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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5〔종이비행기 왈츠〕로그 백업

TRPG/봄이♥필규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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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왈츠

w. 참마

KPC. 설봄 (종달새)

PC. 곽필규 (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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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보기
 
[종이 비행기 왈츠]
 
KPC : 설봄 ♥ PC : 곽필규
 
*
 
오늘 하루는 맑음
 
당신은 스르륵 눈을 뜹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도서관 이네요.
 
아마 깜빡 졸았던 것 같아요.
 
책 넘어가는 소리가 사륵거리고 움직이는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는 잔잔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당신 손에는 볼펜이, 당신 앞에는 풀어야 하는 문제집들이 쌓여 있습니다.
 
눈은 계속 해서 감겨오고, 사람들의 소리는 점점 늘어가 오늘의 공부는 다 끝난 듯 합니다.
 
당신은 책을 정리하고 팔다리를 쭉 뻗습니다.
 
찌뿌둥 한 몸에서 우드득 하며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이거야 원,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설봄:(깜짝...)
 
곽필규:ㅁㅊ 이게... 내 허리에서 난 소리?
 
저기 건너편에는 부동자세로 공부에 임하는 봄이가 보이네요.
 
괜한 오기에 다시금 펜을 들어 보지만, 마음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가버렸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죠. 봄이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릴 계획도 세워놨으니까요.
 
곽필규:(누가들으면 오해할 듯)
 
봄이를 메챠쿠챠...?
 
 
곽필규:(씨발!!! 내머리에서 나가!!! 고개를 휙휙 흔든다.)
 
어쨌든 제가 공부를 못하면 봄이도 못하게 만들어야죠.
 
당신은 걸음을 옮겨 공부를 하고 있는 봄이에게 다가갑니다.
 
설봄:...필규?
 
그런 당신을 눈치 챘는지 고개를 돌리는 봄이입니다.
 
설봄:약속은 안 어겨! 이 문제만 풀면 끝이야...
여기까지 풀면 내가 가자는 곳 가는 거... 맞지?
 
그의 이야기는 마치 봄이를 공부 시키는 사람이 필규인 것인양 이야기 합니다.
 
목소리는 들떠있고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입니다.
 
곽필규:어. 맞는데...(네 모습에 하는 수 없다는 듯 작게 피식 웃는다.)
무슨 애도 아니고 왜그렇게 신이났냐?
 
설봄:어... 너랑 같이 있으니까? (히... 하고 짧게 웃는다.) 그리고 너한테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단 말이야.
 
곽필규:(화악,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다. 말을 더듬으며 간신히 말하기를.) 너, 너, 너는 뭔...!!! 그딴 낯간지러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냐?!
(흥,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다가도 솔깃한 소리에 그녀를 다시 힐끔... 쳐다본다.) 보여주고 싶은거 뭐?
 
설봄:(필규가 얼굴이 빨개지자 하하, 웃으며) 왜... 부끄러워? (볼을 꾹꾹 찌른다.)
그건... 비밀!!
 
아까 했던 이야기라던가, 약속은 기억나지 않지만 뭐 어떤가요.
 
봄이의 공부도 막을 수 있고 좋아하는 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신에게는 일석이조인 상황입니다.
 
당신은 문제를 푸는 봄이를 기다릴겸 도서관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책장을 살펴보면,
 
[역사], [문학], [사회], [예술], [종교], [기타] 등으로 책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곽필규:(...문학계열 책을 꺼내본다.)
 
많은 소설들이 꽂혀 있습니다. <금붕어 죽이기> <파랑의 범람> <하루, 24시간> 등 유명한 책들이 놓여있네요.
 
필규는 [아이디어]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언가 한 구석이 비어있습니다.
 
<종이비행기 왈츠> 라는 책 이었던가요.
 
꽤나 자극적인 내용의 책으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 항상 누군가가 빌려간 상태입니다.
 
그 외에 특별한 것은 없군요.
 
곽필규:(무슨... 초등학교 와이책마냥 인기가 많네. 그렇게 재밌나. 음... 역사책을 꺼내본다.)
 
역사책들입니다. 공룡시대부터 인류의 진화등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그 중 한 책은 손이 많이 탄듯 너덜너덜해 보이네요.
 
일부로 훼손 시킨 것은 아닌 듯 보이는 이 책은 아마 인기가 많았나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리 너덜너덜 할리가 없으니까요.
 
내용이 조금 궁금하기는 하지만 지금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곽필규:(왜 선사시대밖에 안보임?? 사회계열 책을 살펴본다.)
 
요즘은 범죄가 판치는 세상이라고들 하죠. 그 덕인지 범죄와 관련된 책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청소년 범죄와 관련된 책들이 주를 이루네요. 어쩐지 오싹한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곽필규:(흐음...펼쳐본다.)
 
잔인한 사건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덕분에 속이 더부룩하고 정신이 띵하네요.
 
필규, SANc (0/1)
 
곽필규: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으웩...)
 
필규 이성 -1
 
읽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곽필규:(뭐야이거...!!!!!! 짜증난 손길로 예술계열 책을 팍 집는다.)
 
책을 천천히 살펴보면.. <예쁘게 종이비행기를 접는 법>이라는 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필규는 [자료조사]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36
판정결과: 실패
 
책을 열어보면… '사랑을 전하는 종이 비행기. 어쩌면 비밀에 도달할 수 있는…' 종이는 종이일 뿐입니다. 당신은 책을 덮습니다.
 
특별한 내용은 없네요.
 
정말 종이비행기를 접는 법만 나와 있는 것이 조금 특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곽필규:요즘 세상에 종이비행기 접는 법 누가모르냐? 웬 초등교육 책을 갖다놨어. (다음은 종교관련 책을 살펴본다.)
 
많은 종교 책들입니다. 설화와 설명을 담은 책들이 잔뜩 쌓여있네요.
 
중간 중간 사이비 같아 보이는 책들이 있는 것 같은건... 착각이겠죠?
 
더 이상 볼만한 건 없어 보이네요.
 
곽필규:(누가 갖다놓은거야..? 기타로 분류해둔 다른 책들을 살펴본다.)
 
이곳에는 분류되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기사 스크랩] 밖에 없네요. 스크랩은 3개의 페이지를 나누어져 있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1페이지]


○○고, 명문대 XX대 최다 배출! 이라는 글이 적혀있습니다. XX대는 봄이와 당신이 희망하는 학교입니다. ○○고는 명문고로 알려져 있으니… 이런 기사는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2페이지]


○○고 추락 사건 조사… 진전 없어.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신문지가 낡고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것을 보아 아주 오래 전의 기사인 듯 보입니다.


[3페이지]


사랑을 전하는 종이비행기, ○○고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라니, 이런 대회가 열리는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요. 그보다 이것은 신문 아니던가요. 그런 기사를 실어줄 필요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곽필규:(아니 뭔 종이비행기 얘기가 여기서도 나와? 나빼고 어디서 유행타고 있는건가?? 뭐... 옛날기사같은데. 내려놓는다.)
 
책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톡톡,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당신은 상대를 보지 않아도 그가 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구경하던 책을 내려 두고 봄이를 마주합니다.
 
설봄:내가 책 읽던 거 방해한 건 아니지...?
 
곽필규:아니, 어차피 니 기다린다고 시간이나 때우던건데. (다시 책에 힐끔 눈길을 주고 말더니.) 책엔 별로 흥미 없어.
 
설봄:그래? 다행이다 ㅎㅎ
뭐 보고 있었어? (가까이 다가간다.)
 
곽필규:그냥...옛날 신문기사. 봐도 별거없는데.
 
설봄:헉, 신문.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며) 필규는 다른 책은 자주 안 봐? 만화라던가... 소설이라던가?
 
곽필규:여기 볼 게 없잖냐. (왜 그런 눈으로 보냐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본다.) 우리집에 널린 게 만화랑 소설이다. 왜?
 
설봄:(필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자 하하 웃더니 시선을 피하며) 그냥... 평소에도 신문 기사 같은 거 보나 해서...! (차마 아저씨 같다고는 말 못하는 듯,)
(급하게 말을 돌리더니) 여기... 그래도 꽤 애들이 자주 보는 소설 같은 게 있다던데...
뭐더라...? 전교 1등의... 어쩌구 저쩌구 하는 책이었는데...
필규는 혹시 알아?
 
곽필규:(설봄이 시선을 피하자 한숨을 쉰다.) 보나마나 속으로 늙은이같네 뭐네 하는 생각 했겠지. 어휴 망할 돼지녀석. (머리를 꾸욱 누른다.)
그게 뭐냐? 전교 1등의 뭐...? 몰라.
난 또 유명하다길래 종이비행기의 왈츠인가 뭐시기인가 하는 책인가 했네.
 
설봄:(필규의 대답에 어떻게 알았찌? 라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가 머리를 꾹 누르자 인상을 쓰며) 으앙 (제 머리를 만지작 거린다.)
그래? 모르는 구나ㅎㅎ 나중에 찾으면 알려줄게. 종이비행기...? 음... 그 책은 난 처음 들어봐.
아, 이제 내가 가자고 한 곳에 가자.
(손을 잡아달라는 듯 그에게 내민다.)
 
곽필규:어, 그래... 엥 근데 바로 가는 거였냐? (어리둥절한 와중에도 제 앞에 손이 내밀어지자 본능적으로 잡는다. 덥석.)
 
설봄:응! 내가 그래서 조금만 기다려달라 했잖아!
바보ㅋㅋ
(그가 손을 잡자, 그의 손가락을 의미없이 쪼물거린다.)
 
곽필규:(ㅅㅂ) 내가 바보면 닌 왕바보냐?
(설봄이 손을 쪼물거리자, 물끄럼... 바라본다.) 닌 뭔 애가 손놀림이 변태아저씨같냐 ㅋㅋ
(같이 쪼물거린다.)
 
설봄:필규는 왕바보바보. (메롱)
변... 변태아저씨...? (충격 먹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그가 같이 쪼물거리자) 진짜 바보!! (얼굴이 빨개진다. 그리곤 필규를 끌고 간다.)
 
우리는 함께 도서관을 나섭니다.
 
오늘 하루는 맑음?
 
밖으로 나서면 도서관의 에어컨 바람이 우리를 마중해 줍니다.
 
싱그러운 녹음이 풍기고, 맴맴- 맴- 하는 매미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늘에 걸린 오선지에는 참새들이 음표를 수놓고, 나무의 노래 소리를 얹으면 여름의 왈츠가 시작됩니다.
 
사그락 거리는 풀들이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화음을 얹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스럽게 속삭이는 봄이의 목소리가…
 
설봄:필규야!
필규야, 내 말 듣고 있어?
 
이런, 봄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걸까요.
 
곽필규:...뭐?
삐쭉나온 니 머리털보다가 못들었어. (일부러 장난치듯 그리 얘기한다. 뭐, 근데. 민들레같은건 사실이니까.)
 
설봄:머리털...? (필규의 이야기에 급하게 머리를 정리한다. 부스스해보이기 싫은 것일까...)
그러니까...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에서 이겼다구. 얼른 축하해줘!!
 
종이 날리기 대회라, 아까 기사에서 본 내용을 더듬어 봅니다.
 
아마 그 기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봄이였던 것 같군요.
 
공부에만 빠져 살지 않으면서도 제 뒤를 바짝 쫓아오는 봄이가 대견스럽…
 
잠시만. 이럴때가 아닙니다.
 
당신은 봄이와 데이트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니까요.
 
명심하세요. 당신의 목적은 봄이에게 고백하기! 니까요.
 
물론 그 충격으로 시험을 망치게 하려는 것이 더 주된 목적이지만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봄이가 환한 얼굴로 조잘거립니다.
 
곽필규:아, 귀여웠는데. (아쉬움에 무심코 내뱉은 말. 저도 놀라 뒤늦게 입을 다물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부끄러운지 크흠, 괜히 목을 가다듬고 애써 태연한 척 이야기한다.)
오냐오냐, 축하해. 우리 언제 종이비행기 대회같은걸 했었냐??
 
설봄:(귀엽다는 말을 듣자 어색한지 약간 어쩔 줄 몰라하며 눈을 굴린다.) 그... 그래?
(그가 축하해주자 신이난 듯) 헷... 다 이유가 있지!
우리 운동장으로 가자,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
 
당신은 햇살처럼 웃는 봄이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운동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그보다 당신, 할 말이 있지 않은가요?
 
지금이 기회입니다!
 
곽필규:(우리는 옆으로 나란히 걸었다.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한여름은 해가 한없이 길어 낮이라는 것이 도통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툭, 괜히 굴러다니던 돌멩이를 차며 나는 네게 말을 걸었다. 불과 몇 분도 되지 않는 침묵이었지만, 꼭 한참만에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는 착각이 일었다.)
있잖냐, 설봄.
(괜히 아무런 무게감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 너 좋아해.
 
좋아해, 하고 목소리가 울림과 함께 머리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옵니다.
 
"셋! 둘! 하나!"
 
카운트 다운?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 할 겨를도 없이… 하늘로 형형색색의 종이비행기가 날아오릅니다.
 
푸른 하늘을 덮을 만치 몰려드는 종이 비행기는 무엇을 싣고 있는 것일까요.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들은 뒤뚱뒤뚱 중심을 잃으며 아래로 추락합니다.
 
잘 나르는가 싶던 비행기들조차 얼마 가지 않아 바닥으로 꽂힙니다.
 
후두둑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알록달록한 것들은 가히 아름답다 칭할 수 있었죠.
 
떨어지는 소리는 거세져 마치 비가 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고 봄이의 눈동자에서 떨어지는 것은…
 
어라?
 
봄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설봄:미안해...
 
그리 말하는 목소리가 떨려옵니다.
 
듣는 제가 다 가여울 만큼 파들거리는, 나약한 목소리는 비행기의 소리에 묻히고 맙니다.
 
필규는 [듣기]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내가... 내가 잘못한거야?
 
이게 무슨 소리 일까요.
 
잘못이라뇨, 봄이에게 잘못은 없습니다.
 
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습니다.
 
마치 괴물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힘겹게 뒷걸음질 치는 봄이를 붙잡을 만큼 당신은 매몰차게 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머뭇 거리자 봄이는 수많은 눈물을 쏟아내며 달려갑니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비행기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쨌든, 성공인 것일까요.
 
하지만 울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자신이 고백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싫은 것인지, 당신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시선을 떨굽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샛노란색의 종이비행기 뿐입니다.
 
이 비행기들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당신은 목표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필규는 [관찰력]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종이 비행기를 집어 듭니다.
 
그리고 펼쳐봅니다.
 
예쁜 노란색의 종이에는 '시험 화이팅! 너는 할 수 있을거야!' 라는 응원의 메세지가 적혀 있네요.
 
다른 종이비행기를 펼쳐 보아도, 끝없는 것들을 모두 펼쳐 보려 애써도, 그곳에는 사랑 가득한 응원으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 바보같기는.
 
봄이는 이렇게나 당신을 위하고 있었는데 당신은….
 
역시, 사과하러 가는 편이 좋겠죠.
 
이 바보같은 계획을 너에게 모두 털어놓고 용서를 구해야겠죠.
 
당신은 종이비행기 하나를 집어 들고는 봄이를 찾으러 걸음을 옮깁니다.
 
어디로 가는 편이 좋을까요.
 
갈 수 있는 곳은 [교실], [급식실] , [체육관], [학교 뒷편] 이 있습니다.
 
곽필규:그래... 내가 쓰레기였네. (학교 뒷편으로 가본다.)
 
뒷편으로 걸어가는 길은 꽤나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학교 뒷편에는 [기숙사] 와 [분리수거장] 이 있네요.
 
곽필규:(기숙사를 먼저 들여다본다.)
 
기숙사로 들어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건장한 사감 선생님이 기숙사를 지키고 있습니다.
 
봄이 또한 기숙사에 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을 살펴보는 게 좋겠어요.
 
곽필규:(...없는 것 같은데, 일단 혹시 모르니까 온 김에 분리수거장도 보고갈까.)
 
분리수거장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정리정돈 되지 않은 캔들이 굴러다닙니다.
 
종이류에는 종이 비행기들이 잔뜩 쌓여있네요.
 
필규는 [관찰력]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ㅆㅂ!!!!!!! 눈 마구 부빈다.)
 
필규는 눈을 마구 부빕니다.
 
다시 한 번 눈을 부릅 뜨고 쳐다봐봅시다.
 
곽필규: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씨발,,떠먹여줘도,,쳐먹지를못해요,,,)
 
눈 앞이 흐릿한 필규...
 
종이 비행기들을 바라보니 모든 글씨체가 한 사람의 것으로 보입니다.
 
설마 저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쓴 것은 아니겠죠.
 
한눈에 보기에도 수십, 아니 수백개는 되어 보이는데… 아니, 이런걸 생각 할 때가 아닙니다.
 
이곳은 더이상 볼 것이 없어보입니다.
 
이제 남은 곳은 [교실], [급식실] , [체육관] 이 있습니다.
 
곽필규:(아까 준비하다 남은 것인가보지. 교실로 걸음을 옮긴다.)
 
당신은 서둘러 교실로 걸음을 옮깁니다.
 
교실로 들어서면 당신과 봄이를 향해 비행기를 날려주었던 아이들이 영문을 모른체 서로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자하니 이 이벤트는 역시나 봄이가 준비한 것이었나 보네요.
 
그러나 주변을 살펴 보아도 이 이벤트를 준비해 준 봄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른 곳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곽필규:(급식실로 가보자. 그 녀석은 외로워도 슬퍼도 밥먹을 녀석이니까.)
 
급식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난지 오래니까요.
 
아마 이곳을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유리창 너머로 급식실 안을 살펴 보아도 봄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또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곽필규:(하아...작게 한숨을 쉬고 체육관으로 가본다. ...거기도 없으면 집이라도 간건가?)
 
체육관 안은 열기로 가득합니다. 삑삑거리는 바닥의 소리마저 뜨겁습니다.
 
오늘은 농구 시합을 했는지 바닥에 농구공이 놓여 있네요. 그 외에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당신은 힘없이 교실로 돌아옵니다.
 
봄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응원의 메세지가 담겨있는 이 종이비행기는 언제쯤 돌려줄 수 있을까요.
 
눈에 띄지 않으며… 가보지 않은곳… 어디가 있을까요?
 
필규는 [아이디어]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화장실...은 너무 궁상맞고... 뭐, 옥상...에 있나?)
 
그러고 보니… 옥상이 남아있었네요!
 
당신은 서둘러 옥상으로 향합니다.
 
발걸음은 무겁고 숨은 차오릅니다.
 
이곳에도 없으면 어떡하죠.
 
그런 걱정도 잠시,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타고 흐른 땀줄기를 식혀 줍니다.
 
아주 미약하지만… 확실합니다.
 
빛이 느릿하게 들어오고 그곳에는 옥상문이 살짝 열려있네요.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날씨는 흐림
 
옥상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곳에는 봄이가 서 있습니다.
 
어쩐지 익숙한 장면이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봄이의 발 밑에는 예쁜 꽃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생생한, 방금 따온 것처럼 푸르른 꽃입니다.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향긋한 꽃향기가 풍겨 옵니다.
 
종이비행기와 흰 꽃, 그리고 여러 장의 편지들.
 
옥상에 저런 것이 놓여져 있을 이유는 없는데,
 
필규는 [아이디어]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 꽃, 익숙합니다.
 
그럼요. 자주 보았던 꽃이니까요.
 
티비에서도, 그리고 꽃집에서도, 그리고 가장 많이 보이는 곳은 장례식장이죠.
 
바로 흰 국화입니다.
 
곽필규:(국화...?)
 
설봄:
필규야, 이 꽃. 기억나?
 
봄이가 국화 한 송이를 들어 올립니다.
 
그 꽃은 금방이라도 피어날듯 생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봄이의 손에서 시들어, 하늘로 흩어져 버립니다.
 
설봄:필규... 네가 나에게 주었던 꽃이야.
 
곽필규:...내가 너한테 줬다고?
 
그랬죠. 당신이 주었던 꽃입니다.
 
당신이 그에게 고백하며… 주었던… 그 꽃입니다.
 
설봄:잊은거야...?
 
머리가 아파옵니다. 잊을리가요. 잊을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머리는 아파옵니다. 너의 형태가 흐려집니다.
 
교복이 팔락이고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구름이 스쳐가고 비행기가 날아가고 머리가 아파오고
 
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리가아파오고머
 
깨질 듯한 고통을 느끼는 필규, SANc 1d6
 
곽필규:윽...(통증에 얼굴을 찌푸리고, 잠시나마 휘청인다.)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6
 
(
5
 
)
 
 
=
5
 
필규, 이성 -5
 
머리가 아파옵니다.
 
시야가 흐려집니다. 어지러워요.
 
그럼에도 봄이는 말을 이어갑니다.
 
설봄:이 옥상이 기억나지 않아?
나와 마지막을 함께한 이곳이 기억나지 않는 거야...?
 
기억납니다.
 
그래요. 기억나요.
 
설봄은 서서히 떨어지고 추락하여 길 잃은 종이 비행기처럼 무너지고…
 
바닥에 도달해 터져버립니다.
 
피가 사방으로 튀고, 뼈가 바스라지고 징그러운 내장들이 튀어 나와요.
 
아아 끔찍하기 짝이 없어요.
 
기이한 기억에 필규, 다시한번 SANc (0/1)
 
곽필규:...아.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필규, 이성 -1
 
그리고 그걸 바라보고 있는 당신은… 웃고 있습니다.
 
이건 뭔가요. 무슨 기억인가요.
 
핸드아웃 확인.
※진상※

설봄은 전교 1등. 당신은 전교 2등입니다. 네? 무언가 이상한것 같다고요. 아니요. 이상한 것은 없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말이죠.




설봄은 곽필규의 동경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이었습니다. 물론 그를 티낼 수는 없었죠. 봄이와 필규는 연인 관계였으니까요. 하지만 주위의 압박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2등이라는 꼬리표, 낮아지는 자신감, 침체되는 성적과 끝없는 우울감… 어느 순간 그러한 것들이 필규를 잡아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은 늘 이야기 했습니다. 연애 때문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이죠. (혹은 친구들과 너무 어울려다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몰라요. 연애를 하게되면 소홀해 지는 부분이 분명 존재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라고는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규는 봄이를 증오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을 봄이에게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네가 1등이 아니었더라면, 너만 아니었더라면, 네가 없었더라면… 당신은 어쩌면 미쳐버렸을지도 몰라요.


당신은 옥상으로 그를 불렀습니다. 이벤트라는 명목하에 옥상에 올라온 그의 눈을 손으로 가리고,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며 난간 끝에 있는 그를 툭, 하고 밀어 버렸습니다. 그의 몸은 힘없이 낙하하고 낙하해… 펑! 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전교 1등은 바뀔 것입니다. 전교 1등인 봄이는 이제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습니다. 필규가 광기에 걸리게 한 장본인이자 봄이를 되살린 그분 말이죠. 그분의 힘으로 봄이는 되살아 났습니다. 봄이는 되살아 나고 세계관은 뒤틀려  버렸습니다. 그 여파로 필규는 모든 기억을 잃고, 봄이는 모든 기억을 가진채 전교 2등으로, 필규는 전교 1등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걸로… 괜찮은걸까요?


하지만 불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끔찍한 일을 저질렀음에도 필규의 광기는 끊기지 않았으니까요. 아주 미약한 광기가 어른어른 남았죠. 필규는 전교 2등이 된 봄이에게도 질투심을 느껴 봄이의 멘탈을 부수고자 합니다. 이 작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설봄:네가... 이곳에서 날 밀었잖아, 그치?
 
전교 1등이었던 설봄과 그 뒤를 쫒던 곽필규.
 
곽필규:...아, 씨발, 이게 무슨... 뭐? (떠올리고도 믿기지 않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오직 너를 눈에 담아 쳐다본다.)
 
당신을 나락으로 이끌어 내린 것은 다름 아닌 집착이었습니다.
 
끝없는 질투였습니다.
 
당신은 1등을 질투한 2등이었습니다.
 
자괴감에 빠져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바보였습니다.
 
당신이 그를 죽인겁니다.
 
이 옥상에서, 당신이 그를 밀었습니다.
 
종이비행기를 좋아하던 그는,
 
종이비행기처럼 하늘을 누비고 싶었던 그는,
 
못 다 피기도 전에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설봄:너는 그리고… 다시 나를 망가트리려 하고 있어.
 
기억이 전부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무언가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그 모든 증오는 봄이에게 옮겨 갔고…
 
당신은 결국 봄이를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밀어버렸습니다.
 
그 추락 사고의 주인공은 봄이였어요.
 
그 범인은 당신이었어요.
 
당신은 그것도 모자라 다시 한번 봄이를 망가뜨리려 했던겁니다..
 
설봄:...나는 이미 무너져 버렸어. 너의 두번째 배신으로 마음은 이미 엉망으로 변해버린거야.
 
이것은 모두 당신의 잘못입니다.
 
설봄:...이제 끝이야. 목숨도 마음도 전부 버려졌으니...
 
그리고 봄이는 걸음을 옮깁니다.
 
한 발자국,
 
꽃이 바스라지고
 
한 발자국,
 
난간이 휘청입니다.
 
한 발자국,
 
그 끝에서 간신히 서있는 봄이는 웃으며 이야기 합니다.
 
위태로운 발걸음이 무너질듯, 아슬아슬하게 걸쳐있습니다.
 
설봄:나를 위해 종이 비행기를 날려줄래?
 
남은 선택은 이것 뿐입니다. 당신은 봄이를 구할 수 없어요.
 
곽필규:(애써 다시금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그의 꼴은 날개가 꺾여 추락하다 나뭇가지에 걸려 파드득 떠는 새와 닮았다. 어리석게도 재앙 속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가서 후회와 참회로 눈물을 떨구며 지나가버린 시간을 쥐려고 애써 손을 뻗는 무능력한 사람. 그것이 곽필규이고 절망한 미래이다. 더운 숨을 내뱉는 입은 말라있었다. 필규는 지나치도록 투명해 기분이 나쁠 정도인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다와 닮아있었다. 꺼져가는 생명을 겨우겨우 유지해가는 사람의 삶이란 결코 밝을 수 없다. 그것도 타인에 의해 연장되는 삶은 더더욱이다. 필규는 문득 물고기의 사인이 익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다른 물고기들이 들었다면 그의 부고를 비웃을까, 동정할까. 그녀는 삶에서 질식을 하고 있었다. 넘치도록 공중을 부유하는 맑은 산소를 마시면서 설봄은 질식을 했다. 내 탓이었다.
왜 그 때는 그토록 네가 밉고, 밉고,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을까? 그렇게 그는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칭송하는 악마와 닮아 있었다. 너는 사라졌지만, 사라졌고, 사라졌었지만, 종국엔 돌아왔다. 도망간 것이 무색하게 나의 시야 안에 도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나는 너를 증오하면서도, 너의 실종을 끔찍하게 바라면서도... 너와 나의 관계를 완벽히 끝내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지 못한들, 너도 똑같이 그러리라는 법이 있을까. 어디서 들었던가. 관계는 가장 화가 나고 고통스러울 때 혹은 가장 실망했을 때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고.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을 때 끝이 나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상대방으로부터 그 어떤 말도 더는 듣고 싶지 않을 때 말이다. 분명 내가 어찌할 여유도 없이 떠나버리겠지. 작별 인사를 하자. 마지막 사랑을 전하자. 그리하여 이번에는 네가 숨 쉴 수 있도록. 숨 쉬라고. 하늘에서 유영하는 종이비행기처럼.
마지막으로 손에 든 종이비행기를 네게 날렸다. 한 마디를 덧붙이며.)
미안했어, 역시 나 너를 사랑해.
(그리고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듯, 네 곁으로 날아갔다. 마침내 네 팔을 붙잡은 손이 볼품없이 떨려왔다. 그런데 말이야, 나는 더럽게 이기적이어서, 네 마지막 바람조차 들어주지 못해. 설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해.)
 
곽필규:가지마... 내게 사라지라고 해도 좋으니까. 가지마.
 
당신은 봄이를 향해 달려갑니다.
 
봄이의 표정은 꽤나 당혹스러워 보이네요.
 
봄이는 기울어지고, 당신도 기울어집니다.
 
설봄:필규... 필규야, 날 사랑해? 진짜로?
 
곽필규:...사랑해. 감히 어딜 가려고? 사랑하니까, 가지마. 같이 있어.
 
설봄:(온 힘을 다해 그를 끌어안는다. 봄이의 눈에선 눈물이 방울방울 하늘로 흩어지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행복해서 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이가 눈물을 흘려서 일까... 아니면 둘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돼서야 진정으로 사랑을 확인 받아서 일까.) 응, 나도. 나도 진짜 사랑해... 같이 멀리멀리 날아가자. (그의 볼에 입을 맞춘다.) 이제 더 이상 날 버리지 말아줘...
 
하늘이 뒤집어지고 두 사람은 마지막의 춤을 춥니다.
 
여름의 왈츠가 흘러 나오고, 종이비행기의 왈츠가 흘러 나오고, 마지막의 마지막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걸음입니다.
 
더이상 왈츠는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마지막 여름이 막을 내립니다.
 
엔딩4. 한여름의 끝
 
설봄 로스트 곽필규 사망
 
...
 
..
 
.
 
...그거 아나요? 종이 비행기는 사랑을 의미했다는 것을요.
 
봄이가 가장 잘 날릴 수 있었던 것, 즉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당신에게 쏟아 부은 수십통의 종이비행기는 당신을 향한 봄이의 마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그는,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사랑을 보여 달라고 이야기 합니다.
 
어때요. 당신은 만족스러운 선택을 했나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후회하고 있지는 않겠죠?
 
END.
 
곽필규:
봄아미안해사랑해내가할복할게 Roll
기준치: 999999999999/499999999999/199999999999
굴림: 8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수고하셨습니다, 최고의 탐사자 리체님!!!

 

210508〔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로그 백업

TRPG/봄이♥필규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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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

w. 청서

KPC. 곽필규 (리체)

PC. 설봄 (종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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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들으면 좋은 노래

 

 

*

 

더보기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
 
w. 청서
 
KPC. 곽필규 (리체) ❦ PC. 설봄 (종달새)
 
*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잿빛 세계를 밝히는 휘황찬란한 청색 네온사인.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최강의 인류들로 구성된 특수 전투 부대, AOC는……."
 
"오늘 자정, 본부에서 A급 범죄자들의 공개 처형식을 거행합니다."
 
죄목은 본부의 주요 기밀 및 전력 강제 탈취, 안전지대 곳곳에 파견된 대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는 바이며…….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과 함께 처형이 예정된 'A급 범죄자'들을 촬영한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목된 범죄자들은 또 다른 AOC 대원들이며, 그 죄목은 필규와 봄이가 저지른 것입니다.
 
당신은 이것이 경고임을 깨닫습니다.
 
본부의 주요 기밀을 알아차리고 무단으로 이탈한 설봄과 곽필규, 두 사람이 조속히 복귀하지 않으면 동료들을 한 사람씩 제거하겠다는 경고 말이에요.
 
익숙한 비일상 감에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흐릅니다.
 
설봄, 이성 판정 (0/1)
 
설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 모브들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더라도 옛 동료는 동료이며, 당신이 원인이니까요.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하게 점심을 조달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있던 빵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를 얻은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당신은 크리쳐를 죽이고 터뜨리는 대신 페인트칠이나 주차 대행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습니다.
 
이놈의 월세는 어찌나 비싸던지요!
 
그리고,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제야 평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당신의 괴로울 정도로 날카로운 감은 뾰족하게 경보를 울립니다.
 
어떻게 엮이든 위험한 일이 생길 거라고!
 
핸드아웃 확인.
 
그때, 설봄은 '어떤 위협'을 느끼고 다섯 걸음 물러섭니다.
 
민첩한 반사 신경은 어떤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더라도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 직후, 철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붉은 액체가 튀어 오릅니다.
 
봄이의 옷에도 몇 방울이 묻어버렸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평범하게…
 
파스타 소스를 끼얹은 사람(기절 상태)입니다.
 
곽필규:야 설봄!
 
그리고 필규가 다가옵니다.
 
필규는 근처 빵집에서 레토르트 파스타를 먹으며 속보를 보다 추격자에게 습격당했습니다.
 
포크와 먹던 파스타만을 사용해서 제압했으나, 상당히 배가 고팠기 때문에 지금은 엎어진 파스타에 신경이 쏠려있을지도.
 
곽필규:(파스타에 시선을 물끄럼 얹는다...)
너 뉴스 봤냐? (다시 시선을 봄이에게로 옮기며 말한다.)
 
설봄:네... (봤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곽필규:그럼 AOC로 돌아가야한다는 것도 알겠네.
카트린, 에보니, 앨릭… 전부 우리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어.
알잖냐, 그 녀석들은 죄가 없으니까.
……사실 별로 안면은 없지만. 식사는 커녕 인사도 해본 적 없지만….
한 명은 이름을 틀린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아무튼.
 
진심으로 구할 생각이 있긴 한 걸까요?
 
설봄:...맞아요. 근데 돌아가면 저희가 과연 무사할 수 있을 까요...?
죽는거 아니에요?!
 
곽필규:...알아. 우리를 겨냥한 함정일 확률이 높겠지.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최소한 내가 믿는 정의는 사람을 위한 정의니까, 잘못된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아.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는 없어.
그건 너도 그렇지 않냐?
 
설봄:(필규의 말이 맞다는 듯 수긍하며) 네... 저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순 없죠.
 
곽필규:...너랑은 몇 년간 함께해서 그런가. 생각은 잘 맞네.
걱정마라. 특수부대 출신인데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죽겠냐.
그럼 가기 전에 짐이라도 챙기게 숙소로 돌아가자. (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리 말하곤 앞장 서서 걸어간다.)
 
설봄:(필규가 '죽음'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자 불안한 듯한 기색을 내비춘다.) 그렇...겠죠... (그가 머릴 쓰다듬어 주자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그의 뒤를 쫓아간다.)
 
두 사람은 AOC 본부로 돌아가기 전,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옵니다.
 
좁은 탁자 위에는 갖가지 음식과 음료수가 놓여 있습니다.
 
침대를 힘껏 들추니 그동안 숨겨왔던 여러 총기와 날붙이 등이 줄지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설봄:(몇 가지 음식들을 챙기고 총기와 날붙이도 챙긴다.)
 
당신은 총기와 날붙이들을 챙깁니다.
 
물론, 총알은 들어있지 않지만요. 혹시 모르잖아요?
 
그리고 여분의 식량을 챙깁니다.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필규는 옷장 한구석에서 방치된 AOC의 군복을 꺼냅니다.
 
AOC에 잠입할 예정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업복도 없겠죠.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정의를 추구합니다.
 
아니,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모르죠.
 
―현재 시각 오전 11시 30분, 설봄, AOC 본부로 이동.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안전지대의 치안은 AOC가 담당합니다.
 
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날립니다.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예전 직장입니다.
 
몇 번의 추적자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곽필규:...파트라슈, 나 춥다.
 
설봄:(필규를 잠시 쳐다보더니) 끼잉... (따뜻해지라는 듯이 그를 안아준다. 별 효과는 없지만...)
 
곽필규:호오호오... (손을 부는 듯한 제스쳐를 하더니 그녀가 안아주자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리 파트라슈 따뜻하네. (풉,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웃는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필규는 재차 묻는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각오는 됐냐?
 
설봄:(필규가 쓰다듬어주자 같이 웃더니 그의 물음에 표정이 조금 굳는다.) 같이 돌아오겠다고 약속해요... 살겠다는 각오로 가야죠.
 
곽필규:...(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거라 하였나.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필규는 결연한 표정으로 끝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같이, 라는 건 너도 반드시 돌아오겠다는거지? 약속 안지키면 새끼손가락 자를거야.
(그리 말하며 봄이의 손을 꼬옥 잡는다. 퍽 살벌한 말이었지만,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는 어조는 아니었다.) 자, 그럼 어디로 진입하는게 좋겠냐.
 
설봄:당연하죠. 혼자서 남겨두는 일은 없을 거에요... (그가 잡은 손을 내려다보며 새끼손가락을 꼬물거린다.) 필규씨는 어디가 좋아요?
 
곽필규:...오냐, (새끼손가락이 꼬물거리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지자 작게 큭큭 웃는다. 쫄기는.)
...AOC 본부 정문으로 들이닥치면 경비원은 피하더라도 곳곳에 숨은 CCTV까지 전부 피하긴 어렵겠지.
그게 싫으면 다른 루트로 잠입하는 것도 괜찮다. 내가 알아둔 길이 있으니까.
 
설봄:정말요?! (갑자기 필규를 믿음직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반짝반짝!) 그럼 잠입할까요!!
 
길 안내는 필규가 앞장섭니다.
 
알려지지 않은 루트를 예전에 파악해뒀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었으니까요.
 
곽필규:특별히 대단한 길은 아니지만, 허를 찌를 수는 있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우리한테는 그거면 충분해.
(그리곤 봄이를 돌아보더니 묻는다.)
기는 쪽이 좋냐, 나는 쪽이 좋냐?
 
설봄:멋있당...
저요...? 전... 나는 거...?
 
곽필규:(수상하게 씨익 웃는다.) 오냐, 나는 게 좋다고 했지?
 
AOC 본부 근처, 옆 건물로 올라선 뒤에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길이야말로 무식하고 저돌적인 침입의 극치라는 사실을요.
 
아무도 필규에게 인간은 날 수 없다고 가르쳐주지 않았던가요?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의심스러운 장치를 봄이의 조끼에 묶으며 필규는 당신을 안심시킵니다.
 
곽필규:괜찮아, 아직은 1명밖에 안 떨어졌댄다.
 
그리곤 조용히 중얼거립니다.
 
곽필규:...뭐, 실사용자는 3명이라고 들은 것 같긴 하지만.
 
태클을 걸 틈도 없이 필규는 봄이를 껴안고 뛰어내립니다.
 
어느새 반대편 건물에 고정해두었던 건지, 두 사람을 지탱한 와이어에 의지한 채 호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설봄:(으아아아)
 
곽필규:(ㅋㅋㅋㅋ)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에 걸쳐 건물 외벽을 밟고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아까보다 한층 더 날 선 겨울바람이 매몰차게 얼굴을 때립니다.
 
휘날리는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필규의 두 눈은 근래의 1년 중 제일 반짝이고 있습니다.
 
곽필규:어쩌면 줄곧 이런 날이 다시 오길 기다렸는지도 모르지.
 
당신을 안은 채 옥상으로 일절 충격 없이 가볍게 착지한 그는 가볍게 덧붙입니다.
 
곽필규:나쁜 사건이 아니라, 너랑 같이 싸우는 거. 싫진 않거든.
 
찡그리듯 웃으면서요.
 
허공으로 떠올랐다 가라앉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흐트러지며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필규는 봄이의 조끼에 걸린 와이어 고리를 풀어주곤 그대로 등을 돌립니다.
 
이곳은 AOC 건물의 옥상입니다.
 
곽필규:자, 도착했다. 괜찮았지?
 
설봄:(비틀거리며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신호정도는 주고 뛰어 내리라구요... (이런 것도 1년만이라 그런지 어쩐지 익숙한 듯 낯선 감각이다.)
 
곽필규:참내... 고작 1년 지났다고 그딴 나약한 소리 뱉을래? 여태까지도 험한 일은 많았잖냐. 정신차려. (설봄의 등을 팡 친다.)
이제 최상층으로 가야해. 인질부터 구해봤자 그 망할 윗대가리 새끼들이 살아있는 한 이런 일은 반복해서 일어날테니까.
그 자식들부터 손봐주러 가야겠어.
 
설봄:(필규가 등을 팡 치자, 눈을 크게 뜨고는 그를 바라본다. 봄이도 자신이 이런 나약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느낀걸까 제 볼을 양 볼을 짝짝 때린다.) 아주 끝장을 내주러 가요!!
 
곽필규:...오냐. (양 볼을 때리는 모습이 조금 아파보였는지 뺨을 좀 쓰다듬어주고 길을 나선다.)
 
봄이와 필규가 최상층에 도달하면, 필규는 봄이를 뒤로 한 채 앞장섭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그저 돌입할 생각뿐이었는데, 소강당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그 안을 본다면….
 
...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분명 설봄과 곽필규가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은 전부 당신과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누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행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설봄, 관찰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바쁘게 눈을 움직이던 당신은 군인 중 한명이 딴짓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한 손을 뒤로 한 채 휴대폰으로 스도쿠를 하고 있네요.
 
과연 딴짓의 솜씨마저 최강입니다.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소장입니다.
 
설봄: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마이크로 웨이브: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소장은 연설하는 내내 어쩐지 자꾸만 땀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AOC 대원: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일반 부대에게 맡기고 중심부로 전원 집합할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대규모 폭동이라도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마이크로는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또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AOC야말로 정의입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할 것을 명한 뒤 자리를 뜹니다.
 
소강당의 문이 열리기 전, 필규는 봄이를 잡아당겨 잠시 몸을 숨겼다 빠져나오는 군복 무리들 틈에 섞입니다.
 
낯선 얼굴도, 낯익은 얼굴도 보입니다.
 
필규는 봄이에게 낮게 속삭입니다.
 
곽필규:작전을 변경한다. 역시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설봄:(필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곽필규:...이 기관의 윗대가리라는 새끼들은 어딘가 미쳐있어. 죽여버린다고 해도 분명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 그런 예감이 들어.
 
설봄 역시 이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야, 당신의 날카로운 감 역시 필규의 말에 동의하고 있으니까요.
 
곽필규:인질을 찾자.
(명료한 목소리가 설봄을 이끈다.)
군복을 입고 온 게 답이었군. 이 건물 CCTV의 화질로는 우리의 얼굴을 구별할 수 없을테지.
 
설봄:네...
 
봄이가 응한다면, 두 사람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입까지 올린 AOC 마스크 덕분에 설봄과 곽필규의 얼굴을 알아보는 대원들은 없습니다.
 
닮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금방 털어버리겠죠, 당신들은 대외적으로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현재 시각 오후 2시 45분, 설봄, AOC 최상층에 도달, 소강당의 집합을 목격.
 
GM: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공되는 조사 시트는 4층 분량이므로, D36을 굴려 나오는 층수를 조사했을 때의 결과로 이동하거나, 혹은 순서대로 이동하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사 전, 설봄은 소장의 연설을 들은 대원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설봄:(지나가는 대원을 붙잡고 말을 건다.) 저기... 오늘 소장님 상태가 좀 이상하시지 않았습니까?
 
설봄의 물음에, 각각의 대원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한 바에 따른 대답을 합니다.
 
어떤 대원은 AOC라는 단체에 관해 굉장히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상관의 명령이니 따르는 수밖에 없지만, 이런 정의를 따르기 위해서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요. 제가 지켜야 하는 건 무엇이죠? 저는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요?"
 
어떤 대원은 넉넉한 봉급을 받으니 괜찮지 않냐고 말합니다.
 
"그리고, 과시하는 쪽은 나쁘지 않거든.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왔는데 겸손하게만 사는 게 옳다곤 생각 안 해."
 
어떤 대원은 정보에 무척 밝은 듯합니다.
 
"그거 아세요? 근래 들어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망하는 대원들이 늘었거든요. 전부 탈영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윗물이 고여 썩어가니 흘러내리는 걸 참을 수 없었던 걸까요."
 
.
 
.
 
설봄:(그렇군...)
(대원들의 이야기를 적당히 듣고 난 후 이동한다.)
 
▶ D36-A층
 
상관:뭐 하는 거야? 여태 무기도 안 챙기고 있다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에게 탄환이 가득한 총을 넘겨줍니다.
 
당신과 필규에게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의 연설에 따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대 크리쳐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곽필규:... 네, 알겠습니다. (봄이를 끌고 상관에게서 멀어진다. 무언가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AOC의 낌새가 이상하다, 말로 내뱉지 않아도 필규 역시 위화감을 눈치챈 듯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곽필규:...뭔가 이상한데? 감이 안좋아. 조심해라.
 
설봄:(끄덕...)
 
봄이와 필규가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크리쳐와 마주칩니다. 전투가 발생합니다!
 
예? 여기서요? 갑자기요?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가 벌어집니다.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의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봄이는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상급인가?
 
핸드아웃 확인.
 
GM:약식 대항 전투
조우하는 적의 수는 8D10으로 정합니다. 순서는 설봄-곽필규-크리쳐로 진행합니다. 약식 룰이므로 반격 및 회피는 없습니다.
설봄과 곽필규는 '사격(라이플)'을 판정하며, 성공시 4D6을 굴려 '한 번에 몇 마리를 처리했는지'를 결정합니다. 판정 실패는 공격 실패로 취급되며, 재판정 없이 다음 순서로 넘어갑니다.
전투 턴에서 순서가 올 때까지 절반 이상 남아있을 경우 필규에게 피해보너스 만큼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특수한 스킬을 확률적으로 발동합니다. 에너미가 전멸할 때까지 전투는 계속됩니다.
+ CREA-GRRR!!! -2- 전투 특수 룰
봄이를 향해 들어오는 모든 공격은 필규가 대신 맞습니다. 필규에게 들어오는 공격은 봄이에게 넘기지 않습니다. 필규는 hp가 0이 되면 사망하지만, 1ROUND 후 부활합니다.
 
GM:
rolling 8d10
 
(
2
 
+
6
 
+
2
 
+
6
 
+
2
 
+
7
 
+
7
 
+
3
 
)
 
 
=
35
 
크리쳐의 개체 수는 총 35마리입니다.
 
설봄, 곽필규. 익숙한 당신들의 무기를 고쳐잡으세요.
 
전투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곽필규:뭐야, 이것들은...?!
 
설봄:왜... 본부 안에 이런 게 들어온 걸까요?
 
곽필규:젠장, 나도 몰라!! 본부 안에 이딴 게 있다고? 바깥은 어떻게 되어먹은거야 그럼?!
조심해라, 처음보는 녀석이야!
 
설봄:이것도 함정일까요...? (총을 고쳐잡고 크리쳐를 향해 저격한다.)
필규씨도 조심하세요!
사격(라/산)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단 1년만입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대 크리쳐 살상탄의 반동은 당신의 팔에 아프도록 스며듭니다.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요, 설봄.
 
곽필규:젠장... 괜찮냐?! (정신없는 와중, 설봄을 흘겨본다.)
똑바로 고쳐잡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오랜만에 잡아보는 라이플이지만, (구)사격부의 솜씨는 어디로 가지 않은 것 같군요.
 
정확한 솜씨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크리쳐가 순식간에 쓰러져 나갑니다.
 
무지성의 별의 흡혈귀: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47
판정결과: 실패
피해: 12
흡혈 Roll
기준치: 30/15/6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이 놈들은, 확실히 멍청합니다.
 
이 정도라면 상대해볼만 하겠습니다.
 
설봄:(필규의 외침에 총을 똑바로 잡은 뒤 다시 크리쳐를 향해 저격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20
 
설봄의 일격에 남은 크리쳐마저 나가 떨어집니다.
 
완벽한 승리네요.
 
전투를 종료합니다.
 
곽필규:끝이군... 다른 층은 괜찮은건가?
 
설봄:지금 상황이라면... 다른 층도 안전하다고는 장담 못 하겠네요.
 
곽필규:씨발, AOC가 벌써 망했나?
야 어쩔거냐? 여긴 이 더러운 액체괴물자식들 말고는 더 없는 것 같다.
 
설봄:다른 곳으로 가봐요!
 
곽필규:...알았다.
 
▶ D36-B층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내려온다면 총을 든 세 명의 대원과 마주합니다.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 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구해줘, 입이 벙긋거립니다.
 
에너미와 마주칩니다. 전투가 발생합니다!
 
앞서 A층에서 별의 흡혈귀와 전투한 두 사람이라면 알아차릴 수밖에 없겠네요.
 
곳곳에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대원들 역시 전투 중이라는 것을요.
 
곽필규:윽, 씨발...!! 이런 데까지...
 
핸드아웃 확인.
 
설봄:(끔찍한 광경을 보자 흠칫하고 놀란다.) 어떡하죠?! 아예 크리쳐들로 점령 당한 거 같은데요? (구해달라는 대원의 모습에 손이 덜덜 떨려온다.) 대체 왜 이런...
 
곽필규:분명 아까까지 멀쩡했는데, 이렇게 많은 녀석들이 어디서 솟아났다는거야? (날카롭게 적들을 째려보던 눈으로 설봄을 홱, 돌아보고 소리친다.) 정신차려!! 여기서 정신 안차리면 너도 뒤져!
일단은 저 녀석들부터 구하자!
 
설봄:알겠어요!!
(대원들의 상태를 다시 살피고는 크리쳐를 향해 공격한다.)
 
GM:
rolling 8d10
 
(
7
 
+
9
 
+
8
 
+
3
 
+
5
 
+
5
 
+
9
 
+
1
 
)
 
 
=
47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까보다 훨씬 많은 수의 크리쳐가 있다는 것쯤은 당신도 알 수 있었습니다.
 
설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피해: 15
 
동료의 시체를 본 충격이 가시지 않은걸까, 설봄의 총알은 크리쳐 사이를 빗겨나갑니다.
 
곽필규:아, 젠장..!!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4
 
필규의 총알이 허공을 가르고, 일부 크리쳐들을 명중시킵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수의 크리쳐가 남아있어요.
 
무지성의 심해인: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연속 공격 Roll
기준치: 30/15/6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동료 크리쳐들이 죽자, 본능적으로 남은 크리쳐가 필규를 향해 달려옵니다.
 
이리저리 피해보았으나 그 많은 수를 감당하기란 무리가 있습니다.
 
곽필규 HP-5
 
설봄:헉....
괜찮아요?!
 
곽필규:커흑, 쿨럭...!! (바닥을 구르고 다시 일어나며 기침을 한다. 입술 새로 피가 스며나온다.)
(급하게 숨을 몰아쉬고 소리친다.) 괜찮으니까 저 새끼들부터 어떻게 좀 해봐!!
 
설봄:(고통스러워 보이는 필규의 모습을 보자 안색이 안 좋아지고 동공이 크게 흔들린다. 급한 마음으로 다시 총을 쥐고는 크리쳐를 향해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3
 
아까와 비슷한 수의 크리쳐가 쓰러져나갑니다.
 
그래도 거진 절반은 남은 것 같아요.
 
곽필규:쿨럭, ...후우 (고통스러운 신음을 뒤로 하고, 다시 총을 잡아 겨냥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2
 
이제 몇 마리 남지 않았어요.
 
무지성의 심해인: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
연속 공격 Roll
기준치: 30/15/6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3
 
(
2
 
)
 
 
=
2
 
분노한 무지성의 심해인이 다시금 필규에게 달려듭니다.
 
아까의 충격 탓에 제대로 피하지 못한 필규는 그대로 벽에 부딪히고, 튕겨나가 구릅니다.
 
곽필규 HP-6
 
곽필규:아오 씨발, 진짜 질기네...!! (피로 얼룩진 제 얼굴을 스윽 닦고 고개를 들어 적을 바라본다.)
 
설봄:(피흘리는 필규를 보고는 깜짝 놀라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멈칫한다... 그리고는 다시 크리쳐를 보더니 그들을 공격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남은 크리쳐가 설봄의 사격솜씨 앞에 힘없이 쓰러져 나갑니다.
 
전투를 종료합니다.
 
설봄:(크리쳐가 다 죽어나가자 곧바로 필규를 향해 달려간다.) 필규씨!!
괜찮아요...? (그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생각보다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자 눈이 커진다. 허겁지겁 옷으로 대충 피를 닦아준다.)
 
곽필규:(그녀가 제 얼굴에 손을 대자 멍하니 설봄을 바라본다. 쿨럭, 아까 채 토해내지 못한 피를 제 손바닥에 흘린 필규는 또 입가를 대충 슥슥 닦고 아랑곳않고 일어선다.) 나야 뭐 이런것쯤은 늘 괜찮잖냐. 어째 나보다 너가 더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다, 야?
어차피 죽어도 살아나니까 쓸데없이 걱정하지 마. 그보다... (쓰러져있던 대원 쪽을 쳐다본다.)
 
대원들의 시체를 살펴본다면 처참한 상태임을, 홀로 살아남은 대원 역시 그 사이에 숨이 끊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두 사람과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방금의 전투로 두사람은 막 깨달았습니다.
 
저것들은 크리쳐가 아닙니다.
 
인간은 아니지만 크리쳐 역시 아닌 것,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크리쳐처럼 지성이 없지만, 크리쳐보다 강한 괴물들의 난데없는 습격에 AOC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설봄:걱정된단 말이에요... (그 뒤로 불안과 걱정이 가득한 마음을 뒤로 한 채로 그를 꼭 안아준다.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다는 듯이... 그러다 그의 말에 주변을 돌아본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 모습을 보자 충격에 빠진 듯 조금 넋나간 표정이다.) 어째서...
(그리고는 필규를 보더니) 몸... 움직일 수 있겠어요? 지금 aoc 어딜가든 이런 상태일 거 같은데 다른 대원들도 죽어가고 있으면 어떡해요...??
 
곽필규:(물론, 한가롭게 서로 껴안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지만 설봄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는지, 제 품에 다시금 와락 안아주었다. 곧 떨어져서 흔들림 없는 눈으로 마주보고 말을 이어갔다.) 설봄. 괜찮으니까. 약속했잖냐.
몸은 움직일 수 있어. 멀쩡하다. 어떡하긴, ...다른 층도 가볼래?
 
설봄:(그의 대답에 약속 절대로 어기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층으로 얼른 가봐요.
 
▶ D36-C층
 
이 곳까지 올라오는 데에도, 수많은 에너미와의 전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층에서는 이상하게도 에너미의 모습이라곤 코빼기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대신, 복도에 그려진 해괴한 문양과 그림을 발견합니다.
 
곽필규:...여긴 뭐지?
 
설봄:그러게요... 게다가 여긴 이상할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요.
 
곽필규:...조금 더 둘러볼까.
 
설봄:(끄덕끄덕)
 
봄이와 필규가 문양을 따라 주변을 순찰하다 중심부의 호실에 들어가자,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을 발견합니다.
 
이성 판정 (0/1)
 
설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 설봄, 이성-1
 
정신력 판정.
 
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곽필규: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이 곳이 다른 공간보다 기이하게 온도가 낮을 뿐 아니라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감지되는 것을 알아챕니다.
 
원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설봄:(상자를 살펴본다.)
 
상자를 열어보거나 건드리면 주문이 흐트러지는 낌새가 보이며 바닥이나 천장에서 촉수, 혹은 정체 모를 관절이 튀어나옵니다.
 
곽필규:...?
어...어... 씨발!
야! 그거 돌려놔!!
 
설봄:네?? (필규의 말에 상자를 급하게 원래대로 돌려 놓는다.)
 
상자를 제자리에 놓는다면 그들은 도로 사라집니다.
 
곽필규:아오 ㅅㅂ 십년감수했네. (촉수가 사라지는 걸 본 필규는 한숨을 쉰다.)
 
설봄:이 방도... 상자도... 대체 뭘까요...?
 
곽필규:...나한테 묻지마, 그런거 모르니까. 어쨌든 이것때문에 이 층만 놈들이 못들어온 건 방금걸로 알 것 같다.
 
설봄:...(주문진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이 진에서는 위화감이 가득합니다.
 
설봄이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진의 글씨는 전부 거꾸로 적혀있습니다.
 
설봄, 오컬트 OR 교육 판정.
 
설봄: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문득 어느 지식을 떠올립니다.
 
거꾸로 쓴 글씨로 만든 부적이나 마법진은 '역주문'으로, 불러들이는 쪽이 아닌 쫓아내는 쪽에 가깝다는 정보를요.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개인이 준비하기엔 사전 준비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면 AOC 측에서?
 
…소환은 AOC가 저지른 짓이 아닌가요?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설봄:(이상하다...)
여기 더 이상 볼 게 없는 거 같은데 다른 곳으로 갈까요?
 
곽필규:...그럴까.
 
나가기 전 설봄, 정신력 판정.
 
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다시 한 번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해당 층에 무언가 숨겨진 게 있다는 직감을 받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지금 당장 알 수는 없지만요.
 
설봄:(불길...)
 
▶ D36-D층
 
상관:이 층은 순찰할 필요 없다.
 
봄이와 필규가 진입하자, 낯선 상관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설봄:(..!!)
왜 순찰할 필요가 없는 거죠?
 
상관:여긴 내가 지키고 있다. 쓸데없는 사람은 들이지 말라는 상부의 명령이야.
돌아가도록 해.
 
설봄:그렇습니까... (필규를 흘끔 쳐다보며 어떻게 할 거냐는 듯 눈치를 준다.)
 
곽필규:...알겠습니다. (따끔한 시선에 상관을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온 필규는 작게 속삭이며 묻는다.) 야, 어쩔까? 귀찮은데 저 자식 확 때려눕힐까? 아니면 다른 쪽으로 진입할까.
 
설봄:때려눕혔다간 잡혀갈 것 같기도 하고... 음, 다른 쪽으로 진입할 곳이 있을까요?
 
곽필규:(그 말에 잠깐 건물의 구조를 떠올리는 듯 골몰히 생각에 잠긴다.) 글쎄, ...위층에서 벽을 타고 내려와서 창문으로 들어가는 수가 있긴 하다.
 
설봄:...그럼 그렇게 가볼까요?
 
곽필규:오냐. 가보자. (앞장서 걸음을 옮긴다.)
 
봄이와 필규는 한 층 위로 올라가 창문을 통해 벽과 배관을 타고 내려갑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거미 인간처럼 날아다니며 잠입하는 것보단 훨씬 쉽지 않을까요?
 
설봄, 행운 판정.
 
설봄: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래층으로 내려와, 조심히 창문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잠겨있지는 않습니다.
 
무사히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곽필규:오, 멍청한 자식들. 창문도 안잠궈놓냐?
(냉큼 들어간다.)
 
설봄:(쇽)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지금은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부 잠겨 있고요.
 
봄이는 이곳 역시 C층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구석구석에 주문의 흔적 역시 보입니다.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C층의 중심부에 진이 있었던 것처럼, D층의 중심부에도 진이 있겠죠.
 
그 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설봄:(내부를 돌아다녀본다.)
 
곽필규:(쫄쫄 따라다닌다.)
 
D층의 대략적인 구조도는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D04호 사무실입니다.
 
굳게 닫힌 문은, 상관의 ID카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설봄:(카드... 없는데...)
 
곽필규:...그냥 부술까. (멍청크리쳐...)
 
설봄:부술까요? (멍청!)
 
설봄을 뒤로 무른 필규는 라이플로 문을 깨부숩니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있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쓰러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힌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설봄:헉!
필규씨 저기... 사람들이 묶여있어요...!
 
곽필규:저 녀석들 인질 아니냐??
안색이 안좋아보이는데, (다가가서 상태를 본다.)
 
쓰러진 사람들을 살펴본다면, 정신을 잃은 대원들입니다.
 
오늘 자정 처형이 예고된 당신과 필규의 동료들로, 무고한 최강의 인질이네요.
 
목숨은 붙어있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C층 주문진의 중심에 있던 것은 마력이 가득한 아이템이었으나, D층의 중심에는 최강의 인류들이 그것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중심에서 끌어내지 않으면 계속해서 마력을 빼앗겨 사망할지도 몰라요!
 
곽필규:야, 이 녀석들 상태가 안좋은데... (설봄을 돌아본다.)
 
설봄:아무래도 이 주문진들이 문제인 것 같아요...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던데... 일단 이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빼내봐요! (그러고는 쓰러져있는 대원들을 끌어당긴다.)
 
곽필규:그러냐? 왠지 으스스하긴 하더라. (멍청!) 여기서 빼내면 괜찮아진다는거지? (설봄과 함께 대원들을 끌어낸다.)
 
봄이가 대원들을 중앙에서 끌어낸다면 또다시 해당 호실에 에너미들이 소환됩니다.
 
마력 공급을 끊으면 대원 중 하나는 정신을 차리지만,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소리칩니다.
 
"어째서 여기까지 온거야, 이건 함정이라고!"
 
잠깐, 에너미들이 소환되지만 전투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투 태세를 위해 필규가 문을 등지고 라이플을 고쳐쥐는 순간, 그리고 대원 한 명이 외치는 순간, 여러분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여러분들의 맞은편, 사무실의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여기서 설봄은 지원이 왔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아닙니다.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도감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설봄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곽필규에게요.
 
곽필규:―――!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가슴을 꿰뚫린 필규가 주저앉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지만, 치미는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D0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설봄은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팔려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갇혀버립니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웨이브:(라이플을 들어 필규의 머리를 향해 겨냥한다. 곧 단발의 총성이 들리고, 그를 확인사살한다.)
 
설봄:안돼!!!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혐오입니다.
 
도로 필규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을 내린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설봄: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
(철책을 부수려한다.)
 
분노에 찬 당신은 철책을 라이플로 부수려 하였으나, 대 크리쳐 살상탄 방호용으로 제작된 철책인지 부서지지 않습니다.
 
당장 죽어버렸기 때문에 필규의 힘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꼼짝 없이 갇히고 말았습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한 모습이다. 그러나 설봄이 힐난하는 말에도 그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대응한다.)
어차피 크리쳐잖습니까? AOC의 소장이 크리쳐를 죽인 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설봄:필규씨를 이렇게 만든 것도 당신들이면서 대체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마이크로 웨이브:(설봄이 크게 소리치자 겁먹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저희가 이렇게 만들었다고요? 그게 무슨소리인지 모르겠군요. 직접적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이리도 절 몰아붙이는건 최강의 인류답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당신들은 이미 범죄자입니다.
 
설봄:(철책을 강하게 치며) 다 당신들이 실험에 참여하고 우리를 크리쳐로 만들어서 이용해먹은 거면서 모르는 척 하시는 건가요? 증거? 그런 건 애초에 다 없애버린 주제에...
 
마이크로 웨이브:...에잇, 더 이상 헛소리따위는 듣고싶지 않군요! 전 그런 문제로 걱정할 시간따위 없습니다.
전 이 자리에서 떠나겠습니다. 당신의 말을 듣고 있자니 골이 아프네요.
(그리곤 뒤돌아서 그 자리에서 떠나버린다.)
 
설봄:(철책을 계속 부수려한다.) 필규씨... 필규씨 괜찮아요?
 
눈을 반 정도 내리 깐 채 그대로 사망했습니다.
 
아니, 내리깔았다고 해야하나요? 한쪽 눈은 날아가버려서 보이지도 않는걸요.
 
뚫려버린 가슴께에선 여전히 분수처럼 피가 샘솟고 있습니다.
 
근래 이렇게 끔찍하게 죽어버린 적이 있던가요,
 
소중한 필규의 시체를 본 설봄, 이성 판정(1/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이성-1
 
설봄:(눈물 뚝뚝...)
 
...
 
―현재 시각 오후 7시 15분, 설봄, 인질 확인. D36층 격리된 방에 갇힘.
 
소장이 떠난 뒤 봄이가 눈물 젖은 얼굴로 필규의 시체를 지키고 있으면, 의식을 되찾은 대원 중 하나가 당신의 안색을 살핍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다른 최강자, 에보니 그린입니다.
 
에보니:...저기, 괜찮아요?
그 사람. 당신의 파트너죠?
 
설봄:(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에게 시선 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곤 계속 필규만 바라본다.)
 
에보니:(...봄이의 태도에 이해한다는 듯 그녀의 등을 조심스레 토닥인다.) 이해해요, 나의 파트너도 또한 크리쳐거든요.
그치만 일단은 마음을 추스려야해요.
계속 여기 있다가는 당신의 파트너도, 당신도, 여기 있는 모두가 정말로 전부 죽을테니까요.
 
설봄:당신의 파트너도... 크리쳐였다구요...? (그를 쳐다본다.) 당신의 파트너는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전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리 없이 흘리던 눈물만 슥 닦아낸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죠...?
 
에보니:네, AOC의 첫 번째 실험체는 당신들이죠? 저의 파트너 또한 실험체였어요. 그녀랑은 떨어져있기에 지금 어디있는지,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제 파트너, 나타샤에게 있었던 일을 알고는 동료들과 함께 소장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했어요. 설마 이런식으로 모든 걸 덮으려 할 줄은 몰랐지만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한순간이었어요, 순식간에 습격당해서 눈을 떠보니 이런 꼴이 되어버렸더라고요.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방금 일어난데다가, 주변은 저 철책이 막고 있으니... 지금부터 찾아내는 수밖에요. (그리 말하며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설봄:그렇군요... 역시 모든 걸 덮으려고...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많이 힘드셨겠네요...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지금부터 찾아내야 한다는 말에 주변을 둘러보더니) 혹시 이곳에 있는 주문진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은 없습니까? 이상한 기운 같은 게 자꾸 느껴지는데...
 
에보니:네, 괜찮아요. 전 이렇지만... 그래도 나타샤는 괜찮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요.
당신이야말로 얼른... (필규를 흘끗, 잠깐 바라본다.) 얼른... 나아지셨으면 좋겠네요.
(주문진의 얘기에 아, 하는 소리를 낸다.) 그건... 소장이 만든 주문진이에요.
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해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해버렸어요. 어쩌면 신을 부르기 위한 소환 의식과 연구는 크게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그건 우리에게 신앙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을 느꼈기에 찾아올 뿐이죠. 존재만으로 안전지대의 모든 인간들이 멸절하겠지만요.
정부 측에서는 이것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사흘 전에 알게 됐어요. 저지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란 것도 알았죠. 그러니 AOC 대원들이 필요했던 거예요. 듣기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더라고요. 아마도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해 우릴 방패로 쓰려는 게 아닐까요?
일단, 역주문을 발동하는 아티팩트가 부족해 함정을 설치한 건 확실해요. 진상을 알아버린 저희를 포함해서, 탈주한 대원들을 이곳으로 소환해 마력을 바치도록 한 거죠. 이대로 여기 갇혀 있으면 마력을 전부 빼앗겨서 죽어버릴 거예요. 이런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도, 신을 쫓을 방법은 없으니까요.
 
설봄:(충격...)
(필규의 상태를 다시 살펴보고는) ...그럼 얼른 이곳에서 빠져 나갑시다.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어서요.
 
에보니:물론, 당연히 그래야죠.
 
대화를 나눈 뒤에도 필규는 깨어나지 못합니다.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필규가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설봄은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곽필규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할 무렵, 철책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설봄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미고: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이 대꾸하지 않아도 꿋꿋하게 말합니다.
 
미고: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미고: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음에도.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미고: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설봄은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미고: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설봄:(넋나간 듯 그의 말을 듣더니) 미고씨의 말은 전부 사실인가요?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바라본다.) ...이게 뭔가요? 어디에 쓰는 거죠? 그럼... 당신의 말대로라면 인류는 이대로 멸망해버리고 마는 건가요...? 그 무엇도 신을 막을 순 없는 겁니까?
 
미고:네, 믿기지 않는다면 유감이겠지만요. 제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
그 열쇠로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또한 한낱 우주의 생명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 그런 것까지 장담드릴 수는 없겠군요. 다만, 거기서 빠져나와 다시 한 번, 제게 그 날의 감동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이.
행운을 빌지요. (그러고는 천천히 일어나 자리에서 떠난다.)
 
미고가 떠난 뒤 차가운 물체를 손바닥에 쥐면, 수정은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 용도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열쇠를 사용하면 철책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필규는 그제야 회복하고 정신을 차립니다.
 
설봄:필규씨!!
 
곽필규:...으, (축 늘어져 누워있는 자세 그대로, 고개를 천천히 돌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본다.)
 
설봄:(철책을 쾅 치고는 그를 쳐다본다.)
괜찮아요?
 
곽필규:(상체를 조심스레 일으키더니 머리가 어지러운지 좌우로 흔들고, 다시 봄이를 바라본다.) 어... 뭐, 나름 괜찮아진 것 같네. 넌 괜찮았냐? 무슨 일 없었어? 그 새끼들이 해코지하진 않았고?
 
설봄:(그가 상체를 일으키자 그를 꽉 안아주고는 고개를 어깨에 파묻는다. 아무런 소리 없이 또 눈물만 뚝뚝 흘린다. 그리고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꺼내며) 아까 미고라는 분이 왔었어요... 뭐하는 분인지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저한테 열쇠랑 목걸이를 줬어요... 아마 여기선 나갈 수는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오늘 자정에 인류가 멸망해버린대요... 무지성의 신 때문에... 어떡해요? 어떻게 해야할 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게다가 필규씨도 점점... 인간으로 돌아오고 있나봐요.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요... 그니까 더 이상 다치면 안 돼요...
 
곽필규:(허억, 필규는 악몽의 끝자락에서 온전할 수 없었다. 목구멍을 할퀴고 튀어나오는 모든 호흡이 불안정했다. 제가 부숴지도록 껴안는 손길에 세상이 한 바퀴 빙그르르 돌고, 그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았다. 제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눈물의 무게를 알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 이번이 크리쳐의 생으로서 맞는 11번째의 죽음이다. 그리고 11번째로 맞이하는 네 우는 얼굴이다. 11번째로 맞이하는 고통, 절망감, 미안함, 씁쓸함, 그 모든 것들. 이제는 그리 새롭지도 않았다. 거대한 돌덩이가 복부를 짓누르고 있는 듯한 중압감 속에서 육신과 정신을 갉아먹는 노력 끝에 필규는 겨우 상체를 일으키고, 손을 뻗어 그녀를 마주안을 수 있었다.)
울지마 바보야... 목걸이? 인류멸망? 참나, 이게 다 뭔 소리냐?
...내가 한 100년은 자고 있었나? 일단 진정해, 내가 함께 있잖냐.
(문득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나도 무뎌진건가? 네 죽음을 그토록 많이 보았어도, 이제는 단 한 번의 죽음마저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인류 멸망이라니? 입 안에 쓴 맛이 감돌았다. 뺨을 스치는 손길에 어딘가 체념한 듯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냐. 어딘가 내 감각이 희미해지는 것 같다고는 느꼈는데, 그럴줄은 몰랐네. (내 카운트다운이 이제 막 시작됐어, 설봄. 아직 널 지켜야 할 일이 이토록 많은데도.)
그렇게 마음이 여려서 어떡하냐? 그래봤자 난 아직도 너보다 튼튼하거든. (설봄의 머리를 팍팍 쓰다듬은 그는 일부러 과시하는 듯, 벌떡 일어났다.)
...이딴 세상이야. 넌 뭐가 하고 싶냐?
 
설봄:저도 뭔 소린지 모르겠어요... 혼란스러워요.
...아까는 같이 있어주지도 않았으면서.(칭얼거린다. 그가 제 머리를 팍팍 쓰다듬자 그가 살아있다는 게 실감이라도 난 듯 눈물을 슥슥 닦아낸다. 벌떡 일어난 필규를 올려다보며) 당신이니까... 필규씨니까 그러는 거에요. 당신의 죽음이 다른 사람과 같을 수가 있을까요... (그를 따라서 일어난다.)
이제 뭘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저도. 남은 건 일단 저한테 주어진 이 목걸이의 쓰임이라도 알고 싶은데... (목걸이를 한 번 쳐다보더니) 저희 다시 c층으로 가봐요. 왠지... 그곳에 가면 뭔가 있을 거 같은 느낌이에요. (철책 앞으로 가서 문을 열고는 다시 필규에게 가까이 간다. 그리곤 손을 꼼지락 거리더니 그의 손을 꼭 잡는다.) 갈까요...?
 
곽필규:...난 살아남을거야, 설봄. 몇 번을 죽더라도. (맞잡은 손에 꼬옥 힘을 주었다. 이번에는 결코 이 손을 놓지 않으리라.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 안에 온전히 그녀의 모습을 담고 그리 맹세하였다.)
가자, 넌 감이 좋으니까.
 
역주문이 발동된 층수는 두 층뿐, 한 층이 함정이었다면 나머지 한 층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두 사람은 C층으로 되돌아갑니다.
 
구출된 대원들은 다른 대원들에게 위기를 알리기 위해 흩어집니다.
 
―현재 시각 오후 10시 55분, 설봄, 탈출. 진상에 근접.
 
C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까 본 괴물들의 소환 빈도는 확고하게 늘었습니다.
 
설봄과 곽필규는 C층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에너미와의 전투를 치러야 했습니다.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마침내 C층에 도달하면, 설봄, 관찰 판정입니다.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의 감이 그 어느때보다 예리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복잡한 진의 문양, 약간의 주문, 그리고 착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린, 숨겨진 이 공간을 찾아냈습니다.
 
당신은 심지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까지 깨닫습니다.
 
곽필규:뭔가 찾았냐?
 
설봄:자세히 보면 저기에 숨겨진 공간이 있어요.
 
곽필규:...소장은 이걸 숨기려 했던건가?
 
설봄:아무래도 그런 가봐요. 심지어 규모가 엄청 큰 것 같아요...
 
곽필규:이 작은 공간 안에 그렇게나? ...살다살다 이런걸 다보네, 들어갈거냐? (설봄을 힐끔 쳐다본다.)
 
설봄:도라에몽 주머니...
 
곽필규:...그렇게 말하니까 비슷해보이네.
 
설봄:가요! 일단 뭐라도 해봐야죠.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선 마력 1D3을 지불해야 합니다.
 
설봄:
rolling 1d3
 
(
2
 
)
 
 
=
2
 
당신은 마력을 2 지불하고, 공간을 강제로 열어냅니다.
 
마력 사용에 반응한 듯 수정 목걸이가 푸르게 빛납니다.
 
이 아티팩트 덕분에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군요.
 
다만, 평범한 입장은 아닙니다.
 
설봄과 곽필규는 불청객이며, 마력을 사용해 공간을 찢고 침입하는 것뿐이니까요.
 
.
 
.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광경에 이성 판정 (0/1)
 
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1
 
이곳은 하나의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설봄은 꽂힌 자료를 무작위로 하나 뽑을 수 있습니다.
 
설봄:(자료를 뽑는다.)
 
핸드아웃 확인.
 
설봄:(헉...)
 
곽필규:와, 씨발... 이게 다 뭐냐?
 
설봄:그러게요... 이게 대체...
 
곽필규:...(설봄의 볼을 꼬집어본다.) 꿈은 아닌 것 같네.
 
설봄:(아야!) 왜 제 볼을 꼬집어요?!
 
곽필규:ㅋㅋㅋㅋ 뭐 어때서? 아프잖냐, 꿈 아닌 거 알았으면 됐네.
저기가 중심부인가? 가볼까. (손가락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며 그리 얘기한다.)
 
설봄:(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필규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더니 가보자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도서관의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습니다.
 
방주의 관리자: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와 데이터만으로도 방주는 이미 만원이니까요.
 
설봄:여긴... 뭐하는 곳이죠?
왜 여기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방주의 관리자:여길 알아차리고 들어올 정도라면 이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인류 멸망을 예감한 정부와 AOC의 긴급 프로젝트로, 통칭 《인류 생존 작전》의 중심인 방주입니다. 이 세계의 중요 정보, 지식과 문화를 전부 문서화 해서 저장해두었습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켜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이 아이들은 각 분야 권위자들의 아이들입니다. 학문, 예술, 정치 등, 분야별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를 선별해서 실어두었습니다. 그들은 최후의 인류이자 최초의 인류가 되겠죠. 이 방주에 누구를 실을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했지만, 썩어버린 정치인들조차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제 목숨을 포기했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설봄:이 공간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대체 이렇게 할 거면 애초에 왜 그런 짓을 벌이기 시작한 거죠?
 
방주의 관리자:저는 마력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일뿐, 인간들이 그런 짓을 벌인 저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이 방주는 인간을 사랑하는 그가 만든 곳입니다.
 
말을 마친 방주의 관리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어나갑니다.
 
방주의 관리자: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흘이라니,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여태 이야기를 귀로 듣긴 들은 겁니까? 방법이 없다니까요."
 
"적어도 이 사실을 아는 자들과 그 가족만큼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조치를,"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조용히!"
 
가장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우리는 어찌나 무지한 인간들이었습니까, 후회가 막심합니다. 명예도, 부도, 권력도 재해 앞에서는 다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사흘, 저는 책임지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에게 저지른 대죄는 속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 동안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 인류와 함께 죽어주십시오. 적어도 수 천 년의 지식과 가능성의 씨앗을 품은 우리의 아이들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그 말이 끝나자, 설봄과 곽필규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하나하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영상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에서 발생하는 괴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어째서 자신이 방주에 탑승할 수 없냐고 항의하는 고위층 인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방주에 딸을 태우고 흐느껴 우는 과학자 부부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상층 구석에 처박혀 머리를 감싸 쥐고 벌벌 떨고 있는 소장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 대원들에게 "우리를 지켜라!" 라고 연신 연호하는 정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망치는 AOC 대원들이, 어떤 영상에는 패배하고 죽어버린 AOC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심에서까지 소환된 괴물들이 주위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상황이 보입니다.
 
설봄:......
 
어떤 영상에는 최전방에서 생체형 크리쳐와 싸우는 일반 대원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를 누리는 안전지대 외곽지역의 주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당신의 가족이, 지인이, 친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수백, 수천 마리의 괴물에게 맞서 싸우는 영상이 보입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AOC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야. 나는…"
 
그다음은 잡음이 섞여 들리지 않습니다.
 
곽필규:......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를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인간의 멸망을 예감한 설봄은 이성 판정 1D3/1D5
 
설봄: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설봄, 이성-1
 
방주의 관리자:설정값 변경.
푸른 수정의 주인인 여러분을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 허가합니다.
승인 및 입력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메시지의 앞에 팝업 메시지가 발생합니다.
 
아무말
 
―현재 시각 오후 11시 40분, 설봄, 최후의 지령 획득.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곽필규:...설봄, 내가 할 말은 1년 전과 같다.
비록 그 끝에 있는 게 좋은 결말이 아니더라고 해도, 난 그저 맡은 바를 다할 뿐이야.
너는 어떠냐?
이번에도 함께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설봄:(그를 쳐다보며) 저도 언제나 맡은 바를 수행하는 수밖에 없죠. 그리고 당신의 뜻을 함께 따르는 것 또한 제 운명이구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던 그게 필규씨의 뜻이라면 전 언제든지 함께 뛰어내릴 수 있어요.
 
곽필규:...우리가 살아남아 아침 해를 볼 수 있을까? (호흡을 하는 매 순간 공포가 찾아오고, 피와 땀이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는데. 우리는 왜 스스로 전장에 찾아가기로 하였나이까?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망설일 시간이 없어, 일어서. 우린 여기서 죽지 않아. 그 약속이 또한 내가 싸우는 이유니까.)
하하, ...너도 참 바보같다. 나같은 걸 따라오겠다고 하고. (세상이 멸망해가는 와중에 어울리지 않는 맑은 웃음을 지었다.)
사랑해, 설봄. 그렇다면 나와 함께 한 번 더 뛰어내려줘.
 
설봄:그럴 수 있으리라 믿어야죠. 아뇨, 꼭 살아남아요. 제 앞에 이렇게 눈부신 해가 있잖아요. (태양과도 같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굳은 다짐을 한다. 그의 눈동자와 자신의 눈동자에 담긴 세계가 평화로워질 때까지... 아름다운 세계에는 태양과 달이 늘 존재하 듯, 이들의 존재가 바로 태양과 달처럼 아름다운 세계와 인류를 위해 싸워나가는 것이겠지.)
필규씨도 만만치 않은 바보거든요? 하하. (그의 맑은 웃음을 바라보며 저도 따라 웃는다.)
물론이죠, 함께 가요. 세상 어디든... 사랑해요.
 
두 사람은 한 번 더 그 날의 맹세를 되새깁니다.
 
시간이 지나도, 해와 달이 변함이 없는 것처럼, 두 사람 또한 변함이 없음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별의 수명만큼이나 기나긴 맹세를 가슴에 새기고, 그들은 방주를 떠나고자 합니다.
 
방주를 떠나려는 둘에게 관리자는 무표정하게 말합니다.
 
방주의 관리자:설봄, 곽필규 님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적의 능력을 대조했을 때, 승률은 0.000194%입니다.
생명 부지를 위해 가지 않는 쪽을 권장합니다.
 
설봄:(관리자를 쳐다보더니)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할 것이 있어요, 그게 저희의 임무입니다. 비록 이젠 그 어디의 소속도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지키고 싶어하는 세상이라면... 전 따라갈 거니까요. 꼭 살아서 돌아올 거예요.
 
방주의 관리자:.......
 
어떻게 대답해도 관리자는 '수치'에 기대 판단을 내리는 기계일 뿐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굳센 의지에,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만들어줍니다.
 
"행운을 빕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뒤에서 희미하게 들려온 것 같습니다.
 
방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했다면, 당신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창밖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 중인 에보니와 그 파트너, 나타샤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에보니:저쪽으로 가려는 거죠? 근처까지 데려다줄게요.
 
나타샤: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예요. 끝나는 대로 도우러 오겠습니다.
 
에보니:그때까지 이곳을 부탁해도 될까요?
 
곽필규:제 때 잘 맞춰왔네, 좋습니다.
(설봄을 돌아본다.) 가자!
 
설봄:네, 가요!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진짜니까요.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행동은 전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봄이와 필규가 사다리를 붙잡으면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입니다.
 
이성 판정 (1/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2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필규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가자." 라는 말이 떨어지면,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두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설봄과 곽필규는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
 
.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봄이와 필규는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최강의 적이었던 서로가 등을 지켜준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세요.
 
아무말
 
GM:전투룰
일반적인 COC 전투룰을 사용합니다.
대신 곽필규는 모든 공격을 대신 맞으며, 이번만큼은 죽어도 즉시 부활합니다. 필규의 크리쳐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안전지대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완전히 각성했습니다.
필규는 오로지 의지만으로 소생 주기를 컨트롤하며 최대한 봄이의 앞을 막아섭니다.
순서는 설봄-곽필규-아자토스의 찌꺼기 순입니다.
 
설봄:(두려움을 뒤로하고 총을 쥔다. 그리고 아자토스의 찌꺼기를 향해 총을 겨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9
 
다가갈수록 더욱 더 크게 보이는 재앙의 크기에 당신은 압도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그 손에서 총을 결코 놓는 법이 없습니다.
 
저 거대한 몸뚱아리에 상처 하나 나기는 하는건가요? 그럴 수 있기를 빌어야죠.
 
곽필규:(설봄이 총을 겨누자 자신도 이어서 총을 겨눈다. 떨리는 호흡을 후우, 내쉬며 연신 진정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0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2
 
)
 
 
=
2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1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봄이를 밀쳐 첫 타격을 대신 맞은 필규가 일어나기 무섭게 이어서 그에게 또 한 번의 일격이 가해집니다.
 
과연, 무시무시한 힘입니다.
 
곽필규는 1회차 사망을 맞이합니다.
 
설봄:(필규가 죽은 모습을 보자 크게 동요한다. 불안감이 엄습한 것일까... 그는 얼굴을 찌푸린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시 상대를 향해 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필규의 죽음에 크게 동요한 탓인지, 당신의 탄환은 저 거대한 적도 맞추지 못합니다.
 
필규는 폭발적인 회복력으로 그새 회복하여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곽필규:...씨발, 더럽게 아프네. (설봄이 괜찮은지, 떨어진 곳에서도 슬쩍 시선으로 그녀를 쫓아보고, 괜찮은 걸 확인한 뒤 총을 고쳐쥔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피해: 19
 
폭발적인 힘이 솟아난 그는, 다시금 그 총을 무지성의 신에게 명중시킵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7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곽필규: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미처 피하지 못한 필규가 공격을 고스란히 맞습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4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29
판정결과: 실패
 
이번에는 봄이가 피하기를 실패하자, 필규가 대신 공격을 받아칩니다.
 
곽필규:괜찮냐?!
 
설봄:(필규가 대신 공격을 받아내자 안색이 안 좋아진다.) 필규씨는요?
 
곽필규:난 됐어!! 너 지키려고 한거니까. (그러고는 피가 잔뜩 흐른 눈가를 닦아낸다.)
 
설봄:다치지 마요... (아까 맞은 상처보다 가슴이 더 욱씬거리는 기분으로 다시 총을 적을 향해서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피해: 16
 
곽필규:...알았으니까 너나 조심해 바보야!!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2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1
 
)
 
 
=
1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5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야...씨발 조심하랬잖아!!
 
평범한 사람이 한 번 맞았다가는, 죽는다. 그리 예감한 필규는 얼른 설봄의 앞을 막아섭니다.
 
오늘 그의 등을 몇 번째 보는 중인가요, 설봄?
 
곽필규는 2회차 사망을 맞이합니다.
 
설봄:(또 다시 죽음을 맞이한 필규를 보더니 아무런 도움이 못 되고 있자 죄책감을 느낀 것 같다... 다시 적을 똑바로 응시한 다음에 향해 총을 겨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1
 
이번에야말로, 명중입니다. 설봄.
 
당신은 여전히 최강의 인류예요.
 
곽필규가 폭발적인 회복력으로 다시 일어섭니다.
 
곽필규:...골아파, (가까스로 다시 일어난 그는 설봄이 무사한지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총을 겨냥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방금 막 다시 소생한 탓인지, 부들거리는 손은 그의 명중률을 떨어트리고 최종적으로 총알이 엇나가게 만듭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3
 
)
 
 
=
3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1턴을 소비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6d6
 
(
6
 
+
5
 
+
4
 
+
1
 
+
1
 
+
6
 
)
 
 
=
23
 
아자토스의 찌꺼기, HP+23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6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필규가 또다시 그 공격을 받아냅니다. 이젠 너덜너덜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설봄:(ㅠㅠ)
괜찮아요?!
 
곽필규:...괜찮으니까, 너부터 잘 피해!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1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4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곽필규: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두 사람은 놀라운 순발력으로, 이번 공격을 피해냅니다!
 
설봄:(공격을 피한 뒤, 빠르게 총을 적에게 겨누고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곽필규: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1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5
 
)
 
 
=
5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필규가 그 공격을 받아냅니다.
 
곽필규:...윽,!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5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이번에도 곽필규가 공격을 대신 받아냅니다.
 
이것으로 곽필규는 3회차 죽음을 맞이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1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이젠 공격을 받아줄 필규 또한 없습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 찰나, 다시금 누군가가 당신의 앞을 막아섭니다.
 
곽필규입니다.
 
오직 당신을 지키기 위해, 이미 무리하는 몸을 이끌고 죽음의 끝에서 아득바득 살아나왔습니다.
 
곽필규:쿨럭,... 윽...하아... (많이 무리한 듯, 상당히 지친 모습이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7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아오, 씨발... 젠장...!! (둔해진 몸을 이끌고 공격을 막기 위해 뛰어든다.)
 
곽필규는 이것으로 4회째 죽음을 맞이합니다.
 
설봄:(그의 죽음을 연속적으로 보자 설봄은 눈물을 참기 위해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문다.)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1턴을 소비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6d6
 
(
2
 
+
5
 
+
2
 
+
1
 
+
4
 
+
1
 
)
 
 
=
15
 
아자토스의 찌꺼기, HP+15
 
설봄:(적을 향해 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8
 
눈물을 삼키고, 당신의 총알이 무지성의 신을 꿰뚫습니다.
 
곽필규가 부활합니다.
 
곽필규:쿨럭, 윽,... (바들바들 떨리는 손, 결코 총은 놓지 않은 채로 다시금 그것을 겨냥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4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4
 
)
 
 
=
4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27
판정결과: 실패
 
필규가 다시 공격을 막아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4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7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또한, 이 모든 공격을 오직 필규가 받아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4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곽필규: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놀랍게도, 이번에도 또한 둘은 저 거대한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1턴을 소모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6d6
 
(
2
 
+
3
 
+
6
 
+
3
 
+
2
 
+
1
 
)
 
 
=
17
 
아자토스의 찌꺼기, HP+17
 
설봄:(적을 향해 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4
 
곽필규:(그 또한 총을 재장전하고,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피해: 4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1
 
)
 
 
=
1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1턴을 소모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6d6
 
(
3
 
+
4
 
+
4
 
+
6
 
+
4
 
+
6
 
)
 
 
=
27
 
아자토스의 찌꺼기, HP+27
 
설봄:(집중해서 총을 겨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0
 
곽필규: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피해: 13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1
 
)
 
 
=
1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1턴을 소모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6d6
 
(
2
 
+
2
 
+
1
 
+
5
 
+
6
 
+
2
 
)
 
 
=
18
 
아자토스의 찌꺼기, HP+18
 
설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피해: 13
 
곽필규: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3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1
 
)
 
 
=
1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4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가 공격을 대신 받아냅니다.
 
이것으로 곽필규는 5회차 사망을 맞이합니다.
 
설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1
 
더 이상 필규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는 이제 정말로 체력을 다해 쓰러집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rolling 1d5
 
(
4
 
)
 
 
=
4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1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9
 
설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33
판정결과: 실패
 
설봄, HP-9
 
설봄:(공격을 받고 굴러간다.)
 
압도적인 패배, 그리고 끝을 예감합니다.
 
당신의 예리한 감은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의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무뎌져만 갑니다.
 
쓰러진 필규의 위로 다시 한번 공격이 내리쳐옵니다.
 
너덜너덜한 몸에 저 공격을 맞으면 아무리 알파형 크리쳐라도 수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 역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미 부러진 다리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라이플의 탄환은 전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끝입니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겠네요.
 
패배를 직감한 순간, 필규를 내리치려던 끈적한 검은 촉수가 굉음과 함께 궤도를 틉니다.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잿빛 하늘 위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에보니가 고개를 내밉니다.
 
설봄, 관찰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자세히 보니 전투기 안에서 나타샤가 소장의 머리에 총을 대고 협박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소장은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고 외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전원, 표적에 사격 개시!
 
안전지대의 총 전력,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맞서 싸웁니다.
 
벼락이 내리치고 땅이 쪼개지는 듯한 폭발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화력에 거대한 괴물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칫합니다.
 
행동을 멈춘 틈을 타 몇몇 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며 계속해서 사격합니다.
 
"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설봄은 깨닫습니다.
 
당신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 전력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설봄:(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당신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목걸이 끝에 매달린 수정이 뜨거워집니다.
 
주변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갑니다.
 
설봄:(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설봄:(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수정이 한층 더 달아오릅니다.
 
설봄:(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수정은 불에 타는 듯한 열을 내뿜습니다.
 
닿은 살갗은 녹아내립니다.
 
설봄:(...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당신의 주변으로 증기와 함께 세찬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열기는 당신의 온몸에 전이됩니다.
 
설봄:(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
 
대답한 순간, 수정은 철컥, 소리와 함께 네 조각으로 나뉘며 작은 바늘을 드러냅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인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성도, 모든 기억도 전부 휘발된 채 크리쳐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당신에게 지킬 것이 있다면.
 
그 바늘을 사용하세요.
 
수정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내부에 남은 크리쳐 세포가 속삭였을지도 모르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설봄:(바늘을 사용한다.)
 
도핑
 
바늘이 몸에 주입된 순간 피가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단순명료한 이야기, 이것으로 당신은 다시 알파형 크리쳐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이 찾아옵니다.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죽지 않는 그 모든 생명력이 단 한순간에 집약된,
 
셀 수 없이 목숨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끔찍한 힘이,
 
지금의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광기가 치솟습니다. 이 세계를, 곁에 있는 존재를 파괴하고 싶어.
 
하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가 치솟습니다. 이 도시를, 곁에 있는 존재를 지키고 싶어.
 
고출력의 힘을 채 감당하지 못한 당신의 몸이, 그릇이 부서져 갑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잡으세요.
 
자신을 놓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영웅이 될 시간입니다.
 
아무말
 
또다시 찾아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혈관을 타고 흘러온 기계 장치의 신이 당신을 장악합니다.
 
바늘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수백 개의 새파란 인터페이스 창이 발생합니다.
 
근력, 정신력…?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인터페이스 위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만이 당신을 독촉합니다.
 
설봄:
rolling 160d3
 
(
3
 
+
3
 
+
3
 
+
1
 
+
2
 
+
2
 
+
2
 
+
2
 
+
2
 
+
2
 
+
2
 
+
2
 
+
2
 
+
3
 
+
1
 
+
3
 
+
3
 
+
2
 
+
2
 
+
1
 
+
1
 
+
2
 
+
2
 
+
2
 
+
3
 
+
1
 
+
2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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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1
 
+
1
 
+
2
 
+
3
 
+
3
 
+
2
 
+
3
 
+
3
 
+
1
 
+
2
 
+
1
 
+
1
 
+
3
 
+
2
 
+
3
 
+
2
 
+
3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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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1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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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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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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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3
 
+
3
 
+
2
 
+
1
 
+
1
 
)
 
 
=
333
 
마지막 타격의 충격으로 AOC 본부가 붕괴합니다.
 
신의 절명과 함께, 하늘을 차지하던 악몽은 산산조각 납니다.
 
충격의 여파로 설봄의 몸 역시 튕겨 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는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곽필규입니다.
 
덜덜 떨리는 팔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도, 놓지 않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그 표정은 절박합니다.
 
당신은 필규가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습니다.
 
잿빛 도시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원점입니다.
 
회색 도시, 눈보라, 겨울, 크리쳐인 나와 인간인 너. 죽어가는 나. 살아갈 당신.
 
곽필규:...가지마, 가지마.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자며... 이 망할새끼야... 가지마, 제발. 가지마.
 
설봄:(흐릿한 시야 사이로 들리는 그의 음성에 희미하게 웃으며) 안.. 가요... 필규... 필규..씨가... 여기, 있..잖아요...
 
곽필규:(툭, 투둑, 설봄의 얼굴 위로 물방울이 떨어져 흘러내린다. 비가 오려나, ...아니, 이건 그의 눈물이다. 달달 떨리는 손을 이토록 애처로이 붙잡고.)
씨발새끼야... 이 씨발... 거짓말하지마... 젠장, 곁에 있어준다며. 내 곁에 있어준다며.
(수백, 수천, 수만 번 반복한 "우리는 살아남을거야."가 거짓이 되었어. 바보야, 이 바보야...)
 
설봄의 몸은 발끝부터 잘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로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필규가 무언가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습니다.
 
이것이 끝임을 직감합니다.
 
눈이 내립니다. 살아남은 안전도시의 눈입니다.
 
이 세계는 영원히 겨울일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보지 못하는 봄은 언젠가 찾아오겠지요.
 
마침내 되는 것은 타고 남은 재일까요, 세상에 내려앉는 눈일까요.
 
자, 작별 인사를 읊을 시간입니다.
 
설봄:저... 저... 늘 필규씨... 곁에... 있,을 테니까... 울지마요... 웃어주세요... 좋아, 좋아해요... 당신이... 웃을 때... 가장... 행복해요... 그러니까, 울지마요... 사랑...해요.
 
필규가 당신을 놓은 게 먼저였을까요, 당신의 손끝까지 전부 흩어져버린 것이 먼저였을까요.
 
봄이는 이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재가 휘날리는 눈밭을 맨손으로 할퀴듯 긁으며 당신을 찾는 필규의 모습을 봅니다.
 
멀지 않은 미래, 안전지대는 영웅의 이름을 칭송하며 역사에 기록합니다.
 
당신은 오래오래 기억될 거예요.
 
ED 3. 그러니까, 울지마요. 사랑해요.
 
설봄 로스트, 곽필규 생환.
 
.
 
.
 
EP. 영웅이 된 너에게
 
아무말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봄이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당신은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감이 밀려옵니다.
 
"괜찮으세요?"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필규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잠깐, 필규의 얼굴이라고요?
 
애초에 여긴 어디죠?
 
이 초등학교 과학 상상화에 나올 법한, 과하게 발전된 SF 도시는 도대체 뭔가요?
 
봄이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전광판 속 필규는 낯선 모습입니다.
 
그는 왼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달라붙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느슨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아무말
 
아무말
 
And 나를 두고 영웅이 된 너에게.
 
설봄 생환? 곽필규 생환?
 
CREA-GRRR!!! The Final Round 에서 계속됩니다.

 

*

 

최강의 달새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210425〔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로그 백업

TRPG/봄이♥필규

2021. 4. 27.

────────────────────────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w. 청서

KPC. 곽필규 (리체)

PC. 설봄 (종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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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들으면 조은 노래

 

*

 

 

더보기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w. 청서
 
KPC. 곽필규 (리체) ❦ PC. 설봄 (종달새)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봄이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봄이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이성 판정 0/1d2
 
설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 -2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전지대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바짝 마른 입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피 웅덩이 속에 계속 누워있다간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봄이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이네요.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 가지 않습니다.
 
사방에 눈이 쌓여 질리도록 새하얗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너머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설봄, 관찰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라디오 소리는 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봄이를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억지로 빼앗는다거나, 아무쪼록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겠죠.
 
설봄:(낯선 사람에게 다가간다.) 저기요...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집니다.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온기, 식량, 그 외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들뜨기까지 합니다.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해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문득 봄이는,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왔나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식량과 온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무엇이든 좋으니 죽여버리고 싶어."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대충, 그랬던 것 같은데…….
 
"―――!"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봄이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의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전부 잿빛인 세계에서… 홀로 살아서.
 
문득, 봄이는 가슴이 허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심장이라거나.
 
이런, 내려다보니 정말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대단해요! 엄청난 위력이에요!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봄이는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 정말? 당신의 삶이 마무리되는 걸까요?
 
END 6. 배드엔딩.
 
설봄 로스트.
 
……아니, 안 돼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이성 판정 0/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 -3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혼란스러워할 무렵, 시야가 가물가물한 봄이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고 긴, 섬세하고 복잡한 기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아직 우리에겐 최강의 인류가 있습니다.
 
설봄씨와 곽필규씨에 의해, 제 39 번째 안전지대는 오늘도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것이 흐려집니다.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해 보고합니다.
 
사무적인 어조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 전투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일단 한 번 리셋 했으며, 다음 소생까지 남은 시간은…….
 
와우!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 클리셰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그런데, 방금 라디오가 뭐라고 말했죠?
 
정말, 이상…….
 
…….
 
[ SYSTEM : 꺼져가는 의식의 틈을 비집고, 설봄의 '소중한' 기억이 회복됩니다. ]
 
핸드아웃 확인.
 
.
 
.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봄이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가슴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봄이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이성 판정 0/1d2
 
설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짜증 나는 라디오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봄이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곽필규:이제 정신이 들었냐?
 
총을 고쳐잡은 필규가 근처에 다가와 묻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당장이라도 한 발 더 갈길 기세입니다.
 
곽필규:전자기기도 맞으면 고쳐진다던데, 크리쳐도 TV같은 건가?
 
이쪽에서 한 발 갈기고 싶네요.
 
설봄:(호달달)
 
곽필규:...매번 널 죽이는 것도 힘들다.
 
그래요. 필규는 봄이를 처참하게 살해한 뒤에도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있지만, 당신의 소중한 전우입니다.
 
곽필규:가끔 한눈판 사이에 까마귀가 물고 간다고.
 
……어제까지는 그랬죠.
 
필규가 까마귀에게서 소중한 봄이를 되찾아온 무용담 따위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봄이가 사망했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필규가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필규는 농담 도중에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봄이가 주변을 둘러보아도 음식과 모닥불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설봄:까..까마귀...
제가 죽었나요...?
 
곽필규:어, 전 임무는 성공적으로 해냈는데 니가 과다출혈로 죽었어.
씨발, 하여간에 칠칠맞아가지고.. 걸핏하면 픽픽 쓰러지냐.
덕분에 밥이나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었지. 오늘따라 소생하는 게 꽤나 느리더군?
 
설봄:아하...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는지 봄을 작게 부르르 떤다.) 그래요? 느리다니... 그랬군요. 필규씨는 괜찮으세요? 몸...
 
곽필규:참나... (혀를 한 번 차고는 기가 차다는 듯 설봄을 쳐다보며 말을 꺼내기를.) 내 걱정할 시간에 네 몸 간수나 잘하지 그러냐? 바보같은 녀석.
네가 두 번이나 죽는 바람에 다음 임무가 지체됐어. (그러고는 초코바를 봄이한테 던져준다.) 배고프면 그거라도 후딱 먹고와.
 
설봄:넵. (임무를 더 지체 시키다간 또 죽을 것 같은 지 얌전히 있는다. 필규가 던져준 초코바를 받더니 우물우물... 얼마 안 지나서 금방 먹어버린다.)
 
곽필규:잘먹네. 돼지. (머리를 두어번 톡톡 두드려준다.)
바로 임무로 돌입한다. 내용은 대충 이거라도 훑어봐라. (그러고는 지령과 지도를 건네준다.)
 
핸드아웃 확인.
 
필규에게 지령과 지도를 전달받습니다.
 
설봄:(끄덕끄덕)
 
곽필규:오냐.
이번엔 좀 힘들 것 같구만. 뭐, 힘들지 않은 임무가 있었나 싶지만.
 
필규는 장비 점검을 끝내고 일어섭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A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방한복을 뚫고 싸늘한 냉기가 침입합니다.
 
필규가 무어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지만,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헬기입니다.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 테니까요.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습니다.
 
발각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낙하산 또한 없습니다.
 
내려갈 방법은 단 하나. 목표 착륙 지점은 점점 가까워지면…….
 
갈까, 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필규와 봄이는 맨몸으로 도심에 뛰어듭니다.
 
.
 
.
 
.
 
아무말
 
쿵!!!
 
허공을 한 바퀴 돈 봄이가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문제는 조금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박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가방은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중인 필규를 받아볼까요.
 
설봄, 민첩 판정.
 
설봄: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8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제는 익숙한 낙법입니다.
 
턱, 소리와 함께 봄이는 필규를 두 손으로 받아 사뿐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단둘이네요…….
 
물론, 낭만적인 구석은 없습니다.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입니다.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새벽 2시, 시야 아래로 새카만 밤의 어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창백한 도심의 빛이 번집니다.
 
필규는 주변을 둘러본 뒤 지도를 펼칩니다.
 
탐사 구역이 공개됩니다.
 
곽필규:미처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은 긴급 대피 구역에 뭉쳐있겠지.
 
필규의 손가락 끝이 지도 표면의 점을 하나씩 짚습니다.
 
눈으로 그것을 좇는다면…….
 
A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역입니다.
 
설봄:백화점 먼저 가볼까요??
 
곽필규:네가 그렇다면 거기로 먼저 가보고.
 
K백화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주차장입니다.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쳐들에게 노출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입구의 회전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섯 바퀴째 돌던 필규가 입을 뗍니다.
 
곽필규:곧 크리스마스잖냐.
선물 세트를 잔뜩 팔겠네. 뭐, 우리는 연휴에도 집에 돌아갈 수 없지만…….
 
설봄:(시무룩)
 
곽필규:보는 내가 다 기운빠진다... (설봄을 흘겨본다.)
됐고, 크리스마스에도 같이 있으면 차라리 너한테라도 선물해줄까.
크리스마스 선물 받아본 적은 있냐?
 
설봄:선물이요? (쫑긋!) 아... 아뇨, 선물 받아본 기억은 없어서... 헷. 크리스마스에 같이 있으면 좋겠네요.
 
곽필규:(풉, 설봄의 반응이 웃긴지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주 그냥 얼굴에 좋아요, 하고 써놨네. 어?
(이내 봄이의 마지막 말에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닌 크리스마스에도 일하고 싶냐? ...뭐, 휴가여서 같이 있는 거면 나쁘지 않을수도 있겠네. 파티같은 거 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니까.
 
필규는 평소와 달리 제법 들뜬 얼굴로 말하네요.
 
백화점 안은 쥐죽은 듯 고요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기뻐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설봄:(필규를 한 번 쳐다보더니 작게 미소 짓는다.)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연휴나 명절은 줄곧 당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필규의 말을 듣는 지금은…….
 
네, 확실히 덩달아 크리스마스가 기대됩니다.
 
비록 필규는 짜증 나는 구석이 있는 직장동료지만, 크리스마스를 함께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어쩐지 낯설면서도 낯익은 기대감이 피어오릅니다.
 
설봄:그럼... 이제 백화점 대피 구역으로 가볼까요? (주차장으로 몸을 옮긴다.)
 
곽필규:오냐. (총총 따라간다.)
 
주차장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주차된 차의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설봄, 강제 행운 판정.
 
설봄: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2
 
( 
1
 
 )
 
 
= 
1
 
대신에 주차장을 살펴보면서, 우연히 비상 식량을 하나 얻었습니다.
 
설봄:(우왕)
 
아이템 :: 비상식량 (HP 1d3 회복)
 
곽필규:그거뭐냐? (뚫어져라...)
어쨌든 여긴 없는데, 다음 어디로 갈까.
 
설봄:비상식량이요! (필규에게 보여준다.)
음... 다음은 지하철로 가봐요.
 
곽필규:와... 그 와중에 밥은 잘 찾네. 돼지녀석. (말은 그렇게 해놓고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가자. (앞장서더니 봄이가 잘 따라오나 확인한다.)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A역입니다.
 
두 사람은 역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고 진입합니다.
 
앞서 걷던 필규가 봄이가 있는 쪽으로 돌아보며 묻습니다.
 
곽필규:지하철 타본 적 없지? 크리쳐보다 더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는데.
 
그 말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컴컴한 역 내부로 떨어집니다.
 
좀 갑갑하긴 한데, 필규는 말을 이어가며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갑니다.
 
곽필규:그래도, 안전 구역 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면허가 없어도 말이야……. 그건 꽤 편해.
 
설봄:(필규의 말을 흥미진진하게 듣는다. 그렇군. 끄덕끄덕.)
 
곽필규:나 옛날에 학교에서 수학여행갈 때, 이렇게 지하철 탔었는데. 친구들이랑 과자 나눠먹고 수다떨고... 뭐... 이젠 옛날 일이지만.
(과거를 회상하며 그 말을 하던 필규는 문득 그립다는 듯이 웃어보인다. 이내 고개를 홱 돌려 설봄에게 묻기를.)
넌 가보고 싶은 곳은 없냐?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바보 같은 소리입니다.
 
목줄을 차고 있는 한, 봄이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텐데요.
 
몸속에 뿌리 내린 혈관 전부를 불쾌한 감정이 틀어막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설봄:(갑자기 이야기를 듣다가 불쾌한 감정에 인상을 팍 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네, 딱히... 저는 그런 추억 같은 게 없으니까요. (고갤 들어 필규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나중에 필규씨가 데려가 주실래요?
 
곽필규:(그 말에 조잘조잘 떠들던 필규가 한층 조용해졌다. 표정을 지우고 옆에 있던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조금 연민의 감정이 깃든 것도 같았다.) ...뭐, 내가 가는 곳을 너도 좋아할거란 보장은 없다만. 따라오고 싶으면 멋대로 따라오던가.
(이내 성큼성큼 걸어가버린다.) 빨리 와. 여기도 얼른 살펴보고 나가게.
 
역 내부로 들어서면, 비어있습니다.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설봄, 강제 행운 판정.
 
설봄: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설봄은 역 내에 놓여있던 음료수를 발견합니다.
 
아이템:: 음료수 (이성치 1d3 회복)
 
곽필규:...여기도 없네.
 
설봄:그러게요... 으음. 그치만 음료수는 찾았어요!
 
곽필규:넌 뭔 먹을거만 그렇게 잽싸게 찾냐??
너 개코지
 
설봄:... (코쓱)
 
곽필규:...(코를 꼬집는다.)
 
설봄:으앙!!! (필규가 꼬집자 그를 우다다 때린다.)
근력
기준치: 99/49/19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곽필규: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아; 아;; 아야;; 얘가 미쳤나!! 사람잡네!! (하염없이 쳐맞는다...)
 
설봄:왜 꼬집어요!!!
 
곽필규:내가 꼬집은 것보다 니가 때린 게 더 아프거든?
(초등학생마냥 잘잘못을 따지던 필규는... 이게 뭐하는 짓인고 하고 현자타임이 왔는지 한숨을 내쉰다.) 됐어, 다음에 어디갈지나 생각해봐 돼지야.
 
설봄:(필규가 아프다고 하니까 미안해진건지... 째려보며 때린 곳을 조금 쓰다듬어준다. 그런다고 아무런 효과도 없지만...) 다음은... 학교로 가요.
 
곽필규:참내... (저를 쓰다듬는 설봄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별 말 하지 않았다. 그녀를 질질끌고 학교로 향한다.) 가자.
 
C고등학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강당입니다.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있습니다.
 
봄이가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곽필규:학교라, 옛날 생각나네.
(필규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듯 잠시 감성적인 표정을 짓는다.)
야, 그거 아냐? 나 학교다닐 때 사격부였다. 세상이 멀쩡했으면 지금쯤 사격 선수라도 하고 있었을텐데...
피어싱때문에 맨날 선생한테 잡혀서 잔소리 들었잖냐... 참내, 중학교 다닐 때에 비하면 교복도 잘 입고 모범생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네. (뚱한 표정을 하고 주절주절 제 옛날얘기를 내뱉는다.)
(마치... 라떼는 말이야... 하는 아저씨처럼.)
 
설봄:정말요? 그래서 총을 그렇게 잘... (덜덜) 재능이시네요. (고개를 갸웃하며) 피어싱이 왜요? 그런 거 하고 다니면 혼나요? (그가 모범생이었다고 하자 웃는다. 지금 이미지랑 달라서 그런 걸까.)
 
곽필규:(힐끔, 자기도 잘 쏘면서... 중얼거리던 필규는 뚱한 표정 그대로 설봄을 째려보았다.) 뭐야? 왜 웃냐?
학교는 피어싱같은거 하면 안된다고 규정 있었어. 단정하게 하고 다니라고... 교복같은 것도 제대로 안입으면 잔소리들어. 귀찮게.
 
설봄:(필규가 자신을 째려보자 뜨금, 웃음기를 싹 지우고는 말을 이어가며) 아무 것도 아니에요. 학교라는 건 복잡하네요... 제가 학교 다녔다면 규정 하나도 못 지켰을 거 같아요. 하하...
 
문득 이야기를 듣던 봄이는 학교의 꼭대기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시린 바람에 휘청이듯 흔들리는 깃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목구멍 아래서부터 낯선 감정이 치밀어오릅니다.
 
어쩐지 간지러운 이 기분은, 마치……. 그리움 같습니다.
 
돌아갈 곳도 없는 당신에게는 과분한 감정이네요.
 
곽필규:흐음...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본다. 의심하는건가?) 뭐... 넌 그래. 답답한 거 싫어하니까. 교복 맨날 풀어헤치고 다녔을 듯ㅋ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한 어둠만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이곳에도 역시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설봄, 강제 행운 판정.
 
설봄: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GM: 
rolling 6d6
 
( 
2
 
 +
 
2
 
 +
 
2
 
 +
 
2
 
 +
 
4
 
 +
 
2
 
 )
 
 
= 
14
 
낌새가 이상합니다.
 
가히 동물적인 예감을 발휘해 성큼 물러섬과 동시에, 봄이가 딛고 있던 바닥이 내리쳐오는 원뿔에 의해 반파됩니다.
 
두 사람은 날렵하게 몸을 굴려 피했으나, 그곳에는……. 운이 나빴네요.
 
어느새 봄이와 필규를 포위한 크리쳐들이 몸을 둥글게 말며 뾰족한 돌기를 세웁니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금속 모형처럼 보이는 이 크리쳐는, 분명 금속형 크리쳐입니다.
 
눈으로 수를 세아려보면 하나.. 둘... ...총 열 네마리네요.
 
GM:크리쳐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순서는 설봄-곽필규-크리쳐로 진행합니다.
약식 룰이므로 반격 및 회피는 없습니다.
 
설봄:(헉...)
필, 필규씨 조심해요...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1
 
곽필규:참나, 새삼스럽게... 이 짓 한 두번 해보냐?? 빨랑 해치워버려!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다시 한번 봄이가 찰칵, 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탄환은 한순간에 14마리에 달하는 크리쳐의 핵을 꿰뚫고, 단숨에 사살당한 크리쳐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무너져내립니다.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전투가 종료됩니다.
 
곽필규:뭐... 걱정할 일도 아니었네. (순식간에 끝난 것을 보곤 필규가 중얼거린다.)
 
어느 정도 탐색이 끝나면, 필규는 다시 지도를 꺼내 생각에 잠깁니다.
 
그는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씩 짚으며, 의문을 꺼냅니다.
 
곽필규:이건……. 에이 씨발 뭐지? 뭔가 놓친 게 있는 것 같다.
긴급 대피 구역은 크리쳐가 진입하기 어려우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곳으로 설정했는데, 왜 사람은 없고 크리쳐만 있는거냐?
 
설봄:그..러게요...?
 
곽필규:...(설봄을 보더니 한숨쉰다.)
 
설봄:(멍~청~)
 
곽필규: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우선, 크리쳐가 이렇게 한 장소에 많이 모여 있는 것도 처음 보고.
애초에 안전지대가 생기고 나서는 녀석들이 도시를 통째로 장악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적은 없었어.
녀석들에게는 안전지대를 뚫고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니까. 무리를 이끄는 통솔력 있는 리더가 있다면 몰라도.
 
설봄:(멍청 크리처...)
크리처들 사이에서 리더가 있는 걸까요...? 설마?
 
곽필규:...너 말고. 바보야. (설봄의 표정을 보더니 머리를 푹 누른다.)
글쎄, 그럴 수도 있겠고. 혹은 누가 정보를 흘렸다던가...
멍청해도 생각은 할테니까.
 
설봄:그럼 완전 큰일나는 거 아니에요?!
 
곽필규:...글쎄, 이미 났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것도 다 함정인가?
 
설봄, 듣기 판정.
 
설봄: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웅웅거리는 듯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주 미약하고, 끊어질 것처럼 가늘고 얇은 소리지만 이명은 아닙니다.
 
필규는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지도에 집중한 표정입니다.
 
설봄:(필규를 쿡쿡 찌르며)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아요...?
 
곽필규:뭐? 무슨 소리?...
 
설봄:뭔가... 웅웅 거리는 듯한... 이상한 소리...?
 
곽필규:...누군가가 신호를 보내는건가?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한다.)
일단 뾰족한 수도 없고 그럼 그 소리나는 쪽으로 가볼까. 난 안들리니까 네가 앞장서.
 
설봄:(고개를 끄덕이곤 앞장 서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쩌면 생존자가 보내는 구조신호일 수도 있겠네요.
 
봄이와 필규, 두 사람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갑니다.
 
봄이와 필규가 도착한 곳은 빈 공터이며, 공교롭게도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필규가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잡습니다.
 
곽필규:뭐야?
신호를 보내던 녀석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역시, 함정인가?
 
그때,
 
곽필규?:미친, 여태 어디 있었냐?
 
또 다른 필규가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그는 당신의 옆에 있는 필규를 보고 사색이 되어 이렇게 말합니다.
 
곽필규?:야 설봄, 떨어져! 그 새끼는 가짜야!
 
그 말을 들은 필규(여태까지 당신 곁에 있었음)의 표정이 해괴해집니다.
 
곽필규:뭐? 씨발?
 
곽필규?:저 새끼가 내 장비를 훔쳐서 달아났다고!
 
곽필규:염병, 뭔 개소리야? 어린 애도 그딴 거짓말에는 안 속아 미친놈아!
 
설봄:(으엉??)
 
곽필규?:절대 속지 마, 널 속이고 외진 곳에 데려가 살해하려는 속셈이라고.
 
곽필규:인류 최강인 나를 감히 누가 습격해?
 
설봄:(멍청 크리처...)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 그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꽤 좋은 볼거리네요.
 
아니, 이럴 시간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이게 뭐죠? 필규가 둘이라니,
 
둘 중 하나는 크리쳐가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설봄:그래서... 누가 필규씨에요...??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곽필규:야 이 미친... (얼탱이가 없다는 듯이 옆에 있던 설봄을 쳐다본다.)
 
곽필규?:나라고 했잖아, 빨리 떨어지라니까! (이리오라는 듯 손짓한다.)
 
곽필규:아오;;; ㅅㅂ 저걸 진짜... (머리 싸맨다;)
 
설봄:아무래도... 이거 함정이겠죠? 저 사람은 누굴까요? (옆에 있는 필규에게 속닥속닥)
 
곽필규:...뭐긴뭐야 크리쳐지. 정 궁금하면 물어보든가. (같이 속닥이던 필규는 솔직하게 설봄에게 고백한다.) 난 순간 니가 정말 바보가 아닌가 의심했다.
 
설봄:(필규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자 봄이는 또 필규를 째려보더니 주먹을 꽊... 쥔다.)
(그리고 크리쳐로 의심되는 자에게 말을 건넨다.) 혹시 크리쳐이신가요?
 
곽필규:(어디서...한기가...)
 
다른 누구도 아닌 필규를 헷갈릴 리가 없잖아요.
 
그는 긴 시간 함께해온 당신의 동료인걸요.
 
진짜 필규를 짚어내자, 가짜 쪽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나의 순간이 흐른 뒤, 필규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퍽!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필규가 반쯤 날아갑니다.
 
봄이가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고치던 그때, 크리쳐가 봄이의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크리쳐는 어째서인지 공격하지 않으며,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봄이가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양어깨를 움켜쥡니다.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크리쳐: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낸 거야.
크리쳐의 몸이면 공격당할 테니까.
이런 미세한 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는 건, 역시 설봄,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쳐지? 널 여태 찾았어.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쪽이 크리쳐라는 건 도시 괴담처럼 돌아서 알고 있어.
너도 크리쳐잖아, 부탁이 있어. 제발, 나 좀 살려줘.
 
설봄:(헉...)
 
크리쳐: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응?
 
여태껏 단 한 번도, 크리쳐가 의사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설봄, 이성 판정 0/1
 
설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공교롭게도 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찢어진 필규가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곽필규:씨발, 진짜 거지 같네. 헛소리를 왜 쳐 들어주고 있어?
 
설봄:(필규의 이마가 찢어진 것을 보자마자 놀라서 필규쪽으로 달려간다.) 괜찮아요?!
이마에서 피나요... (안절부절하며 이마를 호호 불어준다.)
근데... 있잖아요, 필규씨. 저 크리쳐... 뭔가 이상한 것 같아요. 여태 저렇게 말을 걸었던 크리쳐는 본 적이 없었는데...
저보고 막 부탁이 있다고 그랬었어요. 대체 뭘까요??
게다가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 쪽이 크리쳐라는 말이 도시 괴담처럼... 소문이 났대요.
 
곽필규:됐어, 이정도는 별 거 아니야... 개처럼 안절부절대지마. 나까지 불안해지니까. (피를 대충 손등으로 스윽 닦아낸다.)
상급 크리쳐인가보지. 아직 녀석들에 대해서 모두 파악된 것도 아니고. 말로 현혹시키려던거겠지, 분명. 괘씸한 새끼...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녀석들이 뭔 사람처럼 살아?? 그딴 헛소리를 뭣하러 하나하나 신경쓰고 있냐?
(그리고 툭툭 털고 일어난다.) 괴담은 괴담에 불과해, 들키지 않은거면 상관 없어. 일단 진정해.
 
무언가 이상합니다.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대상을 제거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필규가 말하는 대로 정말 당신을 현혹하기 위한, 쓸데없는 소리였을까요?
 
상념이 이어지기 전,
 
곽필규:그것보다 이쪽으로 와. (흐르는 피를 또 대충 닦아내며 조금 전까지 넘어져있던 바닥을 가리킨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필규가 가리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봄이가 손끝을 밀어 넣고 타일을 걷어내면,
 
아! 생존자들이 숨어있던 벙커를 발견합니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필규입니다.
 
설봄:(!!)
 
이것으로 구출 성공입니다.
 
봄이와 필규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아, 정말 살았어요."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우린 안전해!"
 
"아아, 신이시여……. "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봄이와 필규를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물론 봄이와 필규는 거절해야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걸요!
 
설봄:(어버버)
 
곽필규:(얼타는 봄이를 잠깐 흘겨보더니) 아뇨, 죄송하지만 사적인 요구는 들어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거절당한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그래요, 벙커 안에만 있기 힘들었겠죠.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봄이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옵니다.
 
아니, 마음이 아픈가요?
 
울컥,하고 혈액 덩어리를 뱉은 봄이는 그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호흡이 어렵습니다. 아, 상급 크리쳐의 숨이 붙어있었군요.
 
간신히 고개를 돌린 봄이는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곽필규:설봄!
 
뒤늦게 필규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봄이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봄이가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주겠죠.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봄이를 필규가 받아냅니다.
 
이것으로 설봄은 2회차 사망을 맞이합니다.
 
.
 
.
 
.
 
당신은 눈을 뜹니다. 폐부에서부터….
 
이런, 이제는 이 상황도 지겨울 정도네요.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봄이는 찌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이건……. 이상합니다.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설봄:(너덜너덜..)
 
봄이는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성 판정 0/1d2
 
설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 -2
 
낯선 천장과 함께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봄이가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 인형이 필규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봄이는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필규가 죽은 봄이를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거실로 나가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 필규가 소파에 앉아 무전기를 보고 있습니다.
 
봄이의 기척에 고개를 든 필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설봄, 관찰력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필규의 거동이 낯섭니다. 평소의 그보다 조금 더 굼뜨고 불편해 보이네요.
 
단순히 머리를 다쳐서 그렇다기엔 더 아픈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곽필규:어... 깼냐? 몸은 어때?
 
설봄:필규씨는요...?
몸이 안 좋아보이는데...
 
곽필규:이 새끼가... 지금 내 걱정 할 때야???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필규는 이내 화난 것처럼 그녀를 째려보는가 싶더니, 제 품에 와락 껴안았다.)
너, 씨발… 씨발놈아... 3일동안 깨어나지 않았다고…. 정말 잘못된 줄 알았어.
 
설봄:그치만... (필규가 저를 껴안자 자기도 필규를 껴안아준다. 그러다 고통이 가시지 않았는지 윽,하며 입술을 깨문다.) 하... 3일이요? 제가 3일 동안 누워있었어요...?
 
곽필규:그래, 난 별 거 아니야. 3일동안 니 지키느라 좀... 지쳐서 그래.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캐치한 것인지, 조금 떨어져 봄이의 안색을 살핀다. 얼굴을 매만지는 손길에서 지독히도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괜찮냐?
 
설봄:(필규가 제 얼굴을 매만지자 눈을 감고 가만히 온기를 느끼다 눈을 뜨고는 고개를 젓는다.) 몸이 아직 회복이 다 안 됐어요. 3일이나 지난 건데도...
제가 죽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곽필규:그래, 그럴 것 같았어. 깨어나기라도 했으면 됐다.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는다.)
...(잠시 말이 없던 필규는 천천히 운을 뗐다.) 생존자들은 헬기에 태워서 보냈어. 2순위 사항인 크리쳐 제거로 임무가 넘어갔는데 너가 계속 자는 새에 수가 너무 증식해서 손 쓸 방도가 없어.
상부에서 A시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어. 조만간 폭탄이 실린 헬기가 와서 도시를 폭파할거야. 우리는 얼른 빠져나가야돼.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꾸물대던 필규는... 다시금 말을 얹었다.) ...그런데,
 
아무말
 
곽필규:방금 막, 구조 요청 신호를 확인했어. 위치는 X 제약 회사. (제 무전기를 봄이에게 건네 보여준다.)
기상 악화로 인해 더 이상의 무전은 어렵다. 헬기에 폭격 지연 요청은 안 될 것 같고…….
니가 드럽게 정신 차리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구조를 포기하려 했는데, 다행이네.
나 혼자 가서 구해올테니까 닌 먼저 빠져나가. 부상도 심한 녀석이.
 
설봄:같이 가면 안돼요...?
 
곽필규:미쳤냐? 그 상처로... (비실비실거리는 봄이를 한 번 훑어본다.) 진짜로?
 
설봄:(끄덕끄덕) 상처는 금방 나을 테니까요, 저 혼자 있는 게 더 불안해요...
 
곽필규:...어쩔 수 없지, 그럼 서두르자. 앞으로 1시간 내로 A시를 빠져나가야 하니까.
 
설봄:네!
근데 피곤한 건 괜찮으세요...?
 
곽필규:어. 괜찮아. 잠을 좀 못자서 그래. 이정도야 임무 끝나고나서 퍼질러 쉬면 되는 거 아니겠냐.
참나... 제 몸 가누기도 힘든 녀석이 일어나자마자 계속 내 얘기만 하냐. 바보. (설봄이 제 얼굴을 더 보기 전에 머리를 꾸욱 누른다.)
 
설봄:얼른 임무가 끝났으면 좋겠네요... (조금 침울한 듯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잉... 맨날 바보래... (칭얼거리며 필규가 꾹 누른 머리를 만지작거린다.)
 
곽필규:하아... 그러게. (조금 시무룩해보이는 봄이를 바라보더니 말이 없다.) ...그럼 뭐, 귀염둥이라고 해주랴?
 
설봄:귀...귀염둥... (처음 듣는 소리에 눈썹이 꿈틀하며 올라간다. 아무래도 당황한 듯.) 싫어요! 이상한 소리할 거면 빨리 가요! (퍽퍽!)
 
곽필규:아 아파 ㅋㅋ (아파서 눈썹은 찡그리는데. 입은 웃으니 표정이 이상하다.) 아 그래그래 빨리 가. 뒤쳐지지나 말아. (저를 퍽퍽 때리던 봄이 손을 잡아 내려놓는다.)
 
이후 두 사람은 민가를 빠져나옵니다.
 
GM:두 사람 다 큰 부상을 입었으므로 설봄과 곽필규 모두 특성치가 보정을 제외한 기본치로 돌아갑니다.
 
곽필규:(민가를 빠져나와 설봄의 상태를 살펴보듯 힐긋,힐긋, 쳐다보며 무전을 본다. 그러다가 앞을 보더니 발걸음을 멈춘다.)
...야.
 
설봄:네??
 
곽필규:...총들어.
 
GM: 
rolling 6d6
 
( 
3
 
 +
 
3
 
 +
 
4
 
 +
 
1
 
 +
 
5
 
 +
 
4
 
 )
 
 
= 
20
 
설봄:(필규의 말에 급하게 총을 든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설봄과 곽필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크리쳐들과 마주합니다.
 
한 무리일 뿐인데 어림잡아도 스물은 되는 것 같습니다.
 
GM:약식룰을 동일하게 사용해 전투가 진행됩니다. 순서는 설봄 - 곽필규 - 크리쳐 순입니다.
 
설봄:(크리쳐를 보자 그들을 조준하고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8
 
복잡한 수식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단 0.01초, 봄이는 세차게 바닥을 걷어차며 공격을 피해 뛰어오릅니다.
 
거꾸로 시야가 뒤집힌 상태로, 계산된 궤도에 탄환을 박아넣은 뒤 또다시 찰칵.
 
탄환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므로 찾아오는 것은 적의 죽음뿐입니다.
 
설봄의 탄환에 절반 가까이 되는 크리쳐들이 쓰러져나갑니다.
 
곽필규:칫, 어디서 이렇게 우글우글 몰려와가지고는...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피해: 16
 
어느새 날아온 촉수가 필규의 발을 붙잡습니다.
 
이런, 넘어지면서 탄환은 빗겨나가버립니다.
 
남은 크리쳐들이 사방에서 둘을 공격해옵니다!
 
크리쳐: 
rolling 1d3
 
( 
3
 
 )
 
 
= 
3
 
GM:설봄과 곽필규, 체력 3씩 감소.
 
설봄:(필규가 다친 모습을 보자 안색이 안 좋아진다... 다시 크리처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2
 
설봄의 공격에 나머지 크리쳐들이 나가떨어집니다. 부상당했더라도, 최강의 인류의 실력은 죽지 않았군요!
 
하지만 아직 끝났다 생각하기엔 일러요, 한 무리의 크리쳐들이 더 몰려옵니다!
 
GM: 
rolling 6d6
 
( 
1
 
 +
 
3
 
 +
 
5
 
 +
 
6
 
 +
 
2
 
 +
 
2
 
 )
 
 
= 
19
 
낮은 울음 소리와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온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봄이와 필규가 등을 맞댑니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바닥이나 벽에 닿을 때마다 뿌연 연기와 함께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크리쳐들의 수는 아까와 엇비슷한 것 같습니다.
 
곽필규:씨발, 끝도 없이 쳐들어오네!
 
설봄:필규씨... 조심해요.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3
 
굉음과 함께 탄환이 크리쳐들을 꿰뚫습니다. 순식간에 절반도 넘는 크리쳐들이 무너져내립니다.
 
곽필규:(설봄의 말에 아까 실수한 것이 떠올랐는지, 말 없이 총을 겨냥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7
 
최강의 인류인 필규 앞에 조무래기들은 그 힘을 잃고 모두 쓰러집니다.
 
GM:전투가 종료됩니다.
 
필규의 말대로, 정말 이상할 정도로 크리쳐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정신없는 사이로 필규의 목소리가 꽂힙니다.
 
곽필규:야, 뛰어! 더 붙잡히기 전에 빨리!
 
설봄:(필규의 목소리를 듣자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신호가 나오는 곳은 X제약의 지하입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곽필규:깊게 숨겨져 있진 않을 것 같으니까 난 좌측부터 찾아볼게.
 
필규는 벽에 손을 짚고 내부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봄이 역시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책상 위의 컴퓨터를 발견합니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지만, 내부의 카메라는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설봄, 관찰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봄이는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봄이가 죽어버린 곳입니다.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의 확대가 가능합니다.
 
두어 번 클릭하자,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봄이의 사망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설명받지 못했었죠.
 
3일 전 날짜를 입력한 뒤 확인해볼까요?
 
설봄:(날짜를 입력한 뒤 감시카메라를 확인한다.)
 
입력한다면, 다음 내용의 저화질의 영상이 재생됩니다.
 
사방에서 안타까운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필규가 쓰러지는 봄이의 몸을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곽필규: 젠장, 이딴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한탄하듯 말한 필규는 봄이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곽필규: 푹 쉬어라.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까.
 
라고 말하면서요.
 
이변은 잠시 후에 발생합니다.
 
분명 죽었을 터인 봄이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필규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봄이를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필규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곽필규: 설봄? 벌써 회복했냐?
 
시민들이 웅성거립니다.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그때, 봄이가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필규는 설봄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봄이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필규는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봄이는 필규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필규에 의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그 모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성 판정 1/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 -2 감소.
 
영상은 필규에 의해 중간에 종료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설봄:언...언제 오셨어요?
 
곽필규:...지금.
일단 임무가 끝나고 말하자. 거짓말한 건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임무를 끝내러 왔잖냐. 시간이 얼마 없어.
 
설봄:......네.
 
곽필규:...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을 뿐이야.
 
필규가 봄이를 달래며, 어느덧 찾아낸 개폐 버튼을 누릅니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있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엎어진 남자/테이블/벽면의 서랍]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설봄:(엎어진 남자를 확인한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설봄:(남자의 몸을 샅샅이 뒤져본다.)
 
남자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발견합니다.
 
벽면의 서랍에 사용되는 열쇠입니다.
 
설봄:(남자의 핸드폰을 확인해본다.)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필규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핸드폰을 뒤진다면 메모장에 있던 주문,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를 입수합니다.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
 
마력 1D6을 소모해 폭주한 알파형 크리쳐를 진정시킨다.
 
주문을 시전하기 전, 시전자가 차례대로 지능, 정신력 판정에 성공해야 한다.
 
시전자는 한 라운드에 하나의 특성치 판정만 가능하므로 총 두 번의 턴이 요구된다.
 
설봄:(테이블을 살펴본다.)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설봄:(종이를 집어 들어 확인한다.)
 
핸드아웃 확인.
 
연구 일지를 다 읽는다면, 봄이는 생각해냅니다.
 
설봄은 자신이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날이나, 지하철에서 창밖을 바라본 일, 바다를 보며 해안선을 따라 걷던 일,
 
봄이는 전부 기억해냅니다.
 
봄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닙니다.
 
당신은, 사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성 판정 (1/1D5)
 
설봄: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이성 -1 감소.
 
설봄:(충격...)
(벽면의 서랍을 살핀다.)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중 한 칸만 잠겨있군요.
 
설봄:(아까 빼온 열쇠로 잠긴 서랍을 연다.)
 
봄이가 열쇠를 사용한다면 서랍 안에서 편지 꾸러미를 발견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장의 편지입니다.
 
핸드아웃 확인.
 
설봄:(충격!)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작성자가 보내지 못하고 보관한 것 같네요.
 
날짜는 1년 반 전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시 전체를 폭파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
 
여태껏 안전지대는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 없었습니다.
 
시내에 지나치게 많은 크리쳐들.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말하던 상급 크리쳐.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습니다.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아니, 몇 명인가요?
 
이성 판정 1/1D3
 
설봄: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봄 이성 -1 감소.
 
C.V에 노출된 사람은 크리쳐가 됩니다.
 
그 기간은 당신으로서는 짐작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3일 이상 노출되었던 필규는?
 
필규의 뺨은 상기되어 있습니다.
 
이마에 감겨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아니, 오히려 필규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곽필규:설봄, 나…….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그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필규일 게 뻔합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필규는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 뿐이고요.
 
곽필규는 크리쳐가 되었으며,
 
설봄은 인간으로 되돌아갑니다.
 
이성 판정 1/1D5
 
설봄: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설봄 이성 -4 감소.
 
곽필규:설봄, 설봄. 나는.......
...
 
어느 순간, 필규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봄이가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필규가 당신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봄이는 대응할 틈도 없이 필규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당신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봄이를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필규의 얼굴이 비칩니다.
 
설봄 HP -1.
 
설봄:(기침을 하며 필규를 쳐다본다.) 필, 필규씨... 정신... 차려요.
 
곽필규:...... (필규는 그녀를 분명 마주보고 있으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공허한 눈동자는 분명 이미 어딘가 정신이 나가있는 것 같았다.)
 
이내, 필규는 당신을 내동댕이칩니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봄이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필규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봄이를 공격한 필규는 폭주 상태로 건물의 가장 높은 곳까지 향하고 있습니다.
 
설봄:안돼...
(필규에게 내동댕이 쳐져서 아픈지,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그의 뒤를 따라간다.) 필규씨, 안돼요...
 
후들거리는 다리는 봄이가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필규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봄이는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필규가 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필규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크리쳐라도 괜찮다고 했던가요?
 
그저 어쩔 수 없는 실수였을 뿐이라고, 괜찮다고 했던가요?
 
전부 위선입니다.
 
필규는 봄이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설봄:(그에게 다가간다.) 필규씨... 필규씨, 괜찮아요?
 
곽필규:(설봄이 다가오려 하자 사납게 소리친다. 낮게 그르릉대는 소리가, 마치 경계를 하는 동물 같았다.) 오지마!!!!!
...(설봄을 다시 보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필규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뒤에 나온 목소리에는 조금의 물기가 묻어나왔다.) ...싫어. 저리 꺼져.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설봄:(필규가 소리를 쳐도 무시하고 힘겨운 듯 느리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안아준다.) 괜찮아요... 실수였잖아요... (숙인 고개를 들게 하여 시선을 맞춘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네?
 
곽필규:아냐, 아니야... 안괜찮아, 안괜찮다고! (기껏 저를 안아준 그녀의 품을 세차게 밀어냈다. 그러고는 벽을 쾅쾅 친다. 저도 저를 제어하기가 퍽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저히 진정이 되질 않자, 벽에 제 머리를 세게 쿵 하고 부딪혔다. 그 모습이 퍽 애처롭게 느껴졌다. 이제는 거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를 하고는,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제발 좀, 말 좀 들으라고, 바보새끼야...
실수라고 지워질 리가 없잖아...
더 다가오면 너 나랑 싸우자는 걸로 알거야... (마지막엔 힘없는 모습으로, 머리를 벽에 기대고 그리 중얼거렸다.)
 
설봄:(제어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필규씨...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거에요? 이대로 도망칠 거예요? 절 버리고서? 전 혼자 있는 게 더 불안하다고 했잖아요...
 
곽필규:(설봄이 말을 하면 할수록 필규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넌 어쩜 이리도 내 속을 헤집어놓는 말만 꺼내놓는지.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개싸움의 결과. 다 으스러진 손톱, 네 피로 얼룩진 손바닥, 핏발이 선 눈에서 흐른 짠맛의 액체가 얼룩을 남긴 볼, 수만 갈래로 찢긴 심장.)
...미안하다는 말은 안할게. 그 말이 면죄부가 아니라는 걸 네가 제일 잘 알잖냐.
너 혼자 가. 나중에 내 장례식이라도 해주든가... 같잖은 눈물 같은 거 흘리면서 청승 떨지 말고 따뜻하게 국에 밥 한 그릇 말아먹고 네 갈 길 가. 너는 내 이름 마음에서 지운 채 죽지 말고 꾸역꾸역 살아.
(구태여 더 모진 소리만 골라서 했다. 너를 떠나보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 그렇지 않으면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너는 정말 손 쓸 수 없는 바보고, 바보인 주제에 더럽게 정이 많았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나는 네 이름을 죽어서야 잊겠지.)
 
설봄:저희 약속했잖아요. 크리스마스에 함께 보내자고... 함께 열차도 타고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자고. (천천히 그에게 다시 다가가며) 저 선물 정말 기대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도 돼요. 필규씨도 계속 제 곁에 계셨잖아요. 제가 무슨 짓을 하든... 근데 저는 그러면 안돼요? (그의 앞에 우뚝 멈춰서며) 왜 그런 말을 해요? 필규씨는 자기 목숨이 가벼워요?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제 손에 죽어요. (총을 쥔다.)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을 데려갈 거에요. 절 혼자 두지 말라구요...
 
곽필규:하하... (허탈하게 웃어보인다. 당신, 왜 나를 마주 안아 주나요? 그렇게나 무거운 고통이 어린 말을 하면서, 당신은 왜 나를 보며 함께 미래를 그리고 싶어 하나요?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합니까? 어떤 말을 해야 당신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습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 곁에 있을 수 있겠냐는 말입니다. 이 가혹한 세상에, 제발 내 곁에 남아주세요. 하지만 이런 말을 어떻게 입 밖으로 내겠습니까?)
(그는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씨발...) 진짜 사람 말은 더럽게 안쳐들어요...
...너야말로 네 목숨이 가볍냐? 난 너랑 있으면 네 목숨이 한 줌 모래처럼 손가락 새로 빠져나갈 것 같은데.
너 정말... 이기적이야. 망할새끼...
(설봄이 총을 쥐자 필규도 자세를 고쳐잡고는 천천히 바르게 섰다. 싸울 생각인 것 같았다.)
(폭주한 탓일까, 그의 총은 이미 어딘가로 날아가버리고 없어져있었다.)
 
곽필규와 설봄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설봄:이기적인 건 필규씨도 똑같아요.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2
 
필규는 당신의 공격을 피하지 않습니다.
 
곽필규:...닥쳐! (설봄이 무슨 말을 하든 달려들어 주먹을 날린다.)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필규의 주먹이 봄이에게 정통으로 내리꽂힙니다.
 
설봄:(악)
(비싱식량을 사용한다.)
 
설봄 HP +3
 
설봄:(필규를 때려눕히기 위해 총을 잠시 바닥에 두고 주먹을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가뿐하게 피한 필규 탓에, 설봄의 주먹이 허공을 가릅니다.
 
곽필규: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곧바로 이어서 네게 주먹을 날린다.)
 
총이 맞은 부위가 가져다 준 충격때문일까 필규는 순간 비틀거리며 주먹을 엉뚱한 곳으로 휘두릅니다.
 
설봄:(필규가 비틀거리는 틈을 타서 공격한다.)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곽필규:윽..., (머리에 느껴지는 충격에 비틀거리다가, 이미 너덜거리는 장갑을 낀 손을 꽈악 쥐고 달려든다.)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설봄:(필규의 공격을 피한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필규의 주먹을 맞으니 입에서 피맛이 맴돕니다.
 
설봄:...(필규가 쓰러지지 않자 다시 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총으로 그를 향해 조준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6
 
역시 근접전으로는 그를 이기기 힘듭니다.
 
그는 최강의 크리쳐이니까요.
 
다시 총을 손에 쥔 봄이는 정확하게 그의 배에 총알을 명중시킵니다.
 
곽필규:아윽...!! 헉... 윽..., (꽤나 아팠는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무릎부터 무너져내렸다.)
 
설봄:(그가 쓰러지자 움찔하더니 인상을 쓰곤 그에게 달려가 안아준다.) 미안해요... (그리고는 핸드폰에서 봤었던 주문을 쓴다.)
rolling 1d6
 
( 
4
 
 )
 
 
= 
4
 
설봄 마력 -4.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으윽...하아... 저리, 꺼져... (상당히 피를 흘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저를 안아준 그녀의 등을 팍팍 친다. 힘이 빠지고 있어 그런지, 별로 아프지 않다.)
 
설봄,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조금만 참아요... (맞는 와중에도 그를 계속 껴안고 있다.)
 
곽필규:윽, 흐윽... 개새끼... (그마저도 힘이 빠졌는지 손이 그녀의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흐느끼는 소리가 설봄의 귓가에 들려온다.)
 
설봄, 정신력 판정.
 
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설봄, 다시 정신력 판정.
 
설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설봄, 당신이 외운 주문은 성공적이었습니다.
 
A시가 폭파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다소 진정된 필규는 당신의 품속에 힘없이 안겨옵니다.
 
전투가 종료됩니다.
 
곽필규:...아파. (힘없이 중얼거리다가, 감은 눈을 떠 제 앞에 있을 설봄을 바라본다.)
 
설봄:(필규의 눈가를 쓰다듬는다.) 아프죠, 그러게 왜 말을 안 들었어요... (그를 꽉 끌어안는다.) 죽지 말라 그랬잖아요. 바보는 필규씨예요...
 
곽필규:(설봄이 꽉 끌어안자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는다. 그럼에도 더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이 아픔의 크기는 내가 너를 그만큼 아낀다는 사실의 증명이다.) 참나... 내가 왜 바보냐... 난 너한테 바보가 되기 싫어서 그랬는데.
...사람의 몸은 한 번 뿐인 인생을 살기엔 너무나도 유약하잖냐. 그러니까, 살으라고. (살아줘. 지금 네 뺨을 쓸어내릴 때마다 나의 손 끝이 불타는 듯이 달아오르는데. 네 창백한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심장이 저려올 만큼 짙은 감정을 느끼거늘. 나의 이 마음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살아줘. 지금 네 귀에 속삭일 때마다 나는 세상의 소리가 내 문장을 삼켜버릴까 두려워. 네 그 바다빛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내가 그 색을 볼 때마다 너를 떠올릴 수 있도록 살아줘.)
하, 미련한 녀석이... 사람은 이렇게 패놓고 곁에 있겠다는 말을 할 수가 있냐. 미친새끼아냐 완전... (제 팔을 올려 눈가를 가렸다. 그럼에도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그럼 말 했으면 지켜. 내 곁에 있어. 무슨 일이 생긴다해도 곁에 있어줘. 모두가 사라지고 바라볼 수 없는 마음만이 남는다고 해도 내 곁에 남아줘... 그러니까... (꾸욱, 말을 잇지 못한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설봄:바보... 바보예요. 미련하고 이기적이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필규씨는 제가 무슨 짓을 하든 이해해 줬으면서... 계속 함께해 주셨으면서... 저한테도 그럴 기회를 주세요.
(필규의 붉은 눈동자를 하염 없이 바라본다. 조금이라도 눈에서 벗어나면 그가 바스라져 사라질까봐... 소중하다는 듯 어루만진다.) 미친새끼라서 싫어요? (그가 계속 울자 눈물을 살살 닦아준다.)
당연하죠, 전 계속 곁에 있을 거예요. 그 어떤 것이 닥쳐온다해도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예요.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걸로 충분해요, 이 약속. 제 선물은 필규씨니까요... (그의 손등에 살포시 입을 맞춘다.)
우리 앞으로 어떡할까요? 둘이서 멀리 도망이라도 가버릴까요? (농담을 하고는 작게 웃는다.)
 
곽필규:...(남이 웃는 모습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말에 이리도 공감하게 될 줄 알았나. 이 사람은 언제나 나를 미치게 했다. 그녀는 과거를 잊은 괴물이 되어서도 결코 마음을 잃지 않았다. 사랑받는 법을, 사랑하는 법을, 그것만큼은 결코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겼다.
그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내가 받은 상처의 곱절을 돌려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껄이는 것. 네 속을 조금이라도 더 헤집어 놓는 것. 미친새끼는 바로 나였다.)
넌... 내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옆에 있고 싶어하냐. 후회하지나 마.
(한평생 들어왔던 설교와 명령보다 어찌 너의 짧은 메세지가 이토록 나의 안으로 파고든단 말인가? 더 이상 또 보자는 바보같은 인사말은 필요 없었다. 이 은밀한 밀회는 아마 오늘이 끝이 아니리라.)
욕심이 그렇게 없어서 어떡하냐, 나같은 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니... 착한 아이도 울고 가겠네.
(작게 웃던 설봄을 바라보던 필규는 그녀의 뺨을 감싸고...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별로 달콤한 맛은 아니었다. 쇠맛이 나는 비릿한 혈향이 입 안을 맴돌았다.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 내가 네 생각보다 너를 사랑함을 알고나 있냐. 내가 네 생각보다 영악하고 능숙함을 아냐. 하지만 결국 나의 가장 좋은 부분들만 네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알아? 그래서 내 입술에 독을 묻히고 네게 입을 맞췄어. 그런데 그건 아무래도 자살 행위였던 게 분명해. 입술에 묻힌 독은 네게 입을 맞추기 전의 내가 다 먹은 거야. 나는 너를 죽이기 싫었던 거야.)
 
곽필규:그럴까... 우리, 떠날까. 이 좆같은 곳에 널 더 이상 놔두고 싶지 않아. 멀리, 평범한 사람처럼, 이 세상이 망하기 전처럼, 살자.
 
설봄: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을까요... 그러는 필규씨는요? 제가 좋아요? (헤헤 하고 웃는다.)
후회 안 해요, 절대로. (그의 손을 어루만진다.) 이미 충분히 욕심 부렸어요. 필규씨가 제 옆에 있잖아요.
(필규가 입을 맞춰주자 눈을 감고 그를 받아들인다. 그의 어떤 감정이든...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한 맹세를 걸고 입을 맞춘다. 그 입맞춤이 기쁜 마냥 조금 더 그를 세게 끌어안으며, 미소가 번지고 들뜬 숨을 내뱉는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다.)
좋아요...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러 떠나요. 단 둘이...
 
곽필규:좋아하지...당연한 걸 묻지 마. 바보야. (솔직하게 좋다, 라고 말하는 것이 못내 부끄러웠는지 그의 뺨이 붉은색으로 수놓였다. 설봄의 대답을 들은 필규는 편안한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하고... 이내 일어났다. 그새 상처가 아물어 조금은 참을만해진 것 같았다.)
 
.
 
.
 
두 사람, 어떠한 약속을 하였나요?
 
그 약속은 곧, 두 사람의 사랑을 붙드는 지대한 맹세일 것입니다.
 
필규는 봄이를 안아 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립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야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푸른 빛이 일직선을 그립니다.
 
내리던 눈이 멎으면, 도시를 잠식한 어둠이 걷혀갑니다.
 
밝아오는 새벽하늘 너머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필규와 봄이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감겼다 내려앉습니다.
 
곽필규:달릴 수 있냐?
 
평온한 어조로 필규가 물어오면,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설봄, 당신은 최강의 인류잖아요?
 
달칵, 봄이의 목줄이 풀린 뒤 처음으로 깊게 삼킨 겨울 도시의 공기가 폐를 콕콕 찌릅니다.
 
너덜너덜해진 군복을 한 번 고치고, 필규의 얼굴을 돌아보면…….
 
빛이 돌아온 눈동자에 고스란히 당신이 담깁니다.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로를 눈에 담고,
 
앞으로, 또 앞으로.
 
ED 1. 클리셰 SF 세계관의 인간도 계속계속 살아가고 싶어!
 
설봄, 곽필규 생환.
 
설봄과 곽필규는 안전지대를 벗어납니다.
 
곽필규:
설봄을 아주아주 사랑함 Roll
기준치: 1000000000000/500000000000/200000000000
굴림: 7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최강의 키퍼 리체님!! 고생하셨습니다~~

210320〔Help Me, Bloody Cherry!〕로그 백업

TRPG/봄이♥필규

202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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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 Me, Bloody Cherry!

w. 24

KPC. 곽필규 (리체)

PC. 설봄 (종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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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24
 
 
KPC. 곽필규 (리체)
 
PC. 설봄 (종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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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한 초등학교.
 
설봄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열어둔 창문으로 여름 바람이 불어옵니다.
 
곧 주말인 터라,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주말 일정에 대해 떠드는 대화가 시작됩니다. 당신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어느새 대화의 주제는 무서운 소문으로 넘어갑니다.
 
반에서 가장 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지난 주말에 공동묘지 근처를 지나가는데, 눈빛이 형형한 괴물을 만났지 뭐야?”
 
같은 말을 하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합니다.
 
공동묘지 울타리에 심어진 큰 나무만 한 키를 가진 괴물이었다고 해요.
 
삽시간에 아이들은 토요일 밤에 공동묘지로 담력시험을 가자는 제안을 하네요. 너도나도 동참합니다.
 
설봄:(헉...)
 
같은 반 아이:봄아, 너도 갈거지? 그치?
 
설봄의 의사가 어떻든, 그날은 당신이 가족과 연극을 보고, 외식도 하기로 약속한 날입니다.
 
그것도 봄이가 기대하던 연극을 보고, 좋아하는 식당에 가기로 했거든요.
 
부득이하게 거절해야만 할 것 같아요.
 
물론 당신이 정말로 담력시험에 참가하고 싶다면 가족에게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공동묘지에 갈 수도 있겠지만요.
 
설봄:(묘지... 무서운뎅)
(쭈뼛쭈뼛 거리다가 고개를 저으며) 나 그때 약속이 있어서... 미안해애.....
 
곽필규:뻥치지마 니 무서워서 그러지? 겁쟁이 (메-롱, 다른 반에 놀러온 필규가 봄이를 놀리는 듯 혀를 내민다.)
 
설봄:(필규가 놀리자 찔린 것인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보다가, 그가 메-롱하자 혓바닥을 손가락으로 찌른다.)
 
곽필규:(똑같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쳐다본다. 화들짝 놀라 얼른 혀를 넣고는 빨개진 얼굴로 벌떡 일어난다.) 뭐.. 뭐하는거야!!
흥, 무서워서 그런 거 맞구만. 쟨 무섭댄다!! 냅둬! (그러고는 홱 돌아선다.)
 
곽필규는 반에서 영향력이 꽤 큰 아이예요.
 
친구들에게도,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좋습니다.
 
그런 필규가 봄이를 놀리자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놀리기 시작하네요.
 
설봄:(다들 안 무서운 건가..?)
 
필규가 나가고 곧 선생님이 들어와 수업이 재개됩니다.
 
수업 중간에도 담력시험에 가는 아이들끼리는 키득키득 소곤거리며 밤 9시에 공동묘지 입구에서 만나자, 손전등 꼭 가져와야 해, 같은 대화를 합니다.
 
.
 
.
 
토요일 저녁, 봄이는 부모님과 함께 멋진 연극을 보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극장과 레스토랑이 있는 곳은 다른 마을이라, 봄이가 사는 마을에 접어들자 시간은 이미 밤 10시를 넘었네요.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안락한 진동을 느끼다 보면 어느덧 잠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봄:(zzz)
 
설봄 어린이, 듣기 판정!
 
설봄: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하면 마을이 어째 소란스럽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른들이 모여, 손전등을 흔들며 “찾았어?” “아직!” “빨리 찾아!” 같은 말을 하네요.
 
설봄:(비몽사몽)
(소란스러운 소리에 창문을 쳐다본다.)
(모지?)
 
창문 바깥으로 소란스러운 어른들을 보고 있자면, 앞에 계시던 부모님이 말을 얹습니다.
 
"무슨 일이야?"
 
"글쎄, 담력시험에 간 아이 중 하나가 사라졌다는데."
 
걱정스러운 기색이네요.
 
설봄:(무섭당)
 
부모님은 봄이를 염려해 바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바깥으로 어른들이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하며 아이들을 해산시키는 모습이 보입니다.
 
각자의 부모가 와 아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알지 못하는 채로, 봄이는 잠이 듭니다.
 
.
 
.
 
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 봄이는 일어나자마자 새벽녘에 필규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부모님의 안색도 좋지 않네요.
 
장례식은 이례적으로 빨리 치러져, 당장 오늘 시신을 공동묘지에 묻는다고 합니다.
 
부모님:얘야, 장례식은 같이 갈거니? 힘들면 쉬어도 좋단다.
 
설봄:(같이 가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엄마 손을 잡는다.)
 
부모님:(옆에서 선택받지 못해 울고있는 아빠를 뒤로하고 봄이를 꼬옥 끌어안아준다.) 그래, 힘들면 중간에 말하고.
 
설봄:네에...
 
검은 옷을 꺼내 입은 오후, 공동묘지로 가면 장례식이 시작됩니다.
 
검은 옷을 입은 마을 사람들이 공동묘지에 서 있습니다.
 
필규의 관은 아주 작고, 사람들은 애도를 표하며 꽃을 장식합니다.
 
관은 꽉 닫힌 채라 (얼마나 심하길래요!) 필규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필규의 가족이 한쪽에서 창백한 낯으로 서 있습니다.
 
목사가 길고 긴말을 읊지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 틈에 서 있자니, 자연스레 그들의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설봄:(울먹)
 
귀가 밝다면 엿들을 수 있고, 말솜씨가 좋다면 대화에 낄 수도 있겠죠.
 
다만 아직 어린 봄이에게 끔찍한 이야기를 하는 걸 사람들은 다소 꺼릴테지만요.
 
설봄: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일렁이는 마음 탓일까, 그런 거에 신경 쓸 겨를이 생기지 않습니다.
 
울먹이는 당신의 손에도 흰 꽃이 건네집니다.
 
생전 필규의 태몽에 나왔다던 국화꽃입니다.
 
눈이 빨개진 같은 반 아이들이, 그리고 선생님이 보입니다.
 
여러분은 줄을 지어 관에 꽃을 내려둡니다. 새로운 흙냄새가 짙게 납니다.
 
설봄:(으앙 ㅠㅠ)
 
부모님:(토닥토닥)
 
이윽고 관이 묻힙니다. 흙이 덮이고, 모든 것이 어둠에 잠깁니다.
 
장례식의 끝입니다.
 
똑똑, 문 열어줘
 
그로부터 일주일입니다.
 
필규의 소문은 마을을 뒤덮고, 점점 와전되기에 이릅니다.
 
아이들은 필규가 괴물에게 죽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공동묘지로 향하는 발길은 날로 뜸해지고, 필규의 가족은 견디지 못하고 이사해버립니다.
 
필규의 책상이 있는 자리엔 흰 꽃이 든 꽃병이 올려집니다.
 
토요일 밤, 봄이는 혼자서 집을 보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친구 모임에 갔기 때문이에요.
 
부모님은 당신에게 절대 집 밖에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아이들은 어둠이 내리면 단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갈 수 없었으니까요.
 
설봄:(심심행)
 
자, 어쨌든 자유 시간입니다.
 
봄이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주말 동안 TV는 재밌는 영화를 송출하고, 새로 산 책이나 게임도 잔뜩 있으며, 맛 좋은 과자나 주스 등도 갖춰져 있습니다.
 
설봄:(바닥에 앉아서 종이에다 그림을 그린다.)
(유령을 그린다.)
 
혼자 남은 당신은 귀여운 유령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밤 10시를 넘은 시점에, 그 일이 벌어집니다.
 
설봄 어린이, 관찰력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봄이는 인기척을 느낍니다. 봄이의 방 창문 밖에서 말이에요. 여긴 분명 2층일텐데요?
 
그리고
 
설봄:(엄마인강)
 
똑똑,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겠어요?
 
“문 열어줘. 들어가게 해줘.”
 
음산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설봄:(깜짝!!)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분명히 밖에 누군가 있는데도 창문 밖에는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아요.
 
설봄:어..엄마.. 엄망........
 
똑똑, 똑똑똑...
 
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
 
설봄:(ㅠㅠㅠㅠ)
엄마아.........(ㅠㅠ)
 
“문 열어줘. 들어가게 해줘."
 
설봄:(바닥에서 꿈질거리며 몸을 웅크린다.)
 
봄이가 계속 열어주지 않는다면 초조한 듯이 똑똑똑똑똑똑에서 쾅쾅쾅쾅쾅쾅으로 바뀌다가,
 
“얼른 열어! 굼벵이도 아니고 뭐 하는 거야?!”
 
앗,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설봄:(..??)
 
기억을 되살려보면, 익숙한 필규의 목소리입니다.
 
충격적입니다. 문 너머에서 죽은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니요.
 
하지만 마냥 놀라기엔 목소리엔 짜증이 섞여 있고, 또 그렇게 무서운 느낌도 아니고…… 정말 평이하게 들려옵니다.
 
설봄:(귀..시닝가...)
(천천히 창문쪽으로 다가가서 문을 열어본다.)
 
문을 열면, 틀림없는 필규가 단단히 성이 난 얼굴로 창턱에 앉아있습니다.
 
곽필규:왜 이렇게 늦게 열어!
 
얼굴이 좀 창백하기는 하지만 유령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그에게선 흙과 풀 냄새가 나고, 정장에 검은 천을 망토처럼 걸치고 있습니다.
 
옷을 보면 다시 유령인 것 같기도 하네요.
 
설봄:(깜짝놀라서 바닥에 주저 앉는다.)
 
설봄 어린이, 관찰력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저앉아 올려다 본 필규에게는 뾰족한 송곳니가 도드라지는 것만 같아요.
 
이쯤 되면 봄이도 필규의 정체가 뭔지 알 수 있겠죠.
 
이성 판정 0/1D3
 
설봄:(강아지..?)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설봄 어린이, 이성 1 감소!
 
당신이 주저앉든 말든, 필규는 씩씩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망토 끝자락이 끌리며 흙 알갱이를 떨굽니다.
 
곽필규:뭘 그렇게 주저 앉아있어?!
당장 뭐라도 가져와! 배가 등에 달라붙겠어!
 
설봄:(필규를 멀뚱히 쳐다본다... 꿈인가...?)
 
곽필규:(봄이가 멍하니 있자 한층 더 성을 낸다.) 야! 귀먹었어? 얼른!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아!
 
설봄:선..선배........ 주근 거 아니였어여...??
 
곽필규:미쳤냐? 누가 그래?
눈뜨니까 이상하고 컴컴한 곳에 갇혀있기나 하고... 아 몰라! 며칠이나 쫄쫄 굶었더니 죽을 것 같아! 너 먹던 간식이라도 없냐?
 
설봄:(필규가 죽은 게 아니라는 사실에 글썽이더니 그에게 달려들어 껴안는다. 어찌나 세게 달려든 건지 둘 다 쿠당탕 넘어진다. 넘어져도 아량곳 않고 봄이는 필규를 껴안고 얼굴을 부비적거린다. 배고프다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나보다.) 무서워써요... 귀싱인 줄 알고... (웅엉웅얼)
 
곽필규:아악 (배가고픈데 넘어져 바닥과 포옹하니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아진 필규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굳이 말하자면 봄이한테 안겨있는거지만... 저를 껴안은 봄이의 어깨를 슬쩍 밀어내고는 마주 보았다.) 귀신이 어디있냐? 세상에 아직도 애같다니까. 그리고 나 더러우니까... 이러면 너도 더러워져 바보야..!
 
설봄:(필규가 밀어내자 필규의 옆에 앉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막... 성배가 괴물한테 먹혔다고... 그랬단 말이에여... (필규의 옷을 마구 털어준다.)
이제 깨끗해여!! (다시 안아준다.)
 
곽필규:헛소리하지마! 물론 뭐.. 이상한 놈을 본 것 같기도 한데... (끄응, 배가 고파 그 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지 아무렴 좋다는 생각으로 설봄에게 끌어안겨 있던 필규는 한 번 꼬옥, 안아주고 다시 밀어냈다.) 안돼! 좀이따 우리 집에 새 옷도 가지러 가야겠어. 온통 흙냄새야 젠장
(그리고 봄이의 침대 옆 탁자에 있던 과자를 멋대로 집어먹었다가 과자가 그대로 입에서 쏟아져나온다...) 우웩 대체 이런걸 어떻게 먹어..? 상했잖아?
너네 집에 다른 거 없어..?
 
하지만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잘 먹고 있었는걸요.
 
설봄:(상했나...?)
거실에 먹을 거 더 있긴 한데...
(필규를 데리고 거실로 내려간다. 탁상 위 바구니에 간식이 몇 개 담겨있다.) 요기...
 
곽필규:(간식을 집어먹더니 아까처럼 다시 뱉는다. 우웨엥...) 너네 집엔 멀쩡한 음식은 없는거냐?
 
모두 잘만 먹고 있던 음식인데, 필규에겐 맞지 않는 것일까요?
 
억울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필규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줍시다!
 
집에 먹을 게 있던가?
 
필규가 먹을만한 음식이 있을까요?
 
우선은 재료가 많은 주방을 살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설봄:(주방으로 가서 찾아본다.)
 
주방에 오니 [식탁]에는 봄이를 위한 저녁이 차려져 있습니다.
 
최근 부모님이 장을 보셨으니, [냉장고]에도 무언가 있을 거예요. [찬장] 안에는 뭐가 있었더라?
 
설봄:(식탁을 본다.)
 
양념한 닭고기와 양상추, 양파가 든 호밀빵 샌드위치, 베이컨을 곁들인 스크램블드에그, 요거트 드레싱을 뿌린 어린잎 샐러드가 놓여 있었습니다.
 
왜 과거형이냐고요?
 
이미 저녁을 먹었잖아요. 식탁은 텅 빈 그릇만 가득합니다.
 
설봄:...
(냉장고를 열어본다.)
 
냉장고 안에는 신선한 재료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네, 신선한 재료가요.
 
레몬, 토마토, 셀러리, 감자, 오이, 양파, 당근, 양배추, 달걀, 버터……
 
아무리 그래도 재료 그 자체를 먹으라고 줄 순 없겠죠?
 
설봄:(냉장고를 닫고 찬장을 열어본다.)
 
음식은 아니지만, 각종 소스나 향신료들이 가득합니다.
 
소금, 설탕, 후추, 올리브유, 우스터 소스, 발사믹 소스, 타바스코 소스, 레몬즙, 케첩, 마요네즈, 꿀, 메이플 시럽……
 
그 외 접시나 찻잔 등이 차곡차곡 놓여 있네요.
 
설봄:(먹을게 없당)
 
곽필규:(먹을게 없군)
 
먹을 게 없습니다.
 
이쯤 되면 내가 왜 필규의 말을 들어주고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요.
 
일단은 생각해볼까요?
 
설봄 어린이, 지능 판정!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간단한 요리 정도는 봄이라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어디 보자, 집에 요리책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어디에 있더라?
 
설봄:(서재에 있나?)
(서재로 가본다.)
 
요리책이 여기에 있을까요?
 
공용 서재는 책장마다 가족들이 관심 있는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아빠의 책장], [엄마의 책장], [독서용 책상] 등등.
 
당신을 따라온 필규는 푹신한 의자에 앉아봅니다.
 
설봄:(아빠 책상을 본다.)
 
최근 부쩍 요리에 관심이 많은 아빠의 책장엔, 과연 요리책들이 몇 권 꽂혀 있습니다.
 
설봄 어린이, 자료조사 판정!
 
설봄: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스테이크 레시피가 적힌 책을 찾았습니다.
 
이외, [초보자도 쉽게 만드는 칵테일 제조법], 이란 책도 한 권 보이네요.
 
핸드아웃 확인.
 
블러디 메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서도 적혀있어요.
 
영국 최초의 여왕이 된 메리 1세가 재위 동안 1만여 명의 성공회 신자를 처형하자, 전 유럽은 이를 두려워하며 피의 메리, 블러디 메리라 칭했습니다.
 
토마토를 사용한 이 칵테일은 과연 피처럼 붉은빛이네요.
 
정말 피 맛이 나진 않겠지만요.
 
설봄:(레시피 책을 다 들고 엄마 책상을 살펴본다.)
 
무서운 것을 좋아하는 엄마의 책장엔, 보기만 해도 쭈뼛 소름이 돋는 공포 책들이 몇 권 꽂혀 있습니다.
 
표지만 봐도 무서워지네요.
 
설봄 어린이, 행운 판정!
 
설봄: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책 중에서 한 권이 쏙 빠져나와 아래로 떨어집니다.
 
[무시무시! 동서양 괴물 대백과]라고 하네요.
 
특정 페이지에 책갈피가 꽂혀 있습니다. 흡혈귀 페이지입니다!
 
설봄:(무시무시..)
 
곽필규:왕! (놀래켜봄)
 
설봄:으앙!!!!!!!!!!
(책 떨굼)
 
곽필규:(화들짝) 왜그렇게...소릴질러?!
 
설봄:(책을 다시 주워서 읽어보라는 듯 필규에게 준다.)
이거 보고 있었어여.....
사람 피를 빨아먹는 대요. 모기 같당.
 
곽필규:동서양 괴물 대백과...?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걸 훑어내린 필규는 모기같다고 말하는 설봄을 째려보았다.)
흥, 너도 날 푸대접하면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지. 모기처럼... (일부러 송곳니가 난 이를 딱딱 부딪혔다.)
...장난이야. 먹을 건 언제 되냐? 배고파.
 
설봄:선배는 괴물도 아니잖아여...... (필규가 겁주자 시무룩해진다.) 쪼금만 기다려여.
(독서용 책상을 본다.)
 
곽필규:(조금 미안해졌는지 머리를 톡톡 쓰다듬는다.)
 
한편에 날짜 지난 지역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마을 공동묘지에서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다.
 
……굳이 읽을 필요는 없겠죠.
 
설봄:(신문을 슬쩍 보더니 책을 꼭 안고 다시 주방으로 도도도 뛰어간다.)
 
먹어줘, 블러디 메리!
 
본격적인 요리를 해봅시다!
 
이렇다 할 레시피를 건진 건 블러디 메리뿐일까요.
 
이걸로 괜찮을까 싶지만, 만일 필규가 흡혈귀가 되었다면……
 
피의 이름을 가진 새빨간 주스를 좋아할지도 모르잖아요.
 
보드카는 빼고 만듭시다!
 
마실 것으론 블러디 메리를 만들고, 메인 요리로 스테이크를 만들어보기로 합시다!
 
손을 깨끗하게 씻었다면, 설봄 어린이 요리 판정!
 
설봄:
요리 Roll
기준치: 35/17/7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스테이크도 다 굽고, 블러디 메리도 다 만든 봄이는 식탁에 이쁘게 둡니다.
 
그런데, 스테이크를 칼로 잘라보니 속이 하나도 안익은거 아니겠어요?
 
곽필규:...이거 생고기야? (포크로 핏물 나오는 스테이크를 푹 찍어본다.)
 
설봄:꾸웠어여...
 
곽필규:(한 입 썰어서 입 안에 우물우물 넣고 씹어삼킨 필규는 시무룩하게 맛 없어...라고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블러디메리를 마시더니 표정이 밝아진다.) 이건 맛있어.
(목이 정말 마른 것처럼, 쉬지도 않고 한 잔을 다 들이켰다. 이윽고 잔을 내려둔 그의 입술에 갈린 토마토가 새빨갛게 묻어 있었다. 피를 마신 흡혈귀처럼.) 한 잔 더 먹고싶어!
(기분이 좋은 것처럼 활짝 미소지은 필규의 안색이 훨씬 좋아보였다. 혈색도 도는 것 같고...)
 
설봄:(필규가 맛있다고 하자 덩달아 표정이 밝아진다. 그리곤 잔을 가져가서는 다시 레시피를 보고 만들어준다.)
(잔을 다시 필규 앞에 가져다 준다.)
 
곽필규:(꼼질꼼질거리며 봄이가 만들어 준 블러디 메리 두 잔을 다 마신 필규는 기분 좋은 듯 자리에 앉아 다리를 통통 흔들었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봄이를 한 번 꼬옥 안아준 필규는 그제서야 제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까 나 왜 그런 땅 속에 갇혀있었던거지? 넌 아냐?
 
설봄:(필규가 안아주자 방긋 웃더니 자기도 안아준다. 그리곤 필규가 묻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냥 선배랑 애들이랑 묘지 갔을 때... 그때 주것다고 들었어여...
그래서 막... 장례식도 하구... 그랬는데......
묘지가서 무승 일 있던 거 아니에여.....?!
 
곽필규:(눈이 휘둥그레진다.) 묘지가서... 어, 음... 괴물? 어떤 이상한 녀석을 만나긴 했어. 그런데 죽었다고? 난 그냥 그 녀석한테서 도망치려다가.. 뭔가 이상한 걸 먹고... 모르겠다. (한층 시무룩해보인다.) 그럼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됐는데?!
 
설봄:기억 안나여...?
이상한 녀석이면... 역시 괴물...? 귀신...?
성배 부모님은...... 이사가써요...
 
곽필규:몰라 어쨌든 그 놈 팔을 콱 물었는데, 그 이후로 자고... 일어났더니 이상한 곳에 있었어. 그게 다야.
이사??
이사?????????????
날 두고???????
 
필규 어린이, 산치체크 ㅋㅋ
 
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
 
설봄:헉...... 무섭당
(이사 갔다는 듯이 끄덕끄덕 하더니 어디로 갔냐는 물음에 고개를 젓는다.)
잘 모르게써요....
 
곽필규:(울듯말듯, 안절부절한 표정이 된 필규는 조금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나 죽은 거 맞나보구만... 너는 아무렇지도 않네.
야, 부탁이 있어. 그럼... 그럼, 당분간만이라도 좋으니까 내가 집 찾을 때까지만 그 블러디메리인가? 하는 그거 만들어주면 안되냐?
 
설봄:안 죽은 거 아니에여?? 지금 이렇게 움직이잖아여!
알게써요, 근데 집은 어떻게 찾아여?
 
곽필규:(듣고보니 맞는 것 같다.) 그르...냐? (팔랑귀) 그래, 멀쩡히 움직이긴 하니까.
(그 말에 몸을 움찔한다. 저도 거기까지는 생각해둔 게 없는 듯...) ...난 낮에 돌아다닐 수 없어. 아까 낮에 일어났는데 나오려다가 햇빛이 더럽게 싫어서 다시 들어갔거든.
(그러고는 봄이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도와달라는건가?)
 
설봄:그렇져, 잠깐 자다 일어난 거져.
낮에 못 나가면 어떡해여?? 엄마가 밤에 나가지 말라 그랬는뎅......
낮에 나가려면 우산이라도 써야하나...?
 
곽필규:몰라, 난 밤에 돌아다녀도 괜찮던데?
(한 번 설봄을 훑어본 필규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너같은 겁쟁이는 안돌아다니는 게 낫겠다. 그냥 뭐... 나중에 너네 부모님한테 우리 부모님 어디갔는지 물어만 줘도 괜찮고.
 
설봄:(겁쟁이라고 하자 뾰루퉁해진다.) 알게써요..
 
곽필규:(뾰루퉁한걸 알았는지, 다시 봄이를 꼬옥 안아준다.) 오냐 고맙다 고마워. 삐지기는...
 
설봄:(필규가 안아주자 봄이도 껴안는다... 둘이 점점 꼬질꼬질해지는 거 같다.) 선배, 흙 냄새 나여.
 
곽필규:(... 저때문에 꼬질꼬질해진 봄이를 보며 어색하게 떨어진다.) 너도.
여기 욕실은 어디냐? 좀 빌려야겠는데. 그리고 너도 쓰고.
 
설봄:욕실... (욕실 방향을 가리키더니 필규를 데리고 욕실로 간다.)
 
곽필규:(욕실로 설봄에게 끌려온 필규는 옆에 있던 거울을 보더니 숨 삼키는 소리를 낸다. 놀란 것처럼.) 헐.
...내 모습이 안보여.
 
설봄:(필규를 쳐다보며) ???..... 보이는 데여?
 
곽필규:아니, 바보야. 거울을 봐. (손가락으로 거울을 가리킨다. 과연 봄이 혼자만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설봄:(필규의 손짓에 거울을 쳐다본다. 거울에 제 모습만 보이는 걸 보자 입이 떠억 벌어진다.) 우와!!
신기하당... (필규를 쿡쿡 찌른다.)
 
필규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이성 판정 0/1
 
설봄: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콕콕 찔리자 어이없다는 듯 설봄을 바라본다.) 넌 아무렇지도 않냐?? (흠, 잠깐 고민하던 필규는 봄이 볼을 꼬집고 욕조 앞으로 데려온다.) 맛있는 것도 얻어먹었으니 특별히 씻겨주지! (물을 욕조에 받는가 싶더니 봄이한테 살짝씩 물장구를 치며 장난친다.)
 
설봄:신기하잖아여... 거울에 안 보이는 거... 마술 가타요. (필규가 씻겨준다는 말에 가만히 기다리다가, 필규가 물장구를 치자 봄이도 필규에게 물을 뿌리면서 장난친다.)
 
곽필규:흥, 별게 다 신기하다. (새침하게 말하다가도 아이는 아이였는지, 이내 큭큭 웃으며 장난치다가 설봄을 욕조에 밀어넣어버린다.)
 
뽀득뽀득
 
두 사람은 욕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새 옷까지 차려입으니, 한결 깨끗해진 기분이네요!
 
곽필규:(수건을 돌돌 말아 봄이 머리에 양머리를 해준다.)
 
설봄:우왕
 
이후는 평범한 아이들이 하듯이 어울려 놉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학교 애들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고요.
 
참, 밤 11시가 넘어서자 거실의 전화기가 울립니다.
 
받아보면 부모님이에요.
 
집은 잘 보고 있는지, 위험한 일은 없었는지.
 
주변이 소란스럽자 혹시 집에 누가 놀러 왔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어요.
 
설봄:[집 잘 보고 있었어요, 아무 일도 없고... 그리구... 칭구가 놀러왔어여.]
 
부모님:[이 늦은시간에? 그 친구는 자고 가는거니?]
[그래, 그럼... 친구랑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일찍 자렴. 알았지?]
 
설봄:[자고 갈걸여...? 모르겠어여.]
[일찍 잘게요!]
 
부모님:[그래, 좋은 꿈 꿔. 이쁜 내 딸.]
 
곽필규:(전화하는 봄이 뒤로 슬금슬금 다가와서 얼굴을 불쑥 내민다.) 벌써 자냐? 더 놀아줘.
 
설봄:(필규가 얼굴을 불쑥 내밀자 놀란다.) 선배는 안 자여?
 
곽필규:난 밤에는 안자서. 심심하니까.. (뭐 문제있냐는 듯 눈을 깜빡거린다.)
 
설봄:밤에 안 자면 졸리자나요!
 
곽필규:난 낮에 자니까 괜찮아. 그럼 넌 이제 잘거냐? (고개를 갸웃한다.)
 
설봄:움......... 아직 안 졸려여.
그럼 머하고 놀아요?
 
곽필규:진짜냐? (안색이 밝아진다.)
넌 뭐하고싶은데? 영화 보는 것도 괜찮고 게임하는 것도 좋은데 난.
 
설봄:영화 볼까요??
 
곽필규:오냐! (설봄의 손을 잡더니 제가 알아서 거실로 이끈다. 폭신한 소파에 같이 앉은 필규는 TV를 틀었다. 마침 무서운 영화가 방영하고 있다...) 이거 볼까?
 
설봄:(필규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무서운 영화인지 아무래도 모르는 듯하다.)
 
곽필규:정말이냐? 웬일이래. 쫄보인 줄만 알았는데. (다시봤다는 듯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손을 꼬옥 잡고 영화를 감상한다.)
 
잘 만들지는 않은, 비급 공포영화 입니다.
 
비급 분장을 한 고스트페이스가 계속 화면에 튀어나와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설봄:(화들짝)
 
곽필규:(깜들짝, 손을 더 세게 쥔다.)
 
비명만 지르다가 조잡한 효과와 함께 죽어버리는 주인공...
 
왜 비급인지 알만하네요.
 
긴 영화를 보고나니 벌써 새벽이에요.
 
설봄:(하품)
 
필규는 여전히 쌩쌩한 것 같지만, 밀려오는 졸음에 눈이 감겨오려 합니다.
 
곽필규:볼만은했네. (하품하는 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손가락을 쑉 넣어본다.)
 
설봄:무서워여...... (필규가 손가락을 넣자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문다. 그대로 필규 손가락이 먹혔다.)
 
곽필규:(깜짝!) 그..그걸 왜 먹냐! 니가 더 무섭다. (슬쩍 손을 뺀다... 축축한 손가락...) 졸리냐? 졸리면 자든가.
 
설봄:저 자면 심심하잖아여.... (꿈뻑꿈뻑....)
 
곽필규:흥, 너 자도 다른 거 하면서 놀면 되거든. (봄이를 번쩍 안아든 필규가 처음에 제가 들어왔던 2층의 봄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힌다. 머리를 쓰다듬더니,) 바보야. 얼른 자.
 
설봄:(침대에 눕혀지고는 필규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꾸벅꾸벅 졸며 잠든다.)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당신은 잠에 빠집니다.
 
흐릿한 의식 사이로 “잘자, 내일 또 만나.” 같은 인사가 들린 것만 같아요.
 
흡혈귀는 토마토를 좋아해
 
과연 “내일 또 만나.”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던 것인지, 일요일 밤에도 필규는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다짜고짜 창문을 열어젖히는 통에 얼마나 놀랐던가요.
 
집에 부모님이 계시니 안 된다는 말로 돌려보내긴 했지만, 쫓겨나는 와중에도 배고프다고 투덜거리지 뭐예요.
 
“그 토마토 주스를 또 내놔!” 하면서요.
 
결국, 블러디 메리 한 잔을 창밖으로 건네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눈을 피한 만남이라니,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요.
 
그 날은, 필규는 블러디메리만 얻어먹고는 어디론가 금방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 돌아왔네요. 봄이는 학교에 갑니다.
 
학교까지 가는 길엔 상점가가 있는데, 그중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파는 [청과전]이 있습니다.
 
일찌감치 문을 열었네요. ……어라?
 
가게 안에 경찰이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설봄:(청과전을 살펴본다.)
 
가게 안에 들어가 가게 주인과 경찰의 얘기를 엿들어보니 가게에 도둑이 든 것 같습니다.
 
그것도 돈은 안 건드리고 토마토만 골라서 싹 가져갔다지 뭐예요.
 
그 많은 토마토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버린 겁니다!
 
황당한 사건에 가게 주인도 경찰도 어리둥절한 눈치입니다.
 
교실에 들어서면 봄이의 사교성 좋은 인싸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주말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일요일 밤마다 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숙제는 다 했는지 같은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수업이 시작됩니다.
 
선생님은 출석을 부를 때 필규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그의 것이었던 책상 위엔 흰 꽃이 꽂힌 꽃병이 놓여 있고요.
 
이상한 일이에요. 다들 필규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오직 당신만이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곽필규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어요. 흡혈귀가 되었으니까요.
 
그것도 피 대신 토마토 주스를 마시는 흡혈귀가.
 
잠깐만……, 토마토?
 
……기분 탓이겠죠?
 
이후 며칠 동안은 특별한 일같은건 생기지 않습니다.
 
마침 토마토가 사라진 사건이 마음에 걸리던 봄이는 우선 그것에 대해 알아보기로 합니다.
 
그러나 가게 주인은 진지하게 상대해주진 않습니다. 당연히 경찰서에 찾아가도 마찬가지예요.
 
설봄:(ㅠㅠ)
 
적절한 기능 판정에 성공한다면, 정보를 얻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가자, 어린이 탐정 설봄!
 
설봄: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몰래 가게에 들어가려다가 들켜 쫓겨나고 맙니다.
 
ㅜㅜ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가게에서 쫓겨나 시무룩해져 있던 와중, 근처에 놓여있던 신문에 눈에 띕니다.
 
인근 마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토마토’만 사라진 것이라 괴짜의 기행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요.
 
설봄:(토마토...)
 
당신은 토마토 가게를 뒤로 하고, 사건이 일어났던 공동묘지에 한 번 더 방문합니다.
 
그 후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어, 공동묘지는 한층 음산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잡초가 상당히 자랐네요.
 
필규의 무덤을 자세히 보면 흙이 파헤쳐진 흔적이 있습니다.
 
이 아래에 그의 관이 있는 거겠죠.
 
설봄 어린이, 행운 판정!
 
설봄: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봄이는 그만 지나가던 어른에게 그곳은 위험하니 당장 나오라며 야단을 맞습니다.
 
아쉬운대로 이만 떠나봐야겠습니다...
 
설봄:(우앙)
 
우앙 ㅜㅜ
 
당신은 그날 밤, 필규를 추궁해봅니다.
 
곽필규:(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왜 토마토를 훔치냐?... 너가 주는데.
(그러고는 괜히 입가를 슥슥 닦는다.)
 
설봄:음... 배고파서...?
정말 아니에여?!
 
곽필규:(뜨끔, 차마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는지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던 필규는 제 머리를 박박 헝클어뜨리며 얘기한다.)
...너가 매일 주는 건 아니잖냐! 너무 배고파서 가끔 한 두개씩 가져가서 먹었어.
근데 진짜 한 두개 뿐이라고.
 
이건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아요.
 
하긴, 토마토 몇 상자를 한 번에 훔쳐봤자 다 먹지도 못하니까.
 
며칠이 지납니다.
 
한 번의 해프닝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토마토 절도 사건은 그 횟수가 날로 늘어나, 인근 마을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복면을 쓴 수상한 사람이, 밤마다 가게 문을 따고 들어와 토마토를 훔쳐 가는 겁니다.
 
돈도, 다른 물건도 건드리지 않고 오직 토마토만. ONLY 토마토.
 
토마토 절도 사건은 지역 신문에 실려 소소한 화제가 되었습니다.
 
토마토만 훔쳐 가는 도둑 이야기를 어떤 이는 재밌어하고, 또 어떤 이는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지속해서 언급되는 토마토가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네요.
 
하지만, 팔 수 있는 토마토까지 떨어졌다니까요!
 
가게 주인들만 울상이 되었습니다.
 
“정말 울고 싶은 기분이야!”
 
한 명 더 있었네요. 곽필규 말입니다.
 
부모님이 집에 계실 땐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몰래 기어들어 온 흡혈귀는 하소연을 늘어놓습니다.
 
어딜 가도 토마토가 없다,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다, 벌써 사흘이나 굶었다. 그런 말들이 쏟아집니다.
 
사정은 딱하지만, 당신의 집에도 토마토가 없어요.
 
지난번에 마지막 토마토로 필규에게 블러디 메리를 만들어주었거든요.
 
이 사실을 알려주면 그렇지 않아도 창백한 필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립니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네요.
 
하긴, 흡혈귀 이야기는 참 많지만, 배가 고파서 굶어 죽은 흡혈귀 이야기는 멋이 없기도 해요.
 
그런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죠?
 
설봄 어린이, 관찰력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토마토 절도 사건이 실린 신문이 눈에 띕니다.
 
광고 지면인데, 토마토라는 단어가 분명 보였거든요.
 
이게 돌파구가 될지도...?
 
핸드아웃 확인.
 
바로 이웃 마을에 있는 토마토 농장입니다.
 
걸어서 편도로 30분 정도의 거리일까요. 여긴 도둑이 들지 않았나 봐요.
 
설봄:(신문을 뚫어지게 보더니) 선배 이거 바바요.
(신문을 보여주며) 토마토!
 
곽필규:(신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필규는 흥분한 표정으로 말한다.) 헐, 토마토!!
당장 가자!!
 
설봄:(끄덕끄덕끄덕)
 
잠깐!! 지금은 밤 10시가 넘었는걸요?!
 
곽필규:...정말이냐?? (이렇게 선뜻 수락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설봄:그치만... 배고프면 쓰러지잖아여.... (굶어서 말라비틀어지는 필규를 상상하더니 소름이 오소소)
 
곽필규:맞아, 나 이제 진짜 한계니까. 네 머리가 토마토로 보일 지경이야.
이를 세워 물어뜯으면 토마토즙이 나오겠지…… (머엉...)
 
설봄:(필규가 멍 때리자 고개를 갸웃한다.) 머리는 토마토 맛 안나여.
 
곽필규:흥... 말이 그렇단거지. 바보. (머리를 팍팍 쓰다듬는다. 어쨌든 기쁜 눈치다.)
 
당신이 토마토 서리에 흔쾌히 응하니, 필규는 뛸듯이 기쁜 눈치입니다.
 
곽필규:오냐. 어린이 토마토 서리단, 결성이다!
 
아무말
 
특명! 토마토를 훔쳐라!
 
하지만 이 밤중에 농장까지 갈 수는 없어요.
 
거실에 부모님이 계시거든요.
 
봄이가 이 의문을 표하면 필규는 “날아가면 되잖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합니다.
 
아니, 흡혈귀가 날 수 있었던가?
 
설봄:어떻게 날아여??
선배는 마법사예요?
 
곽필규:나도 몰라, 그냥 날아지던데?
(그 말에 창턱에 올라있던 필규는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도, 설봄의 손등을 제 입술에 가져간다. 쪽.) 어. 너 데리러 날아온 셈이지.
 
설봄:(필규가 손등에 뽀뽀하자 부끄러운지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그리고는 우물쭈물거리며 고개를 숙인다.) 그, 그럼 저도 날 수 있어여??
 
곽필규:(푹 숙여 보이는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는다. 흠, 짧게 고민하는 소리를 내기를.) 글쎄, 내가 널 안고 나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지.
어쨌든, 출발하기 전에 필요한 건 전부 챙겨둬. 혹시 모르잖냐.
 
설봄:정말요? 우와!! (방방 뛴다.) 날아가요! (그리고 가방에 노트랑 필통을 챙긴다.)
 
준비가 끝나면, 설봄은 지능 판정을 합니다.
 
설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금방 돌아올테니, 잠깐 정도는 갔다와도 괜찮겠죠?
 
안녕히 주무세요, 의 인사가 끝나고 나면.
 
필규는 창턱에 기대어 앉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등 불빛이 필규의 파리한 뺨에 그늘을 드리우지만, 정작 필규는 그림자가 없습니다.
 
쿰쿰한 흙냄새가 나는 정장만 아니었어도 그를 피터 팬이라 칭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손을 잡는 대신, 필규는 당신을 꽉 안아옵니다.
 
아이의 것이라곤 생각하기 힘든 근력이 설봄의 허리를 단단히 옥죄고, 아차 하는 순간 둘은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집니다.
 
밤공기가 매섭게 닥쳐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여러분은 밤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그렇게 편안한 비행은 아니에요.
 
꽉 붙잡힌 몸은 아프고, 속도가 빨라 숨쉬기가 답답하고, 여름밤인데도 바람은 어찌나 찬지 몸이 와들와들 떨려옵니다.
 
곽필규:어떠냐? 하늘을 날아본 소감은. (한껏 뻐김)
 
설봄:(안색이 창백해져선 필규를 꽉 끌어안는다.) 무서워여... 추어요...
 
곽필규:(끌어안긴 건 좋은데, 생각보다 싫어하는 것 같아서 속에서 희비가 교차하는 묘한 얼굴을 짓는다.) 하여간 이 쫄보가..! 좀만 참아. 10분 정도만 있으면 도착하니까. 내가 꽉 붙들고있잖아.
 
설봄:(ㅠ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필규에게 얼굴을 기댄다.) 너무 아파여... (콜록 거리며 힘을 풀라는 건지 한 손으로 필규 손을 꼭 쥔다.)
 
곽필규:참나... 뭐가 아프다고 (끄응...고민하던 필규는 손에 힘을 살짝 풀고 대신에 설봄의 엉덩이를 받쳐들어 안았다. 아까보단 훨씬 나은 것 같았다. 밤공기가 쌀쌀한 것 빼고는.) 됐냐, 이제? (설봄의 안색을 살펴보려는 것 같다.)
 
설봄:(아까보다 한결 나아지자 끄덕끄덕거리더니 웃는다. 그리곤 아까 제대로 보지 못한 주변을 둘러본다.) 이렇게 높은 곳은 처음이에여... 신기하다.
 
곽필규:(봄이가 웃는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자 그제서야 안심된 듯 표정을 푼다.) 흥, 어차피 앞으로는 몇 번이나 더 볼텐데 뭘.
 
이윽고 저 아래 농장이 보입니다.
 
널따란 토마토밭이네요.
 
잘 익은 토마토들이 달빛을 받으며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수확 시기가 머지않은 듯합니다.
 
창고를 비롯한 모든 건물은 불이 꺼져 있습니다.
 
필규는 적당한 곳에 착륙합니다.
 
설봄 어린이, 민첩 판정!
 
설봄: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봄이는 내리다가 살짝 무릎이 쓸립니다. 아야……
 
설봄:(아야)
 
곽필규:괜찮냐?
 
설봄:괜차나요.
 
곽필규:그래... (쓰담)
 
주변을 둘러보면, 여러분이 착륙한 곳은 농장의 널따란 [마당]입니다.
 
바로 앞에는 여러분의 목표인 [토마토밭]이 있고요.
 
한쪽에는 거대한 컨테이너 [창고]와, 작은 크기의 [관리실]이 보입니다.
 
설봄:(마당을 본다.)
 
마당을 보러 걸음을 옮기던 그 때, 사납게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설봄:(깜짝)
 
마당 한쪽에 커다란 개가 있네요.
 
가시가 뾰족한 목걸이를 단 맹견이, 이쪽을 향해 달려옵니다.
 
회피 판정입니다!
 
설봄:
회피
기준치: 50/25/10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
회피
기준치: 20/10/4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아, 개가 코 앞까지 다가왔어요!
 
눈을 질끈! 감는데... 다행히 쇠사슬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 여러분을 직접 공격하진 못하는 것 같네요.
 
대신에 필규의 검은 천 정도가 덥석! 물렸습니다.
 
곽필규:(아앍) 야!! 내 망토! 내놔! (망토 쥐어뜯김...)
 
설봄:(헉)
 
다치진 않았지만, 이 개, 엄청나게 짖고 있어요.
 
이러다간 들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설봄:(당황한 봄이는 강아지에게 쉿... 쉿 해본다.)
 
월월으르렁킁킁컹컹컹왈왈왈멍멍!!
 
설봄:멍멍아... 짖으면 안 대!!
말재주
기준치: 35/17/7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왕왕!!!
 
설봄:멍멍아 ... 착하지... 쉿!! 짖으면 큰일 나...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그를ㄹ을릉ㅇ응 컹!!!!컹컹컹ㅋ컹!!!! 컼컹!!!!!!
 
곽필규:개한테... 말하면... 알아듣기는 하냐?
 
설봄:(ㅠㅠ)
선배가 말해보면 안 대요...?
 
곽필규:참내...
야 너 필통 가져왔지. 줘봐.
 
설봄:(가방에서 필통을 주섬주섬 꺼낸다.)
(필규에게 내민다.)
 
곽필규:(커다란 장식이 달린 펜 하나를 꺼내들어 개 앞에서 흔들더니 저 멀리 던진다.) 물어와!
 
개는 필규가 던진 펜에 시선을 뺏겨 반대쪽으로 달려갑니다.
 
설봄:(내 펜...)
 
집에서 가져온 물건이 도움이 되었네요!
 
설봄:(우앙 ㅠㅠ)
 
곽필규:왜그렇게 울상이야? 다음에 또 사면 되잖냐. (머리 톡톡)
 
설봄:잉............
 
곽필규:참나.. 나중에 사주든 찾아주든 어쩌든 할테니까 일단 가자. (봄이를 끌어당긴다.)
 
설봄:(질질)
 
널따란 마당엔 [게시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한쪽에는 개집 안에서 펜을 갖고놀고 있는 [맹견]이 보이네요.
 
마당 [바닥]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듬성듬성 자라나고 있습니다.
 
설봄:(게시판을 본다.)
 
토마토 따기 농장 체험 안내서가 붙어 있습니다.
 
토마토를 따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사진이 있네요.
 
이용 시간 60분, 수확한 토마토는 먹을 수 있고, 가격은…… 너무 비싼데요?!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습니다.
 
설봄 어린이, 관찰력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게시판 구석의 낙서를 발견합니다.
 
돈 아깝고 별로임. 이용하지 마세요. 주인 불친절. 남은 토마토 가져가려고 하면 눈치 줌. 맛도 없음!
 
지우려고 한 흔적은 있는데, 다 지워지진 않았네요.
 
이 농장, 신문에 실린 광고처럼 마냥 좋기만 한 곳은 아닌가 봐요.
 
설봄:(맹견을 다시 본다.)
 
또 펜을 던지며 놀아줄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바라봅니다.
 
곽필규:...(개에게 다가가서 손, 한다. 잠깐 쓰다듬으며 놀아주더니 슬쩍 펜을 가져온다. 개에게 손을 흔들며 봄이한테 다가와 펜을 내민다. 잇자국 생긴 펜...) 이거.
 
설봄:(필규가 다시 펜을 가져와주자 표정이 풀어진다.) 헤헤
(펜을 받아들고는 다시 필통에 집어넣는다.)
 
곽필규:(실없는 녀석... 개한테 한 것처럼 봄이 머리도 쓰다듬는다.)
(그러다가 바닥을 바라본다.)
 
달빛을 받은 바닥 여기저기에 새빨간 자국이 보입니다.
 
토마토 향이 나네요.
 
누군가 여기서 토마토를 떨어트린 것 같은데…… 한두 개가 아니에요!
 
토마토를 옮기다가 쏟아버리기라도 한 걸까요?
 
곽필규:
건강
기준치: 75/37/15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토마토...(배고픈지 시무룩해짐)
 
설봄:(필규가 시무룩해하자 같이 시무룩해짐)
토마토 밭 갈까여?
 
곽필규:엉!!! 빨리 가자. (토마토 소리에 그새 기운이 났는지 봄이 손을 잡고 앞장서 척척 걸어간다.)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전부 잘 익었습니다.
 
봄이가 토마토를 따는 동안, 필규는 기다리지 못하고 하나를 입에 넣네요.
 
행복한 얼굴로 깨무는 순간…… 필규의 표정이 기이하게 뒤틀립니다.
 
설마…… 독이?!
 
곽필규:우욱...
 
설봄:(헉)
 
곽필규:...맛없어.
너도 먹어봐. (토마토를 내민다.)
 
설봄:(한 입 먹어본다.)
 
봄이가 먹어도 그렇습니다. 이 토마토…… 겉보기랑 달리 엄청 맛없어요.
 
이래서야 몇 개를 훔치든 소용이 없겠습니다.
 
설봄:(맛없당)
 
곽필규:(그치?)
 
설봄:(우에에.. 뱉음)
 
곽필규:먹던 걸 뱉으면 어떡하냐 (지가 한 건 생각안함)
 
설봄:(ㅠㅠ)
 
곽필규:됐다... 여기있는 건 그냥 버리자. 이딴 건 챙겨가봤자 독이야.
 
설봄:어떡하져...?? 먹을게 없어서...
 
곽필규:뭐 다른데서 맛있는 판매용 토마토같은거는 찾아보면 없겠냐...? (글썽,,,배고파,,,)
 
설봄:(끄덕끄덕)
(필규와 창고로 가본다.)
 
창고는 아주 어둡고, 전등 스위치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바깥보다 온도가 낮아 서늘하네요.
 
설봄 어린이, 관찰력 판정.
 
설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시선이 향하는 어디든, 전부 토마토였습니다.
 
싱싱한 토마토가 가득 담긴 상자들이 수없이 쌓여 있는 게 아니겠어요.
 
개중 어떤 것은 너무 익어 무르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많은 토마토가 창고에 쌓여 있던가요?
 
토마토밭에 있는 토마토들은 단 한 개도 수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설봄:(왕 많다)
 
설봄이 토마토 상자를 자세히 볼 경우, 그 박스의 모양이나 색이 전부 다르다는 걸 깨닫습니다.
 
흡사 각기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처럼요. 어떻게 된 걸까요?
 
곽필규:(우물우물우물) 왕정망잉다
 
설봄:맛이써요?
 
곽필규:웅! (우물우물) 이거 망이 가져가자. (토마토를 입안 가득 넣느라 여념이 없다.)
 
설봄:네!
(가방에 토마토 집어넣음)
 
토마토밭의 토마토와는 전혀 다르게 아주 맛있습니다.
 
또 먹고 싶어요! 실컷 먹은 필규는 혈색이 좋아집니다.
 
곽필규:너도 먹어. 맛있어. (봄이한테 토마토 하나 먹여준다.)
 
설봄:(우물우물...)
 
곽필규:이제 기운도 났으니까 다른 곳도 살펴볼까. 여기 뭔가 수상쩍단 말이지. (팔짱을 끼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것 같다.)
 
설봄:(같이 팔짱을 끼고 생각한다.)
 
곽필규:(...?? 팔짱을 낀 봄이를 보다가 그대로 팔을 붙잡아 관리실로 끌고간다.)
 
관리실은 매표소 정도로 작은 건물입니다.
 
문은 잠겨 있지만, 창문 너머로 안쪽의 광경이 보입니다.
 
책상 위에는 전화기와 펼쳐진 [일지]가, 벽에는 시계, 그리고 [지도]가 붙어 있네요.
 
시간을 확인한다면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설봄:(일지를 본다.)
 
일지를 보고싶지만 문이 잠겨있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설봄:선배...
이거 문이 안 열려여...
(문을 쿵쿵 두드린다.)
 
곽필규:그르냐. (문을 바라본다.) 열쇠같은 건 없는데...
 
설봄:열어죠요.
 
곽필규:참나, 나한테 뭐... 맡겨놨냐? 맡겨놨어 아주?흥 (그렇게 투덜투덜거리면서도 결국엔 문 앞으로 다가가서 주먹을 휘두른다.)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짝이 뜯어지더니 반대쪽으로 쓰러집니다.
 
설봄:우아...
멋있당
 
곽필규:고.고작 이런걸가지고 뭐! (조금 쑥쓰러운지 얼굴을 붉히고는 봄이를 쓰다듬는다.) 뭐 찾고싶어서 열어달란 거 아니었냐?
 
설봄:(끄덕끄덕 하더니 후다닥 가서 일지를 본다.)
 
농장 관리인의 메모입니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 오늘 자정까지, 대금을 준비할 것.
 
설봄:(이게 모지)
 
곽필규:(이게모지)
 
설봄:(다시 나와서 지도를 본다.)
 
농장의 지도…… 라고 생각했는데, 그 옆에 지역 지도가 있습니다.
 
특정 장소마다 토마토 스티커가 붙어 있네요.
 
동그라미가 있기도 하고, 엑스가 그어져 있기도 합니다.
 
봄이가 사는 마을도 지도에 그려져 있고, 어떤 곳에 스티커가 붙어 있어요.
 
동그라미 표시가 있네요. 어떤 의미일까요?
 
설봄:토마토 사라진 마을인가?
 
그러고보니 아까 일지 앞쪽에서 <특정 날짜+장소 이름+성공>이라는 문구도 있었고,
 
그중 하나의 장소는 필규와 봄이도 잘 알고 있는 청과전이었어요.
 
그렇다면 정말로 토마토가 사라진 마을을 표시한걸까요? 그렇지만 왜?
 
곽필규:그럼 이 녀석들이 그 토마토들을 다 훔쳐갔다는거냐?
 
설봄:그런가바요...!!
 
곽필규:이 못된 놈들.....!!!! (진심으로 분노한 것 같다..)
 
그 외 관리실을 뒤져보면 퀸즈베리 농장의 실패한 마스코트인 못생긴 토마토 인형을 발견합니다.
 
비웃는 표정인 것 같지만 폭신해요.
 
조사를 끝내고, 봄이가 추리에 성공한다면……
 
토마토 강도단을 저지하라!
 
자동차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점점 속력이 줄어드는 걸 보면, 분명히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숨어야 해요. 하지만 어디로?
 
설봄:(허둥지둥 필규 뒤에 숨는다.)
 
곽필규:아니 이 바보가...!! (봄이를 허둥지둥 들쳐메더니 창고로 도망가서 숨긴다.)
 
필규와 봄이가 몸을 숨기면, 곧 4인승 승용차에서 사람 한 명이 내립니다.
 
그는 마당을 서성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농장 주인: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뭐지?
 
설봄:(호달달)
 
농장 주인:근처에 웬 자국같은게 있는데... (점점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행운 판정!!
 
설봄: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곽필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농장 주인이 코 앞까지 다가오자 점점 심장이 요란스레 고동칩니다.
 
창고 문이 열리려고 하는 그 때,
 
곧 요란한 자동차 소리가 납니다. 트럭입니다.
 
주인은 몸을 돌려 트럭을 맞이하러 갑니다.
 
트럭에서 건장한 사내 둘이 내립니다.
 
설봄:(호달달달...)
 
곽필규:(봄이 손을 꼬옥 잡아준다.)
 
농장 주인:왜 이렇게 늦었어?
 
강도단 A:말도 마. 거의 잡힐 뻔했다고. 뭔 주인이 아직 가게에 있는지……
 
농장 주인:물건은?
 
강도단 A:챙겼지. 꺼내는 것 좀 도와.
 
끙, 힘쓰는 소리가 나며 그들이 궤짝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강도단 B:이걸로 마지막이지? 대금은 잘 챙겨달라고.
 
궤짝 여러 개가 창고로 옮겨집니다.
 
거칠게 흔들리는 궤짝에서 내용물 하나가 뚝 떨어집니다.
 
토마토입니다! 새빨간 얼룩이 마당 바닥에 흔적을 남깁니다.
 
책상 밑에 숨어있던 필규가 반응할지도 모르겠네요. 조금 참아달라고요.
 
아무래도 퀸즈베리 농장 주인은 토마토 강도단과 한패인 것 같습니다.
 
이건 그 현장이고요.
 
궤짝을 다 옮긴 이들은 담배를 피우며 대금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중간중간 언성이 높아지는 걸 보면 돈에 관해 의견 충돌이 있는 듯해요.
 
곽필규:어떻게 하지? (설봄에게 속삭인다.)
 
설봄:집으로 돌아가서 일러여!! (속닥)
 
곽필규:그럼 일단 돌아가자는거지? (쏙딱)
 
설봄:(끄덕끄덕)
 
두 사람은 살금살금 도망치기로 합니다.
 
은밀행동 판정!
 
설봄: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곽필규: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잠깐, 필규가 나가자 마당에 있던 강아지가 그가 반가웠는지 멍멍 짖습니다!
 
설봄:(멍멍이!!)
 
그 소리에 강도단이 “거기 누구냐!” 하며 경계하네요.
 
이대론 도망칠 수 없어요.
 
그들은 점점 다가옵니다. 잡히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설봄:(우아아)
 
곽필규:젠장... 어쩔 수 없지. 맞짱뜨자!
 
설봄:선뱌.. 날아가면 안대요??
맞짱 무서어요...
 
곽필규:...날아가면 저 녀석들이 볼거야. 총이라도 가지고있으면 널 지킬 수 없어. (젠장, 뭔가 좋은 방법이 없나? 손톱을 물어뜯는다.)
 
설봄:신.. 신고할까여?
전화로!!
 
곽필규:일단은 그게 좋을 것 같긴한데... 젠장, 전화는 관리실에 있는데 여기 주인이 돈을 빼러 들어간 것 같아.
 
세 가지 팁
 
첫째, 전화기는 관리실 안에 있습니다.
 
둘째, 주변에는 토마토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셋째, 일단은 개도 있어요.
 
설봄:그럼 일단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한 눈 팔때 빠르게 관리실로 가여!!
 
곽필규:어, 그러면 어떻게 이목을 끄는 게 좋지?
 
설봄:토마토로.. 저글링..?
 
곽필규:나참... 여기가 마술쇼냐? (눈을 가늘게 뜨고 봄이를 쳐다보던 필규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아, 하는 소리를 낸다.) 그 맛대가리 없는 토마토를 그 자식들한테 던질까.
 
설봄:와!! 좋아요!
토마토 맛을 보여줘여!!!
 
곽필규:오냐!! 솜씨 좀 보여줄까!
넌 위험하니까 대기하다가, 상황을 봐서 관리실에 가서 신고를 해. 알았냐? (머리를 쓰다듬는다.)
 
설봄:네!
 
둘은 다음의 작전을 생각해 냅니다.
 
흡혈귀 필규가 토마토를 던지며 겁을 줍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필규에게 쏠린 틈을 타 봄이는 경찰에 신고합니다. 이후, 도망칩니다.
 
곽필규:(우선 개의 목줄을 풀어주고, 한참 쓰다듬던 필규는 관리실을 나오는 주인을 삿대질하며 소리친다) 물어! 알렉산더!
 
알렉산더? 그새 이름이라도 붙여준건가요?
 
필규에게 길들여진 개는 순식간에 주인을 향해 뛰어듭니다.
 
농장 주인:으, 으악!!!
너 이자식 언제 나온거야!
 
주인이 비명을 지릅니다.
 
쯧쯧...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해주지.
 
설봄:(상황을 살피다가 관리실 쪽으로 슬금슬금 뛰어간다.)
 
곽필규:개는 묶어기르는 게 아니다 이 바보야!! (봄이가 관리실로 뛰어가는 걸 확인하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린다.)
 
이런, 소란을 듣고 강도단이 뛰어옵니다.
 
강도단 A:이게 무슨 소란이냐!!
 
강도단 B:웬 쥐새끼가 들어왔냐!
 
그 순간, 토마토를 손에 쥔 필규가 발구르기를 한 번 하자, 주변 땅이 순식간에 일그러지고, 균열이 가 갈라집니다.
 
강도단 A:(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으, 으악 땅이 왜이래!
젠장, 저게 대체 뭐야?
 
강도단 B:인간이 아니야! 총을 들고 올 걸 그랬어!
 
철퍽
 
필규가 맹렬한 기세로 토마토를 던집니다.
 
바깥에선 강도단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관리실로 들어간 봄이는 어떻게 되었나요?
 
설봄:(무셔...)
(전화기를 찾는다.)
 
농장 주인이 불을 켜두고 나간 덕분에, 전화기는 손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설봄:(전화기를 발견하자 뛰어가서 경찰서에 전화를 건다.)
 
무사히 신고를 마친 봄이는, 이제 필규와 합류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 뒤에서 개한테 잔뜩 물린 험악한 표정의 농장 주인이 들어옵니다.
 
농장 주인:이...이 쥐새끼같은 녀석들!!
 
설봄:(화들짝)
 
어떡하죠? 이러다간 그의 손에 잡혀버리겠어요.
 
설봄:(우어엉)
(전화기를 집어들고 던진다.)
 
농장 주인:악!! (전화기에 맞아 뒤로 나자빠진다.)
 
이 때입니다, 틈이 생겼어요. 얼른 필규에게 도망가는 게 좋겠습니다!
 
설봄:(얼른 관리실 밖으로 도망쳐 필규를 찾는다.)
 
농장 주인:젠장, 저 계집애가!!! (뒤쫓아간다.)
 
설봄:(엄마ㅠㅠ)
 
농장 주인에게 쫓기며 필규에게 달려가던 봄이는 다시 그에게 머리 끝을 붙잡힐 뻔 합니다.
 
그런데 그 때, 농장 주인의 얼굴로 철퍽, 하고 토마토 하나가 날아와 그를 자빠트립니다.
 
곽필규:야, 설봄! 괜찮냐? (설봄에게 뛰어오더니 상태를 살핀다.)
 
설봄:(필규가 오자 안심한 듯 그를 껴안는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풀썩 주저 앉는다.)
(흥앵)
 
곽필규:(껴안자마자 넘어질뻔한 봄이를 꼬옥 끌어안아 지탱한다. 껴안은 얼굴을 부비부비하더니) 오냐 잘했어, 집가자.
 
무사히 신고를 마치고, 필규와 합류하여 달아나면 악당들은 쫓아오다 토마토를 밟고 그만 미끄러지고 맙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럽던지요.
 
필규와 봄이는 토마토 범벅이 된 채로 그곳을 벗어납니다.
 
토마토 냄새를 풍기며 밤하늘을 날아갑니다.
 
아래에서 경찰차 사이렌이 들립니다.
 
도망가다 우스꽝스럽게 잡히는 악당들도 보입니다.
 
경찰은 창고에서 그들이 훔친 토마토를 발견하겠죠.
 
긴장이 풀리니 웃음이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곽필규:아, 배부르다.
 
필규가 행복하게 가르랑거립니다.
 
자, 집에 가면 우선 목욕부터 해야겠어요.
 
토마토가 잔뜩 묻은 옷을 들키지 않고 세탁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만월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지나오면, 금세 두 사람은 봄이 방의 창문에 걸터앉아 내려옵니다.
 
설봄:집이다!
 
곽필규:집이네. 너한테 토마토냄새밖에 안나.
 
설봄:선배두요.
 
곽필규:씻는 게 좋겠네. 부모님한테는 안들키겠냐?
 
설봄:움..... 잘 숨기면 되겠져?
 
곽필규:그래, 제대로 목욕도 해. 정각이 넘었으니까 웬만하면 부모님도 주무시고 계시지 않겠냐. 그러니까.
 
설봄:네!
 
곽필규:난... 이제 갈게. (변함없이 푸른 달을 등지고, 설봄을 바라보던 필규는 이전과 같이 똑같이 그녀의 손등에 입맞춤을 했다. 진동하던 토마토 냄새가 그 순간은 잊힌 듯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밤하늘 내음이 가득한 월하의 뱀파이어만 존재했다.) 너가 없었으면 나 또한 없었을거야. 잘자, 설봄.
 
그는 그렇게 2층창문에서 순식간에 뛰어내려 모습을 감춥니다.
 
.
 
.
 
다음 날 아침, 잠이 부족해 비몽사몽으로 봄이는 아침을 먹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익숙한 뉴스가 나오고 있네요.
 
연속된 토마토 절도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것입니다.
 
퀸즈베리 토마토 농장 주인은 토마토가 잘 팔리지 않자, 다른 가게의 토마토를 모두 훔쳐 토마토 폭리를 취하려는 무시무시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용감한 시민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몰랐겠죠.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은, 어린이의 목소리라 처음엔 장난 전화가 아닌가 의심했지만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고 뉘우쳤다고 인터뷰합니다.
 
어린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부모님은 아직 어린데도 대단한 아이라며 놀라워합니다.
 
그게 설봄이라는 사실은 오직 당신과, 지금은 관 속에서 쿨쿨 자고 있을 필규만 알고 있어요.
 
둘만의 비밀스러운 추억이 하나 더 생겨난 셈입니다.
 
게다가, 필규는 토마토를 마음껏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곽필규:이제 토마토는 질렸어.
 
그러나, 그날 밤 찾아온 필규는 딱 잘라 말합니다.
 
무슨 이런 폭군이 다 있담!
 
토마토 냄새가 하도 진동을 해서 입맛이 떨어졌다는 게 아니겠어요.
 
얄미운 필규는, 마침 당신이 마시고 있던 체리 주스가 담긴 컵을 냉큼 빼앗아갑니다.
 
곽필규:이것도 빨간색이네! 특별히 먹어줄게.
 
기쁜 듯이 마시는 필규를 보며,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나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앞으로도, 이 기묘한 우정은 계속될 거라는 싫지만은 않은 예감입니다!
 
END. 흡혈귀는 체리도 좋아해
 
곽필규 생환 / 설봄 생환
 
보상 : 이성 회복 1D5, 맛좋은 토마토 81
 
흡혈귀 필규와 봄이의 우정은 계속됩니다.
 
캠페인 2부에서 다시 봐요!

 

 

 

*

 

제일 예쁜 필규 ♥

리체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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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3〔극한직업! 아이돌 매니지먼트〕로그 백업

TRPG/봄이♥필규

2021. 2. 14.

눈을 떠보니 내가 설봄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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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아이돌 매니지먼트

w. 케롤

KPC. 설봄 (종달새)

PC. 곽필규 (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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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보기
극한직업! 아이돌 매니지먼트!
 
KPC : 설봄 ♥ PC : 곽필규
 
W. 케롤
 
*
 
# 도입
 
최근 뜨고 있는 아이돌 설봄, 그리고 그런 설봄의 광팬 곽필규.
 
필규는 오늘도 SNS에 올라온 콘서트 영상 클립들을 복습합니다.
 
설봄:오늘 와 주신 팬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사랑해요!
 
깜찍한 동물 잠옷을 입은 채 액정 속에서 환히 웃고 있는 봄이.
 
아, 언제 봐도 정말 멋있고 귀여워요.
 
어쩜 이렇게 햇살 같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걸까요?
 
정말 인간이 맞긴 한가요? 알고보니 날개 없는 천사인 거 아니야?
 
설봄을 좋아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이돌이 밥 먹여주니?', '야, 어차피 걔는 너 몰라!' 열렬한 덕질을 하다 보면 무의미한 비난들이 주변에서 쏟아지죠.
 
사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이돌 직캠 본다고 콩고물 하나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돌이 날 알아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져봤자 무슨 의미인가요?
 
비록 액정 너머 속 존재나 다름없지만, 당신은 이렇게나 행복한걸요.
 
팬으로 하여금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봄이의 존재가치는 충분하지 않겠어요?
 
덕후의 미소를 얼굴에 가득 머금고 각종 커뮤니티를 서치하던 필규는, 한 댓글을 발견합니다.
 

핸드아웃 확인.

 돌아이돌  20XX.XX.XX 작성
야 어제 설봄 막콘 갔다온 사람??? 전반이랑 후반 분위기 너무 달랐지 않음?; 나만 느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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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미♥사랑 20XX.XX.XX 작성
       ㅋㅋ뭐라니 우리 봄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열심히 잘만 하드만 분탕질 ㄴㄴ해
       돌아이돌 20XX.XX.XX 작성
       미쳤나 분탕은 무슨ㅋㅋ 나도 쟤 팬이라고; 내가 느낀대로 말했을 뿐인데 입막음 오지죠~
 
... 아, 오늘도 댓글창에서 아이돌 팬들끼리 싸우고 있네요.
 
인기 아이돌 덕질하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군요.
 
예쁜 봄이 덕분에 한창 신났었는데 마음이 확 상해버립니다.
 
곽필규:이 새끼가 감히... (보미♥사랑에게 가세하여 돌아이돌에게 욕을 박는다.
'님은 찐팬아닌 듯 지랄 ㄴㄴ해')
 
필규는 아무렇지 않게 본인도 댓글 전쟁에 동참합니다.
 
그러잖아도 요즘 봄이에 대한 악플이 꽤 늘어난 것 같던데, 혹시나 보고 있는 건 아니겠죠?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합니다.
 
자신에 대한 온갖 구설수를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니, 아이돌이란 정말 피곤한 직업이네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필규는 턱을 괴고 모니터를 바라봅니다.
 
문득 어느 생각이 필규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갑니다.
 
그러고보면 모니터 속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봄이는 진정으로 행복할까요, 어쩌면 저 웃는 모습도 다 가면인 건 아닐까요. ...
 
" 과연 설봄은 행복할까? "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한 물음표.
 
아니, 귓가에 들려왔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의문이 피어오른 순간부터 어쩐지 정신이 멍해집니다.
 
...
 
필규는 이유 모를 그 몽롱함에 살며시 눈을 감습니다.
 
액정 너머에서 노래하는 봄이의 목소리가 점점 흐려짐을 깨달으면서요.
 
곽필규:(꿈에 봄이나오면 좋겠다...)
 
# 갑자기 분위기 매니저?!
 
" ... 씨. "
 
" ..... 필규씨! "
 
갑자기 누가 당신을 부르는 거죠?
 
잠깐 잠든 사이에 집에 누가 찾아오기라도 했나요?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필규는 살며시 눈을 뜹니다.
 
... 응? 여기는 어딘가요?
 
이곳은 당신의 집이 아닌데요?
 
" 첫 근무부터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
 
곽필규:...씨발, 뭐야? (입을 떠억 벌린다.)
 
" 어쨌든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설봄의 매니저로서 최선을 다해 주세요. "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아니, 애초에 이 사람은 누군데요?
 
덕질을 하다가 잠시 조는 사이에 이상한 곳에 끌려오기라도 한 건가요?
 
게다가 봄이의 매니저라니.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예요?
 
기묘한 상황에 필규, SANc 0/1D3
 
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필규 이성 감소 없음
 
필규는 [관찰]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보니 당신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이 사람, 봄이와 관련된 뉴스 기사 사진에서 종종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분명, 설봄의 소속사 사장님 아닌가요?!
 
 
소속사 사장:정신 좀 차려봐요, 곽필규 씨.
왜 그렇게 넋을 놓고 계세요?
 
곽필규:헐...... (자기 전에 그런 생각했다고 이딴 꿈이나 꾸다니 정말 과몰입오타쿠의 끝판왕이구나..)
이거 꿈입니까?
 
 
소속사 사장:이게 지금... 뭔 소리죠?
 
상대방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필규를 바라볼 뿐입니다.
 
아직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도 못했는데, 그 순간 필규의 뒤편에서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필규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봄이가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세상에, 진심으로요? 정말 설봄이라구요?
 
이게 꿈인가요, 생신가요! 볼이라도 꼬집어봐야 하나요?
 
 
소속사 사장:에잇! (필규 볼을 꼬집음)
 
곽필규:아!! (씨발! 사장을 째려본다.) 이게 뭐하는 짓거립니까?
(잠깐.. 아프다.. 아프다고?? 사장에게 꼬집혀있는 채로 얼빠진 표정을 하고 봄이를 쳐다본다. 봄이에게 삿대질한다.) 여.여신.여신님... 진짜?? 진짜냐? 이거 구라아니지?
 
봄이는 필규에게 삿대질을 당하든 말든, 환히 웃는 표정으로 당신에게 인사합니다.
 
설봄:안녕하세요~ 말씀 전해들었어요. 새로운 매니저 시라고... ㅎㅎ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곽필규:(천사같다... 자다가 뒤진건가? 명이 다했나? 봄이를 노려본다. 화난 게 아니라 구석구석 뜯어보는거지만, 뭐. 어쨌든.)
...저도요.
 
설봄:(필규가 노려보자 흠칫...)
 
... 아아,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죠?
 
여태껏 박살난 줄만 알았던 덕질 운이 이제서야 빛을 발하는 건가요?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서 봄이를 마주할 수 있게 되다니.
 
방금까지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설봄:저는 설봄이라고 해요! 매니저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봄이가 자기 소개를 합니다...
 
봄이의 짱 팬인 필규는 어차피 그에 대해 모르는 게 없겠지만요.
 
곽필규:...알고 있습니다. (아무렴. 매일매일 수천 번, 수만 번을 바라본 봄이인데 그 이름이 이제는 제 고향마냥 편하게만 느껴질 정도다.)
저는 곽필규입니다. (목소리가 매우 낮아졌다. 기분나쁜 게 아니라 긴장해서 그런거지만... 뭐, 어쨌든!)
 
봄이를 향한 팬심을 잔뜩 드러내기도 전에 뒤편에서 큼, 큼, 하고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돌아보면 아까 필규와 대화를 나눈 중년의 남성이 언짢은 표정으로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소속사 사장:자자, 인사는 그쯤 하고. 슬슬 일하러 가야죠.
 
... 아, 마냥 기뻐할 때가 아니었죠.
 
지금 필규는 의문의 취업 사기(?)를 당한 상태잖아요.
 
봄이와 만나게 된 건 너무나 행복한 일이지만, 정말 이대로 그의 매니저가 되어야 하는 건가요?
 
원래 필규가 영위하고 있던 평범한 일상은 어떡하고요?
 
곽필규:(내 날라리개백수의 나날이...)
 
무어라 해명을 하기 위해 필규가 입을 여는 순간.
 
설봄:저, 필규씨와 함께 일하게 되어 너무 기뻐요... 이런 게 바로 운명인 걸까요?
 
봄이가 당신의 양손을 덥석 잡고,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합니다.
 
필규는 [관찰]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맞잡은 손으로 전해져오는 봄이의 체온이 그저 따스하기만 합니다.
 
곽필규:...헉 (씨.씨발 하마터면 입밖으로 심장이라도 튀어나올 뻔 했다.)
 
사이사이 차가운 금속이 닿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 아, 상황이 뭔들 어때요.
 
너무나도 예쁜 봄이가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는데.
 
매니저든 뭐든 봄이와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겠어요.
 
# 첫째 날, 화보 촬영!
 
사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으니 뭐든 해 봐야죠.
 
봄이에 의하면 첫 번째 스케줄은 화보 촬영이라고 합니다.
 
다음 달 모 패션 잡지에 올라갈 화보 사진이라네요.
 
이 귀한 광경을 직접 눈으로 담을 수 있게 되다니...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촬영장에 도착하면 제법 멋있게 꾸며진 세트장과 스태프들이 봄이와 필규를 맞이합니다.
 
어머, 매니저가 바뀌었나? 라며 웅성이는 소리도 조금씩 들려오는 것 같아요.
 
그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면, 봄이는 스타일링을 위해 곧장 어디론가 불려갑니다.
 
사실 매니저라고는 하지만, 필규는 연예계 업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스태프들은 양옆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뭘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곽필규:(머엉...)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필규는 [듣기]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곽필규, 실패!
 
곽필규:(시발)
 
할 일도 없고, 필규는 그들의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했습니다만... 주변이 너무 소란스럽네요.
 
그래도 마지막 한 문장은 똑똑히 들었습니다.
 
" ―뭔 큰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아이돌 때려치려는 건가 싶었는데. "
 
... 저게 무슨 소리죠?
 
봄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요?
 
언뜻 보니 연예계 관계자 같은데...
 
일개 팬, 아니. 이젠 그냥 팬이 아니죠.
 
새싹 매니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만약 필규가 그들에게 다가가 자세한 내용을 물으려 한다면, 이미 두 사람은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없습니다.
 
촬영장은 바쁜 곳이니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말끔하게 단장한 봄이가 나타납니다.
 
세상에, 원래도 멋있는데 화보 스타일에 맞춰 꾸미기까지 하니 아주 요정이 따로 없습니다.
 
넋을 놓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봄이는 웃으며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설봄:필규씨! 오늘 저 스타일 어때요?
 
곽필규:여신님인가...? 평생 눈닦지 말아야지.. (넋놓고 혼자 중얼거린 말이지만 분명 봄이한테도 들렸을테다. 이리도 시끄러운 촬영장이라지만 금방이라도 닿을만큼 가까운 거리였으니까.)
 
설봄:(필규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웃으며) 잘 어울리나요? ㅎㅎ 필규씨도 오늘 멋져요!
 
곽필규:제가요? 감사합니다. (자낮 과몰입오타쿠. 그것이 저이기에 딱히 동의하진 않았으나 신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고개를 위아래로 분주히 끄덕이며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촬영 스태프가 봄이를 부릅니다.
 
슬슬 촬영을 시작할 시간이 된 모양이에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봄이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세트장으로 달려갑니다.
 

그러고는 능숙하게 스태프의 지시를 따르며 촬영을 시작합니다.

 
스포티한 스타일의 밝은 색의 옷을 입고,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과일을 깨무는 봄이의 모습은 정말로 사랑스럽습니다.
 
정말 누가 과일인지 모르겠는걸요.
 
깨물면 과즙이 팡 터져나올 것만 같아요!
 
설봄, 당신이 바로 이 시대의 진정한 인간 비타민이야!
 
이 화보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면 분명 팬덤은 난리가 날 겁니다.
 
그만큼 멋있는 화보예요.
 
이 환상적인 순간을 가장 먼저, 그것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니...
 
살아있길 잘했습니다.
 
곽필규:흐..흐흐...흐흐흐...(자기가 이걸 1빠로 본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 그만 바보같은 웃음을 흘린다.)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길이길이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몰래 사진이라도 찍어볼까요?
 
이때 아니면 언제 봄이 사진을 실제로 찍어보겠나요!
 
사진을 찍으려면 [손놀림] 또는 [은밀행동] 판정을 진행해주세요!
 
곽필규:
손놀림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필규야!!! 디테일하게 해야지!!!)
 
필규가 핸드폰을 들어 몰래 사진을 찍자, 플래시와 함께 찰칵-하는 활영음이 울려퍼집니다.
 
일부 스탭들은 필규를 쳐다보며 웅성거리는군요...
 
모두 바보 같이 웃는 필규를 봤을 겁니다.
 
이런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촬영이 끝납니다.
 
스태프들이 촬영을 마치고 카메라를 분주하게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마음 같아선 촬영 데이터 파일 공유 좀 해 달라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아무래도 어렵겠죠.
 
아쉬운 마음을 홀로 달래고 있으면, 봄이가 필규를 향해 달려옵니다.
 
설봄:필규씨! 저 계속 지켜봐주고 계셨죠? 오늘 저 어땠나요? 멋있었어요?
 
그는 마치 주인 만난 고양이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채 묻기 시작합니다.
 
곽필규:(너무 귀엽다. 정색하고 말한다.) 네 뭐. 아주 프로더군요. 딱히 저는 할 게 없겠던데요.
 
필규의 대답에 봄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아주 기뻐합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봄이가 필규를 와락 껴안습니다.
 
설봄:저... 열심히 했으니까 쓰다듬어 주세요...!! (꼭 껴안고 필규를 쳐다본다.)
 
... 네? 아니, 뭐라구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죠?
 
꿈인가요?
 
그 봄이가, 지금 당신의 품에 파고든 건가요?
 
진짜로?
 
갑작스러운 봄이의 애정행각에 당황한 필규는, SANc 0/1
 
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필규, 이성 감소 없음.
 
봄이가 당신을 꼭 껴안기 시작한 순간부터, 갑자기 분주하게 움직이던 스태프들이 그 자리에 얼어버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를 향해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해요.
 
이러는 와중에도 봄이는 계속해서 자신을 쓰다듬어 달라고 계속 보채고 있습니다.
 
이걸 지금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조차 잘 서지 않아요.
 
확실한 건, 봄이는 아이돌입니다.
 
평판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잖아요!
 
지금 이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애정행각을 해도 괜찮은 건가요?!
 
자, 이때 필규는 어떻게 하나요?
 
그대로 봄이 머리를 쓰다듬어줄지, 안아준 상태로 봄이를 달래줄지, 곧바로 떼어낼지!
 
봄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바라보고 있어요!
 
곽필규:(으악! 속으로 소리를 지른다. 이러다간 제 명에 못살겠단 생각이 문득 들은 필규였다.
우리 애... 왜이러지? 프로답지 않게 갑자기... 덕후마음이 된 필규는 봄이를 일단 밀어낸다.) 으악... (결국 으악은 했다.) 그렇게 갑자기 안으시면 깜짝 놀라거든요? (주변 눈치가 좀 보이는 필규였지만, 뭐 쓰다듬는 것정돈 괜찮겠지... 머리를 두어번 톡톡 쓰다듬고 얼른 내린다. 아아.. 손씻지 말아야지.)
 
아, 필규가 봄이를 아무리 좋아한다지만... 이건 아니에요.
 
잘못하면 봄이의 평판이 곤두박질쳐버릴 거라구요.
 
봐요, 주변 스태프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잖아요.
 
다행히 금방 떼어낸 덕분에 별 거 아닌 장난처럼 여기는 모양이지만...
 
... 마지못해 스태프들 몰래 봄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습니다.
 
아, 살면서 봄이의 머리카락을 만질 수 있는 날도 오는군요.
 
적당히 상황이 종료되면, 봄이는 여전히 생글거리며 웃고 있습니다.
 
...뭐죠, 저 순수한 미소는?
 
봄이는 원래 이렇게 애정 표현이 많은 사람이던 걸까요?
 
필규는 [심리학]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분명 봄이는 당신을 오늘 처음 만났을 텐데요.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필규는 단 한 번도 봄이의 실물을 영접해본 적이 없는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의 상태는 무언가 기묘합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깊이 사랑해온 연인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곽필규:(...뭐지?)
 
그런 봄이는 멍하니 서 있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이야기합니다.
 
설봄:필규씨, 이제 슬슬 돌아가요!
 
... 아, 그러고보니 벌써 촬영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돌아가자, 라 함은 소속사로 돌아가자는 뜻이겠죠?
 
필규가 그러자고 하면 두 사람은 사무실로 갑니다.
 
# 첫째 날, 다시 사무실로!
 
딱히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벌써 지치는 것 같습니다.
 
갑작스런 포옹에 대한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촬영장에서 소속사로 돌아오는 길에도 봄이는 내내 당신에게 매달려 응석을 부렸죠.
 
마치 당신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처럼요.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할까요.
 
지금 가장 흥미로운 점은, 당신에게 봄이의 소속사를 구경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거겠죠.
 
마침 사람도 거의 없으니 편하게 둘러봅시다.
 
봄이가 속한 엔터사의 사무실입니다.
 
가장자리에 자그마한 테라스가 위치해 있는 꽤나 널찍한 공간이군요.
 
[필규의 책상], [책장] 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곽필규:(내 책상이나 한 번 스윽 둘러볼까. 발걸음을 옮긴다.)
 
필규가 오기 전, 봄이와 함께 일하던 매니저가 쓰던 책상입니다.
 
책상 위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서류철], [작은 포스트잇]이 눈에 띕니다.
 
이외에는 간단한 필기구 몇 개만이 보입니다.
 
필규는 [서류철], [작은 포스트잇] 을 조사해 볼 수 있습니다.
 
곽필규:(서류철을 집어들어본다.)
 
봄이의 이전 매니저가 남겨놓은 서류의 일부인 것 같습니다.
 
종이를 한 장씩 찬찬히 넘기다 보면 스케줄러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봄이의 스케줄일까요?
 

핸드아웃 확인.

 

20XX.XX.XX 20XX.XX.XX 20XX.XX.XX
9:00 AM 음방 생방 출근 3:00 AM 사전녹화 출근 9:00 AM XX콘서트 행사
13:00 PM 예능 촬영 10:00 AM 기사 인터뷰 2:00 PM MM페스티벌 행사
5:00 PM 화보 촬영 6:00 PM XX페스티벌 행사 6:00 PM 공항 출국
9:00 PM 생방 라이브 10:00 PM 라디오  
 
스케줄러를 살펴보면, 매일매일 일정이 꽉 차 있습니다.
 
공식적인 행사가 없는 날에도 음원 녹음, 안무 연습과 같은 스케줄로 칸이 빽빽히 채워진 상태입니다.
 
역시 연예인이라 그런지, 상당히 바쁜 삶을 살고 있네요.
 
다른 것을 더 조사해볼 수 있습니다.
 
곽필규:(와. 놀 시간도 없어서 어쩌냐. 부지런한 내 새끼... 작은 포스트잇을 본다.)
 
다른 사람의 필체로 쓰여진 메모가 보입니다.
 
이것도 이전 매니저가 남긴 걸까요?
 
당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즐기세요!
 
매니저의 책상에 붙어 있을 만한 내용의 메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전 매니저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인 걸까요?
 
필규는 [관찰]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포스트잇은 아주 깨끗합니다.
 
마치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빳빳하고, 접착력도 뛰어난 상태입니다.
 
펜으로 쓰여진 글자를 슥 문질러 보면 펜의 잉크가 옆으로 번집니다.
 
최근에 작성된 메모인 모양이에요.
 
이제 이곳은 더 이상 볼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을 조사해볼까요?
 
곽필규:(책장을 둘러본다.)
 
소속사의 각종 책자들과 다양한 종류의 서적이 놓여진 책장입니다.
 
세계의 뮤지션과 음악에 관한 책, 경영에 관한 책 등등 많이도 꽂혀 있네요.
 
많은 책들 중에서도 필규는 독특하게 생긴 노란 책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책을 펼치면, 필규가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로 가득합니다.
 
부분부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적혀 있긴 하지만 어딘가 불완전한 느낌이에요.
 
필규는 [행운]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묘하네요, 이런 책이 왜 소속사의 책장에 있는 건가요?
 
과연 이런 책에 볼 게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책장을 빠르게 넘기던 도중, 필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온전한 내용이 적힌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누군가가 번역을 하다가 만 것 같아요.
 
핸드아웃 확인.
비용: 마력 5 ; 이성 2
시전 시간: 즉시 혹은 2분
 
이 주문은 대상이 특정 사건을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것을 방해한다. 술자가 대상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대상은 술자의 지시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술자가 정신력으로 대상과의 대항 판정에서 이기면 즉시 효과가 발동되며, 그렇지 못하면 2분 후에 효과가 발동된다. 술자가 이기면 대상의 정신에서 특정 사건 하나에 관한 부분이 차단된다. 만약 대상이 기억 차단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대항은 필요하지 않다. 술자는 지울 기억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혀야 한다. 특정한 사건에 직접 관련된 주문을 잊을 수 있으나, 이성 손실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시시해! ... 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필규는 자신의 발등에 책을 떨어뜨립니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통증이 전신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아요...
 
아픔을 뒤로하고 다시 책을 집어들면, 필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온전한 내용이 적힌 한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요?
 
필규가 책을 구경하고 있을 동안, 갑자기 테라스에서 무언가 큰 소리가 들려옵니다.
 
필규는 테라스로 가보겠습니까?
 
곽필규:(이게 뭐냐? 여기 흑마술 동지라도 있나? 하는 생각을 하던 중 조금 놀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더니 테라스로 슬금슬금 가본다.)
 
사무실 가장자리에 위치한 작은 테라스입니다.
 
작은 의자와 파라솔 같은 것이 놓여 있어 간단히 커피를 마시는 등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규가 테라스 쪽으로 향하면, 테라스에 있는 누군가 언성을 크게 높입니다.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는 것 같아요.
 
필규는 [듣기]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봄이와 누군가가 크게 다투고 있는 듯합니다.
 
" 제발 말 좀 들어. 그 반지 하나 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데? "
 
" 그러니까 싫다고 말했잖아요! 왜 제 의견은 무시하세요? "
 
"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안 그래도 반지 때문에 주변에서 얼마나 의심을 받고 있는지 알아? 의혹 기사 뜨는 거 순식간이야. 그게 다 네 이미지라고! 정말로 사귀는 사람도 없으면서 왜 그래? "
 
" 맞아요,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대체 뭐가 문제예요? 그냥 제가 원해서 끼고 있는 거라고요! "
 
"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됐다. 말을 말자. 니가 다 알아서 하던가. "
 
대화가 끝나면, 봄이와 다투고 있던 상대방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은 채 테라스에서 나와버립니다.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거죠?
 
필규가 멍하니 테라스 입구에 서 있거나, 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면 봄이는 언제 화가 났냐는 듯 금세 아주 밝은 표정으로 필규의 이름을 부릅니다.
 
마치 주인을 잘 따르는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요.
 
설봄:여기서 뭐하고 계셨어요??
 
곽필규:아... (귀엽다... 생각하고 있다가 정신이 퍼뜩든다.) 어, 책장 좀 둘러보고 있었는데요. 당신은 여기서 뭐하는겁니까?
 
설봄:아... (필규의 질문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왼손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를 보여준다.) 소속사 직원들이 계속 이 반지를 빼라고 혼내요...
 
곽필규:(아, 아까 그래서 그랬구나.) 뭐, 소속사 직원들은 걱정해서 하는 소리일테니까. 그 반지에 뭔가 특별한 거라도 있습니까?
 
설봄:이 반지는 제 삶의 원동력 중 하나예요! 이게 없으면 모든 일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곽필규:(뭐냐? 배터리임?) 아, 예. 소중한거면.. 그럼 목에 걸고 다니거나 하면 좀 티가 덜나지 않겠습니까
 
설봄:그치만... 반지인데 목에 걸고 다니면 의미가 없잖아요! (필규 손에 끼여진 반지를 보더니 손을 잡으며) 필규씨도 이렇게 손가락에 끼고 계신 걸요?ㅎㅎ (필규 반지를 빤히보더니 커플링 같다...라고 중얼거린다.)
 
고작 작은 반지 하나가 삶의 원동력?
 
그의 태도가 어쩐지 기이하게 느껴지는 건 그냥 기분 탓일까요?
 
어느새 퇴근할 시간입니다.
 
아니, 한 일도 없는데요?
 
매니저가 원래 이렇게 한가한 직업은 아닐 텐데... 그래도 일단 집에 보내준다니 신나긴 합니다.
 
슬슬 사무실을 떠나 집으로 가려고 하면, 봄이가 필규를 붙잡습니다. 자신의 핸드폰을 내민 채로요.
 
설봄:저기, 그러고보니... 저 필규씨 연락처를 아직 몰라서 그런데 혹시 알려주실 수 있나요?
 
... 세상에. 지금 이게 무슨 말이죠?
 
지금 굉장히 합법적인 방법으로 봄이의 연락처를 얻어낸 건가요?
 
곽필규:아, 네. 생각해보니까 연락처 교환을 안했었군요. (봄이 핸드폰을 가져가 번호를 적고 친절히 매니저라고 저장까지 해서 주었다.)
 
필규가 봄이의 핸드폰을 받아 번호를 찍어 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봄이로부터 문자가 한 통 도착합니다.
 
" 저예요! " 라는 내용으로요.
 
다정하게 작별 인사를 나누면, 두 사람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꽤나 다사다난한 하루였어요.
 
곽필규:(핸드폰 꼬옥 쥠.. 소중...)
 
# 둘째 날, 행사 공연!
 
별달리 알람을 맞추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아침에 눈이 떠집니다.
 
졸음을 물리치고 정신을 차려 보면,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는 방의 풍경이 보이네요.
 
너무나도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서, 마치 어제 있었던 일들이 꿈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휴대폰을 확인하는 순간, 어제 겪은 기이한 상황들은 꿈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봄이로부터 받은 문자 한 통이 그대로 남아 필규의 메시지 보관함 맨 윗줄을 장식하고 있어요.
 
... 정말로 필규에게 벌어진 일이었던 건가요?
 
부정할 수 없는 놀라운 현실에 다시금 부딪힌 필규, SANc 0/1
 
곽필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이런씨발 개꿈이 아니라고?
 
필규, 이성 1 감소
 
이게 정말 꿈이 아니라면, 필규는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는 뜻이겠죠.
 
봄이를 볼 수 있다는 원동력 그 하나만으로 필규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소속사 사무실에 도착하면, 먼저 도착해 있던 봄이가 기다렸다는 듯 당신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스케줄러를 보아하니 오늘의 스케줄은 지역 축제 행사 공연입니다.
 
그렇다면 노래하고 춤추는 봄이를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 만끽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세상에...
 
오늘도 봄이와 필규는 그들의 일터에 옵니다.
 
곽필규:세상에...
 
축제 행사 공연장에 도착하니 여러 스태프들이 무대를 꾸미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봄이와 필규를 발견한 몇몇 직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못 보던 사람인데? 와 같은 수군거림이 들려옵니다.
 
봄이는 역시 오늘도 바쁘네요.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메이크업을 또다시 어디론가 불려갑니다.
 
필규에게 잠시라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던 모양인지 섭섭한 표정을 지은 채" 다녀올게요, 필규씨. " 라는 말을 남깁니다.
 
... 또다시 당신은 대기실 복도에 혼자 남겨집니다.
 
왜인지 데자뷰가 느껴지네요.
 
그렇게 또 멍하니 서 있으면, 어디선가 속삭이며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립니다.
 
필규는 [듣기]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쫑끗)
 
그들은 작게 속삭이고 있어, 목소리가 큰 한 명의 음성밖에 듣지 못합니다.
 
그래도 대략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는 알 것 같아요.
 
" 야, 야. 아까 설봄 손에 반지 봤어? "
 
" ―――― ―――――? "
 
" 아니, 그런 반지 말고! 왼손 약지에 말야! 원래 저런 거 끼고 다녔던가? 애인 생긴 거 아냐? "
 
" ―? ――― ――――――."
 
" 내 말이! 저러고 다니면 분명 기자한테 물릴 텐데! 쟤가 연예계 돌아가는 판을 모를 리도 없고... "
 
*
 
이런저런 일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으면 어느덧 공연 시작 시간이 훌쩍 다가옵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바깥에서는 맨 앞줄에서부터 맨 뒷줄까지 객석이 쭉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저 중에는 필규처럼 봄이의 팬인 사람들도 제법 있을 것입니다.
 
설봄:필규씨!!
 
어라, 봄이의 목소리입니다.
 
그새 스타일링이 끝난 모양이에요.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면 오늘도 말끔하게 차려입은 봄이가 당신에게 안기려 달려듭니다!
 
필규는 [민첩]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ㅅㅂ)
 
곽필규, 실패!
 
아차, 싶었으나 한 발 늦었습니다!
 
여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봄이의 양팔이 당신을 꾸악 껴안습니다.
 
설봄:(필규 품에 파고 든다.)
 
곽필규:으악...
뭐하시는겁니까?? 스타일링은 끝났고요? (어제처럼 자연스레 밀어내본다.)
 
봄이는 또 갑자기 왜 이러는 거죠? 제발!
 
아무리 당신이 봄이의 팬이라지만, 계속되는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행각은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구요!
 
몇 년간의 덕질을 통해 확신할 수 있는 점은 하나 있습니다.
 
이런 애정행각이 사사건건 계속 된다면 다음날 연예 신문 1면에 봄이와 필규의 파파라치샷이 박제될 거라는 사실.
 
연예계가 얼마나 무서운 판인데...
 
내심 좋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당황스럽습니다.
 
곽필규:(으...상상만 해도 끔찍)
 
설봄:네! 다 끝났어요.
저는 필규씨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필규씨는 안 그런가요?
 
누가 보면 며칠은 못 본 다정한 커플인 줄 알겠어요.
 
곽필규:(그니까;)
저희 좀 전에 보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금방 또 볼텐데요. (어제의 버릇인지, 손이 자연스레 봄이 머리를 향해 가려다 멈칫, 허공에서 멈추더니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봄이는 필규의 대답에 나른하게 웃으며 필규의 얼굴만을 빤히 바라볼 뿐입니다.
 
당장 눈동자에서 꿀이 떨어져도 놀랍지 않겠군요.
 
그 순간, 뒤에서 스태프가 봄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곧 순서가 될 테니 어서 오라는 말과 함께요.
 
그러자 봄이는 스태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내쉽니다.
 
설봄:계속 함께 있고 싶은데... 왜 이렇게 바쁜 걸까요.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그러고 봄이는 주머니를 뒤져 당신에게 본인의 휴대폰을 건넵니다.
 
설봄:가기 전에, 이거 좀 맡아주시겠어요? 대기실에 두고 오는 걸 깜빡 잊어서...
 
필규가 그것을 받아들면 봄이는 웃으며 " 그러면 다녀올게요. " 라는 말을 남기고, 스태프를 따라갑니다.
 
필규는 또 대기실 복도에 덩그러니 남겨집니다.
 
이때 필규는 무엇을 하나요?
 
마침 봄이의 핸드폰이 당신의 수중에 있어요.
 
비록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아이돌의 핸드폰을 구경해보고 싶지는 않나요?
 
혹시 모르죠, 필규를 향한 봄이의 근본없는(!) 애정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요.
 
매니저인데 가수의 핸드폰 정도는 관리할 수 있지 않겠어요?
 
곽필규:(휴대폰을 지그시 바라보다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믿고 맡겼을텐데 휴대폰을 보는 건 좀... 그래도 자꾸만 휴대폰에 시선이 가던 필규는 결국 따악 배경화면만 보자. 따악! 이런 마음으로 휴대폰을 켜본다.)
 
필규가 봄이의 핸드폰을 열면, 당신을 반기는 것은 깔끔한 배경화면이 아닌 웬 메모 어플입니다.
 
왜 이게 먼저 뜨는 거죠? 아까까지 계속 무언가를 쓰거나 읽고 있었다는 뜻일까요?
 
액정을 슬라이드해서 대강 훑어보면 아주 많은 메모들이 있습니다.
 
봄이의 자잘한 일상 같은 것도 있고, 당장 편의점에서 뭘 살 지 메모해둔 것도 있네요.
 
필규는 [자료조사]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찬찬히 화면을 살펴보고 있으니 최근에 쓰여진 기묘한 문서 하나가 필규의 눈에 띕니다.
 
작성 시기를 확인해 보면, 어제 오전입니다.
 
문체를 보아하니 봄이가 직접 쓴 건 아닌 것 같은데... 한번 읽어볼까요?
 

핸드아웃 확인.

♥ 왼손 약지에 반지를 낀 당신에게! ♥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것처럼 공허하지는 않으신가요?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긴 한지 의문스럽지는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그 반지는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줄 것입니다.

자, 보이시나요? 는 당신만을 위해 나타난 백마탄 기사님이에요!

※ 주의사항 : 그를 떠나보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반지를 빼지 마시오!

 
이건 무슨 내용이죠? '왼손 약지에게 반지를 낀 당신에게', 마치 봄이를 향해 쓰여진 글만 같습니다.
 
이것이 정말 봄이에 대한 메모라면... '그를 떠나보내고'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필규는 [자료조사]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방금 살펴본 것 바로 밑에 있는 메모가 눈에 띕니다.
 
곽필규:(부릅!)
 
그저께 오후에 작성된 메모입니다.
 
봄이가 직접 작성한 문서 같습니다.
 
내용은 길지 않고, 딱 한 줄만이 적혀 있습니다.
 
너무 힘든데 의지할 사람이 없다. 이 반지는 또 뭔지... 빠지지도 않고. 피곤해.
 
메모를 곱씹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봄이의 공연이 시작될 시간입니다!
 
곽필규:(내 새끼... ㅜㅜ)
 
대기실 카메라로 그를 지켜볼 수도 있겠지만, 필규는 봄이의 팬이잖아요.
 
맨눈으로 그의 무대를 볼 날이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요.
 
필규가 바깥으로 나가면 타이밍 좋게 봄이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미모 열일, 성대 열일, 춤선 열일...
 
역시 봄이는 천상 아이돌임이 분명해요.
 
*
 
*
 
*
 
얼마나 지났을까요.
 
환상적인 무대에 넋을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봄이의 무대가 끝납니다.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함성.
 
필규 또한 그 열렬한 응원에 동참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곽필규:(죽어도 여한이 없다...)
 
액정 너머로만 봐도 행복했는데, 일렇게 실제로 보니 백 배는 더 멋있습니다.
 
최고다, 설봄쨩!
 
봄이가 슬슬 무대를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군요.
 
봄이는 잠시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필규를 발견하고는 필규가 있는 곳으로 호다닥 달려옵니다.
 
설봄:필규씨! 저 계속 보고 있었어요? 저, 필규씨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어요... 헤헤.
 
봄이는 이번에도 해맑게 웃으며 필규에게 말을 건넵니다.
 
간지러운 말이 덧붙은 듯한 건 기분 탓일까요?
 
방금까지 열심히 라이브를 했으면서, 별로 힘든 기색도 보이지 않습니다.
 
역시 프로 아이돌은 뭔가 다르군요!
 
곽필규:네, 잘하시더군요. 예전에는 보고싶어도 못 본 무대를 여기서 보게되네요. (낯간지러운 말은 안중에도 없는 필규는 역시 내새끼는 프로라며 속으로 혼자 자랑잔치를 하고 있다.)
 
봄이는 수줍은 듯 한마디를 더 보탭니다.
 
설봄:있잖아요, 필규씨... 상으로 볼에 뽀뽀해주시면 안 돼요? 저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 말과 동시에, 봄이는 필규의 양 손을 덥석 잡습니다.
 
아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이번에도 열심히 했으니 칭찬해 달라, 쓰다듬어 달라는 요청을 할 것이라고 대충 짐작은 했지만... 갑자기 뽀뽀요?
 
여기서요? 보는 눈이 이렇게나 많은 무대 근처에서? 진심?
 
갑작스레 벌어진 낯뜨거운 상황에 필규, SANc 0/1
 
곽필규: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필규, 이성 감소 없음.
 
곽필규:...나, 나읒, 나. 나중에 해주면 안됩니까? (너무 놀랐는지 혀를 씹었다. 얼얼한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 필규의 얼마 안남은 정신머리를 더욱 단단히 고쳐잡아주는 것 같았다.)
 
절대로 안 돼요.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장소에서 그런 대담한 애정행각이라뇨!
 
아무리 필규가 봄이의 팬이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해요.
 
팬이나 관계자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매장당하는 건 한순간일 거라구요.
 
봄이가 조금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입니다만, 우리의 이미지를 위해 어쩔 수 없어요.
 
두 사람은 어제 처음 만난 데다가 일적인 관계로 이어져 있잖아요.
 
그런데 포옹도 모자라서 뽀뽀를 해 달라구요?
 
아무리 필규가 봄이의 엄청난 팬이라지만 어딘가 기묘합니다.
 
이런 필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봄이는 여전히 눈을 반짝이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네요.
 
곽필규:(아기고양인가?)
 
설봄:나중에 진짜 해주실 거죠? 네?
약속해주세요.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곽필규:참나, 저같은 거한테 뽀뽀받아서 뭐 그리 좋다고 그럽니까? (조금 불만스레 투덜거리면서도 새끼손가락을 꼬옥 건다.)
 
설봄:(필규가 퉁명스럽게 말해도 끝내는 손가락을 걸어주자, 마냥 좋다는 듯 웃는다.)
 
행사도 끝났고, 이런 얼떨떨한 상황이 길어지기 전에 어서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 아직도 둘째 날, 사무실에서는?
 
떨떠름한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오면,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이 보입니다.
 
어라, 뭔가 좋지 못한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필규와 봄이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들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을 바라봅니다.
 
그러고는 켜져 있는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킵니다.
 
모니터에는 어떤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이 하나 띄워져 있습니다.
 
< 설봄 요즘 연애함? > 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다가가서 살펴본다면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오늘 행사 공연 1열에서 보고 온 사람인데 왼손 약지에 반지 끼고 있던데?? 단순 패션 반지라기엔 디자인이 넘나 커플링임; 원래 없었던 것 같은데... 저거 어떻게 생각해?
 
보미뽀미  20XX.XX.XX 작성
어 그거 나도 봄ㅋㅋㅋㅋㅋㅋ; 찐으로 커플링.....?
 
최고과즙봄이  20XX.XX.XX 작성
야 아니겠지 설마; 제정신이면 아이돌이 그러겠냐ㅋㅋ 루머 유포 ㄴㄴ
 
잡덕  20XX.XX.XX 작성
아니라고 우기기엔 넘나 선례가 많음ㅇㅇ 티내다가 터진 돌 많잖아 팬들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라~
 
 
보아하니 오늘 행사에 다녀온 봄이의 팬이 올린 게시글 같습니다.
 
무어라 생각을 하기도 전에, 옆에서 신경질적인 소리가 들려옵니다.
 
 
소속사 직원:그러게 내가 그놈의 반지 좀 빼라고 했잖아! 이런 글 한 번 뜨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벌써 인터넷에 조금씩 퍼지고 있어! 제발 조심히 행동하란 말야.
 
짜증 섞인 문장을 토해내는 사람을 바라보면, 어제 테라스에서 봄이와 말다툼을 하던 직원입니다.
 
그를 선두로 하여 다른 직원들까지 한마디씩 얹기 시작합니다.
 
아이돌이면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잖냐, 있는 팬 다 잃고 싶냐, 네 이기심이 몇 명에게 피해를 끼치게 될지 생각은 해봤냐, 일 커지면 수습은 어느 세월에 하겠냐...
 
온갖 비난이 멍한 표정을 지은 설봄을 향해 쏟아집니다.
 
곽필규:(봄이를 힐끔 바라보고... 그냥 묵묵히 옆에 있는다.)
 
냉랭한 분위기가 얼마나 이어졌을까요.
 
한숨 소리가 한 번 들리더니 이내 직원들은 바깥으로 나가 버립니다.
 
덕분에 사무실에는 필규와 봄이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잔뜩 어색해진 공기를 뚫고 무어라 말을 꺼내려 하면, 봄이가 먼저 입을 엽니다.
 
설봄:....오늘은 먼저 가 볼게요. 고생 많으셨어요.
 
그러고는 봄이도 무언가에 도망치듯 사무실 밖으로 나갑니다.
 
필규가 붙잡아도, 그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바깥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 여러모로 복잡한 기분이 듭니다.
 
진작 봄이를 잘 설득해서 반지를 빼낼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혼날 일은 없었을 텐데요.
 
아니, 애초에 사람들은 고작 반지 하나 가지고 저런 구설수를 다 만들어 내는 건가요?
 
루머는 정말 쉽게 만들어지고 퍼지는구나, 같은 생각마저 듭니다.
 
물론 필규가 봄이의 매니저가 아닌 일개 팬의 입장으로 그를 바라봤다면 또 달랐겠지만요.
 
아까 핸드폰에 적힌 메모를 생각해 보면, 커플링이 아닌 건 확실한데…
 
필규는 [행운]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제 어떡하지, 생각하던 와중. 홀로 밝게 켜져 있는 컴퓨터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까 본 게시글 말고도 다른 창이 더 켜져 있는 것 같은데... 한번 살펴볼까요?
 
곽필규:(눈을 조금 찌푸리고 들여다본다.)
 
인터넷 창에는 [연예인 A씨는 현재 열애 중…]과 [봄이 귀여운 표정 본 사람]라는 이름의 탭들이 켜져 있습니다.
 
어떤 것을 먼저 확인해볼까요?
 
곽필규:(우선 '봄이 귀여운 표정 본 사람' 탭을 본다. 봄이니까. 당연하지.)
 
→ [봄이 귀여운 표정 본 사람] 클릭
 
모 커뮤니티에 작성된 짧은 게시글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봄이에 대한 팬의 주접이 느껴집니다.
 

핸드아웃 확인.

막콘 직캠 보다가 느낀 건데 중간에 동물 잠옷 입고 토크 하다가 갑자기 객석 보면서 되게 멍한 표정 짓지 않았음?? 얼 빠진 고양이 같아서 귀엽더라ㅎㅎ 며칠간 계속 콘서트 한다고 꽤 피곤하긴 했나봄 

 
다른 창도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곽필규:(크.. 나도 봤지. 잘 아는군. 다른 탭을 마저 살펴본다.)
 
→ [연예인 A씨는 현재 열애 중…] 클릭
 
인터넷 뉴스 기사입니다. 제목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듯 연예면 기사네요.
 
핸드아웃 확인.
 뜨거운 화제! 연예인 A씨는 현재 열애 중?
20XX.XX.XX 작성                                                 OOO기자
 
최근 M소속사의 그룹 L에 속한 A씨가 일반인 K모씨와 1년 넘게 뜨거운 열애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이다. 소속사 측은 처음에 A씨의 열애설을 적극 부인했으나,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과 커뮤니티에 유포된 게시글은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 널리 퍼진 상태였다. 이내 소속사는 공식 입장을 통해 두 사람의 열애를 인정했다. 이에 A씨의 팬들은 'A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럴 수도 있지. A의 선택을 응원한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편 A씨가 출연하는 주말드라마 '냐루 씨의 멋진 일상'은 이번 토요일 ―시에 첫 방송이 예정되어 있다.
 
 
 
 
 
절대L해  20XX.XX.XX 작성
미쳤? 이 시기에 연애? 그럴 수도 있지는 언놈의 의견이냐ㅋ; 돌았어 팬덤 깎이면 니책임이다
→  답글
       A고 20XX.XX.XX 작성
       돌은건 니 머가리인듯? 탈덕할거면 조용히 꺼져라 분탕질 하지 말고ㅋㅋㅋㅋㅋ
 
        L라스틴 20XX.XX.XX 작성
       팬덤 깎이면 ㅇㅈㄹㅋㅋㅋ 근데 연애 별로긴 하다 환상 다 깨진 기분임; A는 안 그럴줄
 
        머글 20XX.XX.XX 작성
        야ㅋㅋ니네 팬덤 자정작용이나 좀 해봐라 너네 상대 일반인 신상 털고 난리났더만
 
 
스크롤을 조금 내려 보면, A씨의 팬들이 작성한 걸로 보이는 댓글이 여럿 보입니다.
 
이곳에서도 팬들이 서로의 머리채를 쥐어잡으며 싸우고 있습니다.
 
정말 연예계는 단 하루라도 평화로울 날이 없네요.
 
만약 봄이도 열애설이 터진다면, 분명 이렇게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겠죠.
 
곽필규:(연예인 팬들이 분탕질은 레전드지)
 
...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모니터에 이제 읽을 활자가 남아있지 않게 됐을 때까지, 여전히 사무실은 고요합니다.
 
봄이가 다시 돌아올 것 같지도 않고... 이만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내일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피곤해지네요.
 
곽필규:(집이나 가자..터덜터덜)
 
필규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갑니다.
 
오늘은 일찍 자는게 좋겠어요. 내일은 또 봄이와 함께 열심히 일해야하니까요!
 
# 셋째 날, 어디로 갔어?
 
오늘도 어김없이 필규는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점점 이 기묘한 상황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정말 익숙해져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는 한 걸까요?
 
봄이를 눈앞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평화로웠던 삶이 조금 그리워집니다.
 
그러고보면 봄이는 괜찮을까요, 어제 직원들에게 대놓고 혼나던 봄이의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오늘 만나게 되면 위로든 뭐든 해줘야겠어요.
 
그가 반지를 뺄 수 있게 회유하면 더 좋고요. 혹시 모르잖아요, 의혹이 진짜인 것처럼 부풀려질지.
 
그렇게 되면 봄이의 입장이 곤란해질지도 모르는 노릇이니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필규는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오늘도 사무실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필규가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속사 사장:설봄 얘는 대체 왜 나타나질 않는 거야? 통화 되는 사람 아무도 없어?
 
 
소속사 직원:어제 뭐라 한마디 했다고 반항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하, 보아하니 봄이가 나타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니 잠깐만, 봄이가 없다고요?
 
필규가 멀뚱히 서 있으면, 당신을 발견한 누군가가 다급하게 말을 겁니다.
 
혹시 오는 길에 봄이를 봤냐며, 없으면 좀 찾아봐줄 수 있겠냐며, 당장 스케줄이 있는데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요.
 
아무래도 봄이를 찾으러 가봐야겠죠?
 
곽필규:헐.
 
필규가 얼빠져서 헐... 하고 있는 사이
 
띠링―!
 
갑자기 필규의 핸드폰에 문자 알림음이 울립니다.
 
발신인을 확인해 보면 봄이입니다.
 
뭐죠? 모두가 바삐 찾고 있는 당사자로부터 문자가 오다뇨.
 
「 저 지금 지하 연습실에 있어요. 와 주실 수 있나요? 」
 
타이밍이 좋네요. 마침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까지 알려주다니요!
 
그런데 어쩐지 묘한 말투입니다.
 
'와 줄 수 있나요'라니, 마치 필규가 직접 찾아와주기를 바라는 듯해요.
 
... 묘하게 느껴지면 뭐 어쩌겠어요. 사무실 상황을 보니 한시가 급한 것 같은데!
 
충실한 매니저 필규가 직접 모시러 가는 수밖에요.
 
필규는 봄이에게 가볼까요?
 
곽필규:(그래... 난 개니까... 봄이가 있는 곳을 향해 가본다.)
 
# 셋째 날, 왜 여기에 있어?
 
필규는 봄이의 연습실로 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갑니다.
 
한 층을 쭉 내려가면 연습실 입구로 보이는 문이 당신을 가로막습니다.
 
문을 밀어 열려고 하면, 굳게 잠겨 있습니다.
 
아니 여기에 있다면서요? 초대해 놓고 문을 잠그는 게 말이 돼?
 
필규는 어떡할까요?
 
곽필규:(씨발 뭐야 이건 또ㅡㅡ. 문에 쿵쿵쿵.) 설봄. 나 매니저야.
 
다행히도 노크를 하거나 몇 번 문을 덜컹이면 봄이가 와서 문을 열어줍니다.
 
문이 열리면, 눈앞에 피곤해 보이는 표정의 봄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어두운 낯빛은 당신을 보자마자 금세 밝아집니다.
 
" 필규 씨... " 라며 나지막이 당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는, 조금 갈라져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필규는 [관찰]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봄이의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인 듯합니다.
 
메이크업 아래에 가려져 있던 그의 모습은 어딘가 초췌해 보입니다.
 
깊게 내려온 다크서클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어요.
 
잠이라도 설쳤던 걸까요, 많이 지친 듯합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봄이는 당신을 향해 희미하게 웃습니다.
 
설봄:필규씨, 할 말이 있어요... 잠깐이면 돼요.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듯이 손을 잡고 이끈다.)
 
연습실은 고요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고, 노래도 틀어져 있지 않습니다.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는 봄이와 필규의 규칙적인 발소리만이 공간을 울릴 뿐입니다.
 
연습실 벽에 기대어 앉은 봄이는, 지친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설봄:갑작스레 미안해요, 그렇지만... 필규씨에게는 꼭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데뷔 이후부터 지금까지 몸은 망가져가는데 소속사에서는 계속 일정을 잡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악플은 늘어나고... 열심히 산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저를 사랑해주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저한텐 사생활도 없었어요. 저의 모든 행동이 파파라치나 일부 극성팬들의 눈으로 감시되고 있었고, 처음엔 그게 너무 두려워 마음대로 집 앞 편의점도 나가기 힘들었어요...
연예계 일을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을 때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긴 하지만, 맨정신으로 부딪히기엔 너무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저한텐 무조건적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어요.
얼마 전에 제가 콘서트 했던 거... 아실지 모르겠는데, 그때 저에게 기이한 일이 하나 일어났었어요.
 
설봄:토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묘한 목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뭐라그랬더라...? 당신이 진정으로 기대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날 것이다? 라고...
그 목소리와 동시에 생겼던 게 이 반지였어요...
필규씨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기이한 목소리가 말해준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어요.
그렇지만, 어제 직원들 반응 보셨죠..? 그분들은 제가 단순히 약지에 반지를 끼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의혹 글이 한두 개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예민하게 반응하셔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지...ㅎㅎ 하지만 저는 그분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요.
 
설봄:이대로 가다간 모두에게 상처만 주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필규씨가 너무 좋아요. 이 반지가 사라지면 필규씨랑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될 것만 같아서 무서워요.
업계에 뛰어들 때도 모두 각오한 일인데도, 너무 어렵네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은 삶은 어렵네요...
(봄이는 입술을 꾹 깨물더니 고개를 푹 숙인다.)
 
금지된 사랑과 각종 외압으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비운의 봄이…
 
필규는 '여태껏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며 안쓰러워할 수도 있고, '아이돌이니까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냐?'라며 어이없다고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무엇을 느끼든지간에 틀린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행보입니다.
 
필규는 [아이디어] 판정을 해주세요.
 
곽필규: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저께, 책장에서 발견했던 노란 책에 적혀 있던 한 문장이 문득 떠오릅니다.
 
특정한 사건에 직접 관련된 주문을 잊을 수 있다.
 
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반지를 낀 것은 봄이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봄이가 무언가의 주문에 걸렸던 거라면, 이 방법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봄이는 필규,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합니다.
 
액정 너머에서 그렇게나 빛나던 당신의 우상 봄이도, 결국 인간이었던 거예요.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때때로 행복을 위해 이기적이고자 하는 그 모습은...
 
어떻게 보면 그는 필규보다도 더 나약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면 봄이는 애써 웃습니다.
 
쏟아지는 역경과 비난 속에서도 한 줄기 웃음을 잃어선 안 되는, 아이돌의 쓸쓸한 미소입니다.
 
설봄:며칠간 저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미안해요... 다 제 욕심 때문이었나 봐요.
이젠 필규씨가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저를 내치든, 그렇지 않든... 원망하지 않을게요.
 
봄이의 유일한 의지가 되기 위해 계속 그의 곁에 남을지, 봄이의 평판을 지켜내기 위해 그를 떠날 준비를 할지.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하나뿐인 별, 소중한 우상을 위해서 당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곽필규:허, 참나... (모든 이야기를 들은 필규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난, 난, 내가 꿈이라도 꾸는 줄 알았지. 생각해 봐, 좋아하는 아이돌 생각하며 눈감았다가 떴는데 한낱 아이돌덕후더러 갑자기 매니저를 하라고 하면 누가 믿겠어? 씨발, 이게 다 네가 한 일이었냐? ...이게 정녕 꿈이 아니라 현실이냐?
네가... 날 불렀어?
(잠시동안의 침묵 속에서 고민하는 듯 입을 꾹 다문 필규는 어색하게 봄이 머리에 손을 툭 얹었다. 내가 모르는 설봄, 아이돌이 아닐 때의 설봄. 피폐한 시선 한 줄기 나눌 이 없어 꼿꼿하던 허리가 꺾이고, 나락과 다를 바 없는 힐난을 한탄할 곳이 없어 성대가 잘린 사람. 얘야, 사랑스러운 내 새끼. 네가 골라내는 단어 하나하나, 생생한 표정 하나하나에 온갖 감정이 깃들었는데. 추레한 행색의 낭인. 너는 여태껏 불행을 이불 삼아 단잠에 빠져들었구나. 그런 팍팍한 삶 속에 겨우 찾아온 행복을 도로 가져갈 수나 있긴 한걸까. 아니, 그래선 안됐다. 줄곧 하고싶었던 말을 하기 위해 필규는 입을 열었다.)
...계속 몰아붙이면 내 말 들을 것 같고, 얌전해질 것 같냐?
아니야, 설봄. 난 만약 그들이 날 벼랑 끝으로 내몰았으면 그 놈들 대신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걸 선택할거야.
그리고 저 아래에서 웃겠지. 꼴 좋다고.
 
곽필규:모두가 널 위한다고 입모아 말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호의가 뭐 꼭 나를 위한거라고 자신할 수 있던가?
인생은 짧아. 네 인생의 주인은 너니까 네가 원하는대로 알아서 살든가. ...방구석에서 오타쿠짓이나 하는 빌어먹을 개백수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그런 나니까지. 하고싶은 걸 마음껏 누리며 사는 나니까 할 수 있는 말이야.
뭐... 사람이 사고 한 두번쯤은 치면서 살 수도 있지 않겠냐? 안 그런 놈은 인간미 없어.
잔소리하는 녀석들 말 한 귀로 흘려듣고 가끔은 사고치며 살아도 된다고. 그게 더 고양이같고.
...아오, 씨발 (말주변이 없는 제가 한스러운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욕짓거리를 내뱉는다.)
내 말은, 너도 사람이라고.
 
곽필규:너도 사람이라고, 설봄.
모든 게 네 맘대로 되지 않으면, 하고싶은 걸 해.
(그러곤 불안한 강아지마냥 우물쭈물하더니, 볼에 쪽 입맞추고 얼른 떨어진다. 그는 시선을 옆으로 늘어뜨렸다. 사과마냥 붉게 물든 뺨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시끄럽게 주장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번에 약속한 거. 아쉬워하길래. 이제 그만 토라져있어라. 바보고양아.
 
설봄:꿈이 아니에요. 필규씨와 제가 만났다는 게... 마치 꿈에서만 볼 수 있을 거 같은 백마 탄 기사님이 제 앞에 나타났다는 게 믿을 수 없지만 이렇게 온기가 느껴지는 데, 어떻게 꿈일 수가 있겠어요?
(필규의 손을 잡는다. 그러곤 가만히 필규의 말을 귀 기울여 듣더니 옅게 미소지으며) 역시 제가 필규씨를 운명이라고 생각했던게 틀리지 않은 거 같아요. 하고 싶은 걸 누리면서 사는 자유로운 당신은 더 빛나는 거 같아요. 지금 저의 모습보다 더... 저는 여태껏 제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어요. 힘들어도 참고, 슬퍼도 울지 않고... 근데 필규씨를 만나자마자 저를 옭아매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 것만 같았어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기댈 수 있다는 게 기뻤어요. 세상에 한 명쯤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구나... 그런 기쁨. 벼랑 끝에 내몰린 제가 뛰어내린다면... 어쩌면 밑에서 필규씨가 저를 안아줄 것만 같아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 수가 있어요. 제가 원하는 인생을 살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필규씨가 처음이거든요.
사고... 사고치는 게 아직 겁나긴 하지만요... 원래 어른일 수록, 영향력이 큰 사람일 수록 실수하면 안된다는 게 인식이 강하잖아요?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금새 다시 표정을 피고는 필규를 바라본다.) 그치만 그건 너무 인간답지 못하다는 걸 당신이 알려준 거 같아요. 저 필규씨 말대로 사람처럼 살아볼게요. 고양이 같다는 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피식 웃는다. 갑작스레 필규가 제 볼에 입을 맞추자, 봄이도 덩달아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러곤 눈을 휘둥그레 뜨고 필규를 한참동안 바라본다.)
약속한 거 안 잊어버리신 거에요...? (잔뜩 빨개진 얼굴이지만 그래도 필규의 애정을 받아 기쁜 것인지 해맑게 웃는다. 응석이라도 부리고 싶은지 필규의 품을 파고 들더니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 번만 더 해주시면 안 돼요? 기사님의 입맞춤은 사람 한 명도 살릴 수 있잖아요. 한 번만 더 해주시면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은데... 헤헤.
 
곽필규:(지척 너머에서 조용히 말하는 여린 목소리가 이다지도 사람을 괴롭게 만들 수 있을 줄이야. 필규는 홀로 조용히 생각하고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앉아있는 소녀의 옆으로 연습실에 장식되어 떨어지고 있는 붉은 동백꽃들이 슬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귀중한 돈벌이'였다. 사라져선 안 될, 자신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소중한 아이.)
(본래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아이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설봄이 반항을 하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혹은 스캔들이 나지는 않았는지. 오늘의 상태는 괜찮은지. 그런 사소한 것들을 감시하는 역할에 자신은 배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저 또한 그녀를 일종의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설봄은 밝게 웃을 줄 알고,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말할 줄 아는, 제 또래에 맞는 아이였다. 한없이 순수했고 맑았으며 꿈을 꿀 줄 알았고 자신의 목적도 알고 있었다. 바라는 일도, 추억도, 생각도, 좋아하는 것도 많은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래, 사람이었다.)
하, 어이없어서 웃음이 다 나온다... 나같은 게 어딜봐서 백마 탄 왕자야?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라지만, 설봄. 넌 눈이 삐어도 제대로 삐인 것 같아.
(부끄러운 기색을 감추려는 듯 괜히 서툴게 모진 말을 해보던 필규는 품에 파고 든 설봄을 마침내 제대로 안아보았다. 처음만큼 긴장되지는 않았다. 편안했다.)
그래. 받아줄게. 네가 하늘에서 똑 떨어지든 땅에서 솟아나든 받아주겠다고. 그러려고 부른 거 아니냐? 나를 불렀으면, 제대로 써먹어야 할 거 아냐?
불만을 털어놓든, 투정을 부리든, 여기 받아 줄 사람 한 명은 있으니까 참지 마라.
 
곽필규:(그러곤 설봄을 안고 있던 필규는 그녀의 머리에 꿀밤을 꽁! 쥐어박았다.) 참나, 응석부리는 게 아주 도가 텄네. 바깥에선 그러지 마 바보야!
(조금 혼내던 것도 잠시, 품에 작은 고양이처럼 안겨 있는 그녀의 턱을 들어올린 필규는 정말로... 입맞춤을 했다! 그래, 다른 데도 아니고 입에다가 입을 맞춘 것이다. mouth to mouth!) ...이제 됐어. 더 안해!!! 열심히 살아 바보야!! (씨발, 멍청이똥개해삼말미잘. 얼굴이 화끈한 것이 살갗을 타고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설봄:(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더니 필규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제가 눈이 삐었어도 이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어요. 여태껏 봐왔던 연예인들보다 필규씨가 더 잘생겼어요!! (필규의 진심어린 말들에 위로가 된 건지 봄이는 살짝 글썽거리더니 훌쩍 거리는 소리를 낸다. 아마 우는 것 같지는 않지만 감동받긴 한 듯.) 고마워요, 필규씨... (꿀밤을 맞아도 마냥 좋다는 듯 그저 웃기만 한다.) 바깥만 아니면 되는 거죠? 그쵸? 알겠어요. (필규가 봄이의 입술에 입 맞춰주자 봄이는 눈을 꾸욱 감았다가 다시 뜬다. 짧은 입맞춤이 아쉽다는 듯한 눈치지만 그래도 만족한 건지 고개를 끄덕인다.) 열심히 살게요. 연예인으로도, 사람으로도...
 
필규는 머릿속에 떠오른 주문을 애써 무시해 버립니다.
 
그런 이상한 마법 없어도 괜찮아요.
 
지금 여기서, 언제까지나 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은 봄이의 팬인걸요.
 
봄이로부터 받은 뜨거운 사랑과 에너지와 열정을 다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불사를 수 있어요.
 
당신은 봄이를 부드럽게 껴안습니다.
 
그에 봄이도 아무 말 없이 필규를 양 팔로 감싸 안습니다.
 
맞닿은 서로의 체온이 느껴집니다.
 
누가 보고 있다면 큰일이었겠지만, 지금 이곳에는 우리 둘밖에 없으니까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이제 다 괜찮아질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소속사 직원들의 압박은 심해집니다.
 
기자들이 쌍심지를 켜고 있으니 제발 행동을 조심히 할 수 없겠냐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더군요, 글쎄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악플이 올라오든, 팬덤이 뒤집어지든, 누군가가 우리를 질타하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떤 역경이 생기더라도 당신이 봄이를 행복하게 해 주면 되는 거니까요.
 
그건 필규,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의지가 될 수 있다니 멋지지 않나요?
 
그것도, 필규가 사랑해 마지않는 봄이의...
 
.....
 
며칠 전 당신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물음표를 기억하나요?
 
" 과연 설봄은 행복할까? "
 
당신이 선택한 이 상황은 그 의문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 되었나요?
 
아마도, 지금 그의 행복 한가운데에 있는 것은 당신이겠지요.
 
END.2 인연은 반지로 엮이고
 
보상: 이성 회복 1D3
 
곽필규:
ㅋㅋ..
rolling 1d3
 
( 
3
 )
 
= 
3
 
필규, 이성 3 회복
 
따로 주문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봄이는 영원히 반지를 낀 채 살아갑니다.
 
반지를 빼지 않는다면 5일 후 두 사람의 열애 의혹 기사가 터집니다.
 
~끝~
 
곽필규:
봄이를 사랑하는 마음 Roll
기준치: 100000000000000000/50000000000000000/20000000000000000
굴림: 9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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