았으면 됐네.
저기가 중심부인가? 가볼까. (손가락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며 그리 얘기한다.)
 
설봄:(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필규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더니 가보자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도서관의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습니다.
 
방주의 관리자: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와 데이터만으로도 방주는 이미 만원이니까요.
 
설봄:여긴... 뭐하는 곳이죠?
왜 여기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방주의 관리자:여길 알아차리고 들어올 정도라면 이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인류 멸망을 예감한 정부와 AOC의 긴급 프로젝트로, 통칭 《인류 생존 작전》의 중심인 방주입니다. 이 세계의 중요 정보, 지식과 문화를 전부 문서화 해서 저장해두었습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켜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이 아이들은 각 분야 권위자들의 아이들입니다. 학문, 예술, 정치 등, 분야별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를 선별해서 실어두었습니다. 그들은 최후의 인류이자 최초의 인류가 되겠죠. 이 방주에 누구를 실을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했지만, 썩어버린 정치인들조차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제 목숨을 포기했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설봄:이 공간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대체 이렇게 할 거면 애초에 왜 그런 짓을 벌이기 시작한 거죠?
 
방주의 관리자:저는 마력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일뿐, 인간들이 그런 짓을 벌인 저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이 방주는 인간을 사랑하는 그가 만든 곳입니다.
 
말을 마친 방주의 관리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어나갑니다.
 
방주의 관리자: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흘이라니,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여태 이야기를 귀로 듣긴 들은 겁니까? 방법이 없다니까요."
 
"적어도 이 사실을 아는 자들과 그 가족만큼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조치를,"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조용히!"
 
가장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우리는 어찌나 무지한 인간들이었습니까, 후회가 막심합니다. 명예도, 부도, 권력도 재해 앞에서는 다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사흘, 저는 책임지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에게 저지른 대죄는 속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 동안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 인류와 함께 죽어주십시오. 적어도 수 천 년의 지식과 가능성의 씨앗을 품은 우리의 아이들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그 말이 끝나자, 설봄과 곽필규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하나하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영상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에서 발생하는 괴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어째서 자신이 방주에 탑승할 수 없냐고 항의하는 고위층 인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방주에 딸을 태우고 흐느껴 우는 과학자 부부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상층 구석에 처박혀 머리를 감싸 쥐고 벌벌 떨고 있는 소장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 대원들에게 "우리를 지켜라!" 라고 연신 연호하는 정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망치는 AOC 대원들이, 어떤 영상에는 패배하고 죽어버린 AOC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심에서까지 소환된 괴물들이 주위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상황이 보입니다.
 
설봄:......
 
어떤 영상에는 최전방에서 생체형 크리쳐와 싸우는 일반 대원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를 누리는 안전지대 외곽지역의 주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당신의 가족이, 지인이, 친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수백, 수천 마리의 괴물에게 맞서 싸우는 영상이 보입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AOC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야. 나는…"
 
그다음은 잡음이 섞여 들리지 않습니다.
 
곽필규:......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를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인간의 멸망을 예감한 설봄은 이성 판정 1D3/1D5
 
설봄: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설봄, 이성-1
 
방주의 관리자:설정값 변경.
푸른 수정의 주인인 여러분을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 허가합니다.
승인 및 입력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메시지의 앞에 팝업 메시지가 발생합니다.
 
아무말
 
―현재 시각 오후 11시 40분, 설봄, 최후의 지령 획득.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곽필규:...설봄, 내가 할 말은 1년 전과 같다.
비록 그 끝에 있는 게 좋은 결말이 아니더라고 해도, 난 그저 맡은 바를 다할 뿐이야.
너는 어떠냐?
이번에도 함께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설봄:(그를 쳐다보며) 저도 언제나 맡은 바를 수행하는 수밖에 없죠. 그리고 당신의 뜻을 함께 따르는 것 또한 제 운명이구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던 그게 필규씨의 뜻이라면 전 언제든지 함께 뛰어내릴 수 있어요.
 
곽필규:...우리가 살아남아 아침 해를 볼 수 있을까? (호흡을 하는 매 순간 공포가 찾아오고, 피와 땀이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는데. 우리는 왜 스스로 전장에 찾아가기로 하였나이까?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망설일 시간이 없어, 일어서. 우린 여기서 죽지 않아. 그 약속이 또한 내가 싸우는 이유니까.)
하하, ...너도 참 바보같다. 나같은 걸 따라오겠다고 하고. (세상이 멸망해가는 와중에 어울리지 않는 맑은 웃음을 지었다.)
사랑해, 설봄. 그렇다면 나와 함께 한 번 더 뛰어내려줘.
 
설봄:그럴 수 있으리라 믿어야죠. 아뇨, 꼭 살아남아요. 제 앞에 이렇게 눈부신 해가 있잖아요. (태양과도 같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굳은 다짐을 한다. 그의 눈동자와 자신의 눈동자에 담긴 세계가 평화로워질 때까지... 아름다운 세계에는 태양과 달이 늘 존재하 듯, 이들의 존재가 바로 태양과 달처럼 아름다운 세계와 인류를 위해 싸워나가는 것이겠지.)
필규씨도 만만치 않은 바보거든요? 하하. (그의 맑은 웃음을 바라보며 저도 따라 웃는다.)
물론이죠, 함께 가요. 세상 어디든... 사랑해요.
 
두 사람은 한 번 더 그 날의 맹세를 되새깁니다.
 
시간이 지나도, 해와 달이 변함이 없는 것처럼, 두 사람 또한 변함이 없음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별의 수명만큼이나 기나긴 맹세를 가슴에 새기고, 그들은 방주를 떠나고자 합니다.
 
방주를 떠나려는 둘에게 관리자는 무표정하게 말합니다.
 
방주의 관리자:설봄, 곽필규 님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적의 능력을 대조했을 때, 승률은 0.000194%입니다.
생명 부지를 위해 가지 않는 쪽을 권장합니다.
 
설봄:(관리자를 쳐다보더니)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할 것이 있어요, 그게 저희의 임무입니다. 비록 이젠 그 어디의 소속도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지키고 싶어하는 세상이라면... 전 따라갈 거니까요. 꼭 살아서 돌아올 거예요.
 
방주의 관리자:.......
 
어떻게 대답해도 관리자는 '수치'에 기대 판단을 내리는 기계일 뿐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굳센 의지에,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만들어줍니다.
 
"행운을 빕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뒤에서 희미하게 들려온 것 같습니다.
 
방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했다면, 당신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창밖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 중인 에보니와 그 파트너, 나타샤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에보니:저쪽으로 가려는 거죠? 근처까지 데려다줄게요.
 
나타샤: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예요. 끝나는 대로 도우러 오겠습니다.
 
에보니:그때까지 이곳을 부탁해도 될까요?
 
곽필규:제 때 잘 맞춰왔네, 좋습니다.
(설봄을 돌아본다.) 가자!
 
설봄:네, 가요!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진짜니까요.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행동은 전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봄이와 필규가 사다리를 붙잡으면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입니다.
 
이성 판정 (1/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2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필규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가자." 라는 말이 떨어지면,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두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설봄과 곽필규는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
 
.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봄이와 필규는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최강의 적이었던 서로가 등을 지켜준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세요.
 
아무말
 
GM:전투룰
일반적인 COC 전투룰을 사용합니다.
대신 곽필규는 모든 공격을 대신 맞으며, 이번만큼은 죽어도 즉시 부활합니다. 필규의 크리쳐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안전지대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완전히 각성했습니다.
필규는 오로지 의지만으로 소생 주기를 컨트롤하며 최대한 봄이의 앞을 막아섭니다.
순서는 설봄-곽필규-아자토스의 찌꺼기 순입니다.
 
설봄:(두려움을 뒤로하고 총을 쥔다. 그리고 아자토스의 찌꺼기를 향해 총을 겨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9
 
다가갈수록 더욱 더 크게 보이는 재앙의 크기에 당신은 압도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그 손에서 총을 결코 놓는 법이 없습니다.
 
저 거대한 몸뚱아리에 상처 하나 나기는 하는건가요? 그럴 수 있기를 빌어야죠.
 
곽필규:(설봄이 총을 겨누자 자신도 이어서 총을 겨눈다. 떨리는 호흡을 후우, 내쉬며 연신 진정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0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2
 
)
 
 
=
2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1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봄이를 밀쳐 첫 타격을 대신 맞은 필규가 일어나기 무섭게 이어서 그에게 또 한 번의 일격이 가해집니다.
 
과연, 무시무시한 힘입니다.
 
곽필규는 1회차 사망을 맞이합니다.
 
설봄:(필규가 죽은 모습을 보자 크게 동요한다. 불안감이 엄습한 것일까... 그는 얼굴을 찌푸린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시 상대를 향해 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필규의 죽음에 크게 동요한 탓인지, 당신의 탄환은 저 거대한 적도 맞추지 못합니다.
 
필규는 폭발적인 회복력으로 그새 회복하여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곽필규:...씨발, 더럽게 아프네. (설봄이 괜찮은지, 떨어진 곳에서도 슬쩍 시선으로 그녀를 쫓아보고, 괜찮은 걸 확인한 뒤 총을 고쳐쥔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피해: 19
 
폭발적인 힘이 솟아난 그는, 다시금 그 총을 무지성의 신에게 명중시킵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7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곽필규: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미처 피하지 못한 필규가 공격을 고스란히 맞습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4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29
판정결과: 실패
 
이번에는 봄이가 피하기를 실패하자, 필규가 대신 공격을 받아칩니다.
 
곽필규:괜찮냐?!
 
설봄:(필규가 대신 공격을 받아내자 안색이 안 좋아진다.) 필규씨는요?
 
곽필규:난 됐어!! 너 지키려고 한거니까. (그러고는 피가 잔뜩 흐른 눈가를 닦아낸다.)
 
설봄:다치지 마요... (아까 맞은 상처보다 가슴이 더 욱씬거리는 기분으로 다시 총을 적을 향해서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피해: 16
 
곽필규:...알았으니까 너나 조심해 바보야!!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2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1
 
)
 
 
=
1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5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야...씨발 조심하랬잖아!!
 
평범한 사람이 한 번 맞았다가는, 죽는다. 그리 예감한 필규는 얼른 설봄의 앞을 막아섭니다.
 
오늘 그의 등을 몇 번째 보는 중인가요, 설봄?
 
곽필규는 2회차 사망을 맞이합니다.
 
설봄:(또 다시 죽음을 맞이한 필규를 보더니 아무런 도움이 못 되고 있자 죄책감을 느낀 것 같다... 다시 적을 똑바로 응시한 다음에 향해 총을 겨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1
 
이번에야말로, 명중입니다. 설봄.
 
당신은 여전히 최강의 인류예요.
 
곽필규가 폭발적인 회복력으로 다시 일어섭니다.
 
곽필규:...골아파, (가까스로 다시 일어난 그는 설봄이 무사한지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총을 겨냥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방금 막 다시 소생한 탓인지, 부들거리는 손은 그의 명중률을 떨어트리고 최종적으로 총알이 엇나가게 만듭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3
 
)
 
 
=
3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1턴을 소비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6d6
 
(
6
 
+
5
 
+
4
 
+
1
 
+
1
 
+
6
 
)
 
 
=
23
 
아자토스의 찌꺼기, HP+23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6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필규가 또다시 그 공격을 받아냅니다. 이젠 너덜너덜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설봄:(ㅠㅠ)
괜찮아요?!
 
곽필규:...괜찮으니까, 너부터 잘 피해!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1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4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곽필규: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두 사람은 놀라운 순발력으로, 이번 공격을 피해냅니다!
 
설봄:(공격을 피한 뒤, 빠르게 총을 적에게 겨누고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곽필규: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1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5
 
)
 
 
=
5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필규가 그 공격을 받아냅니다.
 
곽필규:...윽,!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5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이번에도 곽필규가 공격을 대신 받아냅니다.
 
이것으로 곽필규는 3회차 죽음을 맞이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1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이젠 공격을 받아줄 필규 또한 없습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 찰나, 다시금 누군가가 당신의 앞을 막아섭니다.
 
곽필규입니다.
 
오직 당신을 지키기 위해, 이미 무리하는 몸을 이끌고 죽음의 끝에서 아득바득 살아나왔습니다.
 
곽필규:쿨럭,... 윽...하아... (많이 무리한 듯, 상당히 지친 모습이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7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아오, 씨발... 젠장...!! (둔해진 몸을 이끌고 공격을 막기 위해 뛰어든다.)
 
곽필규는 이것으로 4회째 죽음을 맞이합니다.
 
설봄:(그의 죽음을 연속적으로 보자 설봄은 눈물을 참기 위해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문다.)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1턴을 소비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6d6
 
(
2
 
+
5
 
+
2
 
+
1
 
+
4
 
+
1
 
)
 
 
=
15
 
아자토스의 찌꺼기, HP+15
 
설봄:(적을 향해 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8
 
눈물을 삼키고, 당신의 총알이 무지성의 신을 꿰뚫습니다.
 
곽필규가 부활합니다.
 
곽필규:쿨럭, 윽,... (바들바들 떨리는 손, 결코 총은 놓지 않은 채로 다시금 그것을 겨냥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4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4
 
)
 
 
=
4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27
판정결과: 실패
 
필규가 다시 공격을 막아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4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7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또한, 이 모든 공격을 오직 필규가 받아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4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곽필규: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놀랍게도, 이번에도 또한 둘은 저 거대한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1턴을 소모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6d6
 
(
2
 
+
3
 
+
6
 
+
3
 
+
2
 
+
1
 
)
 
 
=
17
 
아자토스의 찌꺼기, HP+17
 
설봄:(적을 향해 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4
 
곽필규:(그 또한 총을 재장전하고,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피해: 4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1
 
)
 
 
=
1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1턴을 소모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6d6
 
(
3
 
+
4
 
+
4
 
+
6
 
+
4
 
+
6
 
)
 
 
=
27
 
아자토스의 찌꺼기, HP+27
 
설봄:(집중해서 총을 겨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0
 
곽필규: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피해: 13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1
 
)
 
 
=
1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1턴을 소모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6d6
 
(
2
 
+
2
 
+
1
 
+
5
 
+
6
 
+
2
 
)
 
 
=
18
 
아자토스의 찌꺼기, HP+18
 
설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피해: 13
 
곽필규: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3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1
 
)
 
 
=
1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4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가 공격을 대신 받아냅니다.
 
이것으로 곽필규는 5회차 사망을 맞이합니다.
 
설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1
 
더 이상 필규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는 이제 정말로 체력을 다해 쓰러집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4
 
)
 
 
=
4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1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9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33
판정결과: 실패
 
설봄, HP-9
 
설봄:(공격을 받고 굴러간다.)
 
압도적인 패배, 그리고 끝을 예감합니다.
 
당신의 예리한 감은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의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무뎌져만 갑니다.
 
쓰러진 필규의 위로 다시 한번 공격이 내리쳐옵니다.
 
너덜너덜한 몸에 저 공격을 맞으면 아무리 알파형 크리쳐라도 수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 역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미 부러진 다리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라이플의 탄환은 전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끝입니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겠네요.
 
패배를 직감한 순간, 필규를 내리치려던 끈적한 검은 촉수가 굉음과 함께 궤도를 틉니다.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잿빛 하늘 위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에보니가 고개를 내밉니다.
 
설봄, 관찰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자세히 보니 전투기 안에서 나타샤가 소장의 머리에 총을 대고 협박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소장은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고 외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전원, 표적에 사격 개시!
 
안전지대의 총 전력,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맞서 싸웁니다.
 
벼락이 내리치고 땅이 쪼개지는 듯한 폭발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화력에 거대한 괴물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칫합니다.
 
행동을 멈춘 틈을 타 몇몇 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며 계속해서 사격합니다.
 
"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설봄은 깨닫습니다.
 
당신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 전력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설봄:(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당신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목걸이 끝에 매달린 수정이 뜨거워집니다.
 
주변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갑니다.
 
설봄:(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설봄:(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수정이 한층 더 달아오릅니다.
 
설봄:(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수정은 불에 타는 듯한 열을 내뿜습니다.
 
닿은 살갗은 녹아내립니다.
 
설봄:(...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당신의 주변으로 증기와 함께 세찬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열기는 당신의 온몸에 전이됩니다.
 
설봄:(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
 
대답한 순간, 수정은 철컥, 소리와 함께 네 조각으로 나뉘며 작은 바늘을 드러냅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인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성도, 모든 기억도 전부 휘발된 채 크리쳐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당신에게 지킬 것이 있다면.
 
그 바늘을 사용하세요.
 
수정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내부에 남은 크리쳐 세포가 속삭였을지도 모르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설봄:(바늘을 사용한다.)
 
도핑
 
바늘이 몸에 주입된 순간 피가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단순명료한 이야기, 이것으로 당신은 다시 알파형 크리쳐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이 찾아옵니다.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죽지 않는 그 모든 생명력이 단 한순간에 집약된,
 
셀 수 없이 목숨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끔찍한 힘이,
 
지금의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광기가 치솟습니다. 이 세계를, 곁에 있는 존재를 파괴하고 싶어.
 
하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가 치솟습니다. 이 도시를, 곁에 있는 존재를 지키고 싶어.
 
고출력의 힘을 채 감당하지 못한 당신의 몸이, 그릇이 부서져 갑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잡으세요.
 
자신을 놓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영웅이 될 시간입니다.
 
아무말
 
또다시 찾아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혈관을 타고 흘러온 기계 장치의 신이 당신을 장악합니다.
 
바늘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수백 개의 새파란 인터페이스 창이 발생합니다.
 
근력, 정신력…?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인터페이스 위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만이 당신을 독촉합니다.
 
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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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3
 
마지막 타격의 충격으로 AOC 본부가 붕괴합니다.
 
신의 절명과 함께, 하늘을 차지하던 악몽은 산산조각 납니다.
 
충격의 여파로 설봄의 몸 역시 튕겨 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는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곽필규입니다.
 
덜덜 떨리는 팔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도, 놓지 않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그 표정은 절박합니다.
 
당신은 필규가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습니다.
 
잿빛 도시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원점입니다.
 
회색 도시, 눈보라, 겨울, 크리쳐인 나와 인간인 너. 죽어가는 나. 살아갈 당신.
 
곽필규:...가지마, 가지마.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자며... 이 망할새끼야... 가지마, 제발. 가지마.
 
설봄:(흐릿한 시야 사이로 들리는 그의 음성에 희미하게 웃으며) 안.. 가요... 필규... 필규..씨가... 여기, 있..잖아요...
 
곽필규:(툭, 투둑, 설봄의 얼굴 위로 물방울이 떨어져 흘러내린다. 비가 오려나, ...아니, 이건 그의 눈물이다. 달달 떨리는 손을 이토록 애처로이 붙잡고.)
씨발새끼야... 이 씨발... 거짓말하지마... 젠장, 곁에 있어준다며. 내 곁에 있어준다며.
(수백, 수천, 수만 번 반복한 "우리는 살아남을거야."가 거짓이 되었어. 바보야, 이 바보야...)
 
설봄의 몸은 발끝부터 잘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로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필규가 무언가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습니다.
 
이것이 끝임을 직감합니다.
 
눈이 내립니다. 살아남은 안전도시의 눈입니다.
 
이 세계는 영원히 겨울일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보지 못하는 봄은 언젠가 찾아오겠지요.
 
마침내 되는 것은 타고 남은 재일까요, 세상에 내려앉는 눈일까요.
 
자, 작별 인사를 읊을 시간입니다.
 
설봄:저... 저... 늘 필규씨... 곁에... 있,을 테니까... 울지마요... 웃어주세요... 좋아, 좋아해요... 당신이... 웃을 때... 가장... 행복해요... 그러니까, 울지마요... 사랑...해요.
 
필규가 당신을 놓은 게 먼저였을까요, 당신의 손끝까지 전부 흩어져버린 것이 먼저였을까요.
 
봄이는 이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재가 휘날리는 눈밭을 맨손으로 할퀴듯 긁으며 당신을 찾는 필규의 모습을 봅니다.
 
멀지 않은 미래, 안전지대는 영웅의 이름을 칭송하며 역사에 기록합니다.
 
당신은 오래오래 기억될 거예요.
 
ED 3. 그러니까, 울지마요. 사랑해요.
 
설봄 로스트, 곽필규 생환.
 
.
 
.
 
EP. 영웅이 된 너에게
 
아무말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봄이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당신은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감이 밀려옵니다.
 
"괜찮으세요?"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필규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잠깐, 필규의 얼굴이라고요?
 
애초에 여긴 어디죠?
 
이 초등학교 과학 상상화에 나올 법한, 과하게 발전된 SF 도시는 도대체 뭔가요?
 
봄이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전광판 속 필규는 낯선 모습입니다.
 
그는 왼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달라붙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느슨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아무말
 
아무말
 
And 나를 두고 영웅이 된 너에게.
 
설봄 생환? 곽필규 생환?
 
CREA-GRRR!!! The Final Round 에서 계속됩니다.

 

*

 

최강의 달새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Happy

행복한 하루 되세요~ o((>ω<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